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8화] 물이 먼저 목을 조르는 곳

물방울이 칼날 위에 떨어졌다.

한 방울뿐이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대리석 회랑의 음악을 끊고, 알루카드의 손목을 아주 조금 굳게 만들었다. 그는 검끝을 낮춘 채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의 돌 틈에서 검은 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위에서 새는 물이 아니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물. 성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지하 깊은 곳에 고여 있던 것이 한 번씩 목구멍으로 되밀려 오는 것 같았다.

그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푸른 봉인이 사라진 문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오래 잠겨 있던 것치고는 너무 쉽게 열렸다. 손바닥이 문면을 밀자, 안쪽에서 찬 기운이 흘러나왔다. 대리석과 촛농, 오래된 향의 냄새가 뒤로 밀리고, 젖은 돌과 해묵은 이끼 냄새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알루카드는 망토 자락을 한 번 접어 왼팔 뒤로 보냈다. 좁은 계단이었다. 젖은 곳에서는 천이 먼저 붙잡힌다. 발을 내딛기 전, 그는 검을 든 손을 조금 더 바깥으로 벌렸다. 벽에 가까이 붙으면 검이 걸리고, 중앙을 걷자니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선택은 늘 그 사이였다.

첫 계단이 젖어 있었다.

그는 발끝으로만 디뎠다. 신발 밑창이 돌을 문지르는 소리가 짧게 났다. 물은 아직 얕았지만, 그 표면은 이상하게 어두웠다. 촛불이 비쳐도 빛을 돌려주지 않았다. 마치 검은 유리 아래에 다른 밤이 깔려 있는 듯했다. 계단은 몇 번 꺾이고 다시 내려갔다. 위쪽의 음악은 멀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속으로 들어간 소리처럼 둔하게 변해 따라왔다. 음이 흐려질수록, 돌 사이의 물소리는 또렷해졌다.

중간쯤 내려갔을 때, 벽감 안에서 창끝이 튀어나왔다.

알루카드는 고개를 젖혔다. 창끝이 목 앞을 스치고 지나가며 머리카락 몇 올을 물에 떨어뜨렸다. 벽감 안의 갑옷은 녹이 슬어 있었지만 팔은 멀쩡했다. 뼈 없는 손이 창대를 밀고, 다시 접었다. 늘어나는 창. 어둠 속에서 길이를 속이는 무기였다.

그는 곧장 파고들지 않았다. 한 번 더 기다렸다.

벽감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창끝이 다시 나왔다. 이번엔 낮게, 무릎을 노렸다. 알루카드는 왼발을 뒤로 빼며 검을 내리쳤다. 금속이 금속을 물었다. 창대가 미끄러지듯 비틀렸고, 그 틈에 그는 반 걸음 안쪽으로 들어갔다. 팔꿈치가 벽에 닿기 전에 손목을 틀어 베었다. 갑옷의 투구가 비스듬히 갈라지고, 안에서 검은 먼지가 물에 떨어졌다.

그는 곧장 움직이지 않았다. 무너진 갑옷의 팔이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성 안에서 죽은 것은 자주 다시 죽는 척했다.

두 번째 적은 보이지 않았다. 먼저 들린 것은 현이 당겨지는 낮은 소리였다. 알루카드는 몸을 낮췄다. 뼈 화살이 머리 위를 지나가 벽에 박혔다. 습기를 머금은 벽인데도, 화살촉은 깊게 들어갔다. 아래층 난간 저편에서 해골 궁수가 두 번째 화살을 걸고 있었다. 비스듬한 각도. 젖은 계단. 피할 공간은 좁고, 미끄러지면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는 뛰지 않았다. 한 계단 내려서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화살이 방패에 부딪혔다. 마른 뼈가 금속을 긁는 소리가 손목으로 전해졌다. 그 반동을 그대로 이용해 몸을 돌리고, 난간 끝을 발끝으로 밟았다. Leap Stone이 몸 안에서 조용히 깨어났다. 첫 도약의 끝에서 그는 한 번 더 공기를 밟았다. 습한 공기가 발밑에서 찢어지는 느낌. 몸이 낮은 천장 가까이 떠올랐고, 해골 궁수의 빈 눈구멍이 바로 앞에 왔다.

칼날이 활줄보다 먼저 지나갔다.

해골은 난간 아래로 흩어졌다. 뼈들이 계단을 몇 차례 두드리고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알루카드는 착지하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 발목에 물이 튀었다. 그 순간 피부가 따끔하게 조였다.

그는 곧바로 발을 뺐다.

