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20화] 꿰맨 살이 번개를 삼킬 때

성벽의 난간을 타고 달리던 푸른 전류가 알루카드의 발밑에서 솟구쳤다.

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피했으나, 번개는 비어 있는 왼쪽 어깨를 핥고 지나가 흉갑의 끊어진 고리를 녹였다. 금속 냄새와 함께 팔이 저렸고, 한 박자 늦게 손가락들이 움츠러들었다. 석화의 흔적이 남은 피부 위로 푸른 실핏줄 같은 빛이 번졌다가 사라졌다.

전류는 그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성벽을 따라 흐르다 길을 잃은 번개는 중앙의 거대한 피뢰침으로 모였고, 거기서 수십 가닥으로 갈라져 어둠 속에 웅크린 형상의 등에 박혔다.

쇠못과 철판, 굵은 실로 이어 붙인 살점들이 빛 속에서 차례로 드러났다. 한쪽 어깨는 다른 몸에서 떼어 온 듯 피부색이 달랐고, 왼팔은 팔꿈치 아래가 지나치게 길었다. 목 둘레에는 죽은 사람들의 입술을 꿰맨 것 같은 검은 봉합선이 한 바퀴 돌아가 있었다.

번개가 멎자 거인은 고개를 들었다.

양쪽 눈의 높이가 달랐다. 오른쪽 눈은 흰자 없이 검었고, 왼쪽에는 탁한 유리구슬이 박혀 있었다. 벌어진 입 사이에는 크기가 맞지 않는 치아들이 빽빽했으며, 위턱 한가운데의 송곳니 하나만 검은 광택을 띠었다.

품속의 세 유해가 동시에 뛰었다.

거인은 성벽에 기대 둔 넓은 도끼를 집어 들었다. 날 한쪽은 깨지고 반대쪽은 오래된 피로 검게 굳어 있었지만, 자루를 쥐는 손가락에는 죽은 몸답지 않은 힘이 들어갔다.

첫 공격은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도끼를 들어 올리는 동안 오른쪽 어깨의 꿰맨 살이 먼저 부풀었고, 발뒤꿈치가 돌을 으깨며 무게를 받았다. 알루카드는 왼쪽으로 피하려다 그쪽 어깨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늦게 떠올렸다. 몸이 방어구가 남은 쪽을 무의식적으로 지키면서 회피 각도가 좁아졌다.

도끼날이 바닥을 깨뜨렸다. 돌조각이 비처럼 튀었고, 자루 끝이 방향을 바꾸어 옆구리로 들어왔다. 알루카드는 검등으로 막았지만 충격이 손목을 지나 어깨 상처까지 밀려와 몸을 난간에 부딪치게 했다.

The Creature는 박힌 도끼를 뽑지 않았다. 자루를 잡은 채 몸을 낮추더니, 무릎과 어깨를 한 덩어리처럼 말아 바닥 위로 구르기 시작했다.

뒤집힌 Outer Wall을 따라 오르는 Alucard - PortForward
뒤집힌 Outer Wall을 따라 오르는 Alucard - PortForward

이어 붙인 거체가 쇠바퀴가 되어 성벽을 가로질렀다. 도끼날과 등에 박힌 쇠못들이 돌을 긁으며 불꽃을 냈고, 첫 번째 충돌로 반대편 벽이 움푹 들어갔다. 거인은 멈추지 않고 반동을 받아 같은 길을 되돌아왔다.

알루카드는 난간 위로 뛰어올랐다. 거체가 발밑을 지나갈 때 검을 아래로 찔렀으나 칼끝은 등에 박힌 철판을 긁는 데 그쳤다. 전류가 철판을 따라 칼날로 올라와 손가락을 태웠고, 그는 무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손목을 굽히는 사이 뒤따라온 어깨에 허리를 맞았다.

몸이 허공으로 밀렸다.

외벽 아래에는 정성의 첨탑들이 멀리 매달려 있었다. 알루카드는 남은 망토 자락도 없이 떨어지며 작은 박쥐로 변했다. 바람을 한 번 받아 성벽으로 돌아왔으나, The Creature는 이미 도끼를 빼 들고 착지할 자리를 향해 수평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박쥐의 몸을 유지하면 날개가 잘리고 인간으로 돌아오면 가슴이 갈라질 높이였다. 그는 도끼가 닿기 직전 안개가 되어 날과 자루 사이를 통과했다. 거인의 등 뒤에서 인간의 형상을 되찾으며 무거운 칼날을 봉합된 목에 내리쳤다.

검은 실 여러 가닥이 끊어졌다. 벌어진 틈에서 피 대신 노란 액체와 푸른 불꽃이 새어 나왔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숨을 들이쉬었다.

거인이 뒤돌아보지 않은 채 긴 왼팔을 휘둘렀다. 손등이 가슴을 때려 알루카드를 사슬 감긴 승강기 쪽으로 날렸고, 등 뒤의 판금이 충격을 받아 붉게 빛났다. 되돌아간 힘이 거인의 팔뼈를 꺾었으나 손은 바닥에 닿자 스스로 뼈를 밀어 넣어 원래 각도로 맞췄다.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몸의 통증을 따라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The Creature가 잘린 목의 실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살이 억지로 맞물리고, 성벽의 피뢰침에서 내려온 전류가 상처를 지졌다. 봉합선은 더 거칠게 붙었으며 검은 송곳니가 입 안에서 한 번 빛났다.

