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 트리거 소설 20화] 부러진 검의 이름
그란과 리온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왼쪽의 칼날이 크로노를 향해 곧게 들어오는 동안, 오른쪽의 형상은 제단 뒤로 돌아 루카와 마르 사이를 갈랐다. 두 공격은 빠르기보다 간격이 정확했다. 하나를 피하면 다른 하나가 피한 자리에 닿았다.
크로노는 첫 칼을 검등으로 흘리고 몸을 낮췄다. 머리 위에서 두 번째 칼날이 지나가며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잘랐다. 그는 반격하지 않고 마르 쪽으로 물러났다.
“둘이 서로 보고 있지 않아.”
마르도 알아차렸다. 가면을 쓴 얼굴은 각자 다른 곳을 향했지만 발의 움직임은 한 사람이 양손을 쓰는 것처럼 이어졌다.
루카가 제단 옆으로 발사기를 겨눴다. 탄환이 리온의 발밑에 맞아 돌가루를 튀겼다. 그가 옆으로 피하자 그란의 검이 빈틈을 덮었다. 루카는 몸을 틀었으나 칼끝이 공구 가방의 끈을 끊었다. 나사와 작은 도구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물건부터 공격하는 건 반칙 아니야?”
“전투 전에 규칙을 묻지 않았잖아.”
아이의 목소리가 가면 안쪽에서 웃었다.
루카는 떨어진 도구를 줍지 않았다. 부은 손목을 감싸고 있던 천을 풀어 손가락 사이에 감았다. 불꽃을 만들 때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고정한 뒤, 리온이 다시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그가 검을 들자 루카는 칼날이 아니라 바닥의 돌가루에 불을 뿜었다. 뜨거워진 먼지가 붉게 솟아 시야를 가렸다. 리온은 멈추지 않고 그 속을 통과했지만, 가면에 달라붙은 열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마르가 그 순간 물을 얇은 끈처럼 휘둘렀다. 물줄기는 리온의 칼 손잡이를 감고 방향을 옆으로 틀었다. 크로노가 한 걸음 들어가 손목을 쳤다.
금속이 부딪치는 대신 맑은 종소리가 났다.
리온의 몸이 빛으로 흔들렸고, 반대편의 그란도 같은 위치의 손을 움켜쥐었다.
“하나를 치면 둘 다 느껴.” 마르가 말했다.
“둘이 아니라 하나의 힘을 나눠 가진 거야.” 루카가 대답했다.
그란과 리온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두 형상이 제단 양쪽을 빠르게 돌며 원을 좁혔다. 칼날이 만드는 바람이 동굴 벽을 긁었고, 바닥에 흩어진 나사들이 원 안쪽으로 끌려갔다.
크로노는 공격의 중심이 자신이 아니라 제단이라는 것을 보았다. 부러진 검이 두 아이의 움직임에 맞춰 떨리고 있었다. 그들이 지키는 물건인 동시에 힘이 돌아가는 축이었다.
그는 제단 쪽으로 달렸다.
두 칼날이 동시에 방향을 바꿨다. 하나는 앞에서 가슴을 노리고, 다른 하나는 뒤에서 다리를 베어 왔다. 크로노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검집을 풀어 뒤쪽 칼의 궤도에 던지고, 앞의 칼날 아래로 미끄러졌다. 가죽이 잘려 날아가는 사이 그의 손이 부러진 검의 손잡이에 닿았다.
차가운 금속 안에서 누군가의 숨 같은 것이 떨렸다.
뽑으려 하자 제단 전체가 무거워졌다. 돌이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었다. 칼을 쥔 손을 통해 오래된 망설임과 분노, 떠나간 사람의 무게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크로노는 손잡이를 놓았다.
그란의 칼이 어깨를 스쳤다. 옷이 찢어지고 피가 번졌다.
“왜 놓았어?”
“지금 내 것이 아니니까.”
“그럼 시험은 끝났네.”
리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형상은 물러나 제단 앞에서 나란히 섰다. 잠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했으나, 몸의 경계가 서로를 향해 녹아들었다. 두 빛이 겹치며 동굴 천장에 닿을 만큼 큰 그림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가져갈 수 없는 것과 지킬 수 없는 것은 다르지.”
합쳐진 존재의 목소리는 깊은 바람처럼 울렸다.
