[OutRun 소설 7화] 음악만 남는 곳

음악만 남는 곳

체크포인트의 문은 멀리서 보면 늘 늦는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도, 그 두 기둥은 좀처럼 커지지 않았다. 대신 먼저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길 위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 내리막 끝에서 한 번 반짝이고 사라지는 표지판의 면, 그리고 차 안을 채운 멜로디의 얇은 금속성 울림. 바람은 이미 목적지 쪽 냄새를 싣고 있었지만, 손끝에 닿는 것은 아직 핸들의 미세한 떨림뿐이었다.

계기판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었다. 충분했다. 간신히가 아니라, 이제는 거의 확실했다. 그 사실이 오히려 발끝을 가볍게 만들지 못했다. 그는 가속 페달을 더 밟지 않고, 그렇다고 떼지도 않은 채 그 중간 어딘가를 오래 유지했다. 붉은 차는 스스로 숨을 고르는 짐승처럼 낮게 울었다.

조수석의 여자는 앞을 보고 있었다. 바다 쪽은 이제 도로보다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 물빛은 나무 사이와 가드레일 틈으로만 얇게 보였다. 방금 전까지는 시간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시간이 남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둘 사이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되겠네.”

그녀가 먼저 말했다. 안도처럼 들리기도 했고, 확인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앞유리를 가로지르는 빛의 결이 한 번 바뀌었다. 도로가 아주 조금 휘고, 체크포인트의 문이 그제야 분명한 형태를 갖췄다. 흰색의 기둥, 위를 잇는 간판, 그 아래를 지나간 차들이 남겼을 법한 보이지 않는 바람의 층. 그 문을 통과하면 숫자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길은 끊기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규칙은 늘 그래 왔다.

그녀가 그를 힐끗 보았다.

“왜 그래.”

“아무것도.”

“그 표정이 아무것도는 아닌데.”

그는 웃지 않았다. 다만 오른손 엄지로 핸들의 가죽을 한 번 문질렀다. 오래 쥔 데서만 생기는 매끈한 자리였다. 음악은 후렴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밝게 들릴지도 모를 가벼운 리듬이었지만, 같은 길 위에서 오래 들으면 그 안에 묘하게 뒤를 끄는 부분이 있었다.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다음 소절이 오기 전에 아주 짧은 망설임이 생겼다. 차는 앞으로 가는데, 음악만 잠깐 뒤를 돌아보는 것 같았다.

앞쪽 차선에 작은 차 하나가 보였다. 속도는 느리지 않았지만, 지금의 그들보다는 분명히 느렸다. 맞은편은 비어 있었다. 추월할 수 있었다. 해 오던 대로라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는 차를 중앙선 쪽으로 조금 붙였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가져왔다.

작은 차를 추월하지 않고 체크포인트를 향하는 해안 도로
작은 차를 추월하지 않고 체크포인트를 향하는 해안 도로

여자가 그 움직임을 느꼈는지 말했다.

“지나갈 수 있잖아.”

“응.”

“그런데 안 가네.”

“안 가도 되니까.”

이번에는 그녀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틀 위에 올린 손가락을 천천히 접었다 폈다. 손등에 햇빛이 스쳐 지나갔다. 도착이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자꾸 차 바깥보다 차 안의 것들을 보게 되었다. 기어를 바꿀 때 그의 손목이 꺾이는 모양, 커브에서 잠깐 굳어지는 턱선, 음악이 바뀌기 전 아주 짧게 생기는 정적. 그런 것들은 길처럼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작은 차 뒤에 잠시 붙자 속도가 한 톤 낮아졌다. 바람 소리도, 엔진의 울림도,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모양도 조금씩 달라졌다. 내리막 끝에서 계속 밀어붙이던 긴장이 한 겹 벗겨지자, 오히려 주변이 더 잘 보였다. 길 오른쪽 아래로는 늦은 햇빛을 받은 물이 넓게 열려 있었고, 왼쪽 사면에는 건조한 풀들이 눕듯 흔들렸다. 저 멀리, 체크포인트 너머로 이어지는 다음 구간의 표식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갈 수 있는 길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가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 한 번 지나간 말은 다시 꺼내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꺼냈다.

“조금만 천천히 가자고 했을 때.”

“응.”