알루카드는 피뢰침을 올려다보았다. 번개가 몸을 움직이는 힘이라면 그 통로를 끊는 것이 먼저였다. 거인이 도끼를 들어 올리는 동안 그는 사슬을 타고 피뢰침의 지지대까지 올라가, 짧은 검으로 구리선 세 가닥을 한꺼번에 잘랐다.

끊어진 전류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다. 갈 곳을 잃은 빛은 칼날을 타고 그의 팔로 들어왔고, 나머지는 The Creature의 머리와 어깨로 떨어졌다.

거인은 멈추지 않았다.

Reverse Wall 정상에서 The Creature의 방으로 향하는 Alucard - PortForward
Reverse Wall 정상에서 The Creature의 방으로 향하는 Alucard - PortForward

오히려 등이 크게 젖혀지며 꿰맨 근육들이 전보다 두껍게 부풀었다. 유리 눈에 푸른 빛이 차고 부러졌던 팔이 곧게 펴졌다. 번개는 약점이 아니라 죽은 살 사이의 명령을 더 빠르게 전달하는 피였다.

알루카드의 첫 판단은 또 틀렸다. 끊긴 선 때문에 전류의 양은 줄지 않고 한곳으로 몰렸고, 성벽 아래의 철제 난간들까지 거인을 향해 떨기 시작했다.

The Creature는 도끼를 버렸다.

두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몸을 말자 등에서 쇠못들이 튀어나왔다. 이전보다 좁고 빠른 바퀴가 되어 달려왔고, 이번에는 벽에 부딪치기 전 방향을 틀어 알루카드가 피한 쪽을 따라왔다. 유리 눈은 몸이 구르는 동안에도 한 점을 놓치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성벽을 따라 달렸다. 첫 회전은 두 번째 도약으로 넘었고, 두 번째에는 기둥을 짚어 몸을 옆으로 돌렸다. 거인은 기둥을 그대로 부수며 속도를 높였다. 세 번째가 다가올 때 그의 발끝 앞에는 끊어진 승강기 사슬과 바깥 낭떠러지뿐이었다.

몸을 안개로 풀면 쇠못은 피할 수 있었지만, 거인은 그대로 난간을 부수고 떨어진 뒤 성의 전류를 따라 다시 올라올 터였다. 유해가 박힌 한 성은 죽은 몸을 몇 번이고 다시 꿰맬 수 있었다.

알루카드는 바닥의 사슬을 발로 걷어 올려 왼팔에 감았다. Darkwing Bat전에서 어깨판이 뜯겨 나간 자리로 차가운 쇠가 파고들었다. 그는 통증을 억누르며 사슬 끝을 피뢰침 지지대에 걸고, 거체가 가까워지는 순간 몸을 옆으로 던졌다.

The Creature가 지나갈 때 사슬은 목 아래의 봉합선에 걸렸다.

거인의 속도가 사슬을 팽팽하게 당겼고 피뢰침의 지지대가 휘어졌다. 목이 끊어지는 대신 거대한 몸 전체가 궤도를 잃어 승강기 쪽으로 돌아갔다. 철제 칸이 충격에 찌그러지고, 매달린 추가 아래에서 위로 치솟았다.

거인은 잔해 속에서 다시 일어났다. 목을 감은 사슬을 두 손으로 잡아 뜯으려 했으나, 피뢰침에 모인 전류가 사슬을 통해 봉합선으로 흘러들었다. 그것은 번개를 흡수해 근육을 부풀렸지만, 여러 몸에서 온 근육들이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팔은 도끼를 찾고 왼팔은 목을 감쌌다. 한쪽 다리는 일어서려 했고 다른 쪽은 다시 몸을 말았다. 등과 가슴의 꿰맨 살들이 서로의 명령을 찢으며 벌어졌다.

거대한 망치를 든 The Creature와 맞붙은 Alucard - PortForward
거대한 망치를 든 The Creature와 맞붙은 Alucard - PortForward

알루카드는 번개가 거인을 해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멈추게 할 수 없다면 더 많은 명령을 한꺼번에 넣어, 어느 몸도 하나의 움직임을 완성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는 휘어진 지지대 위로 뛰어올라 남은 구리선을 짧은 검으로 끌어당겼다. 날이 도선에 닿자 손목까지 타는 냄새가 났고, 칼끝에서 갈라진 전류가 사슬을 따라 거인의 몸으로 쏟아졌다.

The Creature가 등을 젖히며 입을 벌렸다.

그 안에서 검은 송곳니가 다른 치아들과 반대 방향으로 흔들렸다. Tooth of Vlad는 턱뼈에 뿌리내린 것이 아니라, 여러 시체의 신경을 하나로 묶은 못처럼 입천장까지 길게 박혀 있었다. 유해가 전류를 받아 명령을 나눠 주고 있었기에, 그것을 빼지 않는 한 몸을 아무리 베어도 다른 살이 대신 움직일 것이었다.

