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 트리거 소설 10화] 사흘 뒤의 문
감옥에서는 낮과 밤이 종소리로만 바뀌었다.
창살 너머의 좁은 창은 하늘보다 성벽을 더 많이 보여 주었다. 아침 종이 울리면 식은 수프가 들어왔고, 저녁 종 뒤에는 복도의 횃불이 절반으로 줄었다. 크로노는 남은 빵 조각으로 문 옆 바닥에 선을 그었다.
첫째 날, 피에르는 오지 못했다.
둘째 날, 마르가 면회를 요구하며 북쪽 탑 앞에서 소란을 일으켰다는 말을 경비병들이 나누었다. 국왕이 공주의 방에 경비를 세웠고, 루카는 성 밖으로 쫓겨났다고 했다.
셋째 날 아침에는 수프가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검은 두건을 든 병사 둘이 왔다.
“일어나.”
크로노는 벽의 세 줄을 보았다.
“석방입니까?”
병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병사가 문을 열고 손목에 다시 쇠고리를 채웠다. 두건 아래에서는 오래 보관한 천과 기름 냄새가 났다.

“법정은 구금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받은 명령대로 할 뿐이야.”
젊은 병사의 목소리는 단단하지 못했다. 그는 크로노의 눈을 피한 채 사슬을 당겼다.
통로 끝의 방에는 높은 나무틀이 세워져 있었다. 위에서 떨어지는 칼날은 횃불을 받아 희게 빛났고, 바닥의 홈은 여러 번 물로 씻어 낸 색을 하고 있었다. 교도대장은 서류를 쥔 채 그 앞을 서성였다.
크로노가 들어오자 그가 목을 가다듬었다.
“왕실 명령에 따라 형을 집행한다.”
말을 읽는 눈은 종이에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크로노는 집행대와 출입문 사이의 거리를 재었다. 병사 둘, 교도대장 하나. 손목은 묶였고 검은 없었다. 달려들어 한 사람을 넘어뜨릴 수는 있어도 다음 창을 피할 공간이 부족했다. 문밖에는 더 많은 발소리가 있었다.
도망칠 수 없다는 판단보다 먼저, 왜 아무도 무죄 판결을 말하지 않는지가 마음을 눌렀다. 법정에서 일곱 사람이 내놓은 말은 이 탑까지 오지 못했다.
병사가 검은 두건을 씌우려 손을 뻗었다.
금속이 터지는 소리가 문밖에서 났다.
푸른 섬광이 문틈을 가르고, 누군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곧 잠금쇠가 안쪽으로 날아오며 바닥을 굴렀다. 연기 속에서 루카가 들어왔다.
고글 한쪽에는 금이 가 있었고, 등에 멘 공구 가방은 평소보다 두툼했다. 오른손에는 새 탄환을 채운 발사기, 왼손에는 타반의 작업장에서 보았던 절단 공구가 들려 있었다.
“사흘 동안 얌전히 기다린 결과가 이거야?”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크로노는 칼날을 한 번 올려다본 뒤 루카를 보았다.
“늦었어.”
“그 말은 나중에 해.”
루카가 쇠고리의 연결부에 공구를 대었다. 붉게 달아오른 금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교도대장이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침입자를 잡아!”
두 병사가 동시에 창을 겨눴다. 크로노는 잘려 나간 사슬을 손에 감고 가까운 창대를 끌어당겼다. 병사가 앞으로 쏠리는 순간 어깨로 가슴을 밀었다. 옆구리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느낌이 났지만 멈추지 않았다.
루카의 탄환은 두 번째 병사의 발앞을 맞혔다. 돌조각이 튀자 그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크로노는 빼앗은 창대로 그의 손목을 쳐 무기를 떨어뜨렸다.
“죽이지 마!”
루카가 외쳤다.
크로노는 창끝을 뒤집어 병사의 배를 밀었다. 그가 벽에 부딪쳐 주저앉았다.
교도대장은 집행대 뒤로 물러나 경보 줄을 당기려 했다. 루카가 절단 공구를 던졌다. 무거운 손잡이가 그의 손등을 때렸고, 줄은 손가락 앞에서 흔들렸다.
“무죄인 사람을 죽이면서 규정은 꼬박꼬박 지키네요.”
루카가 다가가 열쇠 꾸러미를 빼앗았다.
“나는 서류를 받았을 뿐이다.”
“그럼 그 서류가 대신 감옥에 들어가면 되겠네.”
루카는 그를 빈 감방에 밀어 넣었다.
복도로 나오자 경보 종이 울렸다.
