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4화] 연금술 연구동의 두 그림자
쇠사슬이 천장 속에서 긁혔다.
알루카드는 그 소리가 한 번 더 울리기 전에 발을 멈췄다. 발끝이 닿은 돌바닥 아래에서 아주 얇은 진동이 올라왔다. 복도의 끝에는 문이 없었다. 대신 위로 뚫린 사각의 빈 공간, 아래로 내려가는 짧은 계단, 그리고 벽면을 따라 꺼져 가는 초록빛 촛불들이 있었다. 초록빛은 불이라기보다 젖은 유리병 속에 갇힌 인광처럼 흔들렸다. 그 빛이 그의 손등을 스치자 피부가 창백하게 식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높은 천장 사이로 쇠줄 하나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추와 톱니가 맞물리고, 보이지 않는 방의 장치가 오래된 명령을 기억해 낸다. 이곳의 기계들은 살아 있는 종복처럼 굴지 않았다. 오히려 시체가 마지막 습관을 되풀이하는 것에 가까웠다. 돌은 움직이고, 가시는 내려가며, 상자는 제자리를 지키고, 누군가의 발이 정확한 곳을 밟으면 숨겨 둔 통로가 잠깐 얼굴을 내민다.
연구동은 성의 다른 구역보다 냄새가 무거웠다. 피와 먼지, 기름, 오래 말라붙은 약초, 유리병 안에서 썩은 물. 벽마다 금속 받침대가 튀어나와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전에 깨진 플라스크와 굳어 버린 잉크 같은 액체가 남아 있었다. 대리석 회랑이 아름다움으로 속였다면, 이곳은 실험의 실패를 숨기지 않았다. 문지방 가까이에는 발목 높이의 가시가 줄지어 서 있었고, 그 너머 탁자 위에는 짐승 가죽을 덧댄 흉갑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알루카드는 먼저 가시를 보았다.
가시는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지만, 바닥 한쪽에 눌리는 돌판이 있었다. 그는 칼끝으로 돌판을 건드렸다. 안쪽에서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 가시들이 한꺼번에 아래로 꺼졌다. 내려가는 동작이 너무 늦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만든 장치가 아니라, 서둘러 달려드는 자를 벌하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그는 빈틈을 재고, 망토를 몸에 붙인 채 건넜다.
흉갑은 낡았다. 가죽 안쪽은 굳어 있었고 금속 고리 몇 개는 녹이 슬었다. 그러나 맨몸으로 뼈와 창, 불을 받아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는 흉갑을 들어 어깨에 맞추었다. 허리 끈을 당길 때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예전 갑옷의 무게와는 달랐다. 그의 이름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었다. 성 안에서 주운 것. 누군가 쓰다 버렸거나, 누군가 쓰기 전에 죽은 것. 그는 그 차이를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성은 이미 그의 것을 빼앗았다. 살아남는 자는 남은 것을 쓴다.
계단 위에서 뼈가 움직였다.
첫 번째 해골은 칼을 들고 있었다. 칼날은 녹슬었으나, 움직임은 녹슬지 않았다. 어깨와 팔꿈치가 기묘하게 늦게 따라왔고, 그 늦음 때문에 오히려 공격의 박자가 어긋났다. 알루카드는 한 걸음 안쪽으로 들어가 손목을 베었다. 뼈 손가락이 칼자루와 함께 흩어졌다. 두 번째는 몸통이 피투성이였다. 베어도 쓰러지지 않았다. 무릎이 꺾이고, 갈비뼈가 바닥에 닿았다가, 잠시 후 다시 세워졌다. 그는 그것의 부활을 기다리지 않고 지나쳤다. 이 성에는 죽지 않는 적도 있다. 죽이지 않아도 되는 적도 있다.
오른쪽 벽에서 도끼가 날아왔다.
소리가 먼저 왔다. 낮게 휘는 쇳소리. 알루카드는 턱을 당기며 몸을 접었다. 도끼가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 뒤편 촛대에 박혔다. 촛불이 튀며 사라졌다. 앞쪽 어둠에서 녹색 갑옷을 입은 병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투구 아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얼굴이야말로 이 성의 가장 흔한 얼굴이었다.