알루카드는 구리선을 놓고 거인의 가슴으로 뛰었다.

서로 다른 팔들이 그를 잡으려 했으나 움직임이 겹쳐 손가락끼리 부딪쳤다. 그는 오른팔 아래로 파고들어 봉합선이 벌어진 가슴을 밟고 턱을 향해 올라갔다. 거인의 유리 눈이 그를 좇았고 검은 눈은 제멋대로 천장을 보았다.

The Creature가 입을 닫으려 했다. 위아래 치아가 팔을 자르기 전에 알루카드는 짧은 검을 가로로 물려 턱을 받쳤다. 칼날이 휘고 손잡이가 삐걱거렸지만 입은 손 하나가 들어갈 만큼 열려 있었다.

독기와 썩은 숨이 얼굴을 덮었다. 그는 오른손을 입 안으로 넣어 검은 송곳니를 잡았다. 매끄러운 표면 아래에서 아버지의 힘이 뛰었고, 그 박동마다 거인의 몸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려 했다.

왼팔이 마침내 알루카드의 허리를 붙잡았다. 갈비뼈가 눌리고 상처 난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거인은 그를 떼어 내려고 팔을 당겼고, 알루카드는 반대로 발을 아래턱에 걸어 몸을 젖혔다.

송곳니와 입천장 사이에서 검은 실들이 늘어났다. 그 실 끝마다 사람의 기억 같지 않은 짧은 감각들이 달려 있었다. 진흙 속에서 죽은 병사, 교수대에서 목이 꺾인 죄수, 병상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 노인의 몸. 모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 덩어리 안에서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유해를 뽑기 전에 짧은 검을 놓았다.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아 아래로 비틀자 칼날이 검은 실들을 잘랐다. 거인의 턱이 더 내려왔고 치아가 어깨 상처를 눌렀지만, 마지막 실 하나가 끊기는 순간 오른손에 걸린 송곳니가 느슨해졌다.

그는 Tooth of Vlad를 뽑았다.

폭탄을 휘두르는 The Creature의 공격 - PortForward
폭탄을 휘두르는 The Creature의 공격 - PortForward

The Creature의 두 눈에서 빛이 꺼졌다. 허리를 잡았던 손이 힘을 잃었고, 서로 다른 몸에서 온 살들은 자신들이 죽었던 방향으로 무너졌다. 어깨는 뒤로, 다리는 옆으로, 머리는 사슬에 매달린 채 앞으로 떨어져 거대한 형상이 한꺼번에 해체되었다.

번개가 다시 내려쳤다. 이번에는 살 사이를 이어 주지 못하고 철판과 쇠못만 푸르게 달군 뒤 성벽 밖으로 빠져나갔다.

알루카드는 잔해에서 몸을 빼냈다. 오른손에는 검은 송곳니가 남아 있었고, 입 안에서 떨어진 짧은 검은 칼날 중간이 휘어 있었다. 그는 검을 무릎에 대어 바로잡으려다 금이 간 소리를 듣고 멈췄다. 아직 쓸 수는 있었지만 다음 충격을 같은 자리로 받으면 부러질 터였다.

Tooth of Vlad는 손바닥 길이만큼 컸다. 뿌리 끝에는 검은 신경 다발이 말라붙어 있었고, 반대편 끝은 오랜 세월 무엇인가를 깨물어 닳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품속의 Ring, Rib, Heart가 대답하자 송곳니가 가늘게 울렸다.

네 유해가 모인 순간 알루카드의 턱과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상처로 흐려졌던 몸이 칼날처럼 단단해지는 감각이 왔으나, 곧 그 힘을 따라 부수고 싶다는 충동도 스쳤다. 이빨은 말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물어뜯기 위한 뼈라는 오래된 본능이었다.

그는 송곳니를 다른 유해들과 직접 닿지 않도록 금속 조각에 싸서 허리 주머니에 고정했다.

The Creature의 잔해 뒤에는 벽 속으로 들어가는 작은 승강기가 있었다. 전류가 끊겼는데도 문 위의 문양은 푸르게 빛났고, 다섯 방향을 가리키는 홈 가운데 네 곳이 유해의 박동에 반응했다. 알루카드가 안으로 들어가자 찌그러진 문이 스스로 닫혔다.

승강기는 아래로도 위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벽과 벽 사이를 가로지르듯 긴 진동이 이어진 뒤, 문이 열렸을 때 바깥 공기는 젖은 흙과 버섯 냄새로 바뀌어 있었다.

깊은 Cave의 돌기둥들 사이에서 검은 천이 천천히 떠올랐다.

처음에는 박쥐 떼처럼 보였으나, 달빛을 받은 가장자리마다 작은 낫의 날이 번뜩였다. 수십 개의 낫이 서로 부딪치지 않은 채 원을 그리며 길을 막았고, 그 중심의 어둠에서는 오래전에 들었던 정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많이 되찾으셨군요,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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