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6화] 값으로 열리는 문, 책장 아래의 악마
종이가 긁히는 소리가 먼저 왔다.
문을 밀기도 전이었다. Outer Wall의 바람은 알루카드의 망토 끝을 마지막으로 한 번 끌어당기고 물러났고, 그 뒤에서 긴 장서고의 숨이 새어 나왔다. 축축한 돌 냄새와 밤공기 사이로 말라붙은 가죽, 잉크, 오래된 풀 냄새가 가늘게 섞였다. 손잡이를 잡은 손등에 먼지가 내려앉았다. 그는 문을 끝까지 밀지 않고 어깨 하나가 들어갈 만큼만 틈을 열었다.
안쪽에서 책 한 권이 저절로 떨어졌다.
바닥에 닿기 직전, 책은 날개처럼 표지를 펼쳤다. 종잇장이 바람을 물고 퍼덕이며 알루카드의 얼굴 높이로 솟구쳤다. 그는 몸을 비스듬히 빼고 Gladius를 짧게 그었다. 칼날이 책등을 갈랐다. 찢어진 종이는 비명 대신 마른 잎이 으스러지는 소리를 냈고, 페이지 사이에서 검은 먼지가 피처럼 흩어졌다.
알루카드는 그 먼지 속으로 들어섰다.
Long Library는 방이라기보다 세워진 심연에 가까웠다. 책장은 벽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벽을 대신하고 있었다. 사다리는 기둥처럼 위로 뻗었고, 높은 선반의 끝은 촛불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묻혔다. 천장 가까운 곳에서는 알 수 없는 금속 장식들이 아주 느리게 흔들렸다. 성벽 바깥의 바람은 이곳까지 오지 못했지만, 책들은 바람이 있는 것처럼 조금씩 몸을 떨었다.
발을 내딛자 바닥의 먼지가 낮게 밀렸다. 알루카드는 걸음을 작게 줄였다. 이곳에서는 발소리가 멀리 가지 않았다. 돌 회랑과 달리, 책과 천과 가죽이 소리를 먹었다. 오히려 침묵이 더 가까워졌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 안쪽에 종잇가루가 얇게 앉는 듯했다.
첫 번째 계단은 넓었다. 폭은 넓지만 안전하지 않았다. 계단 양옆으로 내려앉은 책 더미가 시야를 잘랐고, 난간 없는 가장자리 아래에는 어두운 방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래층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바닥을 긁었다. 뼈가 아니라 젖은 흙을 끌고 다니는 소리였다.
알루카드는 계단을 오르다 말고 멈추었다.
왼쪽 책장 아래, 그림자 속에서 낮은 꽃대가 흔들렸다. 꽃이라고 부르기엔 색이 너무 어두웠고, 줄기라고 부르기엔 움직임이 지나치게 의식적이었다. 그것은 돌 틈에서 솟아난 살점 같은 덩굴을 움찔거리며 알루카드의 발목을 겨냥했다. 입처럼 벌어진 꽃받침에서 녹색 침이 맺혔다.
그가 한 걸음 물러서자 침이 계단 위에 떨어졌다. 대리석이 아니라 낡은 돌이었는데도 표면이 하얗게 일어났다. 독이었다. 알루카드는 손도끼를 쥔 왼손을 뒤로 빼고, 덩굴이 다시 몸을 세우는 순간 도끼를 낮게 던졌다. 도끼는 계단 모서리를 스치듯 날아가 꽃받침 밑을 찍었다. 몸통이 휘청였다.
그 틈에 그는 내려섰다. Gladius는 긴 검이 아니었다. 깊게 베려면 들어가야 했다. 그는 독 침이 다시 맺히기 전에 몸을 낮추고 줄기 밑동을 끊었다. 덩굴은 바닥을 몇 번 때리다가 축 늘어졌다. 그 위에 떨어진 종잇가루가 젖어 들었다.
그는 도끼를 주워들고 손잡이를 한 번 훑었다. 독이 묻은 곳은 없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서가 사이의 통로는 좁아졌다. 책장 틈에서 팔 없는 갑옷이 튀어나왔고, 낮은 몸집의 작은 적이 책더미 위를 뛰어넘었다. 그것들은 Long Library의 규칙을 알고 있었다. 정면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먼저 책을 떨어뜨리고, 그 소리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발밑으로 들어왔다. 알루카드는 발끝을 크게 들지 않았다. 작은 적에게 발목을 내주면 그다음은 독초나 떠다니는 책이 차례로 다가온다.