도끼 병사는 왼손을 뒤로 젖혔다. 던지기 전의 짧은 정지. 알루카드는 그 정지를 기억했다. 팔꿈치가 열리고 어깨가 먼저 들리면 위쪽 호, 허리가 먼저 비틀리면 낮은 호. 이번엔 위였다. 그는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도끼가 등 뒤에서 반원을 그리는 순간, 짧은 검이 갑옷 틈으로 들어갔다. 금속 안에서 마른 것이 끊어지는 소리. 병사는 두 걸음 더 걸어오다가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떨어진 도끼는 아직 따뜻했다.
알루카드는 그것을 주워 손안에서 무게를 재보았다. 무기로 삼기에는 조잡했다. 그러나 위로 던지기엔 알맞았다. 날의 한쪽이 닳아 있었고, 자루 끝에는 오래된 손때가 묻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허리춤에 걸었다. 검 한 자루로 닿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이 성은 너무 자주 알려 주었다.
연구동 안쪽으로 갈수록 길은 위아래로 갈라졌다. 좁은 방 하나에서는 낡은 가죽 방패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문양은 거의 지워졌고 가장자리는 찢겨 있었다. 알루카드는 방패를 들어 빛에 비춰 보았다. 얇다.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하지만 불꽃의 첫 혀를 막는 데는 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는 왼팔에 끈을 감았다. 방패가 팔목에 붙는 순간, 몸의 균형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검을 휘두르는 길이 짧아지고, 어깨가 조금 더 닫혔다. 대신 정면을 버틸 수 있다.
그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이번에는 천장에서 독한 침이 떨어졌다. 뼈와 살이 섞인 작은 것들이 벽면에 붙어 있다가 목을 늘여 뱉어냈다. 침은 바닥에 닿자마자 흰 연기를 냈다. 알루카드는 망토 자락을 걷어 올리고 사선으로 뛰었다. 두 번째 침은 그가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그는 벽을 밟아 몸을 띄우고, 공중에서 한 번 더 힘을 주었다. 두 번째 도약은 아직 몸에 완전히 익지 않았다. 몸이 한순간 자신이 아는 무게를 버리고, 공기가 보이지 않는 발판처럼 발밑을 받친다. 그는 그 짧은 상승으로 괴물의 머리 위에 닿았다. 칼이 내려갔다. 젖은 소리가 났고, 벽의 것이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렸다.
이 능력은 길을 열어 주었지만, 싸움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알루카드는 착지하자마자 무릎을 낮추었다. 발목에 힘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손목을 한 번 돌렸다. 검은 가벼웠다. 너무 가벼운 검은 때때로 마음보다 먼저 움직인다. 그는 손가락을 다시 조였다.
두 번째 가시 장치 앞에는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는 오래되어 모서리가 해졌지만, 바닥에 깊이 박혀 있지 않았다. 그는 어깨로 밀었다. 바퀴도 없는 상자가 돌바닥을 긁으며 조금씩 움직였다. 그 소리가 연구동 안에서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마치 잠든 것들의 귀를 긁는 것처럼.
상자를 가시 위에 올려놓고, 돌판을 다시 밟았다. 꺼졌던 가시가 솟구치며 상자를 들어 올렸다. 가시 끝에 걸린 나무가 삐걱거렸고, 그 위로 새로운 발판이 생겼다. 알루카드는 상자 위에 올라섰다. 가시 아래에는 어둠이 얇게 고여 있었다. 이 성의 장치들은 잔혹했지만, 잔혹함 속에도 질서가 있었다. 질서를 읽는 자에게만 길이 된다.
위쪽 방에는 붉은 천이 놓여 있었다. 천이라고 하기엔 너무 길고, 망토라고 하기엔 너무 수수했다. 그는 손끝으로 들어 올렸다. 먼지가 일었다. 피에 젖은 적은 없는 듯했다. 그 점이 오히려 이상했다. 알루카드는 그것을 어깨에 걸었다. 천은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가벼웠고, 방금 걸친 흉갑의 거친 선을 조금 가려 주었다. 낡은 옷감 하나가 몸의 윤곽을 바꾼다. 적의 눈에는 그 작은 차이가 공격의 거리로 보일 것이다.

