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3화] 열린 성, 닫힌 길, 능력이 지도가 되는 순간

열린 성, 닫힌 길, 능력이 지도가 되는 순간

촛대의 불꽃은 바람도 없는데 가끔씩 한쪽으로 길게 눕곤 했다. 성 안의 공기는 고여 있는 듯하면서도, 어딘가에서 늘 다른 방의 숨결을 데려왔다. 알루카드는 그 미세한 기울기를 따라 시선을 들었다. 복도 끝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또렷했다. 대리석 바닥 위로 떨어지는 빛, 벽면을 타고 오르는 금빛 장식,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침묵이 이곳을 무덤이 아니라 전시장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천천히 걸었다. 발뒤꿈치가 바닥을 딛는 소리가 넓은 홀 안에서 한 박자 늦게 돌아왔다. 침묵이 큰 장소일수록, 사소한 금속음 하나가 위치를 드러낸다. 검을 빼든 손보다 먼저 귀가 길을 기억한다. 성은 그렇게 자신을 외우게 만들었다.

먼저 들어선 곳은 대리석의 광택이 지나치게 매끈한 회랑이었다. 벽마다 오래된 초상과 조각이 놓여 있었고, 그 아래를 흐르는 음악은 장엄하기보다는 기묘하게 우아했다. 전투를 재촉하는 북소리 대신, 누군가 오래전에 끝낸 춤의 마지막 몇 마디가 아직도 홀 안을 떠도는 듯한 선율. 알루카드는 그 선율을 들을 때마다 이 장소를 눈보다 먼저 떠올릴 수 있었다. 같은 회랑이라도 어떤 곳은 쇠 냄새가 나고, 어떤 곳은 젖은 흙 냄새가 났다. 이곳은 돌에 향수를 뿌려 둔 것처럼 차갑고 매끈했다.

벽에 걸린 거대한 액자 하나가 흔들렸다. 처음엔 빛의 착시처럼 보였으나, 금박 테두리 안에서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림 속 인물의 입술이 찢어지듯 벌어지고, 캔버스가 안쪽에서부터 부풀어 올랐다. 알루카드는 반 걸음 물러나며 칼끝을 세웠다. 그림은 액자가 아니라 입이었다. 표면을 찢고 나온 것은 물감 냄새가 아니라 썩은 공기와 발톱이었다.

베어낸 자리에 검은 얼룩이 튀었다. 대리석 바닥 위에 떨어진 얼룩은 금세 사라졌지만, 벽에 걸린 다른 액자들이 일제히 조금씩 흔들렸다.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을 알아본다는 식으로.

그는 싸우며 전진하지 않았다. 싸움 사이사이에 멈추었다. 천장 가까이에 닿지 않는 발판, 이상하게 높은 난간,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틈.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구조물들이 자꾸 눈에 걸렸다. 지금은 닿지 않는 곳들. 그러나 이 성은 처음부터 닿지 않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나중에 돌아오도록 만든 것처럼 보였다. 막다른 길이 아니라 유예된 길. 문은 없는데 길이 닫혀 있는 곳이 있었다.

회랑 끝, 높이 솟은 벽면 위로 푸른 항아리가 하나 놓여 있었다. 장식이라고 보기엔 위치가 노골적이었다. 알루카드는 잠시 그곳을 올려다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닿지 않는 것을 오래 바라보는 일은, 성 안에선 곧 미련이 된다. 그는 대신 반대편의 문을 밀었다.

문 안쪽은 냄새부터 달랐다. 먼지와 가죽, 마른 종이의 냄새. 높다란 선반들이 기둥처럼 솟아 있고, 사다리는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이어졌다. 장서고였다. 방이라기보다 세워진 숲에 가까웠다. 책등의 색은 제각각이었으나, 오래된 것들은 대개 같은 빛으로 바래 있었다. 오래된 피와 오래된 종이는 이상하게 비슷한 색을 가진다.

여기서는 소리가 낮아졌다. 아까의 회랑이 발소리를 돌려주었다면, 이곳은 소리를 삼켰다. 대신 종이가 넘겨지는 듯한 마찰음이 어디선가 들렸다. 아무도 없는 서가 사이에서. 알루카드는 검을 낮게 들고 좁은 통로를 걸었다. 위에서는 작은 날갯짓이 스쳤고, 아래에서는 책등 사이로 붉은 눈이 번쩍였다. 성의 하인들은 장소를 닮는다. 회랑의 적은 자신을 과시했고, 장서고의 적은 모서리와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다.