그는 칼을 크게 휘두르지 않았다. 좁은 서가에서 긴 호를 그리면 칼끝이 책장에 걸린다. 손목만 꺾어 짧게 베고, 반 걸음 물러나며 손도끼를 던지고, 다시 앞으로 들어갔다. 망토는 뒤쪽 책 모서리에 걸리지 않도록 팔꿈치 아래로 눌렀다. 알루카드의 움직임은 전투라기보다 오래된 방의 물건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춤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방은 조심한다고 온순해지는 곳이 아니었다.
긴 계단을 오른 뒤, 복도는 갑자기 넓어졌다. 중앙에는 낮은 책상이 놓여 있었고, 그 너머에 의자 하나가 있었다. 의자는 지나치게 컸다. 그 위에 앉은 노인의 몸은 의자 크기에 비해 작아 보였지만, 방 안의 공기는 그의 손끝 하나에 매달려 있는 듯했다.
노인은 책을 읽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문턱에서 멈췄다. 책장 사이의 촛불이 노인의 안경 가장자리에서 희게 번뜩였다. 노인은 곧장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으로 페이지 끝을 눌렀다. 종이가 접히지 않도록, 아주 오래 전부터 같은 동작을 반복해 온 사람처럼.
“오래간만이군, 노인.”
그제야 노인의 눈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처음엔 불청객을 보는 눈이었다. 다음 순간, 그 눈이 작게 흔들렸다.
“아, 알루카드 님이셨군요.” 노인은 의자에 앉은 채 허리를 약간 숙였다.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정중함 아래에 깔린 계산이 숨지 않았다. “무슨 일로 이 늙은이를 찾으셨습니까?”
알루카드는 책상 앞까지 걸어갔다. 발소리 하나가 카펫에 묻혔다.
“도움이 필요하다.”

노인의 손가락이 책 위에서 멈췄다. 촛불이 작게 흔들렸다. 방 안 어딘가에서 잠든 책이 숨을 바꾸는 소리가 났다.
“젊은 주인님.” 노인은 낮게 말했다. “저는 주인께 등을 돌린 이를 도울 수 없습니다.”
알루카드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눈꺼풀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검을 쥔 손의 힘은 조금 풀렸다. 베어야 할 적과 지나가야 할 문을 구분하는 데에는 침묵이 필요했다.
“대가는 치르겠다.”
노인의 입가가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그것은 미소라기보다 오래된 자물쇠가 기름을 만난 소리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말씀이 달라지지요.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노인은 책상 아래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물건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약병, 낡은 지도, 이상한 주문이 적힌 두루마리, 손잡이만 번들거리는 무기들. 그러나 알루카드의 시선은 한쪽에 따로 놓인 작은 보석에서 멈췄다.
그것은 밝게 빛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빛을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투명한 표면 안쪽에 푸른 문양이 잠겨 있었고, 그 문양은 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아주 느리게 회전했다. 알루카드는 그것을 보자마자 떠올렸다. 성 곳곳에서 길을 막고 있던 푸른 봉인의 문들. 열쇠 구멍도 없고, 힘으로 부술 수 없는 문. 길이 있으나 아직 허락하지 않던 문.
“그 보석.”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뻗었다. “길을 아는 물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길을 막는 봉인이 이 물건을 알아보지요.”
“값은?”
노인은 금액을 말했다. 아주 짧게, 너무 쉽게.
알루카드는 허리춤의 주머니를 풀었다. 성 안에서 주운 동전들은 차갑고 제각각이었다. 어떤 것은 오래된 인간의 왕국에서 온 것이고, 어떤 것은 이 성의 하인들이 장식처럼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그것들을 세지 않고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노인은 세었다. 세는 속도는 늙지 않았다.
금속이 하나씩 닿을 때마다 장서고의 침묵이 얇게 갈라졌다.
노인은 마지막 동전을 엄지로 밀어 확인한 뒤 보석을 건넸다. 알루카드가 손에 쥐자 푸른 문양이 손바닥 아래에서 짧게 뛰었다. 살갗을 찌르는 감각은 없었다. 그러나 몸 어딘가에 닫힌 문 하나가 돌아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 성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하지만 대가를 아는 이에게는 때때로 길을 빌려주지요.”