복도는 점점 좁아졌다. 왼쪽 벽에는 오래된 도표가 붙어 있었다. 인간의 팔, 박쥐의 날개, 도마뱀의 척추, 새의 골격이 같은 원 안에 그려져 있었다. 잉크는 바랬으나 선은 집요했다. 어떤 손은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그렸을 것이고, 어떤 손은 생명을 분해하기 위해 그렸을 것이다. 연구동에서는 그 둘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알루카드는 도표를 지나쳤다.
저장실의 붉은 빛은 이번에도 낮게 숨 쉬고 있었다. 그는 문턱 안으로 들어서서 잠깐 눈을 감았다. 피로가 몸 밖으로 흘러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성이 주는 안식은 언제나 임시였다. 짧은 침묵 뒤에는 더 큰 소리가 기다린다. 그는 방을 나서며 손도끼가 허리에 제대로 걸려 있는지 확인했다. 방패 끈은 느슨하지 않았다. 검은 오른손에 있었다.
그때, 위에서 날갯짓이 들렸다.
가볍지 않았다. 박쥐의 날개가 아니라, 젖은 가죽을 넓게 펼쳤다 접는 소리. 한 번, 두 번. 그리고 바닥 어딘가에서 창끝이 돌을 찍었다. 두 소리는 서로 다른 높이에서 났지만, 같은 박자를 공유하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숨을 낮췄다. 앞쪽 통로 끝에 붉은 문양이 새겨진 큰 문이 있었다. 문양은 마른 피처럼 검붉었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안쪽의 공기가 바깥으로 밀려 나왔다.
문 앞에서 그는 멈추었다. 손가락을 펴고 다시 쥐었다. 손가락 마디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다.
안쪽은 넓었다. 연구동의 다른 방들처럼 물건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비어 있었다. 전투를 위해 비워 둔 것처럼. 바닥은 긴 직사각형으로 펼쳐져 있었고, 양쪽 벽에는 깨진 유리관이 줄지어 서 있었다. 유리관 안에는 말라붙은 액체가 흐른 자국만 남아 있었다. 천장은 높았다. 너무 높았다. 공중을 쓰는 적을 위해 만든 방이었다.
알루카드는 첫발을 들이기 전에 천장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눈이 열렸다.
먼저 내려온 것은 창끝이었다. 긴 창이 공기를 가르며 수직으로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굴렀다. 창끝이 바닥에 박히며 돌조각이 튀었다. 이어서 몸이 내려왔다. 새를 닮은 해골. 길고 마른 목, 굽은 부리, 뼈에 붙은 녹색 살점, 그리고 양손으로 움켜쥔 창. 창대는 알루카드의 키보다 길었다. 괴물은 착지하자마자 창을 수평으로 눕혔다. 거리 전체가 한순간 그 창의 것이 되었다.
그 뒤에서 푸른 짐승이 천천히 날개를 폈다.
가이본은 천장 가까이에 매달려 있었다. 박쥐와 악마와 도마뱀의 형상이 한 몸에 붙어 있었다. 날개막은 낡은 돛처럼 찢어졌지만, 그 찢어진 부분마다 검푸른 빛이 번졌다. 그것은 입을 열어 울지 않았다. 대신 목 안쪽에서 불이 켜졌다. 작은 불덩이가 하나 떨어졌다. 사선으로. 알루카드는 방패를 들었다. 불이 가죽 표면에 닿아 터졌다. 열이 팔꿈치까지 밀려왔다. 방패 가장자리에서 연기가 올랐다.
첫 판단은 간단했다. 땅의 창과 공중의 불. 하나를 상대하면 다른 하나가 빈틈을 찌른다.
슬로그라가 먼저 움직였다. 발소리는 거의 없었다. 뼈만 남은 다리가 길게 접혔다 펴지며 거리를 좁혔다. 창끝이 알루카드의 가슴을 향해 밀려왔다. 그는 왼쪽으로 피하려 했다. 그러나 가이본의 두 번째 불덩이가 그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피하는 길을 미리 태워 둔 것이다. 알루카드는 순간적으로 뒤로 젖혔다. 창끝이 흉갑을 긁었다. 금속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어깨에 통증이 번졌다.