“그건 겁나서만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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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에는 바로 그녀를 보지 않았다. 대신 앞차가 왼쪽으로 아주 약하게 흔들리는 것을 확인하고, 거리를 조금 더 벌렸다.

“알아.”

“정말?”

“겁나서만은 아닌 얼굴이었으니까.”

그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웃은 건지, 한숨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럼 왜 계속 그렇게 달렸어?”

질문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지금껏 밀려 있던 것들이 들어 있었다. 늦지 않기 위해서. 놓치지 않기 위해서. 혹은, 늦는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그는 대답을 찾는 대신 기어를 한 단 내렸다. 엔진 소리가 잠깐 올라왔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멈추면 끝나는 줄 알았어.”

“누가?”

“나도 모르지.”

그녀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잠잠했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 끝을 들어 올렸다가 놓았다. 체크포인트의 문은 이제 충분히 가까웠다. 조금 더 밟으면 금방 닿을 거리였다. 그런데도 그는 작은 차 뒤에 붙은 채로 갔다. 조급함을 참는 사람의 느림이 아니라, 처음으로 속도를 고르는 사람의 느림이었다.

바로 그때 앞차가 오른쪽으로 빠지며, 길이 열렸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 맞은편도 비어 있었다. 문까지는 짧고 곧은 길이 남아 있었다. 붉은 차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끝낼 수 있는 거리였다. 음악은 후렴의 마지막 부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한 번 더 반복되면, 아마 문을 통과한 뒤일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이제 네가 정해.”

그 말은 허락처럼도, 시험처럼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정말로 그에게 돌려주는 말이었다. 지금 이 길에서 무엇을 먼저 두는지, 숫자인지, 지나가는 시간인지, 혹은 둘 다 아닌 다른 무엇인지.

그는 액셀을 밟았다.

차가 앞으로 튀었다. 엔진이 낮은 목소리를 벗고 밝고 날카로운 음으로 치솟았다. 바람이 한순간에 차 안으로 더 깊이 밀려들었다. 그녀의 어깨가 뒤로 젖혀졌다. 체크포인트의 문이 빠르게 커졌다. 방금 전까지의 망설임이 거짓말처럼 짧아졌다.

그리고 문 바로 앞에서, 그는 가속을 멈췄다.

브레이크를 세게 밟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더 밟지 않았다. 차는 여전히 빨랐지만, 마지막 한 조각의 무리만은 하지 않았다. 가장 빠른 통과가 아니라, 가장 긴 마지막을 택하듯. 문이 앞유리를 가득 채웠다가, 순식간에 위로 넘어갔다.

기둥 그림자가 차체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숫자는 살아났다. 시간이 다시 늘어났다. 아주 짧은 전자음이, 오래된 약속처럼 차 안을 스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안도해서인지, 어이없어서인지,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들어왔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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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런데 마지막에 왜 그랬어?”

그는 이번엔 조금 생각한 뒤 말했다.

“끝을 너무 잘하면, 진짜 끝나는 것 같아서.”

그녀는 그 말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앞을 보았다. 체크포인트를 지난 뒤의 길은 이전 구간과 닮아 있으면서도 이미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로는 다시 갈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고, 표지판은 멀리서도 방향의 차이를 암시했다. 한쪽은 더 밝고 넓어 보였고, 다른 쪽은 그림자 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아직 가까워지지 않았는데도 둘의 공기가 달랐다.

그는 속도를 조금 올렸다가, 다시 일정하게 맞췄다. 시간은 충분했다. 이제는 정말로 선택이 숫자에 쫓기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음악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익숙한 멜로디가 마지막 반복에 들어서면, 사람은 이상하게도 처음보다 더 잘 듣게 된다. 이미 다 아는 곡인데도, 마지막에는 그제야 들리는 부분이 있다. 뒤에 숨어 있던 얇은 건반 소리, 드럼이 한 박 늦게 들어오는 자리, 너무 짧아서 놓쳤던 연결음. 그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마지막을 들었다.

그녀가 대시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 끝이 리듬을 타는 듯하다가 멈췄다.

“처음에 네가 그랬지.”

“뭐를.”

“음악을 고르고 나서야 길이 시작된다고.”

그는 어깨를 조금 움직였다. 인정인지, 민망함인지 모를 동작이었다.

“그랬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그는 웃지 않았지만, 입가가 아주 조금 풀렸다.

