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8화] 갈비뼈를 감싼 붕대
천장으로 흐르던 물줄기에서 손 하나가 내려와 알루카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푸르게 불은 손가락 사이로 검은 손톱이 닫히기 직전, 그는 고개를 낮추며 짧은 검을 거꾸로 세웠다. 칼끝이 손바닥을 뚫자 물속에 숨어 있던 시체가 팔꿈치까지 끌려 나왔고, 수면은 천장에 붙은 채 출렁였다. 죽은 자의 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허리부터 물에 매달린 채 다른 손으로 그의 얼굴을 긁다가, 손목이 잘려 나가자 물속으로 조용히 되감겼다.
잘린 손만 복도 바닥에 남아 손가락을 두 번 오므렸다. 안주머니의 검은 반지가 그 움직임에 맞춰 한 번 뛰었다.
알루카드는 손을 밟아 부순 뒤 물이 흐르는 방향을 살폈다. 정성의 Olrox’s Quarters에서 바닥을 채우던 수로와 장식용 연못은 역성에서 긴 천장 강이 되어 있었다. 물고기와 시체, 깨진 잔과 촛대가 머리 위를 떠다녔고, 때때로 물이 갈라진 틈에서는 방울들이 비처럼 쏟아지다가 중간에서 방향을 바꾸어 다시 위로 올라갔다.
몸은 이제 이 성의 아래를 알고 있었으나 눈은 여전히 물이 있는 쪽을 낮은 곳으로 착각했다. 알루카드는 수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 발끝으로 돌의 경사를 읽고, 물살이 기둥을 스치는 소리로 복도의 굽이를 헤아렸다.
Darkwing Bat에게 뜯긴 왼쪽 어깨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벼웠다. 그 가벼움은 편안함이 아니라 칼날 하나가 닿을 곳을 계속 알려 주는 빈자리였다. 그는 남은 판금의 끈을 오른쪽에서 당겨 흉갑을 비스듬히 고정하고, 옆구리를 감은 천이 젖지 않도록 몸을 낮췄다.
복도 깊은 곳에서 마른 천을 돌바닥에 끄는 소리가 났다.
한 사람이 내는 소리라기에는 길었다. 첫 자락이 기둥을 지날 때 마지막 자락은 아직 몇 개의 방 너머에 남아 있는 듯했고, 그 사이로 몰약과 오래된 기름, 열지 않은 무덤에서 새는 단내가 섞여 왔다. 반지의 박동이 빨라질수록 천장 강의 시체들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루카드는 품 안에 손을 넣어 Ring of Vlad를 천째 눌렀다. 금속이 살을 향해 파고드는 느낌은 줄었지만, 멀리 있는 다른 유해를 부르는 힘은 감출 수 없었다.
“네가 길을 찾는 것이냐.”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수십 장의 종이가 한꺼번에 찢어지는 소리였다.

앞쪽 문틈으로 누런 띠 하나가 미끄러져 나왔다. 바닥을 기는 붕대는 장화 앞에서 멈췄다가 뱀처럼 머리를 들었고, 그 표면에 적힌 검은 글자들이 피를 머금으며 번졌다. 알루카드가 검으로 자르자 두 토막은 죽지 않고 서로 다른 발목을 향해 갈라졌다.
그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발목에 감기려는 첫 자락을 밟고 두 번째를 검등으로 들어 올려 기둥에 감았다. 붕대가 팽팽해진 순간 기둥 너머에서 무엇인가 당겼다. 돌이 뿌리째 흔들리고 천장 강이 크게 출렁였다.
당기는 힘을 따라 문을 걷어차자, 역전된 연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성에서 Olrox와 싸웠던 높은 방은 같은 크기였으나 전혀 다른 무덤이 되어 있었다. 관들이 천장 가까운 벽에 세로로 박혀 있었고, 뚜껑마다 얼굴 대신 손 모양의 홈이 파여 있었다. 중앙의 긴 융단은 바닥에서 시작해 벽을 타고 올라간 뒤 물속으로 이어졌다. 양쪽에는 향료를 태우는 청동 그릇들이 사슬에 매달려, 불꽃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전장 가운데에는 빈 석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조금 전 잘린 붕대가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가자 뚜껑이 안쪽에서 들썩였다.
첫 번째 충격에는 먼지만 떨어졌다. 두 번째에는 석관 옆이 갈라졌고, 세 번째에는 뚜껑이 천장 강까지 날아가 수면에 처박혔다. 그 안에서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큰 미라가 상체를 일으켰다.
겹겹이 감긴 붕대는 누렇게 삭았으나 가슴 한가운데만 짙은 갈색으로 젖어 있었다. 금으로 만든 매장 가면은 코와 입이 깨져 검은 구멍을 드러냈고, 목 아래에는 갈비뼈를 본뜬 장식들이 부채처럼 벌어졌다. 몸 주위에서는 푸른 연무가 낮게 피어올라 바닥의 벌레들을 뒤집었다.
Akmodan II가 한 걸음을 내딛자 오른팔의 붕대가 풀렸다.
