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7화] 하늘이 바닥이 된 곳
알루카드가 검은 길에 첫발을 올리자 피가 위로 떨어졌다.
리히터의 채찍에 감겼던 왼팔에서 검붉은 방울 하나가 흘러나왔다. 피는 장갑 끝에 맺혔다가 발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은빛 머리카락 사이를 스치고, 머리 위에 매달린 성을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그는 그 방울을 눈으로 따라갔다.
피가 닿은 곳은 뒤집힌 성의 첨탑 끝이었다. 돌은 마른 흙처럼 피를 빨아들였다. 아주 먼 곳에서 심장이 한 번 뛰었다.
쿵.
아버지의 성이 그를 알아보았다.
등 뒤에서는 마리아가 리히터의 팔을 어깨에 걸치는 소리가 났다. 리히터는 아직 제대로 서지 못했다.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와 두 사람의 고르지 못한 숨이 검은 바람 사이로 들려왔다.
알루카드는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마리아의 마지막 말에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돌아와.
그는 약속하지 않았다. 약속은 살아 돌아올 방법을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었다. 알루카드가 아는 것은 샤프트가 저 성 안에 있다는 사실과, 아버지의 부활이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두 번째 발을 내디뎠다.
검은 길은 돌이 아니었다. 발밑에서 얇게 흔들렸고, 그 아래로 구름이 양쪽 방향으로 흘렀다. 두 성의 정상 사이에 뻗은 어둠은 다리라기보다 두 개의 낙하가 맞붙은 경계에 가까웠다.
세 번째 걸음에서 장화 밑창이 길에서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위와 아래가 서로 자리를 바꾸며 내장을 끌어당겼다. Spike Breaker의 무게가 어깨에서 사라졌다가 머리 위에서 한꺼번에 돌아왔다. 그는 검은 길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손끝은 허공만 갈랐다.
아래쪽 Castle Keep이 발밑으로 멀어졌다.
뒤집힌 성의 첨탑이 위쪽에서 다가왔다.
아니었다.
자신이 그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박쥐로 변하려 했다. 어깨뼈가 접히고 망토가 날개로 번지는 순간, 방향이 다시 뒤집혔다. 작은 몸은 어느 쪽으로 날개를 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한쪽 날개는 아래쪽 성의 바람을 받았고 다른 쪽은 위쪽 성의 중력에 끌렸다.
몸이 두 세계 사이에서 찢어질 듯 흔들렸다.
그는 날갯짓을 멈췄다.
비행하려 하지 않고 추락을 받아들였다.
피가 향했던 곳을 아래라고 정했다.
그 순간 뒤집힌 성의 중력이 그의 몸을 차지했다.
알루카드는 검은 날개를 접은 채 첨탑으로 떨어졌다. 돌에 부딪히기 직전 몸을 안개로 풀었다. 검은 안개가 뾰족한 지붕을 감싸고 흘렀다. 기와 사이를 지나 넓은 석조 발코니 위에서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모였다.
무릎이 돌에 닿았다.
그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숨을 골랐다.
머리 위에는 땅이 있었다.
아래쪽 성이 구름 밑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리히터와 마리아가 있던 정상은 이제 가장 낮은 곳처럼 보였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 성 사이의 검은 길도 가느다란 흉터처럼 닫히고 있었다.
마지막 틈이 사라지기 전, 작은 빛 하나가 아래쪽 성에서 흔들렸다.
마리아가 들고 있던 등불인지, 리히터의 채찍에 남은 성스러운 불꽃인지 알 수 없었다.
곧 빛은 끊겼다.
알루카드는 일어섰다.
발코니의 난간은 위쪽에 있었다. 머리보다 높은 곳에 거꾸로 매달린 난간은 아무것도 막아 주지 못했다. 아래쪽 성에서 천장이었던 석조 면이 이제 그가 서 있는 땅이었다. 문은 발밑이 아니라 벽 위쪽에 누워 있었다.