알루카드는 보석을 품 안에 넣었다.
“당신은 어느 쪽이지.”
노인의 웃음이 멎었다. 잠깐이었다. 짧은 틈 사이로 먼 옛날 이 성에 있던 질서가 얼굴을 내밀었다가 사라졌다.
“저는 책을 지키는 자입니다.” 노인은 다시 손가락을 모았다. “책은 이긴 자의 이름도, 진 자의 이름도 모두 받아 적습니다.”
“그렇다면 잘 적어 둬라.”
알루카드는 돌아섰다. 노인은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알루카드가 문을 나서기 직전 뒤에서 아주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래쪽 서가로는 조심하십시오. 요즘 조용하지가 않습니다.”
알루카드는 멈추지 않았다.

노인의 방을 벗어나자 장서고의 냄새가 다시 진해졌다. 방금 전까지는 물건을 파는 노인의 손끝에 질서가 있는 듯했지만, 몇 걸음만 내려오면 Long Library는 다시 스스로의 규칙을 드러냈다. 책은 주인을 가지지 않는다. 책장 사이에는 오래 저장된 지식만큼 오래 굶은 것들도 산다.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길은 처음보다 더 어두웠다. 서가가 낮아지고 천장이 내려앉아, 알루카드는 몇 번이나 머리 위를 살피며 걸어야 했다. 종잇장 사이에서 푸른 불빛이 스쳤다. 마법이 적힌 책들이 스스로 펼쳐져 허공에 떠올랐다. 한 권은 그에게 곧장 날아들지 않고 멀리서 원을 그렸다. 유인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알루카드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 순간 바닥이 울렸다.
책장이 아니라 바닥 아래에서 온 소리였다. 무거운 것이 돌 아래를 밀고 지나가는 듯했다. 이어서 멀리서 책들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수십 권이 아니라 수백 권이었다. Long Library 전체가 몸을 한 번 떤 것 같았다.
알루카드는 검을 들었다. Gladius의 짧은 칼날이 촛불을 받아 흰 선이 되었다.
통로 끝에 문이 있었다. 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다만 안쪽 어둠이 너무 짙어, 열린 문이라는 사실이 늦게 보였다. 문틀 위에는 조각된 천사가 있었으나 얼굴은 긁혀 나가 있었다. 날개만 남은 천사는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했다.
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냄새가 바뀌었다.
책 냄새가 물러나고 젖은 흙과 식은 재 냄새가 올라왔다. 전투실은 긴 직사각형이었다. 양쪽 벽을 따라 책장이 이어졌지만, 중앙은 비워져 있었다. 비워 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무언가가 그곳에서 움직이기 위해 책장을 밀어낸 듯했다. 바닥 곳곳에는 책과 뼈와 흙덩이가 섞여 있었다. 천장은 높았다. 너무 높았다. 공중을 쓰는 적에게 유리한 방이었다.
알루카드는 중앙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문에서 세 걸음 안쪽, 왼쪽 벽을 등지지 않을 만큼만 떨어져 섰다. 도망칠 길을 남겼고, 동시에 몰릴 모서리를 피했다.
그때 천장 쪽 책장 사이에서 붉은 눈 두 개가 켜졌다.
먼저 내려온 것은 그림자였다. 날개가 펼쳐지자 촛불 몇 개가 동시에 꺼졌다. 짧고 뒤틀린 몸, 길게 튀어나온 팔, 살갗 아래로 흐르는 어두운 열. Lesser Demon은 책장 꼭대기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고개를 꺾어 알루카드를 보았다. 입이 벌어졌고, 그 안쪽에서 사람의 말이 되지 못한 소리가 끓었다.
첫 공격은 위에서 왔다.
그것은 날개를 접고 떨어졌다. 돌이 낙하하는 소리가 아니라 젖은 천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알루카드는 왼쪽으로 구르려다 멈췄다. 바닥에 흙덩이가 있었다. 미끄러질 수 있었다. 그는 대신 반 걸음 앞으로 들어가며 몸을 낮췄다. Lesser Demon의 발톱이 그의 뒤통수 위를 지나 벽을 긁었다. 책등이 한 줄로 터졌다.
