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 트리거 소설 8화] 돌아온 사람, 남겨진 죄
가르디아 성의 종은 왕비의 귀환을 알리기 위해 울렸다.
성당에서 들었던 기사단의 신호보다 높고 밝은 소리였다. 성벽 위의 병사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고, 안뜰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길 양쪽으로 물러났다. 부상당한 기사들은 서로의 어깨를 붙들고 일어섰으며, 시종들은 손에 든 물통과 붕대를 내려놓았다.
리네 왕비가 성문을 통과하자 누군가 울음을 터뜨렸다.
환호는 그 뒤에야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병사 몇 명이 왕비의 이름을 불렀고, 곧 성벽과 탑, 부엌의 열린 창문까지 소리가 번졌다. 실종되었던 왕비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한 번 이미 퍼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잘못 본 얼굴도, 멈춰 버린 수색도 아니었다. 피로와 흙, 찢어진 드레스까지 모두가 진짜 귀환을 증명하고 있었다.
크로노는 행렬의 뒤쪽에서 탑을 올려다보았다.
마르가 사라졌던 방의 창문은 닫혀 있었다.
루카가 그의 옆에서 추적 장치를 확인했다. 수정판의 바늘은 성당을 떠난 뒤 계속 동쪽을 가리켰지만, 성문 안으로 들어오자 빠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변화가 너무 커.”
그녀가 낮게 말했다.
“문이 열릴 때와 비슷하지만 같은 반응은 아니야. 공간이 아니라…… 역사가 자리를 맞추는 과정일지도 몰라.”
크로노는 중앙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비병이 길을 막으려 했지만 리네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들을 보내 주세요.”
왕비의 한마디에 창이 거두어졌다.
카에루는 그녀 곁에 남았다. 어깨의 상처에는 임시 붕대가 감겨 있었고, 망토는 여러 군데 찢어져 있었다. 리네가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한 걸음 물러섰다.
“왕비님께서는 먼저 전하를 만나셔야 합니다.”
“그대도 함께 와요.”
“저는…….”
카에루의 시선이 성 안의 기사들에게 향했다.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존경을 담아 그를 보았지만, 다른 이들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라 눈을 피했다.
리네는 더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면 기다려 주세요. 이번에는 내 허락 없이 사라지지 말고.”
카에루는 대답 대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크로노와 루카는 계단을 뛰어올랐다.
성 안에는 왕비를 맞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길이 막혀 있었다. 루카는 가방이 벽에 부딪칠 때마다 욕설을 삼켰고, 크로노는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 사이에서 빈틈을 찾아냈다. 중앙 홀을 지나 오른쪽 탑의 나선형 계단에 들어서자 바깥의 환호가 돌벽 너머로 멀어졌다.
마르의 방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왕비가 사라진 뒤 수색을 위해 열어 둔 문이 바람에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크로노가 밀자 경첩이 길게 울었다.
방은 떠날 때와 같았다.
지도는 탁자 위에 펼쳐져 있었고, 의자는 옆으로 밀려 있었다. 벽난로의 불은 거의 꺼져 재만 남았다. 마르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루카가 장치를 탁자 위에 올렸다.
바늘이 끝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떨어졌다. 수정판 안에서 푸른빛이 한 번 돌았다.
“변화가 멈췄어.”
그녀가 말했다.
크로노는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성당에서 야크라를 쓰러뜨렸고, 진짜 왕비는 살아 돌아왔다. 마르가 사라진 원인이 리네의 죽음이라면 이제 되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창밖의 종소리만 계속 울렸다.
루카는 장치를 다시 작동시켰다. 전선을 바꾸고 수정의 방향을 돌렸다. 손목이 부어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그녀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의 변화가 사람에게 반영되는 데 지연이 있을 수도 있어. 아니면 마르가 사라진 지점과 돌아오는 지점이 다를 수도 있고. 문이 처음 열린 협곡이나—”
크로노가 손을 들었다.
루카는 말을 멈췄다.
방 안의 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던 회색 햇빛 사이에 아주 약한 황금빛이 섞였다. 먼지들이 한곳으로 모이며 사람의 윤곽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손가락, 다음에는 팔과 어깨가 나타났다. 투명한 형체 너머로 지도와 벽난로가 비쳤다.
크로노는 다가가려다 멈췄다.
루카가 숨도 쉬지 않고 장치의 수치를 보았다.
형체에 색이 돌아왔다.