낡은 책 한 권이 선반에서 저절로 빠져나왔다. 이어서 두 권, 세 권. 책장들이 펼쳐지며 허공에 떠올랐다. 종이의 가장자리가 날처럼 번뜩였다. 알루카드는 몸을 틀어 첫 번째를 피하고, 두 번째를 칼등으로 쳐냈다. 종이가 찢어질 때 나는 소리는 비명보다 건조했다. 마지막 한 권은 곧장 얼굴을 노렸고, 그는 손목을 꺾어 그것을 반으로 갈랐다. 페이지가 흩날리며 바닥에 내렸다. 그 하얀 조각들이 잠깐 눈처럼 보였다.

4. 왕실 예배당의 실제 플레이 화면 - PortForward 공략
4. 왕실 예배당의 실제 플레이 화면 - PortForward 공략

장서고 깊은 곳에는 책보다 더 오래된 것이 앉아 있었다. 커다란 의자, 작은 몸집, 그러나 방 전체를 제 것으로 아는 듯한 태도. 노인은 책상 위에 손가락을 두드리고 있었다. 알루카드가 다가가자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엔 주름보다 의심이 먼저 새겨져 있었다.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이쪽도 아니군.”

알루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인은 그 침묵을 흥미롭게 여기는 듯 코웃음을 쳤다. “좋다. 책을 읽을 줄 안다면, 길도 읽을 줄 알겠지.”

그가 건넨 것은 책이 아니라 작은 힘이었다. 손안에 잡히지 않는 종류의 것. 알루카드는 그것이 몸으로 스며드는 감각을 느꼈다. 발밑의 균형이 달라졌다. 다리가 아니라 공기가 한 번 더 자신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설명보다 먼저 찾아오는 확신.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노인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 성에선 선물조차 시험처럼 주어진다.

장서고를 빠져나온 뒤, 알루카드는 처음 지나쳤던 높은 난간 앞으로 다시 섰다. 아까는 닿지 않던 높이였다. 그는 숨을 고르고, 가볍게 뛰어올랐다. 몸이 정점에 닿는 순간, 한 번 더 공기를 밟듯 힘을 주었다. 시야가 갑자기 반 층 더 올라갔다. 손끝이 난간을 넘고, 몸이 매끄럽게 위로 올라섰다.

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분명히 형태를 바꾸었다. 같은 복도, 같은 벽, 같은 촛불인데 길의 수가 달라졌다. 이제 막 열린 것이 하나가 아니었다. 닿지 않던 항아리, 지나칠 수밖에 없던 발판, 위쪽으로 이어진 빈 공간들. 지도는 종이에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지는 것임을 그는 다시 배웠다. 어디서 한 번 더 뛰어오를 수 있는지, 어디서 천장이 낮아지는지, 어디서 낙하가 곧 다른 방의 입구가 되는지. 길은 선이 아니라 능력이었다.

그는 더 높은 창문을 통해 외곽 성벽으로 나갔다.

바깥 공기는 안보다 차가웠다. 성벽은 밤 위에 세워진 긴 칼날 같았고, 아래로는 검은 숲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멀리 번개가 치지 않았는데도 하늘은 가끔 희게 번들거렸다. 이 성은 달빛조차 자기 식으로 반사했다. 바람이 망토를 뒤로 잡아당겼다. 실내에서 이어지던 음악은 문턱에서 끊기고, 여기서는 전혀 다른 리듬이 귀를 채웠다. 더 비고, 더 멀고, 더 높았다. 음 하나하나가 허공에 오래 남아 성벽의 길이를 재는 듯했다.

