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22화] 상처까지 훔친 얼굴
물길 건너편의 알루카드는 왼쪽 어깨에 온전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같은 은빛 머리카락과 창백한 얼굴, 같은 키와 눈빛을 가졌지만 Darkwing Bat에게 뜯긴 판금도, Medusa의 빛에 굳었던 피부도 보이지 않았다. 목에는 붉은 망토가 처음 성에 들어왔을 때처럼 길게 흘렀고, 허리에는 부러지지 않은 짧은 검과 어둠을 머금은 무거운 칼날이 나란히 매달려 있었다.
완전한 모습은 닮았기 때문에 더 낯설었다.
알루카드가 물가에 멈추자 맞은편의 형상도 멈췄다. 천장에 붙은 검은 물은 두 사람 사이에서 잔잔히 흘렀고, 물속 반사에는 어느 쪽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래전 Outer Wall에서 만난 첫 번째 모조품은 그의 동작을 따라 하면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상처 없는 몸으로 부상자의 자세를 흉내 내다가 균형을 잃었고, 피로를 모르면서 느슨해진 손을 베꼈다.
이번의 것은 따라 하지 않았다.
알루카드가 검을 뽑기 전에 모조품의 오른손이 먼저 움직였다. 무거운 칼날이 검집을 벗어나며 낮은 울림을 냈고, 왼손은 품 안의 다섯 유해를 누르는 위치에 정확히 올라갔다. 아직 자신도 익히지 못한 새로운 무게를 저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손을 치워라.”
대답은 없었다.
Doppelganger Lv.40가 물길을 뛰어넘었다. 첫 도약은 알루카드보다 높았고, 공중에서 작은 박쥐로 변한 뒤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며 칼을 내리찍었다. 그는 옆으로 피하는 대신 무거운 칼을 비스듬히 세워 충격을 흘렸다. 두 날이 부딪친 순간 상대의 왼손에서 작은 단검이 나왔다.
첫 모조품에게 당했던 순서였다.
알루카드는 손목이 움직이는 소리를 기억하고 고개를 틀었다. 단검은 뺨을 스치지 못했으나, 칼끝에서 튄 초록 액체 한 방울이 목에 닿았다. 피부가 차갑게 굳고 독이 혈관을 따라 내려갔다.
모조품의 무기는 단순한 형태까지 같지 않았다. 자신이 지나온 적들의 저주를 날에 발라 두고 있었다.
Doppelganger가 착지하자마자 안개가 되어 바닥을 스쳤다. 등 뒤에서 나타날 것을 예상한 알루카드는 몸을 돌리지 않고 칼을 뒤로 찔렀다. 그러나 안개는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그의 발목을 감아 균형부터 무너뜨렸다.
위쪽에서 박쥐의 날개가 접히는 소리가 났다.
두 형상으로 나뉜 듯 보였지만, 바닥의 안개는 물 위에 비친 잔상이었다. 진짜 모조품은 이미 천장 가까이 올라가 Wing Smash로 내려오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무릎을 짚은 채 옆으로 몸을 던졌고, 충격이 지나간 자리에서 돌과 물이 함께 솟았다.

상대는 첫 번째보다 빨랐다. 더 위험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과거에 간파당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알루카드는 목의 독이 심장에 닿기 전 호흡을 늦췄다. Heart of Vlad가 저주를 밀어내려 뜨거워졌지만, 유해가 대신 몸을 움직이게 두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상처 아래를 눌러 독이 퍼지는 속도를 줄이고, 왼손으로 바닥을 짚어 일어났다.
Doppelganger도 목을 누르는 자세를 취했다.
그 몸에는 독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손가락 아래의 피부가 회색으로 변했다. 이번에는 이유 없는 흉내가 아니었다. 모조품은 알루카드의 상태를 따라 자신을 바꾸고 있었다. 상대가 약해지면 같은 약점을 만들고, 그 약점에 맞춘 다음 선택까지 훔쳐 가려는 듯했다.