붉은 조끼와 흰옷, 금빛 머리카락이 빛 속에서 차례로 제 모습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푸른 보석이 가슴께에 나타났다.
마르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크로노가 그녀를 붙잡았다.
이번에는 손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체온과 무게가 분명했다. 마르는 숨을 들이마시며 그의 팔을 꽉 잡았다. 물속에서 오래 버티다 나온 사람처럼 가슴이 거칠게 움직였다.
“크로노…….”
그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을 몇 번 접었다 펴고, 바닥에 생긴 그림자까지 확인했다.
“돌아온 거야?”
크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는 눈을 감았다. 울음을 참는 것인지 웃음을 참는 것인지 알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잠시 뒤 그녀는 크로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
“놓지 않았네.”
그 말은 사라지기 직전의 부탁에 대한 대답이었다.
크로노는 손에 힘을 주었다.
루카는 두 사람 옆에 쭈그려 앉아 마르의 손목을 잡았다. 맥박을 확인하고 눈동자와 호흡을 살폈다. 평소처럼 침착한 척했지만 안경 안쪽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어디 아픈 데는?”
마르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있었어.”
마르는 천천히 말했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고, 춥지도 않았어. 소리도 없었는데 가끔 누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어.”
그녀는 크로노와 루카를 번갈아 보았다.
“얼마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루카는 마르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숨을 내쉬었다.
“설명은 나중에 할게. 나도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마르가 몸 상태보다 먼저 확인한 것은 한 사람이었다. “왕비는?”
“구했어.” 루카가 그 질문만큼은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진짜 리네 왕비가 성으로 돌아왔고, 그래서 너도 다시 존재하게 된 거야.”
마르의 눈이 커졌다.
“그럼 내가 사라진 건…….”
“왕비가 죽을 역사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야.”
루카는 말을 어렵게 골랐다.
“네가 이 시대에 나타나 왕비로 오인됐고, 수색이 중단됐어. 진짜 왕비를 구하지 못하면 그 뒤의 혈통이 이어지지 않으니까 너도 태어날 수 없게 되는 거지.”
마르는 펜던트를 감싸 쥐었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루카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네 탓이 아니야.”
그녀가 먼저 말했다.
“우리 장치와 펜던트가 반응한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우리가 여기 와서 역사를 건드렸고, 그 결과를 직접 본 건 사실이야.”
루카는 수정판의 빛이 꺼진 장치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모른다는 이유로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
마르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왕비를 만나고 싶어.”
세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중앙 홀에서는 왕과 리네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기다렸고, 진짜 재상은 야크라가 자신의 모습으로 성을 속였던 과정을 기사단장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마르가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
리네의 얼굴은 그녀와 닮아 있었다.
같은 금빛 머리와 눈매, 고개를 들 때의 작은 습관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자세와 표정에는 이 시대에서 살아온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마르는 자신과 닮은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어져 온 먼 뿌리를 처음 본 사람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리네가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
왕비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자신과 닮은 낯선 소녀, 사라져 있던 동안 성 사람들이 왕비라 믿었던 사람이라는 설명을 이미 들었을 것이다.
리네는 왕의 팔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와 마르 앞에 섰다.
“그대가 나 대신 이 성에 있었다고 들었어요.”
마르는 무릎을 꿇어야 할지, 이름을 밝혀야 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미안해요.”
결국 같은 말을 했다.
“사람들이 나를 왕비님이라고 불렀는데, 바로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수색이 멈췄고…….”
리네는 마르의 손을 잡았다.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진 사람이 두려워한 것을 죄라 부를 수는 없어요.”
마르는 왕비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왕이 자신을 리네라 믿고 잡았던 손과는 다른 온기였다.
“하지만 내 선택 때문에 왕비님이 위험해졌어요.”
“그 위험을 되돌리기 위해 그대와 동료들이 왔지요.”
리네는 크로노와 루카를 보았다.
“사람은 처음에 무엇을 몰랐는가보다, 알게 된 뒤 무엇을 선택했는가로 판단받아야 해요.”
마르는 그 말을 오래 기억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왕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내와 지나치게 닮은 소녀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리네가 지금 묻지 말라는 눈길을 보내자 입을 다물었다.
마르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백 년 뒤의 공주라고 설명하는 일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증명하는 순간 또 다른 변화가 생길지도 몰랐다.
카에루는 홀 가장자리의 기둥 곁에 서 있었다.
리네가 그를 불렀다.
“이제 약속대로 사라지지 않았군요.”
