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7화] 날개를 매단 반지
검은 길에 첫발을 올린 순간, 리히터의 채찍에 데인 왼팔에서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붉은 방울은 장화 곁의 돌을 향해 내려가지 않았다. 두 성 사이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경계까지 천천히 가라앉다가, 그곳에서 납작하게 흔들리더니 알루카드의 얼굴 앞을 스쳐 머리 위의 성으로 솟아올랐다. 역성의 가장 낮은 창문이 그것을 삼켰고, 뒤늦게 왼팔의 상처가 같은 방향으로 잡아당겨지는 듯 욱신거렸다.
그는 반대쪽 발을 옮기기 전에 검은 길을 칼집 끝으로 눌렀다. 빛을 굳힌 듯한 표면이 물결쳤고, Castle Keep의 돌조각들은 경계를 넘은 뒤 화살처럼 빨라져 역성의 첨탑 사이로 사라졌다.
등 뒤에서 마리아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려 하자 알루카드는 손을 들어 막았다. 리히터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 채찍을 거두면서도, 같은 벽을 가졌다고 같은 법칙을 따르는 성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금 전 창문에서 펼쳐졌던 거대한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둠 한 조각이 창틀보다 늦게 흔들렸고, 두 성 사이의 바람에는 젖은 짐승의 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세 번째 걸음에서 허리에 찬 두 자루의 무기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겨졌다. 갑옷의 판금들은 제각기 다른 추를 단 듯 벌어졌다 맞물렸고, 목에 묶은 붉은 천은 얼굴을 감쌌다가 두 성 사이에 길게 누웠다.
몸이 먼저 어느 쪽을 아래로 삼아야 하는지 잊었다.
검은 길의 중간에서 발바닥의 감각이 사라지며 내장이 위로 들렸다. 알루카드는 무릎을 굽혀 중심을 낮추려 했으나, 낮다는 방향 자체가 한 호흡마다 바뀌었다. 발이 떨어진 자리에 손을 짚었고 손바닥이 닿기도 전에 길이 멀어졌다. 그는 작은 박쥐로 몸을 바꾸어 추락에서 벗어나려 했다.
변신은 되었지만 비행은 되지 않았다. 정성에서 밀려오는 바람은 왼쪽 날개 아래로 파고들었고, 역성의 중력은 오른쪽 날개 끝을 잡아당겼다. 날갯짓을 한 번 할 때마다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제자리에서 반 바퀴씩 돌아, 검은 길과 두 성이 하나의 둥근 벽처럼 시야를 에워쌌다.
그는 인간으로 돌아와 무거워진 갑옷이 방향을 고르게 두었다. Spike Breaker의 판금이 역성 쪽으로 몸을 끌자 그 힘을 거스르지 않고 길 위를 미끄러졌으며, 끝에 닿기 직전 가장자리를 붙잡아 회전을 줄였다. 어깨부터 역성의 차가운 돌바닥에 부딪쳤다.
갈비뼈 사이에 남은 성수의 열기와 옆구리의 멍이 동시에 깨어났다. 알루카드는 누운 채 천 조각과 피, 먼지의 움직임을 보았다. 모두 같은 방향에 자리를 잡았고 귀를 바닥에 대자 멀리서 맞물리는 톱니의 진동이 뺨으로 전해졌다. 눈이 보는 천장과 몸이 받아들이는 아래는 달랐지만, 이곳의 중력은 한 방향으로 정해져 있었다.
알루카드는 눈을 감고 천천히 일어섰다. 발목이 기울기를 기억하고 나서야 눈을 떴다.
Reverse Keep에서는 기둥의 뿌리가 천장이라 불러야 할 면에서 자라나고, 샹들리에가 바닥 아래의 어둠을 향해 매달려 있었다. 창문 너머 정성의 첨탑들은 아주 먼 곳에서 위쪽으로 솟았으며, 성화 속 성인들은 머리를 아래로 둔 채 눈이 긁혀 있었다.
그는 Holy Glasses를 꺼내 썼다. 렌즈 너머에서 기둥과 벽의 윤곽이 푸르게 갈라지고, 바닥 아래에 숨은 통로들이 혈관처럼 잠깐 떠올랐다. 그러나 두 성의 온도가 맞부딪치는 탓인지 가장자리부터 흰 서리가 번졌다. 손가락으로 닦아 낸 자리에는 어둠이 한 겹 더 끼었고,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야 할 렌즈가 오히려 계단과 낭떠러지의 경계를 지워 버렸다.
Castle Keep에서는 환영이 진실 위에 덮여 있었다. 이곳의 어둠은 덮개가 아니라 돌과 공기 자체에 스며든 성질이었다. 알루카드는 안경을 벗어 천으로 감싼 뒤 품 안쪽에 넣었다.