이곳에서는 건축의 모든 약속이 배반으로 바뀌어 있었다.
계단은 오르는 사람을 낭떠러지로 보냈고, 창문은 빛을 들이는 대신 아래쪽 하늘을 열었다. 촛농은 불꽃에서 떨어져 천장으로 올라갔다. 오래된 핏자국은 벽을 타고 위로 흐르다 중간에서 굳어 있었다.
그러나 낯선 것은 모양이 아니었다.
알루카드는 이곳을 알고 있었다.
눈앞의 석상은 머리가 아래로 향해 있었지만 갑옷의 흠집까지 아래쪽 성의 것과 같았다. 세 번째 기둥 뒤에는 그가 지나오며 손끝으로 짚었던 금이 있었다. 무너진 벽 안쪽에는 Mormegil로 베어 냈던 흔적이 반대 방향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것도 그가 만든 상처는 아니었다.
아래쪽 성에서 검을 휘두르기 전부터 이곳의 벽은 베여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알루카드는 손가락으로 검흔을 쓸었다.
돌 안에서 미약한 진동이 돌아왔다.
이 성은 아래쪽 성을 비춘 거울이 아니었다. 두 성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상처를 입었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장소였다. 기억이 원본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감각뿐이었다.
그는 손을 거두었다.
장화 밑에서 돌가루가 아래쪽 하늘로 흘러내렸다. 알루카드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한 걸음씩 움직였다. 평지였던 천장이 좁은 길이 되었고, 아치의 안쪽 곡면은 낭떠러지를 건너는 다리로 변했다.
첫 번째 문은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Leap Stone의 힘으로 뛰어올라 문틀을 붙잡았다. 몸을 끌어 올리는 순간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아래쪽 성에서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지나던 문이 이제는 발밑 허공으로 그를 떨어뜨리려 했다.
알루카드는 문짝 위에 한쪽 무릎을 대고 통로를 바라보았다.
시계 장치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박자가 달랐다.
똑.
오랜 침묵.
똑.
한 번 멎은 심장이 억지로 다시 뛰는 듯한 간격이었다.
Reverse Clock Tower.
그는 소리를 향해 움직였다.
---
시계탑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바람이 없었다.
그런데 벽에 걸린 천 조각들은 한 방향으로 펄럭이고 있었다. 모두 알루카드가 가야 할 쪽과 반대로 기울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통로 안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가 멈추자 천도 멈췄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딛자 천 조각들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앞쪽에서 낮은 날갯소리가 났다.
푸드득.
한 번의 날갯짓만으로 통로의 먼지가 알루카드의 얼굴을 향해 밀려왔다.
그는 성스러운 안경을 벗어 품에 넣었다. 샤프트의 환영은 보이지 않았지만 렌즈 가장자리에 서리가 끼었다. 이곳의 어둠은 숨겨진 것을 보여 주는 도구보다, 피부와 귀로 먼저 읽어야 했다.
통로 끝의 문은 열려 있었다.
알루카드는 그 방을 기억했다.
아래쪽 성에서 Karasuman과 싸웠던 곳이었다. 까마귀들이 검은 구름처럼 천장에 모이고, 날개 달린 악마가 그 무리 사이에서 급강하하던 방.
그러나 이쪽 방의 천장은 발밑에 있었다.
기둥은 아래쪽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거대한 시계의 숫자판은 바닥 깊숙한 곳에서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부서진 샹들리에는 위로 떨어져 석조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검은 나무처럼 서 있었다. 양쪽 벽의 높은 창문은 이제 알루카드의 발보다 아래에 있었고, 그 너머로 달빛을 삼킨 구름이 흘렀다.
방 중앙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알루카드는 문턱을 넘지 않았다.
바닥에 먼지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먼지가 방의 중앙에서 사방으로 밀려나 벽 아래에 쌓여 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날개를 펼친 흔적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아래쪽 창문을 바라보았다.