카에루는 앞으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왕비님을 위험에 빠뜨린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대가 나를 납치했나요?”
“아닙니다.”
“그대가 수색을 멈추게 했나요?”
“아닙니다.”
“그대가 나를 버렸나요?”
카에루는 대답하지 못했다.
리네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카에루, 나를 지키는 일은 단 한 번도 위험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위험 속에서도 돌아올 길을 찾는 것이지요.”
카에루는 검자루 위에 두 손을 올렸다.
“그 말씀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자격은 그대 혼자 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왕비의 말에도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크로노는 카에루가 성당에서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죽인 뒤의 무게를 버리지 말되, 그 무게 때문에 다음 사람을 지키지 못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었다. 정작 카에루 자신은 더 오래된 무게에 발이 묶여 있었다.
리네는 그 사실을 알고도 지금 당장 끌어내려 하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받고 쉬어요.”
“명은 따르겠습니다.”
카에루는 일어섰지만 성 안쪽이 아니라 출구를 향했다.
루카가 그를 따라갔다.
“어디 가?”
“왕비님께서 돌아오셨으니 내 역할은 끝났소.”
“방금 쉬라는 명을 받았잖아.”
“성 밖에도 치료할 곳은 있소.”
루카는 답답한 듯 안경을 밀어 올렸다.
“처음에는 내가 무례했어. 사과할게.”
카에루가 걸음을 멈췄다.
“당신을 보고 놀랐고, 그걸 그대로 말했어. 하지만 성당에서 우리를 구한 것도, 왕비를 끝까지 찾은 것도 당신이야.”
카에루는 루카를 돌아보았다.
“그대가 두려워한 것은 내 모습이었소. 지금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 성에 남는 일이오. 어느 쪽도 사과만으로 사라지지는 않지.”
루카는 입술을 다물었다.
“다만 그대는 두려움 속에서도 나와 함께 싸웠소.”
카에루는 아주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면 충분하오.”
그는 크로노 앞에 섰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보았다. 성당에서 검을 맞추던 시간보다 지금의 침묵이 더 길었다.
“그대는 훌륭한 검사가 될 수 있소.”
카에루가 말했다.
크로노는 금이 간 자신의 검을 보았다.
“칼이 아니라 선택을 먼저 세울 수 있다면.”
카에루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크로노도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짧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작별을 대신했다.
카에루는 성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푸른 망토가 저녁바람에 흔들렸고, 그의 모습은 숲으로 이어지는 길 안에서 작아졌다. 어디로 가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해가 기울 무렵, 크로노와 마르, 루카도 성을 떠났다.
리네는 시간의 문이나 미래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았다. 대신 세 사람이 떠나기 전 먹을 것과 새 붕대를 챙겨 주었다. 왕은 낯선 젊은이들에게 왕실의 보상을 내리려 했지만 크로노가 거절했다. 이 시대의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이 어떤 변화를 만들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가르디아 숲을 지나 트루스 협곡으로 향했다.
올 때와 같은 길이었지만 마르는 모든 것을 새롭게 보았다. 자신이 처음 쓰러져 있던 숲, 병사들이 무릎을 꿇었던 자리, 크로노가 홀로 지나왔을 바위길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정말 혼자 여기까지 왔어?”
그녀가 물었다.
크로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섭지 않았어?”
크로노는 자신의 기억을 숨기지 않고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 “무서웠어.”
짧은 대답에 마르는 걸음을 멈췄다.
크로노가 자신의 두려움을 입 밖으로 말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는 그것을 숨기려 하지도, 길게 설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마르는 다시 걷기 시작하며 그의 옆에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그래도 와 줬네.”
그녀가 말했다.
협곡 가장 높은 곳에는 크로노가 처음 떨어졌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눌린 풀과 깨진 가지 사이로 둥근 빛이 희미하게 일렁였다. 육안으로는 햇빛의 흔들림처럼 보였지만 루카의 장치를 가까이 가져가자 수정판이 밝게 반응했다.

“문은 아직 열려 있어.”
루카가 허리춤에서 작은 열쇠 모양 장치를 꺼냈다.
시연장 사고 뒤 밤새 만든 장비였다. 손잡이를 돌리자 빛의 흔들림이 넓어지고 푸른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같은 문을 어느 정도 열고 닫을 수 있어. 완전히 통제하는 건 아니지만.”
마르가 구멍 안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는지 아는 거지?”
“우리가 출발한 시점과 연결돼 있어. 오차가 없다면.”
“오차가 있으면?”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크로노가 먼저 문 앞에 섰다.