물이 닿은 곳이 희게 김을 냈다. 피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찬물이라고 하기엔 통증이 날카로웠다. 살아 있는 자에게 해로운 물. 아니, 그의 몸 안에 흐르는 피를 알아보는 물이었다. 알루카드는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피부에 남은 자국은 금방 사라졌지만, 통증은 느리게 물러났다.

“그렇군.”

그 말은 물에게 한 것도, 성에게 한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내린 짧은 표시였다. 이 아래에서는 발밑이 곧 적이다.

계단은 갑자기 끝났다. 눈앞에 열린 것은 방이라기보다 깊은 우물에 가까웠다. 수직으로 뚫린 거대한 공동. 한쪽 벽에는 내려갈 수 있는 발판이 끊기듯 이어지고, 다른 쪽은 거의 빈 낙하로 열려 있었다. 아래에서는 폭포 소리가 들렸다. 보이지 않는 깊이에서 물이 부서지고 있었다. 희미한 안개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와 돌기둥들을 적셨다.

알루카드는 가장 가까운 발판 끝에 섰다. 아래는 검었다. 그러나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다. 물안개 사이에서 푸른빛이 때때로 번들거렸다. 자연의 빛이 아니라, 물이 오랫동안 악몽을 먹고 만든 빛 같았다.

그는 왼쪽 길을 택했다. 좁지만 발판이 있었다. 오른쪽은 너무 깊었고, 너무 곧았다. 성이 곧은 길을 내줄 때는 대개 아래에서 대가를 요구했다.

창병들이 다시 나타났다. 둘, 셋. 그들은 넓은 자리에서는 강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이 서 있는 곳이었다. 한 명은 발판 끝, 한 명은 계단 중간, 다른 하나는 아래에서 창을 위로 겨누고 있었다. 알루카드가 뛰면 창끝이 기다리고, 멈추면 위쪽의 해골 궁수가 화살을 쏜다. 전장은 그들보다 성이 먼저 짜 놓은 것이었다.

첫 창이 뻗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히는 대신 앞으로 숙였다. 창이 어깨 위를 지나가는 순간, 검등으로 창대를 밀어 올렸다. 그 사이 발은 이미 다음 돌출부를 밟고 있었다. 좁은 곳에서 오래 싸우면 적보다 바닥이 먼저 이긴다. 그는 베는 횟수를 줄였다. 한 번 막고, 한 번 밀고, 한 번 지나갔다. 죽이는 것보다 통과하는 것이 우선인 길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창병은 물러서지 않았다. 녹슨 투구 아래에서 빛이 두 번 깜빡였다. 창대가 짧게 떨리더니, 갑자기 길이를 바꿨다. 알루카드는 타이밍을 잘못 읽었다. 예상보다 늦게, 더 멀리 뻗은 창끝이 옆구리를 스쳤다. 천이 찢어지고 차가운 통증이 늑골 아래를 긁었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창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로 늘어날 공간을 주지 않았다. 왼손으로 창대를 붙잡은 순간, 녹이 손바닥을 긁었다. 방패를 들고 있었다면 늦었을 것이다. 그는 방패를 등에 걸어 둔 채 검을 짧게 휘둘렀다. 목이 없는 갑옷의 중심이 갈라졌다. 안쪽에서 검은 물이 쏟아져 발판 아래로 흘렀다.

그 피는 물과 섞이지 않았다. 잠깐 표면에 떠 있다가, 마치 불에 탄 종이처럼 부서졌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 차가워졌다. 하지만 물소리는 더 커졌다. 폭포는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흰 천이 어둠 속에서 계속 찢겨 내려가고 있었다. 물줄기는 바닥에 부딪혀 굉음을 냈고, 그 옆으로 오래된 통로가 반쯤 숨듯 이어졌다. 알루카드는 폭포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물안개만으로도 피부가 따끔거렸다.

지하수로에서 Scylla Wyrm과 맞서는 Alucard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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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른쪽 깊은 굴을 보았다.

거기에는 문이 없었다. 대신 자연스럽게 벌어진 입구가 있었다. 돌벽이 물에 깎여 생긴 듯했으나, 가장자리가 지나치게 매끈했다. 누군가 오랫동안 드나든 자국. 바닥에는 길게 끌린 흔적이 있었다. 짐승의 발자국이 아니었다. 배를 문지르며 지나간 것. 여러 번, 같은 방향으로.

알루카드는 검끝을 낮췄다. 발자국을 밟지 않고 그 옆을 걸었다. 물이 고인 웅덩이마다 희미한 파문이 있었다. 바람 때문은 아니었다. 통로 안쪽에서, 아주 낮은 숨이 돌 사이를 밀고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천장이 낮아졌다.