두 사람은 좁은 물길을 사이에 두고 원을 그렸다. Reverse Caverns의 전장은 양쪽 벽에서 돌기둥들이 솟아 가운데를 갈랐고, 천장 물속에는 검은 문어들이 긴 다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발을 잘못 디디면 물이 아니라 허공으로 떨어지는 틈이 곳곳에 열려 있었다.
알루카드가 칼끝을 낮추자 모조품은 따라 낮추지 않았다. 대신 그의 오른쪽 발목과 왼쪽 어깨, 호흡이 끊기는 순간을 번갈아 보았다. 겉모습이 아니라 다음 판단을 읽고 있었다.
“성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알루카드의 말에 Doppelganger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성은 네가 버린 것을 기억한다.”
목소리까지 같았다. 다만 말끝에 숨이 없었다.
모조품이 왼손을 펼치자 주위에 작은 불덩이들이 생겨났다. 알루카드가 가진 박쥐의 불보다 아버지의 불꽃에 가까운 검은 화염이었다. 세 발이 넓게 퍼져 도주로를 막고, 중앙의 두 발은 느리게 방향을 바꾸며 그를 따라왔다.
알루카드는 첫 불길을 칼로 가르지 않았다. 어둠을 머금은 무기가 같은 힘을 흡수하다 무거워질 수 있었다. 박쥐가 되어 기둥 위로 빠지자 Doppelganger도 박쥐로 변했지만 뒤쫓지 않고 짧은 파문을 보냈다.
음파가 물과 돌 사이에서 증폭되었다. 날개가 마비되고 방향 감각이 흔들리며 알루카드는 인간의 몸으로 떨어졌다. 착지할 자리에 독 묻은 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몸을 안개로 풀어 칼날을 피했다. 모조품도 동시에 안개가 되어 그의 형체 안으로 들어왔다. 두 어둠이 겹치자 어느 쪽이 자신의 경계인지 사라졌고, 생각하지 않은 기억들이 피부 아래로 흘러들었다.
불타는 리사, 무릎 꿇은 리히터, 가슴에서 반지가 뽑힌 박쥐. 그 장면들 사이에 자신이 겪지 않은 기억 하나가 끼어 있었다. 왕좌 앞에서 다섯 유해를 몸에 돌려놓고 눈을 뜨는 드라큘라, 그리고 그 앞에 무릎 꿇은 은빛 머리의 아들.
알루카드는 즉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모조품도 같은 순간 형상을 되찾었고 두 사람의 어깨가 부딪쳤다. Doppelganger는 가까운 거리에서 웃지 않은 채 속삭였다.
“끝은 이미 네 안에 있다.”

알루카드는 이마로 상대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코뼈가 부러지는 감촉과 함께 모조품이 반걸음 물러났지만 피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틈을 따라 무거운 칼을 휘둘렀다.
Doppelganger는 안개가 되지 않았다. 온전한 왼쪽 어깨판으로 칼날을 받아 냈다.
Spike Breaker의 붉은 흠집들이 빛나며 충격을 되돌렸다. 알루카드의 손목과 팔꿈치가 저렸고 검이 튕겨 올라갔다. 모조품은 자신이 잃은 갑옷까지 완전한 형태로 복원해 방어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알루카드는 차이를 보았다. 판금 표면의 흠집은 Catacombs의 가시가 남긴 모양이 아니었다. 성이 외형을 흉내 내 새긴 장식에 가까웠고, 충격을 돌려보낸 뒤 어느 흠집부터 빛나야 하는지도 일정하지 않았다.
상처를 훔쳤지만 상처가 생긴 순서는 몰랐다.
Doppelganger가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알루카드는 뒤로 젖혀 피하고 발밑의 돌을 차 물길로 떨어뜨렸다. 모조품의 시선이 돌의 낙하 방향을 따라간 아주 짧은 틈에 그는 빈 왼쪽 어깨를 앞으로 내밀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방어가 없는 쪽을 스스로 내주는 움직임이었다. 상대는 그것을 실수로 읽고 칼끝을 어깨 상처에 찔러 넣었다.
알루카드는 피하지 않았다.