유리에 그림자 하나가 비쳤다.
자신의 그림자보다 훨씬 컸다.
두 장의 검은 날개가 문 위쪽에서 천천히 펼쳐졌다.
Darkwing Bat은 문틀 바깥, 아래쪽 성이라면 천장이었을 돌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몸통만으로도 사람 둘을 합친 크기였고, 날개는 방의 절반을 가릴 만큼 넓었다. 얇은 피막 아래로 검붉은 혈관이 움직였다. 귀는 찢어진 왕관처럼 길었으며, 입술 사이로 나온 송곳니에는 말라붙은 피가 층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알루카드와 같은 자세로 매달려 있지 않았다.

이 성의 중력을 따르는 존재였다.
알루카드에게 바닥인 곳이 괴물에게도 바닥이었다. 그런데도 놈은 돌에 등을 붙인 채, 마치 또 다른 방향을 가진 것처럼 머물렀다.
한 쌍의 붉은 눈이 열렸다.
Darkwing Bat이 날개를 한 번 쳤다.
공기가 벽이 되어 밀려왔다.
알루카드는 발을 벌리고 몸을 낮췄다. Spike Breaker의 무게가 그를 붙잡아 줄 것이라 판단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돌풍은 갑옷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의 공기를 들어 올렸다. 알루카드의 장화가 바닥에서 떨어졌다. 몸이 뒤로 날아가 문 옆의 기둥에 부딪혔다. 흉갑이 울리고, 리히터전에서 금이 갔던 왼쪽 판금이 갈비뼈를 눌렀다.
괴물이 곧바로 따라왔다.
날개를 접은 검은 몸이 방을 가로질렀다. 첫 번째 이빨이 알루카드의 목을 향했다. 그는 Mormegil의 칼등을 입 사이에 끼워 막았다.
턱이 닫혔다.
검이 휘었다.
Darkwing Bat은 물러나지 않고 머리를 비틀었다. 두 번째 물어뜯기가 왼쪽 어깨를 노렸다. 알루카드는 팔꿈치로 아래턱을 밀어 방향을 바꿨다. 송곳니가 찢어진 망토만 물었다.
세 번째 공격은 더 빨랐다.
괴물은 목을 길게 뽑아 그의 옆구리를 물었다. Spike Breaker의 판금 사이로 송곳니 하나가 파고들었다. 차가운 침이 상처에 닿았다.
알루카드는 Mormegil을 비틀어 놈의 입을 벌렸다. 피가 묻은 송곳니가 빠져나갔다. 그는 검을 가로로 휘둘렀으나 괴물은 이미 날개를 쳐 방 중앙으로 물러난 뒤였다.
놈은 세 번 물었다.
반드시 세 번.
첫 번째는 목, 두 번째는 무기를 든 쪽, 세 번째는 방어가 열린 몸통이었다. 굶주림에 미친 공격처럼 보였지만 순서가 있었다. 먹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움직여 원하는 곳에 상처를 내기 위한 사냥이었다.
알루카드는 옆구리를 손으로 눌렀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 피 냄새가 퍼지자 Darkwing Bat의 귀가 알루카드 쪽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눈보다 귀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Mormegil 끝으로 바닥을 긁었다.
카아앙.
금속음이 왼쪽 기둥으로 튕겨 갔다.
괴물의 머리가 소리를 따라 돌아갔다.
알루카드는 반대편으로 뛰었다. Leap Stone으로 허공을 한 번 더 밟아 놈의 위쪽을 잡았다. 검은 칼날이 오른쪽 날개의 피막을 길게 갈랐다.
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검붉은 방울들이 방의 천장 쪽으로 날아가 기어 위에 붙었다. 톱니들이 피를 받아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똑.
시계 소리가 한 번 울렸다.
Darkwing Bat이 비명을 질렀다.
놈은 상처 난 날개를 접고 다른 날개로 몸을 감쌌다. 커다란 검은 원뿔이 되더니 허공에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첫 회전은 느렸다.