알루카드는 팔이 닿지 않을 거리라고 판단해 칼을 세웠다. 그러나 뻗어 온 것은 팔이 아니라 풀린 천이었다. 붕대는 허공에서 파도처럼 위아래로 굽으며 기둥 사이를 지나왔고, 첫 자락이 검을 감는 동안 두 번째 자락은 갑옷이 사라진 왼쪽 어깨를 노렸다.
칼날로 첫 띠를 끊는 순간 검은 글자가 손등에 옮겨 붙었다. 손가락 관절이 굳고 손에 익은 무기의 무게가 갑자기 낯설어졌다. 저주의 문자는 상처가 아니라 동작을 기억하는 힘부터 묶고 있었다.
두 번째 붕대가 어깨를 감았다. 알루카드는 안개로 몸을 풀려 했지만, 검은 문자가 번진 손에서 시작된 경직이 가슴까지 닿아 변신이 늦었다. Akmodan II가 팔을 잡아당기자 그의 몸은 바닥을 가로질러 끌려갔고, 미라는 다가온 먹이를 한 손으로 붙잡아 관이 박힌 벽으로 내던졌다.

등이 관 뚜껑에 부딪쳐 손 모양의 홈이 산산이 깨졌다. 안에 눕혀져 있던 말라붙은 시체가 쏟아져 알루카드의 목과 허리를 감싸려 했다.
그는 굳지 않은 오른손으로 무거운 칼날을 뽑아 관 안쪽을 넓게 베었다. 시체들과 붕대가 함께 끊어졌으나, 칼끝이 미라의 몸에서 피어나는 연무에 닿는 순간 검은 빛을 빨아들인 안개가 더 짙어졌다. 어둠을 머금은 무기는 그 죽은 몸에 상처를 내는 대신 오래 묵은 기운을 먹이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즉시 칼을 거두었다. 첫 판단이 틀렸다. 긴 사거리로 붕대를 먼저 자르는 동안 저주는 손으로 옮겨 왔고, 어둠의 칼날은 미라가 두른 기운을 강하게 만들었다.
Akmodan II가 가면의 깨진 입을 벌렸다. 몸 안에 갇혀 있던 뜨거운 공기가 짧은 불덩이 여섯 개로 터져 나와 부채꼴로 퍼졌다. 알루카드는 바닥을 박차고 첫 줄을 넘었지만, 역성의 높은 천장은 물로 막혀 있었다. 두 번째 도약의 머리카락이 수면에 닿자 천장 강 속의 손들이 한꺼번에 그를 붙잡았다.
불덩이들이 아래에서 올라왔다. 그는 물속으로 몸을 틀어 불길 두 개를 피하고, 붙잡은 손목들을 짧은 검으로 베며 수면 밖으로 떨어졌다. 젖은 머리와 남은 망토 자락에서 물방울이 솟아올랐다가 불에 닿아 하얀 김으로 변했다.
미라는 같은 순서를 되풀이했다. 왼팔이 움직이면 낮게 기는 붕대가 발목을 노렸고, 오른팔이 들리면 어깨 높이의 띠가 무기를 감쌌다. 두 팔을 가슴에 모을 때는 독성 연무가 넓어졌으며, 가면을 뒤로 젖히면 불덩이가 먼저 지나간 자리를 겹치지 않고 채웠다.
알루카드는 공격보다 그 순서를 보았다. 잘린 붕대는 석관으로 돌아가 다시 몸에 감겼고, 불길이 스친 천은 타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글자만 지워져 잠시 희게 남았다.
불은 미라에게서 나왔지만 그 불이 미라의 저주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중앙 융단을 따라 물러나며 일부러 오른손의 검을 낮췄다. Akmodan II의 팔이 올라가자 이번에는 천을 자르지 않고 칼집과 검 사이로 감기게 두었다. 붕대가 무기를 빼앗으려고 팽팽해지는 순간 손잡이를 놓고 몸을 앞으로 던졌다.
미라가 예상한 무게가 사라지자 팔은 뒤로 크게 젖혀졌다. 가슴의 갈비뼈 장식 아래, 붕대가 교차하는 지점이 한 호흡 동안 드러났다. 그 안에서 Ring of Vlad와 같은 박동이 울렸다.
알루카드는 맨손으로 파고들었으나 미라 주위의 푸른 연무가 목과 폐를 태웠다. 숨을 멈추고 짧은 검으로 가슴의 천을 찌르려는 순간, Akmodan II의 다른 손이 그의 목을 잡았다.
말라붙은 손가락의 힘은 살아 있는 근육에서 나오지 않았다. 품속의 반지와 가슴 안의 유해가 서로를 부르는 힘이 두 몸을 붙들고 있었다. 미라는 그를 들어 올려 바닥에 내리치려 했다.

알루카드는 저주가 남은 왼손으로 미라의 손목을 잡았다. 굳어 가던 손가락이 붕대에 닿자 검은 글자들이 더 짙게 번졌지만, 그 글자들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방향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저주는 팔과 목을 지나 가슴 아래 한 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유해가 저주를 만들고 있었다.