바깥으로 나오면 방향감각이 쉬워질 것 같지만, 이 성에선 꼭 그렇지도 않았다. 바깥은 안보다 더 미로 같았다. 탑과 성벽, 끊긴 다리와 다시 이어지는 계단, 위로 올라가는 줄 알았던 길이 어느 순간 안쪽 회랑의 천장 위를 지나가기도 했다. 하나의 건물인데, 그 안에 여러 종류의 세계가 접혀 있었다. 전시장 같은 회랑, 숨 죽인 서가, 이제는 바람에 깎인 외벽. 그 이질감이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오히려 음악과 빛이 그 틈을 메우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눈으로 길을 익히면서도, 동시에 귀로 장소를 분간했다. 어떤 곳은 현악기의 떨림으로, 어떤 곳은 낮은 건반의 잔향으로, 어떤 곳은 거의 들리지 않는 바람 소리로 기억되었다.

성벽 끝의 높은 틈 앞에서 그는 다시 멈추었다. 두 번의 도약으로도 닿지 않는 거리. 반대편에는 분명 길이 있었다. 깃발이 찢긴 채 펄럭이고, 창문 안쪽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건널 수 없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둠은 깊었고, 낙하는 곧 추락이 아니라 우회였다. 성 안에서는 아래로 가는 것이 종종 옆으로 가는 길이 된다.

알루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틀어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돌계단이 아래로 이어졌다. 공기는 곧 눅눅해졌다. 벽면의 장식은 사라지고, 대신 오래된 습기와 흙 냄새가 돌 틈에서 올라왔다. 지하 묘지였다.

여기서는 촛불마저 작게 타올랐다. 불꽃이 어둠을 밀어내기보다, 어둠 속에서 겨우 자리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닥은 고르지 않았고, 곳곳에 파인 웅덩이에는 검은 물이 고여 있었다. 멀리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정한 간격도 없이, 누군가 생각을 바꾸듯 불규칙하게.

알루카드는 천천히 전진했다. 벽감마다 돌관이 놓여 있었고, 어떤 것은 뚜껑이 비스듬히 열려 있었다. 열려 있는 관은 닫힌 관보다 더 조용했다. 적들은 여기서도 장소를 닮았다. 땅의 것들이 땅 가까이에서 기어 나왔고, 뼈가 먼저 움직인 뒤에야 남은 살점이 따라왔다. 그는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발밑을 먼저 확인했다. 미끄러지는 한 걸음이 이곳에선 상처보다 위험했다.

그러다 아주 낮은 틈 앞에서 멈췄다. 사람이 몸을 숙여도 지나갈 수 없는 좁은 구멍. 반대편에서는 분명 바람이 불어왔다. 길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몸은 지나가지 못했다. 그는 손을 뻗어 돌 가장자리를 만져 보았다. 차갑고 젖어 있었다. 성은 문 대신 틈을 만들었다. 열쇠 대신 다른 몸을 요구하는 길.

그는 그 앞에 오래 서 있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돌아설 때, 그 좁은 어둠이 뒤통수에 오래 남았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될 자리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기억된다. 선명한 실패가 아니라, 아주 정확한 보류로.

계단을 다시 올라와 중간 회랑에 이르렀을 때, 익숙하지 않은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빠른, 그러나 경계를 풀지 않는 걸음. 알루카드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금빛이 먼저 스쳤다. 긴 머리칼이 아니라 움직임이 빛을 만든 것처럼 보였다. 여자는 난간 너머에서 그를 보고 멈추었다. 눈빛은 의심과 안도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었다. 둘은 잠시 서로를 재듯 바라보았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적은 아니군.”

알루카드는 칼끝을 내리지도, 더 들지도 않았다. “그 말은 이 성 안에선 쉽게 믿기 어렵지.”

여자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맞아. 하지만 지금은 다투러 온 게 아니야.”

그녀는 한 계단 아래로 내려섰다. 가까워지자 피곤이 먼저 보였다. 오래 달린 사람의 호흡, 쉬지 못한 눈가. 그러나 몸의 균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성을 처음 걷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찾고 있어.” 그녀가 말했다. 이름을 입에 올리기 전에 이미 표정이 먼저 굳었다. “처음엔 성으로 들어왔다고만 생각했어. 늘 그래 왔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라.”

계단을 다시 올라와 중간 회랑에 이르렀을 때, 익숙하지 않은 발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다시 올라와 중간 회랑에 이르렀을 때, 익숙하지 않은 발소리가 들렸다.

알루카드는 대답 대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확신보다 불안을 택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답지 않았어.”