그는 무릎을 굽혀 지나갔다. 망토가 돌에 스쳤다. 손가락이 저절로 검자루를 다시 잡았다. 좁은 곳에서 긴 검은 불리하다. 하지만 이 안에서 무기를 바꿀 시간은 없었다. 그는 검을 몸 옆에 붙이고, 칼끝을 뒤쪽으로 조금 뺐다. 앞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는 것을 자를 자세.

통로가 끝나는 곳에 작은 방이 있었다.

방이라기엔 천장이 높고, 홀이라기엔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벽은 젖어 있었고 바닥 중앙에는 얕은 물이 고여 있었다. 물 위로 뼈 조각들이 떠 있었다. 작은 짐승의 뼈도 있었고, 사람의 손가락뼈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알루카드는 방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섰다가 멈췄다.

뒤쪽에서 돌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빠르게 돌아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들어온 통로의 입구가 아래에서부터 올라온 돌문으로 막혀 있었다. 문틈으로 물이 새어 들어왔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물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림자였다. 길고 굵은 그림자가 얕은 물 아래를 원으로 돌았다. 그 크기와 속도가 맞지 않았다. 얕은 물이라면 몸이 드러나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드러나지 않았다. 물 자체가 깊이를 속이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왼발을 뒤로 뺐다.

그 순간 물이 터졌다.

거대한 뱀 같은 머리가 솟구쳤다. 눈은 없고 입만 있었다. 위아래로 벌어진 턱 안쪽에 촘촘한 이빨이 젖은 유리처럼 번뜩였다. 물이 천장까지 튀었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굴렀다. 턱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물어뜯었다. 돌바닥이 깨졌다. 짐승의 목은 방을 다 채울 만큼 굵었고, 비늘 사이로 물과 점액이 흘렀다.

그는 착지하자마자 베었다. 칼날이 비늘을 긁고 지나갔다. 깊지 않았다. 표면은 미끄럽고 질겼다. 짐승은 상처보다 접촉에 반응했다. 목을 휘감아 방 전체를 쓸었다. 알루카드는 뛰어올랐다. 첫 도약으로는 부족했다. 두 번째 도약이 천장에 가까스로 닿았다. 바로 아래로 거대한 몸통이 지나가며 물을 밀어냈다.

그가 떨어지는 순간, 짐승의 머리가 위로 튀어 올랐다.

실수였다. 위를 안전한 공간이라고 판단한 것이 늦었다. 이 방에서 위는 도피처가 아니라 미끼였다. 그는 공중에서 몸을 틀었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턱의 옆면이 어깨를 후려쳤다. 몸이 벽으로 날아갔다. 돌벽에 등이 닿는 순간 숨이 끊겼다. 검을 놓치지는 않았다. 그것만이 다음 동작을 가능하게 했다.

짐승이 다시 돌진했다. 이번에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았다. 머리부터 들이받으려는 움직임. 알루카드는 벽에 등을 붙인 채 기다렸다. 너무 일찍 피하면 목의 휘어짐에 따라잡힌다. 너무 늦으면 벽째로 짓눌린다. 그는 짐승의 목 아래 근육이 한 번 움츠러드는 것을 보았다.

그때였다.

그는 왼쪽으로 미끄러지듯 빠졌다. 젖은 바닥이 신발을 밀어냈다. 몸이 거의 넘어질 만큼 낮아졌다. 짐승의 머리가 벽을 들이받았다. 돌가루가 쏟아졌다. 알루카드는 넘어지는 힘을 그대로 회전으로 바꾸어, 목 아래의 밝은 살을 베었다. 비늘이 없는 틈. 칼날이 처음으로 깊이 들어갔다.

짐승이 비명을 질렀다. 소리는 뱀의 울음이 아니라 물이 좁은 관을 통과하며 찢어지는 소리에 가까웠다. 방의 물이 함께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물러섰다. 피처럼 보이는 진득한 액체가 칼날을 타고 떨어졌다. 물에 닿자 보라색 거품이 일었다.

패턴은 단순해 보였으나 방이 그것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놈은 물속을 원으로 돌다가 세 방향 중 하나로 튀어나왔다. 낮게 쓸면 발목을 노리고, 곧게 솟으면 공중을 끊으며, 잠깐 멈추면 들이받았다. 알루카드는 처음 두 차례를 눈으로 따라가려 했다. 늦었다. 물빛이 늘 실제 위치보다 반 박자 뒤에 남았다.

