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 트리거 소설 40화] 하늘에서 온 불
감옥 문에는 자물쇠가 없었다.
대신 벽에서 뻗은 굵은 뼈 두 개가 문짝을 가로질렀다. 바깥쪽의 손잡이를 동시에 당기지 않으면 뼈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리는 구조였다. 힘으로 부수면 통로 끝의 줄이 당겨져 위층 종을 울리게 되어 있었다.
크로노는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줄이 연결된 자리를 살폈다. 에이라가 뼈를 잡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먼저 짧은 검끝을 벽과 줄 사이에 넣어 팽팽한 힘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카에루가 칼등으로 연결 고리를 받쳤고, 마르가 틈에 얼음을 얇게 채웠다.
얼음이 줄의 움직임을 잠시 붙잡는 동안 에이라가 뼈 두 개를 한꺼번에 뽑았다.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안에는 라루바 사람들과 이오카 사냥꾼들이 빽빽하게 갇혀 있었다. 키노는 가장 앞에 서 있었다. 이마가 찢어지고 한쪽 눈이 부어 있었지만, 에이라를 보자 먼저 뒤쪽 사람들을 가리켰다.
“아이 셋. 한 명 다리 못 쓴다.”
에이라는 대답 대신 그의 어깨와 갈비뼈를 빠르게 눌러 보았다. 키노가 아픈 곳에서 숨을 삼키자 그제야 손을 거두었다.
“살아 있다.”
“에이라 온다고 했어.”
“키노, 잡힐 때마다 그 말 한다.”
“이번엔 맞았잖아.”
에이라가 허리끈에서 끊어진 목걸이를 풀어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키노는 웃으려다 입술의 상처가 벌어져 얼굴을 찡그렸다.
짧은 재회 뒤에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감옥 뒤편에는 요새 밖으로 이어지는 짐승 운반 통로가 있었다. 하지만 돌문을 여는 장치는 위층 중앙에 있었다. 키노는 자신이 포로로 끌려오며 본 길을 설명했다. 중앙 계단을 지나면 두 갈래 복도가 나오고, 왼쪽은 돌문 장치, 오른쪽은 높은 방으로 이어졌다. 공룡 인간들은 높은 방을 ‘아자라의 눈’이라고 불렀다.
“포로를 먼저 내보내야 해.” 마르가 말했다.
“문 여는 동안 들키면 이곳부터 막을 걸세.” 카에루가 감옥 안을 둘러보았다. “키노가 우리와 함께 장치까지 갈 수 있겠나?”
키노는 대답하기 전에 일어섰다. 갈비뼈를 누르며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지만 다시 중심을 잡았다.
“길 안다.”
에이라는 그를 막지 않았다. 대신 자기 팔을 그의 겨드랑이 아래에 넣었다. 부축받는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중앙 계단 위에서는 북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공룡 인간들이 바깥 성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네 사람의 침입 때문은 아니었다. 모두가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며 짧은 소리를 주고받았다.
구름 너머에 붉은 점 하나가 떠 있었다.
마르는 발을 멈췄다. 처음에는 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낮은 구름이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붉은 빛이 구름 가장자리를 태웠다. 별보다 가까웠고, 달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마왕성에서 본 빛과 같아.”
카에루가 그랜드리온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검 안쪽에서 아주 낮은 울림이 돌아왔다. 의식실의 심장 소리와 닮은 진동이었다.
크로노는 높은 방 쪽을 보았다.
아자라가 그 빛을 보고 있다면, 그곳에 답이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은 먼저 왼쪽 복도로 향했다. 장치실에는 뼈톱니와 돌추가 벽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키노가 포로 운반 때 보았던 손잡이를 찾았지만, 공룡 인간 둘이 앞을 지켰다.
마르는 남은 화살을 아끼지 않았다. 첫 화살이 위쪽 횃대를 끊었다. 떨어진 불이 두 보초 사이를 갈랐고, 크로노와 에이라가 서로 다른 쪽으로 파고들었다. 크로노는 창대를 검등으로 밀어 벽의 톱니 사이에 끼웠다. 에이라는 다른 보초의 허리를 들어 돌추 위로 던지지 않고 바닥에 눌렀다. 카에루가 손잡이를 당기는 동안 키노는 열린 틈에 돌을 박아 장치가 되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요새 아래에서 거대한 돌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포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노, 사람 데리고 프테라 있는 곳 간다.” 에이라가 말했다.
“같이 아자라 잡는다.”