북쪽 탑은 바깥에서 보았을 때보다 복잡했다. 죄수를 옮기는 계단과 병사의 숙소, 성벽 위로 이어진 통로가 층마다 엇갈렸다. 루카는 벽에 그린 작은 화살표를 따라 움직였다. 사흘 동안 몰래 들어와 길을 확인한 흔적이었다.
“정문은 병력이 모일 거야. 위층 다리를 건너 중앙 탑으로 가야 해.”
“마르는?”
“방에 갇혔어. 하지만 그 애가 방에 얌전히 있을 것 같아?”
두 층을 올라가던 중 철창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한 청년이 양손으로 문을 붙들고 있었다. 옷에는 장사꾼 조합의 표식이 달려 있었고, 얼굴 한쪽이 부어 있었다.
“제발 열어 주세요. 저는 도둑이 아니에요. 장부가 틀렸다고 말했다가—”
루카는 계단 위의 발소리를 들었다.
“시간 없어.”
크로노는 멈췄다.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사흘 동안 누구도 자신의 판결을 확인하지 않았던 감방이 떠올랐다. 그는 루카가 든 열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크로노.”
루카는 다가오는 병사들과 그의 손을 번갈아 보았다. 짧게 욕설을 삼킨 뒤 꾸러미를 던졌다.
“맞는 걸 한 번에 찾아.”
세 번째 열쇠가 돌아갔다.
문이 열리자 청년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프리츠입니다. 트루스 시장의 잡화점이 저희 아버지 가게예요.”
“아래로 가서 열려 있는 감방에 숨어요.” 루카가 말했다. “나갈 길이 보일 때까지 뛰지 말고.”
그들이 계단 위로 올라간 직후 경비병들이 모퉁이를 돌아왔다.
크로노는 빼앗은 창을 가로로 세워 좁은 길을 막았다. 첫 병사의 방패가 닿는 순간 정면으로 밀지 않고 아래로 눌렀다. 방패 끝이 계단에 걸리자 뒤따르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부딪쳤다. 루카는 천장에 매달린 등잔을 쏘아 떨어뜨렸다. 기름은 피했지만 불길과 연기가 길을 갈랐다.
“계획에 있던 거야?”
크로노가 물었다.
“지금부터 계획에 넣었어.”
두 사람은 성벽 위로 나왔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년제의 깃발은 젖어 돌난간에 붙었고, 아래 숲은 저녁 안개에 잠겨 있었다. 중앙 탑으로 이어지는 돌다리 반대편에는 재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병사들이 천으로 덮인 거대한 물체의 밧줄을 풀었다.
쇳소리와 함께 네 개의 바퀴가 드러났다. 용의 머리를 본뜬 금속 장치가 차체 앞에 달려 있었고, 등에는 포신과 기름통이 얹혀 있었다. 머리 부분의 푸른 수정이 켜지자 안쪽 톱니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죄인을 구하겠다고 왕실 감옥을 부쉈군.” 재상이 말했다. “이제 무죄라는 말도 필요 없겠어.”
루카는 장치의 움직임을 훑었다.
“머리가 차체를 고치고 있어. 몸통만 때리면 계속 버틸 거야.”
크로노는 창대를 두 손으로 잡았다. 금이 간 검보다 길었지만 균형이 나빴다. 다리는 성벽 아래로 떨어질 만큼 좁았고, 장치는 그 전체 폭을 차지했다.
용의 입이 열리며 불꽃을 뿜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난간 쪽으로 갈라졌다. 뜨거운 기름이 돌바닥을 핥으며 지나갔다. 크로노는 포신이 루카를 따라 회전하는 동안 왼쪽 바퀴 안으로 창끝을 밀어 넣었다. 톱니가 창대를 물어뜯듯 끌어당겼다.
그는 놓지 않고 몸을 낮췄다.
바퀴가 한순간 멎었다. 차체가 왼쪽으로 기울자 루카가 달려 올라가 용 머리 아래의 연결선을 쐈다. 푸른 수정이 깜박였으나 꺼지지 않았다. 끊어진 선 옆에서 가느다란 금속 팔이 나와 스스로 접합을 시작했다.
“한 번 더 열어 줘!”
크로노는 창대를 비틀어 톱니 사이에서 빼냈다. 끝부분이 반쯤 잘려 있었다. 장치가 다시 전진하며 그를 난간 쪽으로 밀었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그는 짧아진 창대를 용의 아래턱 사이에 세로로 끼웠다. 입이 닫히며 나무가 갈라졌지만, 불길은 안쪽에서 막혀 머리 덮개를 달궜다. 장치가 요동치는 순간 루카가 난간을 밟고 뛰어올랐다.