그래서 그는 눈을 덜 썼다.

물의 파문을 보았다. 솟구치기 직전, 물 표면에 원이 아니라 길쭉한 금이 생겼다. 몸통이 지나간 방향과 머리가 올라오는 방향은 달랐다. 긴 몸이 물속에서 휘어질 때, 먼저 움직이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목의 먼 부분이었다. 그 움직임이 방의 가장 얕은 물을 먼저 밀어냈다.

다음 공격에서 그는 기다렸다가, 파문이 끊기는 지점을 향해 검을 내렸다. 짐승의 머리가 올라오려던 순간 칼날이 위턱을 갈랐다. 이빨 몇 개가 튀어 나가고, 물속에 떨어진 이빨들이 작은 흰 배처럼 떠다녔다.

놈은 방식을 바꿨다.

이제 물속으로 완전히 숨지 않았다. 목의 일부를 드러낸 채 방 둘레를 돌았다. 벽과 몸 사이에 물이 끼며 높은 소리가 났다. 도망갈 곳을 줄이는 움직임이었다. 알루카드는 중앙으로 나가지 않았다. 중앙은 넓어 보이지만 사방에서 당할 수 있다. 그는 깨진 벽 근처, 방금 놈이 들이받은 자리를 택했다. 돌조각이 많아 발이 불안했지만, 짐승의 긴 몸이 완전히 휘기엔 공간이 좁았다.

예상대로 놈이 몸을 감아 왔다. 입이 아니라 몸통으로 먼저 밀었다. 알루카드는 돌조각 위에 발을 세웠다. 젖은 돌이 흔들렸다. 그는 흔들림을 억지로 멈추지 않았다. 발판이 내려앉는 순간 몸도 함께 낮추고, 짐승의 몸통이 지나가는 바로 아래쪽 틈을 향해 검을 찔렀다. 비늘이 갈라졌다. 이번엔 짧게 찌르고 빼지 않았다. 두 손으로 자루를 잡아, 지나가는 힘을 거슬러 칼날을 끌었다.

물이 차오르는 지하수로의 기둥들 - PortForward
물이 차오르는 지하수로의 기둥들 - PortForward

길게 열린 상처에서 점액과 검은 피가 쏟아졌다.

짐승이 몸을 말아 올렸다. 방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돌문 아래 틈으로 들어오던 물이 갑자기 빠르게 불어났다. 방 안의 물이 발목을 넘었다. 통증이 다시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오래 서 있으면 움직임이 느려질 것이다.

그는 끝내야 했다.

짐승은 마지막으로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린 것이 아니라 목 전체를 세웠다. 위에서 내려찍으려는 동작. 턱보다 무서운 것은 무게였다. 알루카드는 검을 어깨 위로 올리지 않았다. 칼끝을 낮게 두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놈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공기가 먼저 눌렸다. 물이 바깥으로 밀렸다. 그림자가 얼굴을 덮었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들어갔다.

뱀의 머리가 등 뒤의 바닥을 부수었다. 동시에 알루카드의 검이 목 아래에서 위로 솟았다. 부드러운 살, 비늘의 끝, 다시 뼈 같은 단단한 것. 손목이 꺾일 만큼 저항이 컸다. 그는 팔 힘으로 밀지 않았다. 온몸을 함께 밀어 넣었다. 망토가 물에 끌리고, 무릎이 바닥을 스쳤다. 칼날이 목을 지나 머리 뒤쪽으로 빠져나왔다.

짐승은 잠시 멈췄다.

입이 열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물만 흘러나왔다. 그 거대한 몸이 천천히 옆으로 쓰러졌다. 방 안의 물이 한쪽으로 몰렸다가 되돌아왔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고 뒤로 물러섰다. 쓰러진 몸은 아직 꿈틀거렸지만, 그 움직임에는 방향이 없었다. 점차 물과 같은 흔들림이 되었다.

돌문이 열렸다.

아니, 열린 것이 아니라 무너져 내렸다. 방 뒤쪽 벽에 가려져 있던 통로가 드러났다. 동시에 멀리서 더 큰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폭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위가 아니라 옆에서 왔다. 물이 밀려오는 소리였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통로로 뛰었다. 뒤에서 방 안의 물이 높아졌다. 죽은 짐승의 몸이 물 위로 들렸다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앞은 좁은 수직 공간이었다. 여기저기 기둥과 발판이 나 있었지만, 대부분 젖어 있었다. 아래에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빠르다. 너무 빠르다.

