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 트리거 소설 19화] 영웅이 달아난 산

도리노 마을의 술집에서는 아직 만나 보지 못한 용사의 노래가 이미 세 번째 절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마왕의 성문을 한 번에 가르고, 검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며, 손짓만으로 마족 백 명을 쓰러뜨린다는 내용이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취한 사람들은 잔을 부딪쳤고, 구석에 앉은 병사 가족들은 그 과장된 약속을 믿고 싶은 얼굴로 박수를 쳤다.

마르는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려 연주자에게 물었다.

“그 용사를 직접 본 적 있어요?”

“물론이지.”

연주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가, 동전을 받기 전에 말을 고쳤다.

“정확히는 본 사람을 만났네. 포레의 타타라는 소년이 영웅의 증표를 얻었다더군. 지금쯤 데나도로 산에서 전설의 검을 뽑고 있을 거야.”

“어떻게 생긴 검인데요?” 루카가 물었다.

“그랜드리온. 마왕의 마력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칼이지.”

이름을 말할 때만큼은 술집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누군가는 가슴 앞에 손을 모았고, 누군가는 빈 잔을 들어 남쪽을 향했다. 사람들은 검의 모양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도 서로 다르게 이야기했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을 그 칼과 어린 용사가 대신해 주리라는 믿음이었다.

타타의 집에는 축하 선물과 편지가 문 앞까지 쌓여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손님을 보자마자 새 영웅의 위업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타타는 어려서부터 남달랐지. 언젠가 큰일을 해낼 줄 알았어. 증표가 아이 손에 들어온 것도 운명이 아니겠나?”

그는 자랑스럽게 웃었으나 자꾸 창밖의 산을 보았다. 식탁에는 식어 버린 수프 한 그릇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마르는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언제 떠났어요?”

“어제 아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혼자 보냈어요?”

아버지의 웃음이 멈췄다.

“용사니까.”

그 말은 대답이 아니라 변명처럼 집 안에 남았다.

크로노는 문 옆에 놓인 작은 장화를 보았다. 진흙도 묻지 않은 새 장화였다. 타타는 그것보다 낡고 얇은 신발을 신고 산으로 갔을 것이다. 사람들이 용사의 복장을 마련하는 동안, 소년은 이미 떠난 뒤였다.

집을 나온 세 사람은 먼저 저주받은 숲으로 향했다. 마왕과 싸울 사람을 찾는다면 카에루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숲은 지난번보다 더 깊게 젖어 있었다. 나무뿌리 사이에 고인 물에서 작은 괴물들이 튀어나왔고, 덩굴은 발목을 잡은 뒤 늪 쪽으로 당겼다. 크로노가 앞에서 길을 열고 마르가 얼린 물 위로 발판을 만들었다. 루카는 불을 크게 쓰지 않았다. 마른 속껍질 하나에 불씨가 붙으면 숲 전체가 적보다 위험해질 수 있었다.

가장 안쪽의 덤불 아래에는 땅속으로 내려가는 좁은 통로가 있었다.

카에루의 거처는 집이라기보다 숨는 장소에 가까웠다. 낮은 천장, 꺼진 화로, 벽에 기대 둔 장검, 그리고 닫힌 나무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카에루는 침상 끝에 앉아 칼집의 흠집을 닦고 있었다.

“다시 만났네.”

마르는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지만, 카에루는 세 사람의 얼굴보다 허리와 손을 먼저 보았다. 새 검, 루카의 발사기, 마르의 활 없는 빈 어깨를 확인한 뒤에야 시선을 들었다.

“전쟁터를 지나왔군.”

“제난 다리를 막았어.” 루카가 말했다. “그리고 마왕이 라보스를 불러냈다는 말을 들었어.”

카에루의 손이 칼집 위에서 멈췄다.

“라보스가 무엇이지?”

“미래를 파괴하는 존재.” 마르가 대답했다. “우리는 마왕이 그걸 불러내기 전에 막으려 해.”

카에루는 오래 침묵했다. 놀라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두려움에 새로운 이름이 붙은 듯한 얼굴이었다.

루카가 한 걸음 다가갔다.

“그랜드리온에 대해 알아?”

장검을 잡은 손가락이 굳었다.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나.”

“마을 사람들이 마왕의 힘을 깨뜨릴 검이라고 했어. 타타라는 아이가 찾으러 갔고.”