“키노 할 일, 사람 살린다.”
“에이라 할 일은?”
“에이라도 사람 살린다. 더 위에서.”
키노는 반박하려 했지만 감옥 쪽에서 아이의 울음이 들렸다. 그는 끊어진 목걸이를 목에 다시 묶었다.
“꼭 와.”
에이라는 그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짧게 맞댔다.
“에이라, 약속 지킨다.”
키노가 아래층으로 사라진 뒤 네 사람은 오른쪽 복도를 올랐다.
아자라의 방은 지붕이 없었다. 타원형 돌마당 한가운데에 검은 철문이 서 있었고, 그 앞에 작은 체구의 공룡 인간이 등을 보인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자라의 머리 위에는 깃도 왕관도 없었다. 길고 가는 손가락과 다른 공룡 인간보다 훨씬 밝은 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건너온 원숭이들.”
아자라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한 번은 우리 손에서 이상한 돌을 빼앗더니, 이번에는 하늘의 문에서 떨어졌구나.”
마르가 붉은 점을 가리켰다.
“저게 무엇인지 알아?”
아자라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름을 묻는가, 끝을 묻는가?”
“둘 다.”
“이름은 아직 없다. 끝은 보인다.”
아자라의 시선이 에이라에게 옮겨 갔다.
“하늘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힘만 믿는 이오카도, 오래 생각한 우리도 한꺼번에 짓누를 것이다.”
에이라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면 사람 놓고 같이 피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원숭이답군. 살아남는 것만이 답이라 믿는다.”
“살아야 다음 답 찾는다.”
아자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뒤의 검은 철문에서 깊은 숨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너희는 위험하다.”
아자라가 손을 들자 바닥의 돌조각들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힘이 네 사람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었다. 크로노는 바닥을 굴러 충격을 흘렸지만 옆구리가 돌에 부딪쳤다. 마르는 기둥을 붙잡았고, 카에루는 그랜드리온을 바닥에 박아 버텼다. 에이라만이 발끝으로 돌을 깨뜨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떠오른 돌들이 화살처럼 쏟아졌다.
마르는 기둥 뒤에 몸을 숨기며 얼음을 바닥에 넓게 퍼뜨렸다. 아자라의 발밑을 직접 얼리려 하자 보이지 않는 힘이 냉기를 밀어냈다. 그녀는 목표를 바꿔 주변의 작은 돌들을 얼음에 붙였다. 다시 떠오르려던 돌이 바닥과 함께 들리며 아자라의 집중이 흔들렸다.
크로노의 손끝에서 번개가 뻗었다.
빛은 아자라에게 닿기 직전 옆으로 휘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공중의 돌 사이를 건너며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아자라가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리는 순간 카에루가 거리를 좁혔다.
그랜드리온의 첫 궤적은 아자라의 몸이 아니라 발밑을 향했다. 칼날이 얼음 붙은 돌을 깨뜨리자 파편이 안쪽에서 바깥으로 튀었다. 보이지 않는 벽의 위치가 파편의 굴절로 드러났다.
에이라는 벽이 얇아진 한 점을 주먹으로 쳤다.
공기가 북처럼 울렸다. 아자라의 몸이 뒤로 밀려 검은 철문에 부딪쳤다.
철문이 열렸다.
안쪽의 어둠에서 먼저 두 눈이 나타났다. 이어서 사람 몇 배 높이의 머리와 검은 비늘로 덮인 몸이 마당 위로 솟았다. 검은 티라노가 입을 벌리자 목 안쪽에서 붉은 빛이 차올랐다.
“흩어지게!”
카에루의 외침과 함께 불길이 마당을 가로질렀다.
마르는 기둥 뒤로 몸을 던졌다. 크로노는 바닥의 낮은 홈에 엎드렸고, 에이라는 아자라를 붙잡아 함께 옆으로 굴렀다. 돌기둥 표면이 녹아 붉게 흘렀다.
카에루는 본능적으로 물을 부르려 했다. 손끝에 차가운 기운이 모였다가 바로 흩어졌다. 마왕성에서 바닥까지 긁어 모았던 힘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빈손을 잠깐 보았다.
그리고 검을 들었다.
“물을 기다릴 수는 없겠군.”
검은 티라노가 두 번째 숨을 모으는 동안 목과 가슴의 비늘이 벌어졌다. 마르는 그 틈을 보았다. 그녀는 불을 막는 대신 짐승의 앞발 아래를 얼렸다. 거대한 발이 미끄러지며 머리의 방향이 틀어졌다. 불길이 네 사람을 비껴 철문을 녹였다.
