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25화] 번개 아래의 긴 숨
첫 번째 번개는 통로가 끝나기 전에 내리쳤다.
푸른 빛이 바닥을 훑고 지나가자 돌 사이의 먼지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알루카드는 벽에 몸을 붙였다. 전류가 장화 밑창을 타고 올라와 종아리 근육을 굳혔다. Heart가 반응하기도 전에 Tooth가 턱을 악물게 했고, Rib은 경직된 몸을 억지로 세웠다.
그는 유해의 도움을 밀어내지 못했다.
대신 숨을 한 번 늦게 내쉬었다. 자신이 움직이려는 순간과 유해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을 만들었다. 그 틈이 아직 자신의 것이었다.
부유하는 지하 묘지는 성의 다른 곳보다 조용했다. 관들은 벽이 아니라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뒤집힌 종유석 사이로 오래된 묘비가 떠다녔다. 바닥이 끊긴 곳마다 푸른 안개가 아래에서 올라왔다. 번개가 칠 때마다 안개 속에 거대한 뼈와 기둥의 그림자가 잠깐씩 드러났다.
지팡이가 바닥을 짚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마지막 문은 반쯤 열린 채 굳어 있었다. 알루카드는 검끝을 틈에 넣고 밀었다. 문이 움직이자 안쪽에서 쌓인 돌가루가 폭포처럼 흘러나왔다. 넓은 방의 가장 왼쪽에는 낮은 돌출부가 있었고, 오른쪽 대부분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무릎을 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둥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굽힌 다리가 펴지고, 허리가 올라가고, 어깨가 천장 가까이 닿을 때까지도 몸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금빛 장식이 달린 거대한 지팡이가 바닥을 짚었다. 짐승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섞은 얼굴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에는 잠에서 깬 분노보다 오래 기다린 자의 지루함이 먼저 떠올라 있었다.
갈라모스가 완전히 일어서는 동안 방의 공기가 눌렸다.
알루카드는 먼저 달렸다. 거체가 자세를 잡기 전에 무릎 뒤를 베어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긴 칼이 정강이의 두꺼운 피부를 갈랐지만 상처는 얕았다. 두 번째 베기를 넣으려는 순간 지팡이 끝이 바닥에 내려왔다.
직접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충격이 돌을 통해 몸을 들어 올렸다. 지팡이 아래에서 번개가 퍼져 나가며 넓은 원을 만들었다. 알루카드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지만 전류가 옆구리와 왼팔을 관통했다. 손가락이 펴지고 칼이 떨어질 뻔했다.
갈라모스의 무릎이 움직였다.
거대한 발이 옆으로 차올랐다. 알루카드는 검을 세워 막았으나 몸 전체가 왼쪽 벽까지 날아갔다. 등판이 돌에 부딪혀 이미 찌그러진 갑옷이 더 안쪽으로 꺾였다. 숨이 끊기고 시야가 하얗게 번졌다.
그는 첫 판단을 버렸다.
가까이 붙는 것만으로는 거체의 크기를 무력화할 수 없었다. 갈라모스는 발밑의 적을 보지 않아도 지팡이와 발로 넓은 공간을 지웠다. 무릎을 베는 동안 한 번이라도 전격을 허용하면 몸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알루카드는 왼쪽의 낮은 돌출부로 올라갔다.
갈라모스가 지팡이를 두 손으로 들었다. 끝의 장식 사이에 푸른 구체들이 생겨났다. 작은 별처럼 보이던 빛이 순식간에 주먹보다 커졌다. 첫 구체가 직선으로 날아왔고, 뒤이어 다섯 개가 조금씩 다른 높이로 퍼졌다.
알루카드는 뒤로 물러났다. 구체들은 방 전체를 가로지르지 못하고 돌출부 앞에서 힘을 잃어 사라졌다. 끝까지 닿지 않는 공격이었다.
그는 그 거리를 기억했다.
갈라모스는 곧 지팡이를 옆으로 눕혔다. 초승달 모양의 번개가 방을 가로질렀다. 높이는 돌출부의 허리쯤이었다. 알루카드는 위로 뛰어넘었고, 푸른 날이 장화 아래를 스쳤다.
다음 번개는 바닥 가까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갈라모스는 같은 높이로 다시 쏘지 않았다. 지팡이 끝이 조금 내려가더니 더 낮은 전격이 돌출부를 깎아 냈다. 알루카드는 착지와 동시에 몸을 낮추었지만 번개가 왼쪽 어깨를 스쳤다. 상처가 빛 속에서 벌어졌고, 새로 묶은 천이 타는 냄새가 났다.