거대한 몸이 완성되자 동굴의 공기가 한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제단 주변의 돌조각과 부러진 나뭇가지가 회오리에 말려 올라갔다. 크로노는 검을 바닥에 꽂아 몸을 버텼다. 마르는 제단 모서리를 잡았고, 루카는 넘어지며 바닥의 홈에 손가락을 걸었다.
회오리 중심에서 거대한 칼날이 아래로 떨어졌다.
크로노가 옆으로 몸을 던지자 칼날은 제단을 비껴 바닥을 갈랐다. 충격으로 꽂아 둔 검이 튀어 올랐다. 그는 공중에서 손잡이를 잡았지만 착지할 자리가 없었다. 바람이 등을 밀어 갈라진 틈 쪽으로 끌고 갔다.
마르가 손을 뻗었다. 물방울이 손끝에서 길게 이어져 크로노의 손목을 감쌌다. 가느다란 물줄기는 사람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끊어질 듯 늘어났다.
루카가 마르의 허리를 붙잡았다.
“당겨!”
세 사람의 몸이 한 줄로 이어졌다. 크로노는 발끝으로 틈의 가장자리를 찾았고, 마르는 손목의 통증을 무시한 채 물을 놓지 않았다. 루카는 뒤꿈치를 돌 홈에 걸어 두 사람의 무게를 받쳤다.
거인이 다시 칼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셋 다 날아가겠네.”
루카는 바람 속에서 제단 위의 불씨를 보았다. 자신이 달군 돌가루 한 조각이 아직 붉게 남아 원을 따라 돌고 있었다. 회오리는 거인의 몸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었다. 바닥의 원을 따라 모였다가 칼날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크로노, 칼을 휘두르지 마! 바닥을 끊어!”
크로노는 몸을 일으키며 회오리의 가장 얇은 부분을 찾았다. 바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먼지와 물방울이 그려 주는 결이 있었다. 그는 검을 크게 휘두르는 대신, 바닥 가까이 수평으로 그었다.
푸른 빛이 칼끝에서 짧게 뻗었다.
번개는 거인을 향하지 않았다. 바람이 모이는 원 한쪽을 가르며 돌바닥에 박혔다. 회오리의 흐름이 끊어지자 떠오르던 파편들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거인의 칼이 내려오는 속도도 잠깐 늦어졌다.
마르는 크로노의 손목을 감은 물을 풀어 거인의 발밑으로 보냈다. 물은 갈라진 바닥을 따라 흐르며 무너진 원을 더 넓혔다. 루카의 불꽃이 젖은 돌 위를 스쳐 급격한 증기를 만들었다.
흰 김이 거인의 무릎을 감쌌다. 그가 중심을 잃고 한쪽 발을 옮겼지만, 그곳에는 크로노가 끊어 놓은 바람의 빈틈이 있었다.
세 사람은 말로 순서를 정하지 않았다.
루카가 손을 내리는 것을 보고 마르는 물을 거뒀다. 시야가 열리는 순간 크로노가 증기 사이로 들어갔다. 거대한 칼을 피하려 몸을 낮추고, 상대의 가슴에 떠오른 두 개의 빛 사이로 검을 밀어 넣었다.
그는 찌르지 않았다.
칼날을 비틀어 두 빛의 방향을 갈랐다.
맑은 종소리가 이번에는 두 번 울렸다. 거대한 몸이 중앙에서 금이 간 유리처럼 갈라졌고, 그란과 리온이 서로 반대쪽으로 굴러 나왔다.
동굴의 바람이 멎었다.
크로노는 무릎을 짚고 숨을 골랐다. 어깨의 상처에서 피가 팔을 타고 떨어졌다. 마르는 그에게 달려가 물로 상처를 씻었고, 루카는 흩어진 공구들 가운데 쓸 만한 붕대를 찾았다.
제단 앞에 누운 두 아이는 천장을 보며 웃었다.
“칼보다 먼저 움직인 게 있었어?” 리온이 물었다.
“셋이나 있었지.” 그란이 대답했다. “눈, 믿음, 그리고 고집.”
“고집은 칼보다 늦었을지도 몰라.”
“루카 것은 빨랐어.”
“듣고 있거든.” 루카가 말했다.