날이 살을 가르는 순간 왼팔로 모조품의 손목을 감아 붙잡았다. 통증 때문에 손가락이 떨렸지만 Tooth of Vlad가 품 안에서 반응해 쥐는 힘을 더했다. 그는 그 힘에 기대지 않으려 했으나, 이미 유해와 자신의 피가 같은 박자로 뛰고 있었다.
Doppelganger의 다른 손이 단검을 뽑았다. 알루카드는 무거운 칼의 손잡이를 놓고 상대의 갑옷을 붙잡아 함께 물길로 몸을 던졌다.
천장에 붙은 물은 아래에서 위로 두 사람을 삼켰다. 방향이 뒤집히고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얼굴을 가렸으며, 검은 문어들이 촉수를 뻗어 가까운 몸을 휘감았다.
모조품은 즉시 박쥐로 변해 물을 빠져나가려 했다.
알루카드는 변신하지 않았다. Holy Symbol이 물속의 압력을 견디게 해 주는 동안 상대의 날개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첫 번째 성에서 얻은 유물의 효능을 Doppelganger도 알고 있었지만, 물속에서 인간으로 남아 싸우기로 한 선택까지는 미리 훔치지 못했다.
작은 박쥐의 몸이 안개로 풀렸다. 알루카드는 눈을 감고 짧은 파문을 물속에 보냈다. Echo는 공기보다 빠르게 돌기둥과 촉수 사이를 돌아왔고, 안개가 흩어지는 범위 안에서 지나치게 밀도가 높은 한 점을 찾아냈다.
그는 그곳에 손을 뻗어 모조품의 목을 잡았다.
두 사람이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얽혔다. Doppelganger의 독 묻은 칼은 어깨에 박힌 채였고, 알루카드는 손잡이를 더 깊이 밀어 넣어 상대의 손이 자유로워지지 않게 했다. 물속에서 피가 검은 실처럼 위로 흘렀다.

모조품은 알루카드의 얼굴을 보며 똑같이 왼쪽 어깨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존재하지 않던 상처가 판금 아래에 생기고 붉은 빛이 물을 물들였다.
이제 저것은 상처의 모양만 훔친 것이 아니었다. 고통까지 복제해 다음 동작을 읽으려 했다.
알루카드는 어깨의 칼을 스스로 비틀었다.
살이 더 찢어지고 왼팔의 힘이 빠졌다. Doppelganger의 눈이 흔들렸다. 모조품의 상처도 같은 깊이로 벌어졌지만, 그것은 왜 상대가 자신의 몸을 더 망가뜨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 선택을 합리적인 생존의 범위에서만 찾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물속에서 입을 열지 않은 채 상대를 바라보았다. 살아 있는 자는 언제나 온전함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지켜야 할 것이 몸 바깥에 있을 때, 상처는 피해야 할 결과가 아니라 거리를 사는 값이 된다.
그는 어깨에 박힌 칼날을 손으로 꺾었다.
금속이 부러지는 진동이 두 사람의 팔을 타고 퍼졌다. Doppelganger가 손잡이만 남은 무기를 놓치는 순간 알루카드는 품에서 Eye of Vlad가 든 어두운 병을 꺼냈다.
모조품의 눈이 병을 따라 움직였다. 다섯 유해를 지키는 것이 그의 목적이라 읽었다.
알루카드는 병을 물길 밖으로 던졌다.
Doppelganger는 망설이지 않고 박쥐가 되어 뒤쫓았다. 그러나 유리병 안에 든 것은 Eye가 아니었다. 전투 전에 바닥에서 주운 붉은 돌조각이었다. 진짜 유해는 여전히 가슴 안쪽, Heart와 Rib 사이에 감춰져 있었다.
저것은 유해의 박동을 듣지 못했다. 오직 알루카드가 지키는 동작만 보고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해 왔다.
모조품이 물 밖에서 병을 붙잡는 순간 알루카드는 두 번째 도약으로 수면을 뚫었다. 한쪽 어깨가 망가진 몸은 비스듬히 회전했지만, 그 기울기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칼이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 오른손으로 무거운 칼의 손잡이를 잡아 바닥에서 뽑고, 회전하던 몸의 힘을 베기에 실었다.