실수였다. 창의 길이를 눈으로만 재고, 가이본의 낙하각을 늦게 읽었다.
그는 망토를 돌려 몸을 가리고 뒤로 물러났다. 슬로그라는 창을 빼내지 않았다. 그대로 앞으로 한 번 더 밀었다. 알루카드는 이번엔 낮게 숙였다. 창이 머리 위를 지나가자 오른손의 검을 짧게 그었다. 창대를 노렸다. 그러나 뼈 괴물은 손목을 비틀어 창을 끌어올렸다. 칼날은 창대가 아니라 공기를 베었다. 동시에 가이본이 아래로 내려와 발톱으로 스치듯 지나갔다.
알루카드는 등으로 바닥을 밀며 굴렀다. 발톱 끝이 망토 끝자락을 찢었다. 찢긴 천이 허공에 잠깐 떠 있다가 내려앉았다.
그는 일어났다.
슬로그라의 창은 정면에서 길고, 측면에서 짧다. 하지만 측면으로 가는 길은 불이 막는다. 가이본의 불은 빠르지 않으나 사선을 따라 떨어진다. 몸을 빨리 움직이는 것보다, 그 사선이 닫히기 전의 빈 칸을 찾아야 했다.

다음 불덩이가 내려오는 순간, 알루카드는 앞으로 들어갔다. 슬로그라의 창끝 쪽으로. 창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창 안으로 파고들었다. 괴물이 찌르기 위해 창을 뒤로 당기는 아주 짧은 순간, 긴 무기는 몸 가까이의 공간을 비운다. 알루카드는 그 틈에 발을 넣었다. 검이 창대 아래를 지나 슬로그라의 팔뼈를 쳤다.
뼈에 금이 갔다.
가이본이 즉시 내려왔다. 그 거대한 발톱이 슬로그라의 어깨를 붙잡았다. 알루카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두 괴물이 하나의 동작으로 묶였다. 가이본은 슬로그라를 들어 올렸다. 창끝이 아래로 향했다. 천장 가까이 올라간 둘은 잠시 흔들리더니, 알루카드를 향해 비스듬히 떨어졌다.
이것이 그들의 습관이다.
알루카드는 뒤로 도망치지 않았다. 떨어지는 그림자의 중심을 보았다. 창끝이 먼저 오고, 몸은 그 뒤를 따라온다. 창끝만 피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떨어진 뒤 미끄러지는 뼈의 무게까지 계산해야 했다. 그는 두 걸음 오른쪽으로 움직인 뒤, 공중으로 손도끼를 던졌다.
도끼는 둔한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불빛을 받은 날이 한순간 하얗게 빛났다. 가이본의 날개 아래를 스치고, 슬로그라의 창 든 팔을 함께 긁었다. 두 괴물이 공중에서 흔들렸다. 떨어지는 각도가 흐트러졌다. 창끝이 알루카드의 왼쪽 바닥에 박혔다. 그는 바로 그 순간 앞으로 파고들어 슬로그라의 갈비뼈를 베었다.
뼈가 갈라졌다. 녹색 살점이 튀었다.
가이본은 천장으로 다시 솟았다. 이번에는 불덩이를 하나씩 뱉지 않았다. 세 개가 이어졌다. 첫 번째는 알루카드의 발 앞, 두 번째는 머리 높이, 세 번째는 뒤쪽 퇴로. 그는 방패를 세워 첫 번째를 밀어내고, 몸을 낮춰 두 번째를 흘렸다. 세 번째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들어가 슬로그라의 다음 찌르기를 유도했다.
슬로그라는 창을 수평으로 눕힌 뒤 돌진했다.
그 돌진에는 분노가 없었다. 기계적이고 정확했다. 창끝이 흉갑의 금을 향해 다시 들어왔다. 알루카드는 왼쪽 발을 뒤로 빼고 몸을 비틀었다. 창끝이 겨드랑이 옆을 스쳤다. 동시에 그는 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렸다. 창대가 갈라졌다. 첫 번째 금이 길어지고, 두 번째 타격이 들어가자 창의 앞부분이 부러져 날아갔다.
금속이 바닥에 떨어졌다.
슬로그라는 멈췄다.