알루카드는 즉시 돌아 베었다. 칼끝이 악마의 옆구리에 닿았다. 얕았다. 적은 맞은 만큼 물러서지 않고 날개를 펼쳐 위로 튀어 올랐다. 칼이 살을 지나갔는데도 뼈에 닿는 감각이 없었다.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피한 것이다.
첫 판단이 늦었다. 이 적은 덩치보다 가볍고, 거리보다 빠르게 높이를 바꾼다.
Lesser Demon은 천장 근처에서 양팔을 벌렸다. 손가락 사이로 검은 불씨가 모였다. 알루카드는 독 숨결이나 화염을 예상하고 옆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불씨는 그에게 날아오지 않았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불씨들이 뼈가 되었다.
먼저 해골 병사가 무릎을 세우고 일어났다. 이어서 흐린 안개 같은 형체가 책장 틈에서 밀려나왔다. 살도 뼈도 없는 것, 몸이 아니라 저주가 먼저 떠다니는 것. 그리고 중앙 바닥의 흙더미가 부풀며 진흙 인간이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 바닥 일부였던 것이 적이 되었다.
알루카드는 이를 악물지 않았다. 다만 검자루를 쥔 손을 고쳐 잡았다.
소환하는 동안 Lesser Demon의 몸은 짧게 굳었다. 그러나 그 주위에 얇은 막 같은 어둠이 생겼다. 지금 베어도 닿지 않을 것이다. 빈틈은 소환하는 순간이 아니라, 소환이 끝난 직후 내려오는 첫 호흡에 있다.
문제는 그 호흡까지 살아남는 일이었다.
해골은 정면에서 왔다. 진흙 인간은 느렸지만 길을 막았다. 안개 형체는 바닥을 밟지 않고 알루카드의 어깨 높이로 미끄러졌다. 그는 해골의 첫 칼질을 Gladius로 받지 않았다. 받아 내면 뒤의 안개가 닿는다. 대신 칼날을 사선으로 밀어 해골의 손목을 흘리고, 왼발로 갈비뼈를 찼다. 뼈가 무너지며 길이 열렸다.

안개가 다가왔다. 닿으면 저주가 될 것이다. 알루카드는 손도끼를 던졌다. 도끼는 안개를 완전히 베지 못했지만 흐름을 찢었다. 그 한 박자에 그는 진흙 인간의 느린 팔 아래로 몸을 낮춰 빠져나갔다. 진흙 팔은 책장에 부딪혀 무겁게 들러붙었다. 책들이 젖은 소리를 냈다.
위에서 독이 쏟아졌다.
Lesser Demon이 입을 벌린 채 비스듬히 내려오고 있었다. 녹색 숨결이 선처럼 길게 바닥을 훑었다. 알루카드는 두 번째 도약으로 숨결 위를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천장이 높아도 책장 끝에서 튀어나온 철 장식이 길을 가로막았다. 그의 어깨가 장식에 스쳤고, 몸이 예상보다 일찍 떨어졌다. 독의 끝이 붉은 천 끝을 태웠다. 매캐한 냄새가 올라왔다.
실수였다. 이 방에서 위쪽은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다. 악마의 길이고, 오래된 장식의 함정이다.
그는 착지하자마자 무릎을 굽혀 충격을 흘렸다. Lesser Demon은 그것을 기다린 듯 발톱을 세우고 다시 내려왔다. 이번에는 정면이 아니라 등 뒤에서였다. 알루카드는 돌아보지 않고 망토의 움직임을 느꼈다. 바람이 등 뒤에서 눌렸다. 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며 칼을 뒤로 뻗었다.
칼끝이 발톱과 부딪혔다. 짧은 금속음. 악마의 발톱은 검처럼 단단했다. 힘으로 밀리면 안 된다. 알루카드는 손목을 풀어 충격을 흘리고, 몸을 더 낮춰 적의 팔 아래로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깊었다. Gladius가 Lesser Demon의 배를 가로질렀다.
악마가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사람의 목에서 나올 수 없는 높은 음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책장이 무너지는 낮은 울림으로 바뀌었다. 날개가 세차게 퍼덕였다. 알루카드는 뒤로 물러나며 얼굴을 팔로 가렸다. 날개바람에 페이지들이 폭풍처럼 떠올랐다. 시야가 하얗게 막혔다.