“조금만?”

“조금 이상.”

“그건 어느 정도지.”

“내가 내리고 나서도 한동안 들릴 정도.”

그 말 뒤에 잠깐 침묵이 왔다. 그는 그 침묵을 가볍게 넘기지 못했다. 내리고 나서도. 그 말은 도착 뒤의 시간을 먼저 불러왔다. 지금은 아직 함께 달리고 있는데, 그녀는 벌써 차에서 떨어져 나간 뒤의 공기를 말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늘 도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을 지나고, 속도를 줄이고, 차가 멈추고, 손이 핸들에서 떨어지고, 음악이 꺼지거나 아주 작아지고, 그 뒤에 남는 것이 있다. 그는 그 뒤를 생각하는 버릇이 없었다. 늘 다음 문, 다음 분기, 다음 구간이 먼저였다.

“내리면,” 그가 말했다. “음악은 안 들릴 텐데.”

“그래도 남는 건 있잖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은 서서히 분기점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표지판의 색이 분명해지고, 방향 화살표가 도로 위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둘 중 어느 쪽을 가도 길은 이어질 것이다. 다만 풍경이 달라질 뿐이다. 그 차이가 이 여행의 거의 전부였다.

그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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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네가 먼저 고를래, 내가 고를래?”

“네가.”

“왜.”

“아까 네가 나한테 정하라고 했으니까.”

그녀는 잠깐 웃었다. 바람에 섞여 금방 흐려지는 웃음이었다.

“그럼 바다가 더 오래 보이는 쪽.”

그는 표지판을 다시 봤다. 아주 짧은 거리 안에 판단이 필요했다. 오른쪽은 빛이 더 열려 있었고, 왼쪽은 나무 그림자 아래로 내려갔다. 바다를 더 오래 보는 길이 어느 쪽인지,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쌓인 풍경의 감각이 손보다 먼저 방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차는 부드럽게 차선을 옮겼다.

분기점의 선이 타이어 아래로 사라졌다.

그녀는 별말 없이 창밖을 보았다. 선택이 말보다 정확할 때가 있었다. 그가 고른 것은 그녀의 쪽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굳이 확인받지 않았다. 대신 바람 쪽으로 얼굴을 조금 돌렸다. 머리카락이 뒤로 쓸려가며 귀가 드러났다. 그 작은 동작이, 방금 지나온 문보다 더 또렷하게 어떤 통과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음악은 끝났다.

짧은 정적이 차 안에 내려앉았다. 엔진 소리, 바람, 노면이 타이어를 타고 올라오는 미세한 진동만 남았다. 그는 손을 뻗어 다음 곡으로 넘길 수 있었다. 처음 출발할 때처럼, 다시 하나를 고르면 되었다. 이 길은 그렇게 계속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대지 않았다.

정적은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방금까지 있던 것을 또렷하게 남기는 정적이었다. 그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둘 다 그 침묵을 깨는 것이 아깝다는 듯이.

도로는 다시 바다 쪽으로 열렸다. 늦은 빛을 받은 수면이 멀리서 한 장의 얇은 금속판처럼 빛났다. 가드레일이 규칙적으로 지나가고, 야자수 그림자가 길 위를 건너갔다. 붉은 차는 더 이상 쫓기는 모양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멈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 속도를 가진 채 흘렀다.

그는 문득 계기판 대신 앞유리 아래에 비친 그녀의 손을 보았다. 대시보드 위에 올려둔 손가락이 이제 리듬을 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방금 끝난 곡의 박자를 그 손끝에서 계속 보았다. 실제로는 사라진 것이, 눈앞에는 남아 있는 순간이 있었다.

조금 뒤 그녀가 아주 작게 말했다.

“다음 곡은.”

그는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물었다.

“응.”

“조금 있다가.”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차는 선택한 길 위를 계속 갔다. 뒤에서는 방금 지난 문이 이미 보이지 않았다. 앞에는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빛이 남아 있었다. 바다는 한동안 도로와 나란히 갔고, 바람은 쉬지 않고 차 안을 드나들었다. 음악이 멈춘 자리에는, 이상하게도 아무 부족함이 없었다.

붉은 차는 그 정적을 싣고, 다음 표지판이 읽힐 만큼 가까워질 때까지 그대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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