그 짧은 정지가 더 불길했다. 창을 잃은 괴물의 어깨가 들썩였다. 부리가 천천히 열렸다. 길고 단단한 부리 끝이 앞으로 향했다. 이제 그것은 창 대신 자기 몸을 던질 것이다. 거리는 짧아졌지만, 속도는 빨라진다.
알루카드는 방패를 낮췄다.
슬로그라가 튀어 나왔다. 부리가 흉갑을 찌르기 직전, 알루카드는 몸을 옆으로 접었다. 부리는 방패의 가장자리를 물어뜯듯 스쳤고, 가죽이 찢어졌다. 그는 그 힘을 이용해 팔을 돌렸다. 방패가 밀려나며 슬로그라의 목을 옆으로 틀었다. 오른손의 검이 목뼈와 어깨뼈 사이로 들어갔다.
칼날이 걸렸다.
뼈가 단단했다. 빠지지 않았다. 그 순간 가이본이 내려왔다. 붉지 않은 푸른 불이 입안에서 다시 모였다. 알루카드는 검을 포기하지 않았다. 손목을 더 깊이 비틀었다. 뼈 하나가 끊어지며 칼날이 풀렸다. 그는 뒤로 물러나는 대신, 슬로그라의 몸을 방패로 밀어 가이본의 불길 앞에 세웠다.
불덩이가 터졌다.
슬로그라의 등뼈가 검게 그을렸다. 괴물이 소리 없는 비명을 냈다. 입은 열렸으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로 바닥을 밀고, 몸을 반 바퀴 돌려 목을 베었다. 부리가 달린 해골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창이 부러진 손이 마지막으로 허공을 움켜쥐다가 풀렸다.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은 끝이 아니었다.

가이본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푸른 피부 아래로 붉은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슴 한가운데 작은 점이었고, 곧 날개막의 혈관처럼 번졌다. 머리, 어깨, 등, 발톱. 붉은색이 그것의 몸 전체를 물들이자, 방 안의 초록빛 촛불이 오히려 어둡게 보였다. 가이본은 슬로그라의 잔해를 보지 않았다. 그것은 동료를 잃어 슬퍼하는 짐승이 아니었다. 단지 둘이던 전술이 하나로 압축되었을 뿐이다.
불이 커졌다.
첫 번째 큰 불덩이는 방패를 밀어붙였다. 가죽 방패가 팔에 달라붙을 만큼 뜨거워졌다. 알루카드는 이를 악물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을 조금 풀었다. 충격을 뼈로 받지 않고, 팔 전체로 흘렸다. 두 번째 불덩이는 낮게 왔다. 그는 뛰었다. 공중에서 한 번 더 몸을 끌어올렸다. 불이 발밑을 지나갔다. 그러나 가이본은 이미 그 높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개가 접히고, 몸이 포탄처럼 내려왔다.
알루카드는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발톱이 어깨를 찢고 지나갔다. 흉갑 위로 피가 튀었다. 그는 착지와 동시에 한쪽 무릎을 짚었다. 바닥이 멀게 느껴졌다. 상처보다 위험한 것은 호흡이 한 박자 늦어진 것이었다. 가이본은 그 늦음을 놓치지 않았다. 붉은 입이 다시 열렸다.
알루카드는 방패를 들었다.
세 발. 일정한 간격. 첫 번째는 방패로 막고, 두 번째는 방패 가장자리를 스치게 흘리고, 세 번째가 오기 직전 앞으로 뛰었다. 불덩이는 뒤에서 터졌다. 폭발의 열이 망토를 들어 올렸다. 그는 그 열에 등을 맡기듯 앞으로 더 빨리 나아갔다.
가이본은 낮게 떠 있었다. 불을 뱉은 뒤의 목은 잠깐 열린다. 날개는 다음 상승을 위해 아래로 눌린다. 그때가 빈틈이었다.
알루카드는 손도끼를 다시 뽑았다. 이번엔 던지지 않았다.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 검, 허리에서 뽑은 도끼는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그는 가이본이 날개를 내리치는 순간, 도끼를 위로 던졌다. 도끼는 날개의 안쪽 뼈를 쳤다. 가이본의 몸이 기울었다. 그것이 추락을 피하려고 날개를 반대로 접는 순간, 알루카드는 두 번째 도약으로 가슴 높이에 닿았다.