크로노가 기울어진 목 옆으로 달렸다. 옆구리 때문에 높이 뛰지 못하자 에이라가 두 손을 모아 발판을 만들었다. 그가 그 위를 밟는 순간 에이라는 팔을 들어 올렸다.
크로노의 몸이 검은 머리 높이까지 솟았다.
짧은 검은 두꺼운 비늘을 뚫지 못했다. 그는 찌르기를 고집하지 않고 칼끝을 벌어진 비늘 사이에 끼웠다. 손끝의 전류를 금속을 따라 흘려보내자 티라노의 목이 굳었다.
아자라가 손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힘이 크로노를 등에서 떼어 냈다.
카에루가 아래에서 그를 받아 냈다. 두 사람은 함께 바닥을 굴렀고, 카에루의 다친 어깨가 돌에 부딪쳤다. 손에서 놓친 그랜드리온이 마당 중앙까지 미끄러졌다.
에이라는 검을 향해 달렸다. 아자라가 돌들을 들어 길을 막았으나 마르의 화살이 돌 사이에 박혀 얼음 사슬을 만들었다. 에이라는 얼어붙은 돌무더기를 밟고 넘어 검자루를 잡았다.
그랜드리온은 그녀의 무기가 아니었다. 칼날의 균형도, 손잡이의 길이도 맞지 않았다. 에이라는 휘두르지 않고 검을 카에루 쪽으로 던졌다.
카에루가 공중에서 받아 들었다.
크로노의 번개가 아직 검은 티라노의 몸 안에 남아 있었다. 비늘 사이로 푸른 빛이 옮겨 다닐 때마다 짐승의 다리가 굳었다 풀렸다. 카에루는 그 순간에 맞춰 앞발의 힘줄을 베었다. 몸이 낮아지자 에이라가 옆에서 머리를 밀어 바닥에 처박았다.
마르는 마지막 온전한 화살에 냉기를 모았다.
화살은 티라노의 눈이 아니라 벌어진 입 안의 붉은 빛을 향했다. 얼음이 목 안쪽을 덮자 모이던 불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흩어졌다. 짐승이 고통에 몸을 일으키며 꼬리를 휘둘렀다.
크로노가 마르 앞을 막았고, 에이라가 크로노의 허리띠를 잡아 뒤로 당겼다. 꼬리 끝은 그의 외투를 찢었지만 몸은 스치지 못했다.
카에루는 마지막 힘을 검에 실었다.
그랜드리온이 목 아래의 벌어진 비늘을 따라 깊게 들어갔다. 검은 티라노의 포효가 요새 전체를 울렸다. 에이라가 땅을 박차고 올라가 칼등을 양손으로 내리쳤다. 칼날이 한 뼘 더 들어갔다.
거대한 몸이 옆으로 무너졌다.
아자라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르가 활을 겨누었지만 쏠 화살은 부러진 것 하나뿐이었다. 크로노도 검을 들었으나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요새가 흔들렸다.
처음에는 티라노가 쓰러진 충격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진동은 땅 아래에서 올라왔다. 돌마당의 금이 한 방향으로 길게 번졌고, 남쪽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붉은 점은 이제 별이 아니었다.
불타는 거대한 물체가 구름을 밀어내며 내려오고 있었다. 표면에는 검은 돌 같은 돌기가 겹겹이 솟아 있었고, 그 뒤로 하늘 전체를 가르는 불의 꼬리가 이어졌다.
에이라가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라.”
그녀의 말이 떨리는 땅 위에서 작게 들렸다.
“불.”
불덩이는 요새 쪽으로 곧장 떨어지고 있었다.
“보스.”
에이라가 두 팔을 넓게 벌렸다.
“크다.”
마르가 그 두 소리를 따라 했다.
“라보스…….”
마왕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는 존재가 지금 하늘에서 오고 있었다.
크로노는 불길 속에서 서기 1999년의 기록을 떠올렸다. 미래의 땅을 깨고 올라오던 등껍질과 같은 형태였다. 라보스는 이 시대에 이미 땅 아래 있던 것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세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자라가 웃었다. 승리도 조롱도 아닌 메마른 소리였다.
“우리의 시대는 여기까지다.”
에이라는 아자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간다!”
“땅은 너희를 골랐구나. 추위를 견디고, 굶주림 속에서도 번식하는 몸을.”