거체는 느렸으나 공격 사이의 쉼이 짧았다.
지팡이를 세우면 바닥을 덮는 낙뢰가 왔다. 높이 들면 에너지 구체가 퍼졌다. 옆으로 기울이면 방을 가르는 전격이 날아왔다. 가까이 다가가면 지팡이 자루가 내려찍히거나 발이 휘둘러졌다.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격의 종류에 따라 잠깐 생겼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알루카드는 돌출부 끝에서 기다렸다.
에너지 구체가 생기자 가장 뒤로 물러나 사라지는 지점을 확인했다. 마지막 구체가 꺼지는 순간 앞으로 달렸다. 갈라모스가 지팡이를 내리기 전에 발밑에 도착해 정강이를 두 번 베었다. 세 번째는 넣지 않았다. 지팡이가 내려오는 예고음이 들리자 즉시 박쥐로 변해 위로 날았다.
번개가 바닥을 덮었다.
그는 갈라모스의 허리 높이까지 올라갔다. 거체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머리는 다른 부위보다 갑옷이 얇아 보였다. 알루카드는 사람의 몸으로 돌아오며 검을 내리쳤다. 칼끝이 관자놀이를 스치자 갈라모스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처는 깊었다.
그러나 알루카드가 떨어지는 동안 지팡이 끝에서 새로운 구체가 생겼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사라질 곳이 없었다. 첫 구체가 가슴을 때렸고, 두 번째는 옆구리를, 세 번째는 왼팔을 꺾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몇 번이나 굴렀다.
갈라모스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내려다보았다.

알루카드는 검을 짚고 일어났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갈비뼈가 바늘처럼 찔렀다. Rib이 그 통증을 눌러 버리려 했지만 그는 완전히 맡기지 않았다. 아픔이 사라지면 몸이 어디까지 부서졌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공격이 왔다.
바닥을 덮는 번개. 에너지 구체. 높이를 바꾸는 초승달. 지팡이의 짧은 내려찍기.
알루카드는 같은 대응을 반복했다. 돌출부 위에서 전격을 뛰어넘고, 구체가 닿지 않는 끝까지 물러났다가 앞으로 달렸다. 정강이와 무릎을 한두 번 베고 곧바로 빠졌다. 박쥐로 머리까지 올라갈 때는 공격하지 않고 구체의 생성 방향만 확인했다. 안개로 지팡이 아래를 통과할 때는 몸을 되찾는 위치를 조금씩 바꾸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처보다 집중력이 먼저 닳았다.
한 번은 초승달의 높이를 잘못 읽었다. 뛰어넘으려다 가슴을 맞고 돌출부 아래로 떨어졌다. 한 번은 지팡이의 낙뢰가 끝났다고 생각해 다가갔다가 잔류 전류에 다리가 굳었다. 갈라모스의 발이 바로 앞에서 들렸다.
그는 피하지 못했다.
발이 옆구리를 찼다. 몸이 공중에 뜨며 입 안에 피가 찼다. 벽에 부딪히기 전 박쥐로 변하려 했지만 왼팔의 통증이 정신을 끊었다. 사람의 몸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검은 멀리 미끄러져 갔다.
갈라모스가 지팡이를 들었다. 푸른 구체들이 모였다.
알루카드는 손을 뻗지 않았다. 검까지의 거리는 짧았지만, 일어나 달리면 첫 구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몸을 안개로 풀어 바닥 가까이 흘렀다. 구체가 안개를 지나 벽에 부딪혀 사라졌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방향을 바꾸어 따라왔으나, 형체 없는 몸은 충격을 나눠 받았다.
안개가 검 위에서 다시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왼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의 붕대 아래에서 피가 식어 가고 있었다.
다섯 유해가 동시에 뛰었다.
Ring이 박동을 하나로 묶고, Rib이 상체를 세우며, Heart가 피 속의 독과 열을 밀어냈다. Tooth는 검을 부수듯 움켜쥐게 했고, Eye는 갈라모스의 지팡이가 움직이기 전 근육과 빛의 변화를 지나치게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세상이 느려졌다.
갈라모스가 지팡이를 내리기 전, 어느 손가락이 먼저 굽는지 보였다. 에너지 구체가 생기기 전, 장식 사이의 공기가 어디서 휘는지 보였다. 초승달이 나아갈 높이는 지팡이 끝의 기울기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감각이 아니었다.
알루카드는 눈을 감았다.
