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9화] 눈을 감은 심장

굳어 버린 새의 부리가 돌바닥을 긁을 때마다 안주머니의 갈비뼈가 작게 떨렸다.

새를 끌고 가던 뱀은 알루카드의 장화 앞에서 먹이를 놓고 고개를 들었다. 손가락만 한 몸에 비해 눈은 지나치게 컸고, 두 동공에는 같은 여자의 얼굴이 비쳤다. 뱀이 입을 벌리자 쉰 숨과 함께 회색 가루가 흘러나왔다.

알루카드가 칼끝을 내리기 전에 뱀은 스스로 돌이 되었다. 몸을 둥글게 만 채 굳은 비늘 사이로 금이 번졌고, 그 틈에서 더 작은 뱀 세 마리가 빠져나와 예배당 쪽으로 기어갔다.

그는 뒤쫓지 않고 무릎을 굽혀 돌가루를 손가락에 묻혔다. 가루는 피부에 닿자마자 손톱 가장자리를 희게 굳혔다. Akmodan II의 저주가 빠져나간 왼손은 아직 움직임이 둔했고, 그 상태로 석화까지 번지면 검을 쥐는 일보다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일이 먼저 필요할 터였다.

알루카드는 손을 털고 일어섰다. Holy Glasses를 꺼낼까 잠시 생각했으나, 렌즈 가장자리에 남은 역성의 서리는 아직 녹지 않았다. 눈을 지켜 주리라는 근거도 없었다. 그는 안경 대신 시선을 낮춰 바닥의 균열과 벽에 드리운 그림자만 보며 Anti-Chapel로 들어갔다.

예배당의 첨탑은 아래를 향해 길게 뻗어 있었다. 제단은 머리 위에 거꾸로 붙어 촛농을 천장 쪽으로 흘렸고, 긴 의자들은 사슬에 묶인 채 양쪽 벽에 매달려 있었다.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달빛이 들어오면 성인들의 얼굴 조각이 바닥을 기어가다가 기둥을 만나 여러 색으로 갈라졌다.

그 색 사이마다 돌이 된 사람들이 서 있었다.

갑옷을 입은 병사는 방패를 들다가 굳었고, 수도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자세였다. 어떤 석상은 머리가 없었으며, 잘린 목 안에는 뱀의 알이 가득 차 있었다. 모두 같은 방향을 등지고 있었다. 예배당 중심의 제단을 보지 않으려다 마지막 순간 몸을 돌린 흔적이었다.

알루카드는 석상들의 눈을 확인하지 않았다. 발밑에서 길게 미끄러지는 그림자만 따라갔다. 뱀들은 기둥 위와 의자 밑, 거꾸로 매달린 성화의 틀 안에서 그를 지켜보았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은 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누군가 자신의 시선을 길들이고 있었다.

제단 앞에 이르자 발소리가 하나 더 늘었다. 알루카드가 오른발을 옮기면 뒤쪽에서 같은 소리가 났고, 멈추면 한 박자 늦게 침묵했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짧은 파문을 보냈다.

메아리는 기둥과 석상, 천장에 붙은 제단을 그려 냈다. 그러나 뒤에 선 형상은 머리 부근에서 소리를 수십 갈래로 흩어 버렸다.

“그 눈은 누구를 닮았지?”

Anti-Chapel의 뒤집힌 탑을 오르는 Alucard - PortForward
Anti-Chapel의 뒤집힌 탑을 오르는 Alucard - PortForward

여자의 목소리가 오른쪽 귀 바로 뒤에서 들렸다. 알루카드는 눈을 감으며 검을 뽑아 등 뒤로 휘둘렀다. 칼날은 비늘과 금속이 동시에 긁히는 감촉을 남겼고, 상대는 웃음과 함께 멀어졌다.

눈꺼풀 너머로도 초록빛이 스며들었다.

그는 몸을 낮추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빛이 머리 위를 훑는 동안 손바닥 아래의 돌이 거칠어졌다가 다시 풀렸다. 직접 바라보지 않아도 광선이 닿은 표면은 먼저 굳고 있었으므로, 눈을 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왼쪽에서 뱀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알루카드는 그 소리를 공격의 예고로 읽고 옆으로 굴렀다. 머리카락에서 뻗은 굵은 뱀 두 마리가 조금 전 있던 바닥을 내리쳐 돌을 깨뜨렸고, 이어 차가운 칼날이 낮은 높이로 지나가 남은 망토 자락을 잘랐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천이 초록빛을 맞자 그대로 굳었다.