“땅, 아무도 안 고른다. 살아 있는 자가 산다.”
아자라는 내민 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선택이라는 뜻이다.”
천장에서 돌이 쏟아졌다. 크로노가 에이라의 어깨를 붙잡았다. 마르는 열린 돌문 쪽을 가리켰고, 카에루는 부러진 기둥을 밀어 탈출로를 확보했다.
에이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자라를 보았다.
그러나 끌고 갈 수 없는 사람을 붙들다 모두 죽는 것은 아자라의 선택을 꺾는 일도, 살아남는 일도 아니었다. 그녀는 손을 거두고 달렸다.
아래층에서는 키노와 포로들이 이미 요새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네 사람은 무너지는 통로를 지나 절벽의 물길로 나왔다. 에이라가 휘파람을 불자 바위 골짜기에서 프테라들이 날아올랐다.
키노는 에이라에게 자기 프테라를 내주고 라루바의 다친 아이와 함께 다른 등에 올랐다.
“약속 지켜!”
“키노도!”
프테라들이 절벽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라보스가 요새 뒤편의 대지와 충돌했다.
소리는 빛보다 늦게 왔다. 먼저 세상이 하얗게 변했고, 다음 순간 뜨거운 벽이 하늘을 밀었다. 프테라들이 낙엽처럼 뒤집혔다. 크로노는 목의 돌기를 붙들었고, 마르는 짐승의 몸에 바짝 엎드렸다. 카에루의 프테라가 아래로 떨어지자 에이라가 자기 덩굴을 던져 두 짐승을 이어 붙였다.
그들은 불의 바깥쪽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티라노 요새는 보이지 않았다. 산과 숲이 있던 자리에 붉게 타는 거대한 구덩이만 남아 있었다. 하늘에서는 검은 돌과 불붙은 나무가 비처럼 떨어졌다.
라보스의 몸도 사라져 있었다.
“땅 아래로 갔어.” 마르가 말했다.
카에루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왕이 불렀던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뒤 수천만 년 동안 땅속에 남은 존재였다. 서기 600년의 결전은 시작이 아니라, 너무 오래된 잠을 건드린 순간에 불과했다.
충격이 잦아든 뒤 그들은 구덩이 가장자리로 돌아갔다.
바닥 깊은 곳에서 푸른빛이 깜박였다. 라보스가 땅을 찢은 자리에 시간의 문이 열린 듯했다. 그러나 루카의 열쇠 장치 없이도 빛은 스스로 돌고 있었다. 가장자리는 익숙한 푸른색이었지만 안쪽에는 눈보라 같은 흰빛이 보였다.
“넷이 함께 들어갈 수는 없어.” 마르가 말했다.
시간의 끝에서 배운 제한을 누구도 잊지 않았다.
카에루가 먼저 프테라에서 내렸다. 그는 어깨를 움직여 보다가 통증에 얼굴을 굳혔다.
“나는 남겠네.”
크로노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는 다친 이들이 있고, 이오카와 라루바 사이에는 아직 해결할 일이 남았네. 내 물의 힘도 돌아오지 않았지.” 카에루는 구덩이 아래의 문을 보았다. “무엇보다 저 불을 처음 부른 이름을 아는 이는 에이라네. 자네들과 함께 가야 하네.”
에이라는 키노와 멀리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키노는 말없이 가슴을 두드렸다. 살아남은 이들을 이오카로 데려가겠다는 뜻이었다.
“에이라, 갔다 온다.”
“키노, 기다리기만 안 한다. 마을 지킨다.”
마르는 카에루 앞에 섰다.
“시간의 끝에 닿는 길을 찾으면 바로 데리러 올게.”
“서두르되 무리하지는 말게. 누군가는 그 말을 크로노에게 계속 해 주어야 하니.”
크로노는 그랜드리온을 든 손목을 잡았다. 카에루도 그의 팔을 잡았다. 마왕성에서 떨어질 때와 같은 연결이었지만, 이번에는 놓는 쪽이 서로를 살리는 선택이었다.
세 사람은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크로노가 먼저 푸른빛에 손을 넣었다. 차가운 바람이 손등을 덮었다. 마르가 그의 반대편 손을 잡았고, 에이라가 두 사람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뒤에서 카에루가 검을 들어 올렸다.
“답을 찾게.”
크로노는 한 번 돌아본 뒤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붉은 하늘이 닫히고, 눈보라가 세 사람을 삼켰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