검이 들어갔다.
깊지는 않았다. 가이본의 가죽은 두껍고 뜨거웠다. 칼날이 절반쯤 박히고 멈췄다. 가이본의 입이 알루카드의 얼굴 가까이 열렸다. 불빛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는 검을 더 밀어 넣지 않았다. 대신 손잡이를 아래로 꺾었다. 상처가 찢어졌다. 가이본이 뒤틀렸다. 불은 방향을 잃고 천장을 향해 터졌다. 유리관들이 한꺼번에 깨졌다. 비처럼 유리 파편이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착지하며 굴렀다. 손바닥에 유리가 박혔다. 그는 그것을 뽑지 않고 일어섰다. 통증은 나중이다.
가이본은 바닥에 내려앉았다. 붉은 몸이 부풀고 줄어들었다. 그것은 이제 날기보다 버티고 있었다. 두 발로 바닥을 찍자 균열이 퍼졌다. 입에서 불덩이들이 낮게, 빠르게, 줄지어 뿜어져 나왔다. 알루카드는 방패를 정면에 세웠다. 첫 번째 충격에 방패가 갈라졌다. 두 번째에 끈이 하나 끊어졌다. 세 번째가 오기 전에 그는 방패를 버렸다.
타 버린 방패가 바닥을 미끄러졌다.
가이본은 바로 그 방패를 향해 불을 쏟았다. 움직이는 것을 적으로 착각한 짧은 순간. 알루카드는 그 순간에 옆으로 돌아 들어갔다. 망토를 낮게 끌고, 검을 뒤로 빼고, 숨을 멈췄다. 가이본의 목은 불을 토한 뒤 다시 닫히기 전 아주 잠깐 부드러워진다. 그는 그곳을 향해 검을 찔렀다.
칼날이 목 밑으로 들어갔다.
가이본이 날개를 펼쳤다. 마지막 상승이었다. 알루카드의 몸이 함께 들릴 만큼 힘이 셌다. 그는 검자루를 놓지 않았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고, 깨진 유리관들이 아래로 멀어졌다. 가이본은 천장 가까이 올라가 그를 벽에 부딪치려 했다. 알루카드는 왼손으로 괴물의 어깨뼈를 잡았다. 손바닥의 유리 조각이 더 깊이 박혔다.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벽이 가까워졌다.
그는 검을 옆으로 당겼다.
목의 상처가 벌어지고, 뜨거운 피처럼 붉은 빛이 쏟아졌다. 가이본의 날개가 한쪽부터 접혔다. 둘은 함께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떨어지는 도중 몸을 틀어 괴물의 가슴을 발판 삼았다. 마지막 순간, 그는 가이본의 몸에서 뛰어내렸다. 괴물은 바닥에 먼저 부딪혔다. 돌이 울렸다. 알루카드는 그 옆에 한쪽 무릎으로 착지했다.
가이본은 아직 움직였다.

날개 끝이 떨리고, 입 안에서 작은 불씨가 깜박였다. 알루카드는 천천히 일어났다. 검끝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괴물의 눈은 그를 보지 못했다. 붉은빛이 사라지며 다시 푸른 잔해가 되어 갔다. 그는 한 걸음 다가가, 목의 벌어진 상처에 검을 깊이 박았다.
불씨가 꺼졌다.
그 뒤의 침묵은 길었다.
연구동의 장치들도 잠시 움직임을 멈춘 듯했다. 쇠사슬 소리도, 유리병 안에서 끓던 잔향도, 벽 속 톱니의 낮은 떨림도 들리지 않았다. 바닥에는 부러진 창, 타 버린 방패, 검게 그을린 뼈, 찢어진 날개막이 흩어져 있었다. 알루카드는 검을 빼냈다. 피와 불의 흔적이 칼날에 함께 묻어 있었다. 그는 망토 안쪽으로 칼날을 닦았다. 천은 더러워졌지만, 그런 일로 망토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그는 손바닥을 펼쳤다. 유리 조각이 살 속에 박혀 있었다. 하나, 둘. 그는 그것들을 뽑아 바닥에 떨어뜨렸다. 작은 소리들이 크게 들렸다. 마지막 조각을 빼자 피가 맺혔다. 그는 손을 쥐었다. 상처는 곧 닫힐 것이다. 그러나 통증은 잠깐 남았다. 그 정도가 좋았다. 몸이 아직 여기에 있다는 증거로는 충분했다.