그는 피부와 귀로 공간을 읽었다. 뺨의 바람은 열린 창문의 위치를, 한쪽 귀에 먼저 닿는 톱니 소리는 복도의 굴곡을 알려 주었다. 발끝으로 돌을 밀어 깊이를 재고 짧은 음파를 보내자, 돌아온 메아리 가운데 하나가 지나치게 늦었다.

전당은 보이는 것보다 넓었다. 또는 무언가가 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짧은 검을 뽑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천장 쪽의 그림자도 따라 움직였지만, 세 번째 기둥을 지날 때부터 그림자는 그의 보폭보다 조금씩 빨라졌다. 젖은 털 냄새가 짙어지고 돌 틈에 박혀 있던 작은 뼈들이 바르르 떨었다.
첫 공격은 울음보다 먼저 바람으로 왔다.
전당 끝의 어둠이 좌우로 갈라지며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 끝이 기둥 두 개를 동시에 긁자 돌가루가 폭포처럼 옆으로 쏟아졌고, 그 사이에서 검은 몸통이 알루카드를 향해 곧게 돌진했다. 머리 양쪽의 귀는 창날처럼 뒤로 눕고, 벌어진 입 안에는 사람의 손가락만 한 이빨이 두 줄로 박혀 있었다.
알루카드는 갑옷의 무게를 믿었다. 두 발을 기둥 밑의 홈에 걸면 가시 통로의 쇠기둥도 부순 판금이 몸을 붙들어 줄 것이라 판단하고, 이빨이 닿기 직전 반걸음 비켜 목 아래를 노렸다.
그러나 괴물은 물어뜯지 않았다. 날개를 몸 앞에서 한꺼번에 접었다가 알루카드의 눈앞에서 펼쳤다.
눌려 있던 공기가 벽처럼 밀려왔다. 발을 건 홈이 부서졌고, 갑옷의 무게는 닻이 아니라 충격을 받는 돛이 되었다. 알루카드는 칼끝으로 돌을 긁으며 깨진 창문 쪽으로 밀렸다.
검을 틈에 박는 순간 귀로 들리지 않는 울림이 터져 두개골 안쪽을 흔들었다. 기둥이 여러 겹으로 갈라져 보이고 아래의 감각이 뒤집혔다. 왼쪽 어깨판에 금이 번지자 뒤따라온 날개 끝이 그 자리를 후려쳤다.
붉게 빛난 판금이 충격을 되돌려 주었으나 버티지는 못했다. 어깨판은 잠금쇠째 뜯겨 나가 창밖으로 날아갔다. 금속 조각은 정성을 향해 떨어지는 듯하다가 창틀을 벗어나자 방향을 바꾸어, 역성의 외벽을 위로 굴러 사라졌다.
드러난 어깨에 찬 공기가 닿았다. 알루카드는 창틀을 등지고 흐려진 시야를 가다듬었다. 반대편 기둥을 붙잡은 괴물의 날개막에는 달빛 아래 핏줄과 오래된 찢김이 검은 지도처럼 드러났다.
첫 돌진이 이빨을 보여 주기 위한 위장이었음을 알아챈 알루카드는 이번에는 바람에 맞서지 않았다. 몸을 안개로 풀어 붙잡히지 않은 채 밀려난 뒤, 기둥 뒤에서 형상을 되찾으며 무거운 칼날을 날개 높이에 세웠다.
Darkwing Bat은 바람 속에서 방향을 꺾었다. 왼쪽 날개를 접어 칼날 위를 스치고, 오른쪽 발톱으로 알루카드의 옆구리를 낚아챘다. 갑옷의 옆판이 세 줄로 찢어지며 몸이 들렸고, 괴물은 먹이를 물어 올리는 맹금처럼 그를 창문 쪽으로 끌고 갔다.
알루카드는 무기의 무게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칼날이 바닥에 깊이 박히며 괴물의 비행도 멈췄다. 발톱이 옆구리 틈으로 파고드는 동안 그는 손잡이를 놓지 않고 몸을 틀어, 장화 뒤축으로 왼쪽 날개 관절을 걷어찼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대신 팽팽하던 날개막 하나가 찢어져 달빛이 가느다란 선으로 새어 들어왔다.
괴물이 발톱을 놓고 솟구쳤다. 바닥에 떨어진 알루카드는 피가 배어 나오는 옆구리를 누른 채 숨을 얕게 나눴다. 기둥에 매달린 괴물은 다친 날개를 끝까지 펼치지 못했다.

이제 수평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온전한 오른쪽 날개를 전보다 크게 휘둘렀다.