카에루는 고개를 숙였다. 목 아래의 피부가 천천히 들썩였다.

“그 아이는 용사가 아닐세.”

“그럼 누가 용사인데?” 마르가 물었다.

카에루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닫힌 상자를 한번 보았다. 크로노는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지만 묻지 않았다.

“데나도로 산은 아이가 오를 곳이 아니야.” 카에루가 말했다. “가야 한다면 서둘러라.”

“같이 가자.”

마르의 제안은 곧고 짧았다.

카에루는 장검을 집어 들지 않았다.

“나는 그 산에 오를 자격이 없네.”

“아이를 데려오는 데 자격이 왜 필요해?”

그 질문에 카에루의 눈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부탁하네.”

크로노는 침상 옆 바닥에 난 오래된 칼자국을 보았다. 수없이 같은 위치에서 칼을 뽑다 멈춘 흔적이었다. 그를 억지로 끌어내는 것은 동행이 아니라 또 다른 명령이 될 수 있었다.

크로노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르는 입술을 다물었다. 세 사람은 카에루의 거처를 나왔다.

바깥에서 루카가 낮게 말했다.

“그랜드리온을 알아. 단순히 이름만 들은 게 아니야.”

“상자 안에 뭔가 있었어.” 크로노가 말했다.

마르는 뒤를 돌아보았다. 덤불은 이미 지하 입구를 가리고 있었다.

“그럼 더더욱 돌아와서 물어야겠네. 타타를 먼저 찾고.”

데나도로 산 초입에서는 비탈을 뛰어 내려오는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소년은 몸에 맞지 않는 가죽 흉갑을 입고 있었다. 한 손으로 목에 걸린 둥근 표식을 움켜쥔 채, 뒤에서 굴러오는 바위보다 빠르게 달리려 애썼다. 발이 돌뿌리에 걸리며 앞으로 넘어졌고, 머리 위로 녹슨 도끼가 날아왔다.

크로노가 사이로 들어가 검을 세웠다.

도끼와 칼이 부딪치자 팔이 저렸지만 칼날은 흔들리지 않았다. 도끼를 든 괴물은 머리와 어깨를 나무통 같은 껍질로 감싸고 있었다. 크로노가 옆구리를 베었으나 단단한 외피에서 불꽃만 튀었다.

루카가 손끝의 불씨를 껍질에 붙였다. 젖은 나무 냄새와 함께 증기가 솟았고, 괴물이 놀라 도끼를 놓쳤다. 크로노는 드러난 무릎 뒤를 쳐 넘어뜨렸다.

데나도로 산 초입의 숲길과 오간 - Vorxu
데나도로 산 초입의 숲길과 오간 - Vorxu

마르는 소년을 일으켰다.

“타타지?”

소년은 부정하려다 목의 표식을 숨겼다. 둥근 금속판에는 오래된 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난 내려가는 게 아니야. 아래쪽 적을 살피러…….”

산 위에서 괴물의 울음이 들리자 타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마르는 그의 거짓말을 지적하지 않았다. 무릎에 난 상처를 물로 씻어 주고 붕대를 묶었다.

“집까지 갈 수 있겠어?”

“나 혼자 갈 수 있어.”

소년은 용사의 표식을 다시 옷 밖으로 꺼냈다. 그것이 없으면 더 어린아이로 보일까 두려운 듯했다.

“검은 산꼭대기에 있어. 그런데 이상한 아이들이 지키고 있어. 나를 보더니 진짜가 아니라고 웃었어.”

“뭐가 진짜가 아니라는 거지?” 루카가 물었다.

타타는 표식을 내려다보았다.

“용사.”

그는 세 사람을 지나쳐 산 아래로 뛰어갔다. 크로노는 뒤쫓지 않았다. 도망치는 아이의 발걸음은 산을 오를 때보다 훨씬 정직해 보였다.

산길은 위로 갈수록 좁아졌다. 한쪽에는 깎아지른 절벽이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폭포 물보라가 날아왔다. 날개 달린 괴물들이 높은 가지에서 돌을 떨어뜨렸으며, 나무껍질 갑옷을 입은 전사들은 경사면 위에서 도끼를 굴렸다.