그 안에서 두 번째 패턴이 시작됐다.
Lesser Demon은 더 이상 멀리서만 소환하지 않았다. 상처가 난 뒤로는 날아오르며 불씨를 흩뿌리고, 내려오며 발톱을 휘둘렀다. 소환과 공격의 간격이 짧아졌다. 해골 하나가 완전히 일어나기도 전에 진흙 손이 바닥을 붙잡았고, 안개 형체는 책장 뒤에서 새어나와 알루카드의 퇴로를 막았다. 전투실은 넓었지만, 적들이 생겨날 때마다 넓이가 조금씩 줄었다.
알루카드는 중앙을 포기했다. 중앙에 있으면 사방에서 온다. 그는 오른쪽 책장 가까이로 이동했다. 너무 붙지는 않았다. 책장이 등 뒤가 되면 Lesser Demon의 급강하를 피할 공간이 없다. 한 걸음의 틈. 그 틈을 유지하며 그는 적들을 한 방향으로 모았다.
해골이 먼저 왔다. 베었다. 안개가 그 뒤에 겹쳐졌다. 그는 물러나지 않고 손도끼를 회수해 바로 던졌다. 도끼가 안개를 찢는 동안 진흙 인간이 팔을 뻗었다. 알루카드는 그 팔을 밟았다. 진흙이 발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두 번째 도약으로 몸을 빼냈다. 이번에는 높이 오르지 않았다. 사람 하나의 키만큼만. 철 장식에 닿지 않는 높이. 공중에서 몸을 접고, 떨어지며 진흙 인간의 머리 부분을 검으로 찍었다.
바닥이 튀었다.
그리고 위.
Lesser Demon은 반드시 알루카드가 착지한 직후를 노렸다. 반복이었다. 처음에는 위협이었지만, 세 번째부터는 약속이 되었다. 적은 알루카드가 땅에 닿아 무릎이 잠깐 굽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 순간 발톱으로 등이나 어깨를 찢으려 한다.
그렇다면 빈틈도 그때 생긴다.
알루카드는 다음 진흙 인간의 팔을 일부러 늦게 피했다. 발끝이 진흙에 닿았다. 무거운 감각이 발목을 잡았다. Lesser Demon이 즉시 반응했다. 천장에서 날개가 접히는 소리. 공기가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알루카드는 진흙에 잡힌 척 무게를 낮췄다. 적이 더 빠르게 내려왔다.
발톱이 닿기 직전, 그는 왼손의 손도끼를 위로 던졌다.
도끼는 악마를 맞히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도끼날이 천장 장식에 부딪히며 튕겼다. 금속음이 방 안을 찢었다. Lesser Demon의 시선이 순간 흔들렸다. 그 아주 짧은 순간, 알루카드는 발목을 잡은 진흙을 검끝으로 끊고 옆으로 빠졌다. 악마의 발톱은 그가 있던 자리의 바닥을 깊게 갈랐다.
착지.
빈틈.
Lesser Demon의 날개가 아직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들어갔다. 망토가 뒤에서 늦게 따라왔다. Gladius가 짧아서 오히려 빨랐다. 그는 악마의 팔 안쪽으로 붙어, 첫 번째 베기로 가슴을 열고, 두 번째 베기로 목 아래를 갈랐다. 악마가 날아오르려 하자 그는 손을 뻗어 그 거친 털을 움켜쥐었다.
피부가 뜨거웠다. 손바닥이 타는 듯했다.
알루카드는 놓지 않았다.

그는 악마의 몸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며 무릎으로 눌렀다. Lesser Demon의 입에서 독 숨결이 다시 끓었다. 가까웠다. 피할 거리가 없었다. 알루카드는 고개를 옆으로 틀고, 칼끝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넣었다.
독은 나오지 않았다.
악마의 목 안쪽에서 검은 피가 먼저 넘쳤다. 날개가 크게 한 번 퍼덕였다. 주변의 책들이 동시에 펼쳐졌다가 닫혔다. 마치 방 전체가 눈을 깜빡인 것처럼.