그 한마디가 회랑의 공기보다 더 차갑게 남았다.

알루카드는 천천히 물었다. “어디서 봤지?”

“멀리서. 직접 맞붙진 않았어. 하지만 눈을 보면 알아. 누군가를 쓰러뜨리려는 사람의 눈과, 누군가에게 붙잡혀 있는 사람의 눈은 달라.” 그녀는 난간 너머 어둠을 힐끗 보았다. “문제는, 그가 어느 쪽인지 나도 확신할 수 없다는 거야.”

성 안의 침묵은 종종 대답을 미루는 방식으로 사람을 압박했다. 알루카드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네 해 전, 무너진 탑 위에서 끝났어야 할 이름이 다시 이 성 안을 걷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불길했지만, 더 나쁜 것은 그 이름이 아직 완전히 적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명백한 적이라면 검을 들면 된다. 그러나 흔들리는 사람은, 때로 칼보다 늦게 다가온다.

“그를 쫓고 있나.” 알루카드가 말했다.

“그래.” 그녀는 곧장 답했다. “당신도?”

그는 잠시 침묵했다. 처음 성으로 들어설 때 목적은 단순했다. 부활한 악의 심장을 다시 멎게 하는 일. 그러나 성 안을 걸을수록, 길은 하나씩 늘어났고 목적은 미묘하게 기울었다. 누가 이 성을 다시 움직이게 했는가.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정말 그 남자인가.

“이제는 그렇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적으로 돌리기엔 이 성이 너무 컸다.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래.” 그녀는 곧장 답했다.
“그래.” 그녀는 곧장 답했다.

“다시 보게 될 거야.” 그녀가 말했다. “이 성은 원하지 않는 만남도 결국은 만들어 내니까.”

그 말은 예언처럼 들리지 않았다. 다만 이곳의 구조를 아는 사람의 체념에 가까웠다. 그녀는 난간을 넘어 다른 회랑으로 사라졌다. 발소리는 빠르게 멀어졌고, 곧 음악이 바뀌는 지점에서 완전히 끊겼다.

알루카드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멀리서 종소리 같은 금속음이 한 번 울렸다. 아마도 다른 탑, 다른 문, 다른 적의 자리일 것이다. 그는 손을 들어 차가운 벽을 짚었다. 돌은 언제나 같은 온도였지만, 그 안을 흐르는 것들은 계속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그는 가장 가까운 저장실로 향했다. 작은 방이었다. 성의 다른 공간들에 비하면 놀랄 만큼 단순했다. 장식도 위협도 거의 없고, 중앙에는 붉은 빛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전투의 흔적과 먼지, 피와 습기가 잠시 문턱 밖에 멈추는 장소. 그는 그 빛 앞에 섰다. 몸의 피로가 서서히 가라앉고, 흩어졌던 감각들이 다시 한 점으로 모였다. 이 성에서는 이런 방조차 길의 일부였다. 살아남기 위한 틈이자, 거대한 내부를 오래 견디게 하는 매듭. 멀리 떨어진 구역들을 이어 주는 다른 방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을 열면 전혀 다른 장소로 이어지는 방들. 성은 스스로를 끝없이 분절하면서도, 그런 매듭들로 다시 하나가 되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문밖으로 나왔다.

이제 그는 안다. 어떤 높은 곳은 두 번째 도약을 기다리고, 어떤 좁은 틈은 다른 몸을 요구한다. 어떤 벽은 지금은 끝이지만 나중에는 입구가 된다. 길을 많이 알게 될수록, 닫힌 길도 더 많이 보인다. 열린 성은 결코 단순한 미로가 아니다. 열쇠를 얻을 때마다 작아지는 대신, 더 멀리 자기를 드러낸다.

회랑 저편에서 바람이 스쳤다. 촛불 몇 개가 동시에 기울었다. 알루카드는 검자루를 쥐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이 성에서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배웠다.

멀리, 닿지 않는 탑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한 번 지나간 듯했다. 너무 멀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름 하나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가 적이라면 길은 단순해진다.

하지만 꼭두각시라면, 성의 중심은 아직 다른 곳에 있다.

알루카드는 발을 옮겼다. 그의 앞에서 복도는 다시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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