알루카드는 눈을 뜨지 않은 채 기둥 뒤로 물러났다. 짧은 파문을 연달아 보내자 메아리 속에서 Medusa의 형상이 나타났다. 여자의 상체 아래에는 사람의 다리 대신 거대한 뱀의 몸이 둥글게 말려 있었고, 한 손에는 굽은 검이 들려 있었다. 머리의 뱀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혀를 내밀며 소리를 삼켰다.

첫 판단은 그녀의 눈을 피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석화의 빛은 눈동자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머리카락의 수십 개 눈과 제단 뒤에 박힌 거울 조각들이 빛을 받아 전장 전체로 나누고 있었다.

초록빛이 기둥 가장자리를 스쳤다. 돌 표면이 하얗게 변하고 갈라진 조각들이 알루카드의 뺨을 때렸다. 그는 파편이 튀는 방향으로 광선의 각도를 읽어 몸을 더 낮췄다.

Medusa는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뱀의 꼬리로 제단 둘레를 천천히 돌며 검을 좌우로 휘둘렀고, 칼바람이 바닥을 얇게 깎아 알루카드의 발목을 노렸다. 그가 뛰면 머리의 뱀들이 솟아오를 자리를 물었고, 낮게 피하면 거울에 반사된 석화 광선이 퇴로를 막았다.

알루카드는 기둥 뒤에서 손에 익은 검을 바닥에 눕혔다. 칼날에 비친 초록빛이 천장으로 튀며 매달린 의자 하나를 돌로 굳혔다. 반사는 가능했지만, 검을 잘못 기울이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돌아올 수 있었다.

Medusa가 웃으며 석상들을 가리켰다.

“그들도 마지막까지 보지 않으려 했지. 인간은 눈을 감으면 진실이 사라진다고 믿는다.”

알루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죽던 날, 눈을 감지 않았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보았다는 사실이 언제나 진실을 지켰던 것은 아니며, 보지 않겠다는 선택이 언제나 비겁함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독성 포자가 떠도는 Anti-Chapel의 수직 통로 - PortForward
독성 포자가 떠도는 Anti-Chapel의 수직 통로 - PortForward

그는 검끝으로 바닥을 두 번 두드렸다. 울림이 예배당을 돌아오는 동안 머리의 뱀들이 각각 다른 순간에 소리를 삼켰다. 그 작은 지연으로 머리와 몸의 위치가 나뉘었다.

알루카드는 눈을 감은 채 기둥 밖으로 나갔다.

굽은 검이 오른쪽에서 들어오자 칼등으로 흘려 바닥에 박히게 했다. Medusa가 손목을 비트는 동안 그는 한 걸음 안으로 파고들어 뱀의 몸을 베었다. 단단한 비늘 아래로 검은 피가 튀었고, 바닥에 닿은 방울마다 가느다란 뱀이 태어나 장화를 물었다.

그는 발을 털어 뱀들을 떼어 냈으나 그 순간 머리의 큰 뱀 하나가 왼팔을 감았다. 턱이 어깨 상처에 박히자 차가운 독이 들어왔고, 굳었던 손가락이 더 느려졌다. 다른 뱀이 목을 노리는 소리를 듣고 몸을 안개로 풀자, 이빨과 칼날은 검은 형체를 통과했다.

하지만 초록빛은 안개 속에 남았다.

인간으로 돌아온 오른쪽 뺨과 목에 회색 반점이 생겼다. 피부 아래에서 돌의 차가움이 퍼지고 턱을 움직일 때마다 가느다란 마찰음이 났다. 안개가 물리적인 공격을 피하게 해도 석화의 저주까지 흩어 주지는 못했다.

Medusa는 그 변화를 알아보고 꼬리로 출구를 막았다. 머리의 뱀들이 부채처럼 벌어지며 수십 개의 눈을 한꺼번에 떴다.