다음 돌진은 왼쪽으로 기운 원을 그렸다. 온전한 날개가 바닥과 기둥을 번갈아 때리며 돌풍을 바꿨고, 두 번째 원이 좁아지자 망토 자락이 날개 끝에 걸렸다.
붉은 천이 목을 조였고 그을린 매듭은 움직이지 않았다. 괴물이 상승하자 알루카드는 칼끝으로 목 가까이의 천을 끊었다. 숨이 돌아왔고, 망토 대부분은 날개 끝에 매달려 밤으로 흩어졌다.
등에는 어깨를 겨우 덮는 한쪽 자락만 남았다.
Darkwing Bat은 천을 떨쳐 버리고 갈라진 귀 사이에 더 날카로운 울림을 모았다. 전당의 작은 뼈들이 먼저 뛰어올랐지만, 손바닥으로 막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괴물보다 먼저 짧은 파문을 보냈다. 두 음파가 부딪쳐 기둥의 먼지를 털었고, 돌아온 메아리는 창문과 균열, 비스듬히 날아오는 몸을 눈앞보다 선명하게 그렸다.
그러나 괴물의 가슴 중앙만은 소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털 아래에 동전보다 큰 빈틈이 있었고, 그 둘레에서 파문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알루카드는 눈을 뜨며 몸을 낮췄다. 이빨이 머리카락 몇 올을 끊고 지나가는 순간 짧은 검을 위로 그어 괴물의 가슴 털을 갈랐다.
검은 털 아래로 둥근 흉터가 드러났다. 살이 오래전에 달군 쇠로 지져진 듯 고리 모양으로 오그라들었고, 그 중심에는 빛을 잃은 금속 일부가 깊이 박혀 있었다. 보석도 장식도 없는 검은 반지였다.
괴물은 가슴을 벽에 문지르고 날개로 기둥을 부러뜨렸다. 반지를 감싸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몸을 비틀 때마다 흉터의 살은 반대쪽으로 당겨졌고, 검은 금속에서 뻗은 핏줄들이 벽의 어둠을 따라 팽팽해졌다.
반지가 괴물에게 박힌 것이 아니었다. 괴물이 반지에 매달려 있었다.
Darkwing Bat이 날개를 펼치자 역성 전체가 숨을 들이쉬는 듯 떨렸다. 반지는 가슴 안으로 잠기며 괴물의 몸을 억지로 일으켰고, 찢어진 날개막 사이로 검은 실이 자라나 빈 곳을 메웠다.
괴물의 눈에서 잠깐 달아나려는 짐승의 빛이 떠올랐다가 붉은 어둠에 삼켜졌다.
알루카드는 무거운 칼날을 거두었다. 가슴을 깊이 찌르면 괴물은 쓰러질 수 있었지만, 반지는 다른 몸을 찾아 성의 어둠 속으로 숨을 것이었다. 필요한 것은 심장을 베는 힘이 아니라 고리와 살 사이를 가를 만큼 짧고 정확한 거리였다.
그는 짧은 검을 낮게 들고 깨진 창문까지 물러났다. 괴물은 기운 몸을 바로잡으려고 온전한 날개를 크게 펼쳤다. 원을 그리기 위한 첫 동작이었다.
오른쪽 날개가 공기를 끌어당길 때 돌가루는 먼저 괴물에게 다가갔다가, 날개가 펴지는 순간 창문으로 밀려났다. 돌풍보다 짧은 그 당김만이 가슴과의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날개가 접혔다.
그는 창틀을 박차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끌려가는 찰나 작은 박쥐로 변해 이빨을 피했고, 충돌하는 바람에 회전하자 변신을 풀었다. 돌아온 인간의 무게가 몸을 괴물의 목 아래로 떨어뜨렸다.
검이 고리 흉터의 가장자리에 들어갔다. 알루카드는 칼날을 눕혀 굳은 살과 금속 사이를 갈랐다. 괴물이 어깨를 물려 하자 몸을 안개로 흩어 이빨 사이를 빠져나간 뒤 가슴 앞에서 손을 되찾았다.
왼손이 검은 반지를 움켜쥐었다.
금속은 살 속에 남으려는 것이 아니라 성으로 돌아가려는 듯 떨었다. 알루카드는 괴물의 흉골을 발로 밀고, 채찍에 데인 팔을 굽혀 반지를 비틀었다.
상처가 다시 벌어져 손목을 따라 흐른 피가 고리에 닿았다.
박동이 멈췄다.
반지가 피를 알아본 그 한순간, 성으로 이어지던 검은 실들이 느슨해졌다. 알루카드는 손가락 두 개를 고리 안에 걸고 몸을 뒤로 젖혔다. 굳은 살이 둥글게 찢어지며 금속이 빠져나왔고, 그와 동시에 Darkwing Bat의 두 날개에서 힘이 사라졌다.