두 번째에서 공기가 나선형으로 말려 들어갔다.
세 번째 순간, 놈이 사라졌다.
알루카드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회전하는 괴물이 머리 위를 지나 기둥을 뚫었다. 돌기둥이 가운데부터 폭발했다. 파편들이 뒤집힌 성의 중력에 끌려 위로 쏟아졌다.
괴물은 반대편 벽에 닿기 전에 몸을 틀었다.
다시 돌진했다.

알루카드는 안개로 변했다. 회전하는 날개가 안개를 갈랐지만, 그 뒤를 따라온 나선형 기류가 흩어진 몸을 끌어당겼다. 검은 안개가 괴물의 회전에 말려 들어갔다.
형태가 무너졌다.
손과 얼굴과 망토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되돌아오려 했다. 알루카드는 바닥을 찾지 못했다. 뒤집힌 성으로 건너올 때 느꼈던 두 개의 중력이 다시 몸을 나누는 듯했다.
Darkwing Bat이 세 번째 돌진을 준비했다.
알루카드는 인간의 오른손만 먼저 되찾아 바닥의 금을 움켜쥐었다. 이어 팔과 어깨를 불러들이고, 흩어진 안개를 갑옷 안쪽으로 강제로 모았다. 얼굴이 돌아오기도 전에 회전음이 가까워졌다.
그는 옆으로 몸을 던졌다.
검은 원뿔이 왼쪽 팔을 스쳤다. Spike Breaker의 어깨판이 찢겨 날아갔다. 쇠조각은 창문을 깨고 아래쪽 하늘로 사라졌다.
알루카드는 한쪽 무릎을 짚고 착지했다.
Darkwing Bat은 방 중앙에서 날개를 다시 펼쳤다. 오른쪽 날개의 상처가 더 벌어져 있었다. 놈은 이제 수평을 유지하지 못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바로잡기 위해 온전한 날개를 더 크게 쳐야 했다.
공격의 형태가 바뀌었다.
처음의 돌풍은 넓고 균일했다. 이제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비틀린 바람이 몰려왔다. 몸을 낮추는 것만으로 피할 수 없었다. 첫 번째 파동은 알루카드의 다리를 쓸었고, 두 번째는 상체를 반대 방향으로 밀었다.
그 사이로 괴물이 낮게 내려왔다.
첫 번째 이빨.
알루카드는 목을 피했다.
두 번째 이빨.
검을 든 손을 뒤로 뺐다.
세 번째가 옆구리를 향해 왔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상처 난 쪽 몸을 내주었다. 송곳니가 같은 자리에 다시 박혔다. 고통이 시야를 하얗게 지웠다.
그는 괴물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Darkwing Bat이 턱을 벌리려 했지만 알루카드는 손을 놓지 않았다. 가까이 붙으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가슴 중앙, 검은 털 아래에 고리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오래전 누군가 붉게 달군 반지를 살 속에 눌러 찍은 흔적이었다.
흉터 아래에서 다른 박동이 느껴졌다.
괴물의 심장과 맞지 않는 박동.
쿵.
잠시 뒤 괴물의 심장이 따라 뛰었다.
쿵.
Darkwing Bat은 반지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반지가 놈을 붙잡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Mormegil을 괴물의 가슴에 찌르지 않았다. 칼끝을 고리 모양 흉터 가장자리에 넣었다.
Darkwing Bat이 몸부림치며 날개를 펼쳤다. 강풍이 두 몸을 함께 들어 올렸다. 바닥이 멀어지고 아래쪽 창문이 가까워졌다. 깨진 유리 너머에는 끝없는 밤뿐이었다.
괴물이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이 거리에서 회전 돌진이 완성되면 알루카드의 몸도 함께 비틀려 부서질 터였다.
그는 칼을 더 깊이 밀었다.