Doppelganger는 병을 버리고 온전한 갑옷으로 막았다.
알루카드의 칼은 판금 정면이 아니라 빛나는 흠집들 사이를 향했다. 진짜 Spike Breaker라면 충격을 받아들이고 돌려보낼 자리였지만, 가짜 상처들은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 칼날이 장식 같은 붉은 선을 가르자 어깨판은 빛을 내지 못하고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모조품이 안개로 변하려 했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는 대신 판금 안쪽으로 더 밀어 넣어 형상의 중심을 붙들었다. 검은 안개가 상처에서 새어 나왔으나 물속에서 만들어진 실제의 고통이 변신을 늦췄다.
Doppelganger는 마지막으로 알루카드의 모습을 바꾸었다. 찢어진 갑옷과 상처가 사라지고, 긴 붉은 망토가 다시 어깨에 생겼다. 얼굴의 피로도 지워져 첫 번째 성에 들어오기 전의 아드리안이 서 있었다.
“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가.”

알루카드는 칼자루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는 이곳까지 오지 않았다.”
칼날을 옆으로 비틀자 모조품의 가슴에서 검은 금이 퍼졌다. 완전한 얼굴이 먼저 갈라지고 붉은 망토는 안개로 풀렸으며, 온전한 갑옷 아래에서 수십 개의 빌린 상처가 한꺼번에 열렸다.
Doppelganger는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발은 물속에서 알루카드가 일부러 망가뜨린 자세를 따라 하고 있었다. 이유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상처 난 왼쪽으로 무게를 실었고, 그 순간 무릎이 꺾였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아 가슴에서 어깨까지 올려 베었다.
모조품의 몸이 둘로 갈라지지 않고 얇은 그림자처럼 접혔다. 같은 얼굴이 옆으로 기울며 마지막까지 그의 눈을 바라보았으나, 이번에는 입술도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형체는 바닥의 균열로 스며들어 물길 아래에서 사라졌다.
Reverse Caverns에는 알루카드 한 사람의 숨만 남았다.
그는 무릎을 꿇고 왼쪽 어깨에 박힌 부러진 칼날을 뽑았다. 피가 쏟아졌으나 Rib의 힘이 몸을 버티게 하고 Heart가 남은 독과 저주를 밀어냈다. Tooth는 손가락을 단단히 쥐게 했으며 Eye는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움직임을 지나치게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유해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해도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천을 찢어 상처를 단단히 감고, Eye가 든 진짜 병을 꺼내 다른 네 유해와 함께 확인했다. 모두 남아 있었다. 가짜 병 속의 돌조각은 물가에서 붉은 빛을 잃고 평범한 자갈이 되어 있었다.
모조품이 사라진 자리에는 생명의 빛 한 덩이가 떠올랐다. 그는 손을 뻗어 받아들였고, 줄어든 피와 숨이 조금 돌아왔다. 그러나 어깨의 깊은 상처는 닫히지 않았다. 성이 건넨 힘은 다음 싸움까지 걷게 할 뿐, 선택의 값을 지워 주지 않았다.
동굴 반대편 벽이 낮게 울렸다. 다섯 유해가 모인 뒤부터 멈춰 있던 중앙의 시계가 다시 한 칸 움직였고, 그와 다른 방향에서 오래된 세 사람의 무기 소리가 겹쳐 왔다.
채찍이 돌을 때리는 소리,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 천장을 네 발로 달리는 소리.
알루카드는 그 소리들을 알고 있었다. 기억 속의 트레버와 사이파, 그랜트가 내던 소리와 닮았지만, 박자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망설임이 빠져 있었다.
그는 성의 중심으로 향하던 발을 돌렸다. 샤프트는 다섯 유해가 모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에 더 서두르지 않았다. 등 뒤에 가짜 영웅들을 남겨 둔 채 아버지 앞에 서면, 성은 과거의 얼굴을 이용해 다음 칼을 등으로 보낼 것이었다.
동굴을 나서는 길의 천장에는 세 개의 그림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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