Lesser Demon은 바닥을 긁었다. 발톱이 돌을 파내며 흰 가루를 냈다. 소환된 해골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졌고, 안개 형체는 촛불에 닿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진흙 인간은 제 몸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흙더미로 내려앉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날개였다. 악마의 날개가 몇 번 떨리다가 천천히 접혔다. 방 안에는 종이가 내려앉는 소리만 남았다.
알루카드는 검을 빼냈다. 피는 검날에 오래 붙어 있지 않았다. 어둠처럼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악마의 털을 잡았던 곳이 붉게 익어 있었다. 손을 한 번 쥐었다 펴자 통증이 늦게 올라왔다.
전투실의 왼쪽 벽에서 낮은 소리가 났다.
숨겨진 장치가 풀리는 소리였다. 책장 하나가 아주 천천히 밀려나며 뒤쪽 통로를 드러냈다. 동시에 바닥 한가운데, 악마가 쓰러진 자리 근처에서 작은 빛이 솟아올랐다. 피나 불꽃이 아니었다. 생명의 그릇 같은 빛. 알루카드는 그 앞에 섰다. 빛은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들며 상처 가장자리의 열을 가라앉혔다. 숨이 조금 깊어졌다. 그러나 피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몸이 잠시 더 넓어진 것뿐이었다.
그는 통로를 따라 들어갔다.
전투실 너머는 뜻밖에 조용했다. 책장이 다시 질서정연했고, 바닥도 거의 깨끗했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은 얇은 창살 앞에서 끊겼다. 창살 너머에는 분명 또 다른 방이 있었다. 안쪽에서 푸른 기운이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박쥐의 날개 같은 그림자가 천장에 얼핏 비쳤다가 사라졌다.
알루카드는 창살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손가락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쇠창살은 촘촘했다. 사람의 몸은 지나갈 수 없고, 검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힘으로 부수기에는 이 성의 금속이 너무 오래되고 단단했다.
문이 아니라 틈이었다.
그는 앞서 지나온 낮은 구멍을 굳이 떠올리지 않았다. 성은 이미 같은 말을 여러 방식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어떤 길은 높은 몸을 요구하고, 어떤 길은 더 가벼운 몸을 요구한다. 어떤 길은 대가로 열리고, 어떤 길은 아직 이름 모를 변화를 기다린다.
알루카드는 손을 거두었다.
품 안의 Jewel of Open이 희미하게 식어 있었다. 이 보석은 이 창살의 답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문들은 이제 그를 알아볼 것이다. 푸른 봉인이 걸린 문들. 지나치며 기억해 둔 닫힌 입구들. Marble Gallery의 차가운 빛, 성 안쪽으로 더 깊게 이어지던 막힌 통로, 위쪽으로 향하는 공기.
Long Library는 뒤에서 다시 종이를 넘겼다.
노인의 방 쪽인지, 아직 살아 있는 책들인지, 아니면 방금 죽은 악마가 남긴 마지막 떨림인지 알 수 없었다. 알루카드는 검을 집어넣고 돌아섰다. 망토 끝에는 독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털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은 들어올 때보다 더 조용했다. 책들은 여전히 그를 보고 있었지만, 조금 전처럼 달려들지는 않았다. 혹은 달려들 때를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성의 하인들은 주인이 바뀌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한 방의 악마를 쓰러뜨렸다고 장서고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의 방 앞을 지날 때, 안쪽에서 동전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알루카드는 문을 열지 않았다. 노인도 부르지 않았다. 그들 사이의 거래는 끝났다. 그러나 거래가 끝났다고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 성에서 값을 치르고 얻은 것은 언젠가 다른 값으로 되돌아온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자 Outer Wall에서 들어오던 밤공기의 흔적이 다시 느껴졌다. 그 차가운 흐름 속에 다른 냄새가 섞여 있었다. 향 냄새. 오래 꺼진 촛대와 젖은 돌, 높은 천장에 머문 차가운 성가의 잔향 같은 것.
알루카드는 멈춰 섰다.
Long Library의 책 냄새 뒤편, 아주 먼 곳에서 날개가 접혔다 펴지는 소리가 들렸다. 책장이 흔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더 크고, 더 높은 곳의 소리였다. 성의 위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문틈을 가늘게 울렸다.
그는 품 안의 푸른 보석을 한 번 눌러 확인했다.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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