알루카드는 첫 기둥 위로 뛰었다. 발이 닿자마자 다음 기둥을 보았다. 머리로 세기 전에 몸이 움직여야 했다. 발목 아래에서 물이 끓듯 올라왔다. 닿으면 통증이 올 것이고, 깊어지면 힘이 빠질 것이다. 그는 두 번째 도약을 아꼈다. 한 번의 도약으로 닿는 곳에는 한 번만 썼다. 공중에서 한 번 더 밀어 올리는 힘은, 실패를 고치는 데 써야 한다.

세 번째 발판이 무너졌다.

발끝이 닿는 순간, 돌이 아래로 빠졌다. 알루카드는 몸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두 번째 도약을 터뜨렸다. 공기가 발밑에서 갈라졌고, 그는 가까스로 오른쪽 벽의 좁은 돌출부를 잡았다. 손가락 끝이 미끄러졌다. 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살갗이 타는 듯했다.

그는 이를 악물지 않았다. 그런 동작조차 힘을 낭비한다.

손목을 꺾어 몸을 끌어올리고, 왼쪽 위 발판으로 뛰었다. 물은 이제 죽은 짐승의 방을 완전히 삼킨 뒤, 이 수직 통로를 목구멍처럼 채우고 있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물소리는 추격자의 발소리보다 가까웠다. 그는 마지막 기둥을 밟고, 천장이 열린 틈으로 몸을 던졌다.

위쪽 방에 굴러 들어간 순간, 물은 바로 아래에서 멈췄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것처럼. 검은 물이 더 오르지 않고, 그 선 아래에서만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한쪽 무릎을 세운 채 숨을 들이쉬었다. 어깨의 통증이 뒤늦게 돌아왔다. 옷은 젖었고, 다리에는 물이 닿은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손등으로 칼날의 점액을 닦았다. 완전히 닦이지 않았다.

그리고 노래가 들렸다.

정확히는 노래처럼 들리는 숨이었다. 여자의 목소리 같았으나 말은 아니었다. 물방울 사이로 길게 이어지는 소리. 사람을 부르는 것처럼 높아졌다가, 짐승을 달래는 것처럼 낮아졌다. 알루카드는 일어섰다. 방은 넓었다. 중앙이 낮고 양옆이 올라간 구조였다. 바닥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고, 뒤쪽 벽은 반쯤 허물어져 수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기둥들은 오래전에 부서져 낮은 엄폐물처럼 남아 있었다.

방 끝에 그녀가 있었다.

상체는 여인의 형상이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고, 창백한 팔이 어둠 속에서 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 아래는 사람이 아니었다. 물속에서 여러 개의 긴 목이 꿈틀거렸다. 뱀인지 물고기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들. 그 사이로 짐승의 머리들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입가에서 물이 떨어지고, 바닥에 닿은 물은 작은 거품으로 변했다.

알루카드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너무 오래 보면 사람의 형상에 눈이 묶인다. 이 성의 적들은 자주 얼굴을 미끼로 내건다.

그녀가 팔을 들었다.

첫 공격은 물이었다. 단순히 뿜는 물줄기가 아니었다. 허공으로 솟은 물이 아치처럼 휘어 내려왔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뛰었다. 물줄기는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때리고 바닥 위에서 흩어졌다. 튄 물방울이 뺨을 스쳤다. 차가운 통증. 방금 지나온 검은 물과 같았다.

그는 곧장 접근하려 했다. 그러나 물속의 긴 목 하나가 먼저 튀어나왔다. 짐승의 머리가 큰 물덩이를 토했다. 둥근 물구슬이 천천히 오는 것처럼 보였으나, 가까워지는 순간 속도가 빨라졌다. 알루카드는 방패를 들어 막았다. 충격이 팔을 밀어냈다. 물인데도 무게가 있었다. 방패 가장자리로 튄 물이 손목을 태웠다.

그가 한 걸음 물러난 순간, 물웅덩이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거품들은 터지지 않았다. 허공에 떠오른 뒤, 작은 해골 모양으로 굳었다. 네 개, 다섯 개. 빈 눈구멍을 가진 물의 해골들이 그를 향해 흔들리며 날아왔다. 알루카드는 검을 짧게 끊어 쳤다. 하나가 갈라지고, 물이 얼굴 앞에서 흩어졌다. 다른 하나는 어깨 뒤로 돌아들었다. 그는 몸을 낮추며 왼손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에 닿은 물해골이 부서졌고, 차가운 파편이 망토 위로 흩어졌다.