알루카드는 감은 눈 너머로 밝아지는 빛을 느꼈다. 피할 방향마다 거울 조각이 있었고, 기둥 뒤의 석상들도 반들거리는 표면으로 빛을 돌려보냈다. 전장은 처음부터 그녀의 눈을 늘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그는 피하는 대신 바닥에 박힌 자신의 검을 발로 찼다.

칼날은 낮게 회전하며 제단 아래의 사슬을 끊었다. 천장에 붙어 있던 거대한 제단이 한쪽부터 기울고, 그 위의 촛대와 성상들이 쏟아졌다. Medusa가 꼬리를 틀어 피하는 동안 석화 광선이 떨어지는 잔해를 차례로 굳혔다.

돌이 된 잔해들은 더 무거워졌다. 사슬 두 개가 추가로 끊어지며 제단 전체가 바닥을 향해 떨어졌고, 수십 개의 거울 조각이 충격으로 뒤집혔다. 초록빛은 예배당 곳곳으로 퍼지는 대신 한순간 중앙을 향해 되돌아왔다.

Medusa의 뱀들이 자기 눈을 가리려 서로 엉켰다. 그녀는 굽은 검을 휘둘러 반사된 빛을 막았으나 금속 표면에서도 가느다란 광선이 튕겨 목 아래를 스쳤다. 여자의 피부가 어깨부터 회색으로 굳기 시작했다.

석화는 그녀를 해치지 못했다. 굳은 피부는 한 번 갈라졌다가 검은 피를 흡수하며 다시 부드러워졌고, 머리의 뱀들은 돌 껍질을 벗어 던지듯 허물을 토해 냈다. 그러나 빛을 거둬들이는 동안 눈들이 모두 닫혔다.

그 짧은 순간만 전장이 어두워졌다.

석화의 시선을 지닌 Medusa와 맞서는 Alucard - PortForward
석화의 시선을 지닌 Medusa와 맞서는 Alucard - PortForward

알루카드는 눈을 떴다. 메아리로 그린 형상과 실제의 거리를 겹쳐 보며 쓰러진 제단 위를 달렸다. Medusa가 굽은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지만, 그는 허리를 낮춰 칼날 아래로 들어가 손목을 베었다. 검이 떨어지는 소리 뒤에 뱀의 꼬리가 옆구리를 후려쳤다.

금이 간 갑옷 판이 충격을 돌려주었으나 몸은 부서진 성상 위로 밀렸다. 등 아래에서 돌날이 튀어 상처를 벌렸고 숨이 끊겼다. Medusa는 검을 잃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붙잡으려 다가오며 머리의 뱀들을 다시 벌렸다.

알루카드는 그녀의 눈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Holy Glasses를 꺼내 쓴 것도 아니었다. 오른손으로 바닥의 거울 조각 하나를 집어 자신의 얼굴 앞에 세웠다. 초록빛이 유리에 닿아 Medusa에게 돌아갔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는 대신 뱀들을 한꺼번에 앞으로 내밀어 거울을 깨뜨렸다.

유리 뒤에는 알루카드가 없었다.

거울을 세운 순간 작은 박쥐로 변한 그는 뱀들의 시야 위로 날아올랐다. 머리 뒤에서 인간으로 돌아오며 짧은 검을 양손으로 잡았고, 낙하하는 무게를 실어 수십 개의 뱀이 모이는 뿌리에 칼날을 박았다.

Medusa가 몸을 뒤틀자 뱀들이 어깨와 팔을 물었다. 그는 검을 빼지 않고 손잡이를 옆으로 밀어 머리뼈 아래를 갈랐다. 검은 피가 분수처럼 솟아 눈과 렌즈를 덮었지만, 이제 그녀의 눈도 그를 볼 수 없었다.

거대한 꼬리가 마지막으로 바닥을 쓸었다. 알루카드는 몸과 함께 내던져졌고, 검은 Medusa의 머리에서 빠져나오며 뱀 여러 마리를 함께 끊었다.

그녀는 제단 잔해 가운데 상체를 일으켰다. 머리에서 떨어진 뱀들이 바닥을 뒤덮었고, 일부는 주인의 몸으로 돌아가 상처를 메우려 했다. Medusa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손가락 사이에서 초록빛이 다시 모였다.