Eye가 보여 주는 완벽한 길을 거부하자 세상이 다시 빠르고 무거워졌다. 그러나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그가 직접 익힌 예고음과 거리가 남아 있었다. 수십 번 피하고 맞으며 몸에 새긴 박자였다.
지팡이가 바닥을 향했다.
알루카드는 낙뢰가 퍼지기 전에 돌출부로 뛰었다. 전류가 아래를 덮는 동안 높은 곳에서 박쥐로 변해 갈라모스의 어깨 뒤로 날았다. 거체가 고개를 돌리자 사람의 몸으로 돌아오며 검을 머리에 박았다.
갈라모스가 포효했다.
이번에는 곧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검이 두개골 틈에 걸려 몸을 지탱했다. 갈라모스가 머리를 흔들자 왼쪽 어깨가 찢어질 듯 당겨졌다. 알루카드는 한 손으로 검을 붙든 채 발을 목의 장식에 걸었다. 거체의 손이 올라와 그를 잡으려 했다.
그는 검을 뽑고 아래로 떨어졌다.
손가락이 머리 위를 스쳤다. 착지하자마자 무릎 뒤를 베었다. 같은 자리를 오래 노린 상처가 마침내 깊게 벌어졌다. 갈라모스의 한쪽 다리가 꺾였다.
거체가 무릎을 꿇었다.
방 전체가 흔들리고 묘비들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갈라모스의 머리가 처음으로 알루카드의 높이 가까이 내려왔다. 그러나 지팡이는 아직 손에 있었다.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끝을 앞으로 내밀자 번개가 넓게 퍼졌다.
알루카드는 피하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전격이 등과 다리를 태웠다. 갑옷의 균열 사이로 빛이 들어왔고,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했다. 그는 검을 놓칠 뻔했으나 Tooth의 힘이 손가락을 잠갔다. 파괴 충동이 팔을 따라 올라왔다.
그는 머리를 향해 무작정 휘두르지 않았다.
첫 베기로 지팡이를 든 손목을 갈랐다. 두 번째로 손가락 관절을 베었다. 거대한 지팡이가 바닥에 떨어지며 번개의 방향이 흐트러졌다. 알루카드는 그 틈에 갈라모스의 팔을 밟고 어깨로 올라갔다.
머리 위에서 에너지 구체가 만들어졌다.

지팡이 없이도 빛은 모였다. 갈라모스가 입을 벌리자 푸른 구체들이 얼굴 주위에 떠올랐다. 가까운 거리에서 피할 곳은 없었다.
알루카드는 마지막으로 박쥐가 되었다.
구체 사이를 뚫고 얼굴 정면까지 날아갔다. 날개 하나가 빛에 맞아 형체가 흔들렸지만, 그는 변신을 풀지 않았다. 갈라모스의 이마 바로 앞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칼을 양손으로 들었다.
왼손은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다만 칼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잡이에 얹었다. 오른팔과 몸의 낙하, 남아 있는 모든 무게를 한 줄로 모았다.
칼날이 이마의 상처를 따라 들어갔다.
갈라모스의 포효가 멈췄다.
푸른 구체들이 빛을 잃고 하나씩 꺼졌다. 거체는 한동안 무릎을 꿇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서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고, 어깨와 등이 무너졌다. 거대한 몸이 바닥에 엎어질 때 방의 돌출부와 관 몇 개가 함께 부서졌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지 못했다.
갈라모스의 머리 위에 무릎을 댄 채 숨을 고르다가,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빼냈다. 왼쪽 어깨에서는 더 이상 뜨거운 피가 아니라 식은 피가 흘렀다. 손끝이 희게 변해 있었다.
거체의 몸에서 빛이 빠져나가자 부유하던 묘비들이 하나둘 제자리의 중력을 잃었다. 어떤 것은 위로, 어떤 것은 아래로 떨어졌다. 통로 끝에서 성 전체를 울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
열세 번째 종이 울릴 때 다섯 유해가 알루카드의 가슴과 허리에서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천과 금속으로 따로 감싸 두었는데도, 각자의 무게가 중앙으로 쏠렸다. Ring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어두운 유리병 속 Eye가 눈꺼풀처럼 떨렸다.
알루카드는 검을 바닥에 세우고 몸을 일으켰다.
멀리, 성의 중심에서 거대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돌과 쇠가 갈리는 소리 아래로 사람의 웃음이 아주 희미하게 섞였다.
그 웃음은 갈라모스의 것이 아니었다.
다섯 유해를 기다리던 자가 마침내 문 안쪽에서 숨을 내쉰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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