Scylla와의 전투가 벌어지는 물가 - PortForward
Scylla와의 전투가 벌어지는 물가 - PortForward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은 아래의 것들이었다. 그 몸은 전장의 중심에 고정되어 있었고, 대신 물과 목과 짐승 머리가 사방을 차지했다. 가까이 가려 하면 짐승의 머리가 막고, 멀어지면 물줄기와 해골이 따라왔다. 방의 낮은 중앙은 물이 많아 위험했고, 양옆의 높은 바닥은 좁아 피할 곳이 적었다.

알루카드는 첫 판단을 수정했다. 본체로 곧장 파고들 수 없다. 먼저 길을 만드는 싸움이었다.

왼쪽 짐승 머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목 근육이 부풀었다. 물구슬이다. 그는 방패를 들지 않았다. 이번엔 옆으로 피하며 머리 바로 아래를 베었다. 칼날이 젖은 살을 깊게 열었다. 머리가 비틀렸지만 죽지는 않았다. 곧바로 오른쪽 목이 휘어져 그를 물려고 했다. 알루카드는 뒤로 빠지려다 멈췄다. 뒤에는 물웅덩이. 그는 앞으로 숙였다. 이빨이 머리 위를 스쳤다. 머리카락 끝이 잘려 물 위에 떨어졌다.

검이 아래에서 위로 움직였다.

오른쪽 목의 아래턱이 갈라졌다. 짐승은 울부짖었다. 그 울음에 방 전체가 반응했다. 천장에서 돌조각이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늦게 들었다. 울음이 공격이라는 것을. 위에서 떨어진 돌 하나가 어깨를 때렸다. 무릎이 잠깐 꺾였다. 그 사이 물줄기가 다시 왔다.

그는 몸을 굴렸다. 물줄기가 지나가며 바닥을 긁었다. 굴러 떨어진 곳은 낮은 중앙이었다. 물이 손바닥을 덮었다. 피부가 불에 닿은 듯 저렸다. 그는 곧장 일어서려 했지만 바닥이 미끄러웠다. 왼발이 헛돌았다.

그녀의 얼굴이 처음으로 웃는 듯했다.

물속의 목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세 방향. 물구슬, 이빨, 해골 거품. 알루카드는 일어서는 것을 포기했다. 낮은 자세 그대로 방패를 앞세워 물구슬을 흘려내고, 검을 뒤로 돌려 물해골을 쳤다. 이빨은 피하지 못했다. 긴 목이 왼쪽 팔을 물고 지나갔다. 깊지는 않았지만, 이빨이 살을 찢었다.

그는 그 통증을 따라갔다.

물러서면 목은 빠진다. 빠지면 다시 공격한다. 그는 물린 팔을 빼지 않고, 오히려 짐승의 턱 쪽으로 밀었다. 순간적으로 이빨의 각도가 무너졌다. 오른손의 검이 짧게 들어갔다. 목 안쪽의 검은 살을 찔렀다. 짐승이 턱을 벌렸다. 알루카드는 팔을 빼며 옆으로 굴렀고, 이번엔 높은 바닥까지 뛰어올랐다.

피가 손끝에서 떨어졌다. 물과 섞이지 않고 잠깐 떠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르지 않았다. 숨은 싸움이 끝난 뒤에 고르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순서였다. 거품은 물웅덩이에서 먼저 올라온다. 물줄기는 그녀의 팔이 들리기 전에 어깨가 기울어진다. 물구슬은 짐승 머리의 목이 부푸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낙석은 울음 뒤에 온다.

그녀가 다시 팔을 들었다.

알루카드는 이번엔 피하지 않고 앞으로 뛰었다. 물줄기는 아치형으로 내려온다. 시작점과 끝점 사이, 가장 높은 곳 아래에는 짧은 빈틈이 있다. 그는 그 틈을 향해 두 번 뛰었다. 첫 도약으로 물줄기 아래를 지나고, 두 번째 도약으로 짐승 머리 위를 넘었다. 칼날이 공중에서 뒤집혔다. 착지와 동시에 왼쪽 목의 뿌리를 베었다.

목 하나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방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의 얼굴에서 노래가 끊겼다.

이제 공격이 바뀌었다. 남은 목들이 더 낮게, 더 빠르게 움직였다. 물구슬은 커졌고, 거품 해골은 더 가까운 곳에서 올라왔다. 무엇보다 울음이 잦아졌다. 천장의 돌이 계속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높은 곳에 오래 서 있을 수 없었다. 돌조각은 양옆 바닥을 부수고, 중앙의 물웅덩이는 점점 넓어졌다. 전장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는 뒤로 밀렸다. 방 입구 가까이까지.