알루카드는 흐려진 안경을 벗어 던지고 감각만으로 한 걸음을 옮겼다. 바닥의 뱀들이 오른쪽 장화를 무는 동안 왼쪽 무릎을 꿇어 몸을 낮추고, 떨어져 있던 굽은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무기는 그녀의 것이었다. 칼날 표면에는 수많은 석상의 마지막 얼굴이 얇게 겹쳐 있었다.

Medusa가 손을 내리는 순간 알루카드는 굽은 검을 바닥 위로 미끄러뜨렸다. 칼날은 뱀의 몸과 제단 조각 사이를 휘어 지나가 그녀의 꼬리 아래에 박혔다. 균형이 무너지며 상체가 앞으로 쏠렸고, 모아 둔 광선은 알루카드가 아니라 바닥의 거울 더미를 향했다.

수십 갈래로 튕긴 빛이 Medusa의 얼굴과 몸을 동시에 비췄다.

검은 짐승들이 덮치는 Anti-Chapel 복도 - PortForward
검은 짐승들이 덮치는 Anti-Chapel 복도 - PortForward

이번에는 그녀가 눈을 감을 틈이 없었다. 피부가 굳고 비늘 사이가 돌로 메워졌으며, 머리의 뱀들은 몸에서 떨어져 나오려 발버둥 쳤다. 알루카드는 자신의 검을 들어 가슴 한가운데를 찌르지 않았다. 대신 석화가 끝까지 닿지 않고 검게 남은 한 점, 유해의 박동이 모이는 왼쪽 가슴 아래를 베었다.

갈라진 돌껍질 안에서 검붉은 심장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Heart of Vlad는 Medusa의 심장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뱀 같은 혈관들이 그것을 둘러싼 채 몸 전체로 석화의 힘을 보내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검끝으로 혈관을 하나씩 끊고, 마지막 줄이 달라붙으려 하자 왼손으로 붙잡아 뜯었다.

심장이 그의 손에 들어온 순간 Medusa의 석상이 무너졌다.

머리에서 풀려난 뱀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몇 마리는 제단 잔해 아래로 숨었고, 나머지는 주인의 돌조각을 물다가 하나씩 굳어 갔다. 굽은 검은 녹슨 쇳가루가 되어 바닥에 퍼졌다.

예배당에 남은 사람의 석상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Heart of Vlad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박동은 없었으나 손가락 사이에서 검은 열기가 맥박처럼 번졌다. Ring과 Rib가 품 안에서 반응하자 심장은 비로소 한 번 수축했고, 그 힘이 왼손에 남은 저주의 굳음을 밀어냈다.

동시에 머릿속에 낯선 감각이 들어왔다. 수백 개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오만, 저주를 받아들이지 않고 되돌려 보내던 아버지의 피. 그것은 보호이면서 명령이었다. 어떤 저주 앞에서도 무릎 꿇지 말라는 의지가 아니라, 저주받을 자격조차 자신이 정한다는 폭력이었다.

알루카드는 심장을 검은 천으로 감쌌다. 살아 있는 자신의 심장 가까이에 두지 않고 허리 뒤쪽의 작은 주머니에 넣은 뒤, 피 묻은 Holy Glasses를 닦아 다시 품었다. 렌즈 하나에는 가느다란 금이 생겨 있었다.

세 유해의 박동이 겹치자 예배당 서쪽 벽이 흔들렸다. 스테인드글라스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며 바깥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드러냈고, 그 너머에는 하늘을 향해 거꾸로 솟은 외벽이 길게 펼쳐졌다.

멀리서 번개가 쳤다. 그러나 구름은 없었다.

푸른 전류가 성벽의 금속 난간을 타고 달리다가 한 지점에서 끊겼다. 어둠 속에 웅크린 거대한 사람의 등 위로 쇠못과 꿰맨 자국들이 잠깐 드러났고, 그 형상은 번개가 사라진 뒤에도 무거운 숨을 쉬고 있었다.

알루카드가 예배당을 나서자 등 뒤의 석상 하나에서 눈꺼풀만 얇게 갈라졌다. 그 안에는 눈동자 대신 작은 뱀이 몸을 말고 있었다.

참고자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