사다리가 이어진 데나도로 산 중턱 - Vorxu
사다리가 이어진 데나도로 산 중턱 - Vorxu

세 사람은 힘으로 길을 밀지 않았다. 크로노가 도끼의 궤도를 난간 바깥으로 흘리면 루카가 불로 갑옷의 이음새를 벌렸다. 마르는 폭포 물을 짧게 얼려 절벽에 붙일 발판을 만들었다. 얼음은 몇 걸음 뒤에서 부서졌고, 그때마다 내려갈 길 하나가 사라졌다.

폭포 옆 절벽길의 보물상자 앞에 선 일행 - Vorxu
폭포 옆 절벽길의 보물상자 앞에 선 일행 - Vorxu

정오가 지나자 루카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부은 손목은 불을 만들 때마다 열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마르의 입술도 추위로 색을 잃었다. 크로노는 가장 가까운 바위 그늘을 가리켰다.

“쉬자.”

“타타는 내려갔어. 급할 건 없어.” 마르가 말했지만 앉자마자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넣었다.

루카는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제난 다리가 실처럼 가늘게 보였고 그 너머로 전쟁의 연기가 북쪽 하늘을 더럽히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검 하나가 전쟁을 끝내 줄 거라고 믿고 있어.”

“그 믿음 때문에 타타가 여기까지 올라왔지.” 마르가 대답했다.

“그래도 검이 실제로 마왕의 힘을 막을 수 있다면 필요해.”

마르는 목에 걸린 펜던트를 만졌다.

“필요한 것과 사람을 대신해 주는 건 다른 거야. 검을 찾더라도 누가 왜 드는지는 우리가 정해야 해.”

크로노는 새 칼의 날을 천으로 닦았다. 보슈의 말이 떠올랐다. 좋은 칼은 힘을 대신 내지 않는다. 실수했을 때 한 번쯤 손목을 살려 줄 뿐이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그들은 산 정상 아래의 동굴에 닿았다.

산 정상 아래 동굴로 이어지는 길 - Vorxu
산 정상 아래 동굴로 이어지는 길 - Vorxu

안쪽에는 사람 손으로 다듬은 원형 제단이 있었다. 가운데에는 칼날의 절반이 사라진 검이 박혀 있었다. 남은 부분조차 오래된 녹과 흙에 덮여, 마왕을 무너뜨릴 전설보다 버려진 잔해에 가까웠다.

제단 양쪽에 두 아이가 앉아 있었다.

한 아이는 턱을 괴고 세 사람을 바라봤고, 다른 아이는 제단 위에서 발을 흔들었다. 산 아래에서 보았던 마을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발밑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이번에는 셋이 왔네.”

“도망치지는 않을 것 같아.”

두 아이가 번갈아 말하다가 동시에 웃었다.

마르가 물었다.

“타타에게 진짜가 아니라고 한 게 너희야?”

“우리는 거짓말을 말했을 뿐이야.”

“반대잖아.” 다른 아이가 깔깔거렸다. “진실을 말했는데 그 애가 거짓말로 들은 거지.”

루카가 부러진 검을 가리켰다.

“그랜드리온을 지키는 존재들이야?”

두 아이는 제단에서 내려왔다. 하나는 자신을 그란이라 했고, 다른 하나는 리온이라 했다. 이름이 동굴 안에서 울리는 순간, 낡은 검이 아주 희미하게 떨렸다.

“이 칼을 원하는 사람은 많았어.”

“하지만 필요한 사람이 언제나 가질 만한 사람은 아니었지.”

크로노가 앞으로 나서자 두 아이의 웃음이 멎었다.

“너도 용사야?”

크로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검을 원해?”

“확인하려고.”

“무엇을?”

크로노는 부러진 칼날 너머, 북쪽 하늘을 가린 산벽을 보았다.

“마왕과 라보스.”

두 아이는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보다 솔직하네.”

“하지만 솔직한 사람이 언제나 강한 건 아니야.”

그란이 손을 들자 동굴의 바람이 한곳으로 모였다. 리온의 발밑에서 돌가루가 원을 그리며 떠올랐다.

“검을 가져가려면 우리에게 보여 줘.”

“무엇을?” 마르가 물었다.

두 아이의 몸이 빛 속에서 길게 늘어났다. 작던 손에는 칼날이 생겼고, 장난스러운 얼굴은 가면 같은 형상으로 바뀌었다.

“칼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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