그 순간, 물속의 그림자가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는 것이 보였다. 남은 목들이 모두 그를 향해 뻗으려면, 본체 아래의 뿌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야 했다. 그녀의 상체도 아주 잠깐 균형을 잃었다. 얼굴은 여전히 정면을 보고 있었지만, 어깨가 미세하게 내려갔다. 그곳. 사람의 형상이 붙어 있는 자리와 괴물의 몸이 이어지는 틈.

알루카드는 방패를 버렸다.

물소리 속에서 방패가 바닥에 떨어지는 둔한 소리가 났다. 양손이 검자루를 잡았다. 짐승 머리 하나가 물구슬을 토했다. 그는 검면을 세워 그것을 비스듬히 갈랐다.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물이 얼굴과 가슴을 때렸다. 시야가 하얗게 흔들렸다. 그러나 발은 멈추지 않았다.

거품 해골들이 올라왔다. 그는 모두 베지 않았다. 가장 앞의 두 개만 쳐내고, 나머지는 망토로 받았다. 물의 이빨 같은 통증이 등을 훑었다. 왼쪽에서 긴 목이 물어왔다. 그는 몸을 낮춰 그 목 아래를 통과했다. 이빨이 허공을 닫았다.

그녀가 다시 울었다.

천장이 대답했다. 돌들이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그 낙석을 피하지 않고 이용했다. 큰 돌 하나가 오른쪽 짐승 머리 앞에 떨어졌다. 짐승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 틈으로 그는 파고들었다. 물웅덩이가 무릎까지 찼다. 다리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한 걸음이면 닿는다.

그녀의 팔이 내려왔다. 손톱이 얼굴을 노렸다. 인간의 팔처럼 보였지만 힘은 아니었다. 날카롭고 빠른 가지 같았다. 알루카드는 고개를 틀어 피했다. 뺨에 붉은 선이 생겼다. 동시에 검이 아래에서 위로 솟았다.

칼날은 괴물의 몸과 여인의 형상이 만나는 곳을 갈랐다.

처음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녀의 눈이 알루카드를 바라보았다. 물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 숨에서, 아래의 목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의지가 끊어진 것이다. 알루카드는 검을 빼지 않았다. 자루를 더 깊이 밀어 넣고, 몸을 돌려 가로로 베었다.

이번엔 소리가 났다.

Holy Symbol을 얻은 지하수로의 숨은 길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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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울음도 아니었다. 여러 짐승의 목구멍이 동시에 찢어지는 소리. 방 안의 물이 뒤로 밀렸다. 남은 목들이 천장을 향해 솟았다가 하나씩 떨어졌다. 짐승 머리들은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녀의 상체는 마지막까지 서 있으려 했다. 창백한 손이 허공을 붙잡듯 움직였다. 그러나 붙잡을 것은 없었다.

몸이 무너졌다.

물이 크게 튀었다. 알루카드는 한 걸음 물러섰다. 더 이상 공격은 오지 않았다. 물웅덩이의 거품도 멎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던 돌도 멈췄다. 방금까지 전장을 채우던 모든 움직임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지하의 침묵은 오히려 귀를 아프게 했다.

그는 검을 들어 칼날을 보았다. 점액과 검은 피, 물이 뒤섞여 있었다. 손목을 가볍게 흔들자 액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물이 거품을 만들지 않았다. 그저 흩어져 고였다.

방 뒤쪽에서 낮은 돌소리가 났다.

괴물이 막고 있던 통로가 조금씩 열렸다. 밀려난 물이 그쪽으로 빠지며 좁은 흐름을 만들었다. 수로의 냄새가 더 깊어졌다. 알루카드는 버린 방패를 주워 들고, 잠시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노 젓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물 위를 가르는 규칙적인 마찰음. 이 지하에, 누군가가 배를 띄우고 있다.

그는 그 소리를 따라갔다.

통로는 낮고 길었다. 벽에는 물이 닿았던 선이 여러 겹 남아 있었다. 어떤 선은 오래되어 검게 굳었고, 어떤 선은 방금 남은 듯 젖어 있었다. 이곳의 물은 한 번도 같은 높이에 머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성이 숨을 쉬듯, 물도 오르내린다. 그때마다 길은 열리고 닫혔을 것이다.