거대한 몸이 그를 덮치며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어깨부터 굴러 빠져나왔지만 날개가 남은 망토를 돌 틈에 처박았고, 천이 다시 찢어졌다.
한동안 들리는 것은 둘의 거친 숨뿐이었다.
Darkwing Bat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슴의 구멍에서 검은 김이 빠져나올수록 날개와 발톱의 크기도 줄어, 마침내 부러진 기둥 아래 웅크린 박쥐만 남았다.
괴물이 고개를 들었다. 붉은빛이 빠진 눈은 알루카드도, 그의 손 안의 반지도 보지 않았다. 깨진 창문 너머의 밤을 향해 온전한 날개를 한 번 움직였고, 다친 날개도 조금 늦게 따라왔다.
두 날개가 몸을 감쌌다. 다음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짧은 검을 거두었다. 전투가 끝난 뒤의 침묵은 정성에서 듣던 것과 달랐다. 성이 죽은 수호자를 삼키려고 다가오는 기척이 없었다. 오히려 전당의 벽들이 무엇 하나 놓쳐 버린 듯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그는 왼손을 펴 반지를 살폈다. 사람의 손가락에 맞는 크기였지만 안쪽에는 살과 뼈를 누른 자국이 남았고, 희미한 문양 사이로 아버지의 피와 같은 냄새가 배어 나왔다.

Ring of Vlad.
금속이 피에 닿은 순간, 기억이라 부르기에는 짧고 본능이라 하기에는 오래된 장면들이 눈꺼풀 안쪽을 지나갔다. 동시에 꺼지는 촛불, 완성되지 않은 성벽에 얹힌 창백한 손, 인간보다 느리게 뛰는 심장. 누군가 다섯 번 문을 두드렸고 첫 울림만 반지와 겹쳤다.
알루카드는 고리를 손가락에 끼우지 않았다. 이 물건은 힘을 더해 주는 장신구가 아니라, 드라큘라의 힘과 기억을 몸에서 떼어 봉인한 유해였다. 반지가 피를 알아보았다는 사실과 그것이 복종을 뜻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는 금속을 천으로 감싸 안주머니에 넣었다. 곁의 Gold Ring과 Silver Ring은 시계방에서처럼 울리지 않았고, 검은 고리만이 옷과 살을 사이에 두고 느리게 뛰었다.
첫 박동 뒤에 먼 곳의 대답이 왔다.
물 흐르는 곳에서는 젖은 붕대를 끄는 울림이, 수많은 뱀이 돌을 긁는 곳에서는 차가운 떨림이 왔다. 번개가 갇힌 벽과 작은 낫들이 스치는 먼 어둠에서도 대답이 돌아왔다. 흩어진 네 조각이 같은 피를 부르고 있었다.
그 네 박동 사이에는 더 깊고 느린 빈자리가 있었다.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존재가 자신의 일부를 기다리는 침묵이었다.
아버지는 부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은 그 몸을 만들고 있었고, 샤프트는 피와 기억을 되돌려 놓으려 했다. 유해를 두면 괴물과 벽에 뿌리내리고, 모으면 자신이 부활의 문까지 운반하게 된다.
어느 쪽도 안전하지 않았다.
Spike Breaker의 왼쪽 어깨판은 사라졌고 옆구리와 채찍에 탄 팔에는 새 상처가 겹쳤다. 망토는 한쪽 천만 등에 매달려 젖은 날개처럼 갑옷을 쓸었다.
알루카드는 남은 판금의 끈을 조여 몸에 붙이고 옆구리를 찢어진 천으로 감았다. 완전한 갑옷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어디가 비었는지 아는 방어는 금이 간 사실을 믿지 않는 방어보다 나았다.
전당의 문은 처음부터 부러진 기둥 뒤에 있었으나 역전된 그림자가 벽처럼 가리고 있었다. 그는 바람이 빨려 들어가는 방향을 따라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복도 끝에서는 거대한 톱니가 지나온 자리를 끌어당기며 거꾸로 맞물렸다. 그 아래의 물방울은 바닥에 닿지 않고 벽을 타고 천장 너머로 흘렀으며, 검은 반지의 두 번째 박동에 맞춰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톱니 사이의 길과 천장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번갈아 들었다. 한쪽은 성의 시간을 더 깊은 과거로 끌어당기고 있었고, 다른 쪽은 붕대와 오래된 향료 냄새를 실어 왔다.
그는 물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
등 뒤에서 거대한 톱니 하나가 맞물리며, 되돌릴 수 없는 첫 번째 시간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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