바닥에 내리꽂히기 직전 그는 몸을 안개로 풀었다. 목을 조르던 손가락 사이로 검은 형체가 흘러내렸고, 인간으로 돌아오는 위치를 미라의 등 뒤가 아니라 독성 연무가 가장 짙은 가슴 바로 앞에 잡았다. 고통을 피하려 거리를 벌리면 붕대의 길이만 늘어난다. 이번에는 연무가 폐를 태울 시간보다 짧게 끝내야 했다.
Akmodan II가 두 팔을 가슴에 모았다. 붕대의 파도가 사방에서 돌아왔다.
알루카드는 가슴을 향해 불을 뿜었다. 박쥐의 몸으로 익힌 화염은 미라의 얼굴이 아니라 자신과 유해 사이의 붕대를 태웠다. 누런 천 위의 글자들이 하나씩 붉어졌다가 사라지고, 매장용 향료에 밴 기름이 불길을 갈비뼈 장식 아래로 끌어들였다.
미라가 처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가면 속에서 나온 소리는 비명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닫혀 있던 관 뚜껑들이 한꺼번에 열리는 마찰음이었다.
가슴의 붕대가 불타자 안쪽에서 하얀 뼈 하나가 드러났다. 사람의 갈비뼈보다 길고 끝이 검게 물든 그것은 미라의 몸을 관통해 등 뒤의 붕대까지 꿰고 있었다. 뼈가 들썩일 때마다 잘렸던 천들이 다시 몸으로 기어왔다.
알루카드는 짧은 검을 역수로 쥐고 불길 속에 팔을 넣었다. 칼끝으로 뼈의 위아래를 감싼 굳은 매듭을 끊고, 손잡이를 비틀어 갈비뼈를 들어 올렸다.
Akmodan II가 마지막으로 팔을 휘둘렀다. 붕대가 아니라 마른 손등이 왼쪽 뺨을 때려 시야가 흔들렸고, 이어진 손가락이 어깨 상처를 파고들었다. 알루카드는 물러나는 대신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 미라가 팔을 접을 공간을 잃자 어깨를 누른 손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는 검을 놓고 양손으로 뼈를 잡았다.
Ring of Vlad가 품 안에서 뛰었다. 갈비뼈가 그 박동에 대답하며 미라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려 했으나, 알루카드는 불에 데인 손가락을 뼈의 굽은 안쪽에 걸어 반대 방향으로 비틀었다. 검은 힘이 두 팔을 타고 심장을 조였고, 잠들어 있던 아버지의 숨 한 조각이 귓가에서 낮게 새었다.

갈비뼈가 빠져나오는 순간 미라의 몸이 무너졌다.
팽팽하던 붕대들이 힘을 잃고 바닥을 덮었다. 독성 연무는 갈 곳을 잃은 채 낮게 흩어졌으며, 금빛 가면은 앞으로 떨어져 세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 아래에는 얼굴이 없었다. 검게 마른 두개골조차 남지 않고, 오랫동안 유해의 형상을 지키기 위해 묶어 둔 먼지만 천 사이에서 솟아올랐다.
알루카드는 물러서서 숨을 골랐다. 왼손에 번졌던 검은 문자는 뼈를 뽑은 뒤부터 옅어지고 있었으나 손가락 끝의 감각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바닥의 검을 발끝으로 들어 오른손에 받고, 불씨가 남은 붕대를 하나씩 베어 껐다.
손 안의 뼈는 차갑지 않았다.
Rib of Vlad는 살아 있는 몸에서 막 꺼낸 것처럼 미세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굽은 안쪽에는 칼자국과 오래된 균열이 있었고, 한쪽 끝에는 인간의 손으로 새긴 듯한 작은 십자가가 거의 지워진 채 남아 있었다. 누군가 드라큘라의 몸을 나눌 때 저 힘을 봉인하려 했던 흔적이었다.
반지 옆에 갈비뼈를 대자 두 유해가 같은 박자로 뛰었다. 알루카드의 상처에서 흐르던 피도 잠시 그 리듬을 따랐다. 가슴 안쪽이 단단해지며 독성 연무로 상한 호흡이 가라앉았지만, 그는 그것을 회복이라 여기지 않았다. 유해는 자신의 몸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대신, 그 안에 아버지의 몸이 차지할 자리를 조금씩 만들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뼈를 붕대의 깨끗한 안쪽으로 여러 겹 감쌌다. 미라의 저주 문자가 없는지 확인한 뒤 반지와 떨어진 안주머니에 넣었다.
두 번째 박동이 시작되자 연회장 반대편의 관들이 저절로 열렸다. 안에는 시체 대신 아래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드러났고, 그 끝에서 차가운 바람과 함께 여자의 웃음처럼 가느다란 뱀 울음이 흘러왔다.
천장 강 속의 죽은 자들은 모두 눈을 감았다. 물결 위에는 잠깐 한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으나, 머리카락이라 여긴 검은 가닥들이 제각기 입을 벌리자 형상은 흩어졌다.
알루카드는 굳은 왼손을 한 번 펴 보고 새 통로로 들어갔다. 뒤에서는 빈 붕대들이 물을 찾아 천천히 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앞쪽 어둠에서 돌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작은 뱀 하나가 굳어 버린 새를 끌고 그의 발 앞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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