좁은 길 끝에서 바닥이 갑자기 꺼져 있었다. 아래에는 더 어두운 수면이 넓게 펼쳐졌다. 물가에 낡은 배가 한 척 묶여 있었다. 배 곁에는 말 없는 사공이 서 있었다. 얼굴은 후드에 가려져 있었고, 손에는 긴 노가 들려 있었다. 그는 알루카드를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배가 아주 조금 물살에 맞춰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물가에 섰다. 물은 여전히 그에게 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물 너머에 길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지하에서 길은 벽에 뚫린 구멍만이 아니었다. 물 위를 떠가는 침묵도 길이었다.

사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루카드도 묻지 않았다. 그는 배에 오르기 전, 뒤를 돌아보았다. 스킬라가 쓰러진 방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끝난 싸움의 침묵이라기보다, 더 깊은 곳이 귀를 기울이는 침묵에 가까웠다. 성의 지하는 이제 그를 기억했다. 그의 피가 물에 닿았고, 그의 검이 물속의 목을 끊었다.

배가 천천히 움직였다.

노가 물을 갈랐다. 물결은 검은 천처럼 양옆으로 접혔다. 알루카드는 배의 중앙에 서서 균형을 잡았다. 망토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배 바닥에 작은 점들을 만들었다. 어둠 속을 지나며, 그는 벽에 박힌 오래된 조각상 하나를 보았다. 반쯤 물에 잠긴 얼굴. 인간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표정. 그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수로의 끝에서 작은 빛이 보였다.

빛은 촛불이 아니었다. 물밑에서 올라오는 성스러운 금속의 반사에 가까웠다. 사공은 아무 설명 없이 배를 멈추었다. 알루카드는 내려섰다. 발끝이 물에 닿았지만, 이번에는 물가의 돌만 밟았다. 좁은 제단 위에 작은 유물이 놓여 있었다. 기묘한 형태였고, 성스러움이라기보다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둘레에는 분명히 오래된 축복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가 손을 뻗자, 유물은 차갑게 빛났다.

몸 안으로 들어오는 힘은 화려하지 않았다. 검을 더 날카롭게 하지도, 다리를 더 높이 밀어 올리지도 않았다. 대신 피부와 물 사이에 아주 얇은 경계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물이 더 이상 곧장 피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막. 지하의 통로가 다시 조금 바뀌었다. 지금까지 그를 밀어내던 수면이, 처음으로 길처럼 보였다.

알루카드는 천천히 물속으로 한 발을 넣었다.

통증은 오지 않았다.

물은 차가웠다. 그뿐이었다. 그는 눈을 감지 않고 아래를 보았다. 물밑에는 돌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아까는 보지 못한 길. 혹은 보았더라도 들어갈 수 없었던 길. 계단은 어둠 속으로 내려가다 왼쪽으로 꺾였고, 그 끝에서 희미한 물살이 흘렀다.

그는 다시 올라와 배가 있던 쪽을 보았다. 사공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노 젓는 소리가 어둠 속으로 작아졌다. 그 뒤로 남은 것은 물의 낮은 숨, 돌벽의 냉기, 그리고 위쪽 성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름이었다.

리히터.

그 이름은 물속에 던진 돌처럼 잠깐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올랐다. 마리아의 눈빛은 이 차가운 수면과 닮아 있었다. 확신보다 깊은 불안. 알루카드는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괴물은 쓰러뜨릴 수 있다. 패턴을 읽고, 빈틈을 찾고, 심장을 가르면 된다. 그러나 누군가의 의지가 물처럼 흐려져 있다면, 칼은 언제 들어가야 하는가.

그는 대답을 오래 찾지 않았다.

성은 답을 주기 전에 다음 문을 보여 주는 곳이었다. 알루카드는 물속 계단으로 다시 내려갔다. 망토가 물 위에 어둡게 펼쳐졌다가 뒤로 따라왔다. 수면 아래의 세계는 소리를 둔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발소리조차 멀리서 들렸다. 벽 틈에서는 물고기 머리를 한 것들이 움직였지만, 아직 덤비지 않았다. 그들도 새로 생긴 경계를 느끼는 듯했다.

계단 끝의 물살은 오른쪽으로 흘렀다. 그러나 왼쪽 위, 물 밖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에서 희미한 쇠 냄새가 내려왔다. 물과 돌뿐인 지하에서 갑자기 나타난 마른 냄새. 먼 곳의 투기장, 쇠창살, 오래된 피. 그 길은 아직 멀었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알루카드는 물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위쪽 어둠 너머로, 아주 낮은 함성이 들린 듯했다. 실제 소리인지 성이 미리 흘려보낸 잔향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쪽을 향해 걸었다. 물은 이제 그의 발목을 붙잡지 못했다. 다만 뒤에서 조용히 닫히며, 방금 지나온 싸움을 검은 표면 아래에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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