마르는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이번에는 같이 가.”
세 사람은 동시에 빛 속으로 들어갔다.
시간의 문 안에서는 여전히 방향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처음과 달리 혼자가 아니었다. 크로노는 양옆에서 마르와 루카의 존재를 느꼈다.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목소리가 멀리 찢어지지 않았다.
푸른빛이 열리고, 발밑에 금속판이 나타났다.
그들은 리네 광장의 시연장 위로 굴러 나왔다.
해는 아직 지지 않았다.
천년제의 음악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렸다. 이 시대에서는 그들이 떠난 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듯했다. 타반은 장치 옆에 앉아 있다가 세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벌떡 일어섰다.
“루카!”
그는 딸을 끌어안으려다 가방과 무기, 피 묻은 옷을 보고 멈췄다.
“도대체 어디를 다녀온 거냐?”
루카는 긴 설명 대신 아버지의 어깨에 잠시 이마를 기대었다.
“아주 먼 곳.”
타반은 더 묻지 않고 딸을 안았다.
마르는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사탕 가판대, 춤추는 사람들, 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그대로였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역사가 될 뻔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 채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돌아왔네.”
그녀는 펜던트를 손으로 감쌌다.
그러나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광장 아래에서 왕실 경비병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마르가 사라진 뒤 성에서는 공주를 찾기 위해 병력을 풀었을 것이다. 붉은 갑옷을 입은 지휘관이 그녀를 발견하고 속도를 높였다.
“공주님!”
주변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마르의 얼굴이 굳었다.
광장에서 자신을 마르라 소개했던 소녀가 왕실 경비병에게 공주라 불리는 순간이었다. 크로노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루카에게 들었지만, 마르는 그의 반응을 확인하듯 바라보았다.
“나디아 공주님, 무사하셨군요.”
지휘관이 계단을 올라와 무릎을 꿇었다. 뒤따른 병사들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이 크로노에게 닿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자가 공주님을 데려간 자인가?”
마르는 지휘관의 판단을 끊듯 즉시 앞으로 나섰다. “아니야. 크로노는 나를 구했어.”
“전하께서는 공주님을 즉시 성으로 모셔 오라 명하셨습니다.”
지휘관은 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판단은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주님과 함께 있었던 자를 조사하라고 하셨습니다.”
병사 둘이 크로노의 양옆으로 다가왔다.
루카도 크로노 곁으로 나섰다. “조사라니, 무슨 혐의로?”
지휘관은 주저 없이 답했다. “공주 납치.”
“납치한 사람이 직접 구하러 시간까지 건너갔다고 생각해?”
지휘관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루카를 바라보았다. “시간이라고 했나?”
루카는 설명할수록 불리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설명할수록 상황이 나빠질 수 있었다.
마르가 크로노 앞을 막았다.
“내가 원해서 함께 다녔어. 먼저 같이 구경하자고 한 것도 나야.”
“그 말씀은 성에서 들으시겠습니다.”
지휘관의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물러설 뜻이 없었다.
크로노는 병사들의 손이 검자루에 놓이는 것을 보았다. 지금 싸우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마르는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도망치는 순간 납치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그는 검에서 손을 떼었다.
병사가 손목에 쇠고리를 채웠다.
마르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크로노, 왜 가만히 있어?”
그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는 뜻이 아니었다. 지금은 칼을 뽑을 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루카는 이를 악물었지만 그의 판단을 이해했다. 타반에게 망가진 보조 측정기를 건네며 시연장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라고 빠르게 속삭였다. 시간의 문을 여는 열쇠 장치는 자신의 허리춤에 다시 고정했다. 마르는 경비병들에게 계속 항의했지만 지휘관은 명령을 반복했다.
크로노는 계단 아래로 끌려갔다.
아침에 고양이를 찾아 주었던 아이와 아버지가 군중 속에 서 있었다. 사탕 가판대의 상인, 시연을 보던 부부, 힘겨루기 장사의 주인도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은 걱정했고, 어떤 사람은 수군거렸다.
천년제의 종이 다시 울렸다.
아침에는 새로운 하루를 알리던 소리였다. 이제는 성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피고인을 호송하는 신호처럼 들렸다.
마르는 병사들 사이에서 크로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리네 광장의 깃발들이 저녁빛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마르와 루카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천 년의 시간을 건너 한 사람을 되찾았지만, 돌아온 자리에는 그 선택을 심판하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르디아 성의 문이 멀리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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