흉터 밑에서 금속이 긁히는 감촉이 났다.
Darkwing Bat이 비명을 질렀다. 온전한 날개가 알루카드의 등을 연달아 후려쳤다. 갈비뼈가 울렸다. 손가락의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알루카드는 괴물의 눈을 보았다.
굶주림도 분노도 없었다.
오래 날아 지친 짐승의 눈이었다.
놈 또한 이 성의 방향을 선택한 적이 없었다. 가슴에 박힌 반지가 뛰는 쪽을 아래라 믿으며, 그 주위를 끝없이 돌았을 뿐이었다.
알루카드는 Mormegil을 옆으로 비틀었다.
검은 털 아래의 살이 갈라졌다.

금빛 테두리가 드러났다.
반지가 괴물의 가슴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두 번째 박동이 멎었다.
Darkwing Bat의 회전이 풀렸다.
거대한 몸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날개에서 힘이 빠지고, 붉은 눈의 빛이 사라졌다. 알루카드는 반지를 쥔 채 괴물과 함께 추락했다.
바닥에 닿기 전 그는 박쥐로 변해 옆으로 빠져나갔다.
Darkwing Bat은 석조 바닥에 부딪히지 않았다.
몸이 허공에서 검은 재로 풀렸다. 두 날개가 먼저 무너지고, 이어 뼈와 송곳니가 밤빛 속에 흩어졌다. 재는 뒤집힌 성의 중력을 따라 천장으로 올라가 기어와 톱니 사이에 쌓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찢어진 피막 한 조각이었다.
그것마저 먼지가 되자 시계탑이 조용해졌다.
똑.
한 번.
이번에는 긴 침묵이 없었다.
똑.
멎어 있던 시계가 일정한 박동을 되찾았다.
알루카드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바닥에 섰다. 왼쪽 어깨판이 사라진 Spike Breaker는 균형을 잃고 있었다. 옆구리의 상처에서는 피가 흘렀고, 망토는 한쪽만 남아 등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오른손을 펼쳤다.
금빛 반지 안쪽에 검붉은 얼룩이 배어 있었다. 보석은 없었다. 대신 오래된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이름이 금속 자체에서 느껴졌다.
Vlad.
아버지가 인간의 이름으로 불리던 흔적.
알루카드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지 않았다.
손바닥 위에 둔 채 바라보았다.
그것은 장신구가 아니었다. 드라큘라의 힘과 기억이 잘려 나가 작은 원 안에 봉인된 유해였다. 완전한 육체가 사라진 뒤에도 돌아갈 길을 잊지 않도록 만든 표식.
Ring of Vlad.
알루카드가 반지를 쥐자 머릿속에 네 번의 박동이 더 울렸다.
하나는 물이 고인 깊은 곳에서 들렸다.
하나는 돌과 살이 꿰매진 벽 너머에서.
하나는 기도문을 거꾸로 읽는 예배당에서.
마지막 하나는 동굴보다 오래된 어둠 속에서, 작은 낫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뛰었다.
네 방향은 모두 성의 중심을 향하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손을 폈다.
반지는 다시 조용해졌지만, 그의 손바닥에는 검은 원이 남았다. 피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을 흔적이었다.
아버지는 아직 부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흩어진 것들은 이미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Ring of Vlad를 안주머니에 넣었다. Gold Ring과 Silver Ring이 그 곁에서 작게 울렸으나, Vlad의 반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전투실 반대편의 문이 열렸다.
거꾸로 선 계단과 수많은 톱니가 그 너머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더 깊은 곳에서는 물이 천장으로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알루카드는 Mormegil의 검날에 묻은 피를 닦았다. 왼팔의 화상 위로 새 상처가 겹쳐 있었지만 손가락은 움직였다.
그는 문턱을 넘었다.
등 뒤에서 마지막 박쥐의 재가 기어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시계는 계속 거꾸로 갔다.
그러나 반지 안의 피는 앞을 향해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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