그녀는 탄환을 쏘지 않았다. 공구 가방에서 굵은 쐐기를 꺼내 벌어진 머리 덮개 사이로 밀어 넣고 망치로 내리쳤다.
회전하던 금속 팔이 쐐기에 걸렸다.
수리 장치가 자신의 톱니를 물고 멈췄다. 푸른 수정의 빛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내려가!”
크로노가 루카의 외투를 잡아당겼다.
둘이 바닥을 구르는 동안 용의 머리가 안쪽에서 터졌다. 폭발은 차체를 뒤로 밀었고, 바퀴 하나가 돌다리 밖으로 빠졌다. 병사들이 붙잡으려 했지만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재상은 뒤로 물러나다 무너진 차체에 매달렸다. 장치가 벽을 타고 아래로 기울자 그는 난간 끝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루카가 내려다보았다.
“저 사람까지 구할 거야?”
크로노는 대답 대신 엎드려 손을 내밀었다.
재상은 잠시 그 손을 보았다. 사형 명령을 내린 사람에게 내미는 손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결국 손목을 붙잡았고, 루카가 크로노의 허리띠를 잡아 함께 끌어 올렸다.
뒤쪽에서 병사들이 달려오자 재상은 바닥을 기어 그들 쪽으로 달아났다. 감사도 명령도 하지 못했다.
크로노와 루카는 중앙 탑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에서는 마르가 병사들과 맞서고 있었다. 공주의 드레스 대신 축제 때의 옷을 다시 입었고, 손에는 크로노의 금이 간 검이 들려 있었다. 칼을 겨눈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빼앗지 못하도록 검집째 품에 안은 모습이었다.
“비켜 주세요.”
병사들은 창을 들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국왕이 계단 위에 나타났다.
“나디아.”
마르의 어깨가 굳었다.
“그 이름으로 부르실 거면 제 말도 들으세요. 크로노는 무죄였어요.”
“그 소년은 감옥을 부수고 왕실 병기를 파괴했다.”
“왕실이 먼저 무죄인 사람을 죽이려 했잖아요.”
국왕의 시선이 재상에게 향했다. 비에 젖은 그는 병사들 뒤에서 옷깃만 여미고 있었다.
“그런 명령은 내린 적이 없다.”
짧은 침묵이 성의 현관을 채웠다.
마르는 아버지 얼굴에서 거짓말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국왕의 당혹은 진짜였다. 그것이 오히려 그녀를 더 아프게 한 듯했다. 왕이 모르는 명령으로 사람이 죽을 뻔했고, 누구도 멈추지 못했다.
“그럼 더더욱 보내 주세요.”
마르는 크로노에게 검을 건넸다.
“여기서는 아무도 지켜 주지 못하니까.”
국왕이 한 계단 내려왔다.
“너는 공주다. 개인의 감정으로 왕실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공주이기 전에 사람이에요.”
마르는 크로노와 루카 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건 감정이 아니라 제가 본 사실이에요.”
병사들 사이에 길이 열렸다. 명령이 있어서가 아니라, 공주에게 창을 겨눌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성문을 빠져나와 숲으로 달렸다.
비는 굵어졌고 뒤에서는 추격의 횃불이 나무 사이로 번졌다. 크로노의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 루카는 추적 장치를 꺼내 흔들리는 바늘을 따라갔다.
“이쪽이야. 같은 반응이 있어!”
그들이 도착한 곳은 숲의 막다른 절벽이었다. 쓰러진 고목과 바위 사이의 공기가 푸른빛으로 접혀 있었다. 리네 광장이나 트루스 협곡에서 본 것과 같은 시간의 문이었다.
마르는 뒤를 돌아보았다.
횃불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너머로 성의 탑이 빗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어디로 가는 문이야?”
“몰라.” 루카가 열쇠 장치를 들었다. “확인된 문이 아니야.”
마르는 잠시 성을 보았다. 화가 난 얼굴 아래로 망설임이 지나갔다. 떠나는 것은 자유를 고르는 일이면서, 아버지와의 마지막 말을 분노로 남기는 일이기도 했다.
크로노가 손을 내밀었다.
마르는 그 손을 잡았다.
“가자.”
루카가 장치를 작동시키자 빗방울들이 푸른 틈 안으로 휘어 들어갔다. 뒤에서 재상이 멈추라고 외쳤고, 병사들의 창끝이 나무 사이로 나타났다.
세 사람은 함께 시간의 문으로 뛰어들었다.

빛이 닫히기 직전 크로노는 숲과 성을 한 번 돌아보았다.
사흘 동안 기다렸던 석방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대신 어느 시대인지도 모르는 문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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