그란과 리온은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길을 막지 않았다. 두 아이가 제단에 손을 대자 부러진 검 주위의 녹이 빛으로 벗겨졌다. 칼날은 절반만 남아 있었지만 중심에는 맑고 곧은 금속결이 드러났다.

“이건 완성된 무기가 아니야.” 그란이 말했다.
“오래전에 부러졌고, 우리 힘도 둘로 갈라졌지.” 리온이 이어 말했다.
“누구 손에서 부러졌는지 알려 줄 수 있어?” 마르가 물었다.
두 아이의 장난기가 처음으로 사라졌다.
“그건 칼이 들려줄 이야기가 아니야.”
“살아 있는 사람이 말해야 할 이야기지.”
크로노는 카에루의 지하 거처와 닫힌 상자를 떠올렸다.
그란이 부러진 칼날을 제단에서 들어 올렸다. 크로노가 손을 내밀자 아이는 바로 건네지 않고 물었다.
“이걸 네가 쓸 거야?”
“아니.”
“그럼 누구에게 줄 건데?”
크로노는 대답하지 못했다. 카에루가 산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한 말, 타타가 용사의 표식을 숨기던 손, 다리 위 병사들이 남겨 둔 빵이 차례로 떠올랐다.
“먼저 물어볼 거야.”
그란은 만족한 듯 칼날을 건넸다.
산을 내려갈 때 두 아이는 폭포 위에 떠오른 빛으로 길을 열었다. 세 사람의 몸이 깃털처럼 들렸다가 산기슭의 풀밭에 내려앉았다. 타타가 몇 시간에 걸쳐 달아난 길이 눈 한 번 감는 사이 멀어졌다.
도리노로 돌아왔을 때는 밤이었다.
타타의 집 앞에 쌓였던 선물은 안으로 옮겨지지 않은 채 비를 맞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소년과 아버지가 마주 앉은 모습이 보였다. 타타는 목에 걸었던 표식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내가 주운 거예요.”
문밖에서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카에루라는 사람이 숲에서 떨어뜨렸어요. 사람들이 그걸 보고 날 용사라고 불렀고……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서.”
아버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손을 뻗어 표식이 아니라 아들의 다친 무릎을 만졌다.
“돌아왔으면 됐다.”
세 사람이 문을 두드리자 타타는 울다 만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그는 크로노가 든 천 꾸러미를 보고 숨을 삼켰다.
“정말 검을 찾았어?”
“절반만.” 루카가 말했다.
타타는 식탁 위의 표식을 집어 들었다. 놓고 싶으면서도 마지막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손이었다.
“이건 내 것이 아니야. 카에루에게 돌려줘.”
마르는 표식을 받았다.
“네가 직접 주는 게 낫지 않을까?”
타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못 가. 하지만 언젠가 내가 말할 거야. 훔치려고 한 건 아니었다고, 용사인 척해서 미안하다고.”
“그럼 그 말은 네가 가지고 있어. 우리는 이것만 먼저 전할게.”
저주받은 숲의 지하 거처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카에루는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문이 열리자 곧바로 세 사람이 든 물건을 보았다. 마르가 영웅의 표식을 탁자 위에 놓았고, 크로노는 부러진 칼날을 그 옆에 내려놓았다.
카에루의 얼굴에서 색이 빠졌다.
“산에 올랐군.”
“그란과 리온을 만났어.” 루카가 말했다.
그 이름을 들은 카에루는 눈을 감았다. 오래 피하던 사람이 문밖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처럼,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크로노는 닫힌 나무 상자를 바라보았다.
“다른 조각이 있지?”
카에루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잠금쇠를 열었다. 안에는 칼자루와 짧게 남은 밑동이 천에 싸여 있었다. 오래 닦은 흔적이 있었지만 손이 자주 닿지 않은 물건처럼 차가웠다.

두 조각을 가까이 놓자 서로를 알아본 듯 낮은 울림이 났다.
카에루는 칼자루를 들지 못하고 손을 거두었다.
“이것은 내 벗의 검이었네.”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벗’이라는 한 단어에 산 아래에서 들은 모든 영웅 노래보다 긴 이야기가 눌려 있었다.
루카가 칼자루 밑면을 살폈다. 때와 녹을 천으로 닦아 내자 작은 글자가 드러났다. 장인이 자기 작품에 남긴 표식이었다.
마르가 등불을 가까이 가져왔다.
세 사람은 그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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