방 중앙의 빛이 바뀌었다.
가이본이 쓰러진 자리 뒤쪽, 깨진 유리관 사이에서 희미한 흰 빛이 떠올랐다. 알루카드는 다가갔다. 빛은 물건이라기보다 성이 내뱉은 작은 보상처럼 보였다. 그는 손을 뻗었다. 빛이 손바닥에 닿자 몸속 깊은 곳에서 얇은 파문이 퍼졌다. 피로가 조금 물러나고, 폐가 더 넓어진 듯했다. 상처의 열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전투가 끝났다는 선언은 없었다. 다만 살아남은 몸이 다음 걸음을 허락받았다.
문이 열렸다.
방의 오른쪽 벽이 낮게 떨리더니, 이전에는 없던 틈이 생겼다. 숨겨진 문이 아니라, 전투가 끝나야만 문이 되는 벽. 알루카드는 부러진 창끝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슬로그라의 머리는 이미 검은 재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가이본의 날개막은 촛불도 없는 곳에서 천천히 말라 갔다. 둘은 성의 다른 시체들과 다르게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동안은 흔적으로 남아, 이 방이 비어 있던 이유를 증언할 것이다.
그는 열린 틈으로 들어갔다.
통로는 좁고 길었다. 벽에는 금속관이 이어져 있었고, 안쪽으로 어두운 액체가 천천히 흘렀다. 몇 걸음 지나자 승강기의 문이 보였다. 쇠창살 너머로 아래쪽 공간이 깊게 내려가 있었다. 중앙에는 커다란 추가 매달려 있고, 벽을 따라 수평으로 난 문들이 보였다. 연구동은 위로만 이어진 곳이 아니었다. 아래에 숨긴 방들이 더 많았다.
알루카드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섰다. 발판이 그의 무게를 받아들이자 쇠사슬이 다시 움직였다. 처음 들었던 그 소리. 천장 속에서 긁히던 쇠의 기억이 이제 발밑으로 내려왔다. 승강기는 천천히 하강했다. 벽의 문들이 하나씩 지나갔다. 어느 층에서는 깨진 거울 조각 같은 것이 빛났고, 어느 층에서는 작은 칼날이 놓인 방이 잠깐 보였다. 그는 가장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왔다. 성은 단번에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 지나간 문 하나하나가 나중의 기억이 된다.
맨 위쪽 문을 지나자 공기가 달라졌다.
연구동의 기름 냄새가 뒤로 물러나고, 차갑고 매끄러운 돌의 냄새가 앞에서 흘러왔다. 대리석 회랑. 그림과 조각, 빛나는 바닥, 그리고 너무 우아해서 불길한 음악이 있는 곳. 알루카드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앞서 지나온 길은 이미 그의 몸에 남아 있었다. 닿지 않던 높이, 돌아오게 만드는 난간, 누군가를 찾고 있던 여자의 눈빛. 그러나 같은 길도 전투 뒤에는 달라진다. 검을 한 번 더 휘두른 손은 이전의 손이 아니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연구동 안쪽에서 쇠사슬이 마지막으로 한 번 울렸다. 그 소리는 닫히는 문처럼 들렸지만,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었다. 아래에는 아직 회수하지 않은 방들이 있고, 위에는 아직 닿지 못한 틈들이 있다. 성은 패배한 괴물들의 방을 지나서도 계속 깊어졌다.
알루카드는 대리석 위로 발을 옮겼다.
바닥은 그의 모습을 희미하게 비췄다. 흰 얼굴, 검은 망토, 손에 묻은 피. 걸을 때마다 반사된 그림자가 조금 늦게 따라왔다. 처음에는 빛의 장난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 걸음 뒤, 그는 멈췄다.
반사된 그림자도 멈췄다.
한 박자 늦게.
멀리 회랑 끝에서, 그와 같은 높이의 발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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