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4화] 불길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훔쳤을 때

꽃 냄새가 Underground Caverns의 물비린내 속에서 천천히 썩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젖은 돌기둥 위에 내려서며 미끄러지는 발목을 낮추고, 물에 닿으려는 망토 끝을 왼손으로 거두었다. Clock Tower에서 입은 상처는 생명의 빛을 받아 열이 가라앉았을 뿐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까마귀의 깃털이 긁은 어깨는 천이 스칠 때마다 달아올랐고, 찢긴 흉갑은 걸음마다 둔한 진동을 가슴으로 돌려보냈다. 몸이 기억하는 통증은 불편했지만, 때로는 지도보다 정확하게 지나온 길을 알려 주었다.

위쪽의 톱니 소리는 깊은 물길까지 내려오지 못했다. 동굴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수면 아래 빈 공간을 타고 올라오는 울림만 남아 있었다. Holy Symbol의 힘이 몸 안쪽에서 낮게 빛나자, 예전에는 발목을 잡던 물살이 이제는 그의 주위를 갈라져 흘렀다.

수직 통로 아래로 좁은 기둥들이 솟아 있었고, 그 사이를 Spear Guard들이 순찰했다. 알루카드가 난간을 떠나는 순간 가장 가까운 병사가 긴 창을 위로 찔렀다. 그는 낙하하던 몸을 작은 박쥐로 접어 창대 옆을 미끄러져 내려간 뒤, 적의 등 뒤에서 인간의 무게를 되찾았다. 짧은 칼끝이 투구 아래를 가르자 창병은 목소리 없이 무릎을 꿇었다.

두 번째 병사는 몸을 돌리며 창을 뒤로 당겼다. 긴 무기는 넓은 거리를 차지하지만 회수하는 순간 주인의 팔과 어깨를 한 방향에 묶는다. 알루카드는 날이 다시 앞으로 나오기 전에 안쪽으로 들어가 팔꿈치의 연결부를 끊었다. 금속과 뼈가 함께 흔들리면서 놓친 창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건너편의 세 번째 병사는 다가오지 않고 좁은 돌기둥 위에서 기다렸다. 알루카드는 인간의 도약으로 창끝과 싸우는 대신 수면 가까이 낮게 날았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날개를 무겁게 누르는 가운데 창이 정면으로 뻗자, 그는 작은 불덩어리를 토해 적의 투구 옆을 스치게 했다. 불은 곧게 나가지 못했지만 시선을 붙드는 데는 충분했다. 그 틈에 인간으로 돌아와 기둥을 밟고 두 번째 도약으로 머리 위를 넘어, 뒤에서 내려친 일격으로 투구를 갈랐다.

물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조용해졌다. 알루카드는 칼날의 물방울과 어두운 피를 한 번에 털고, 오른쪽 위의 좁은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인간의 도약으로 모자랐고 안개로는 방향을 잡기 어려웠던 틈이었다. 무엇보다 지하의 물과 이끼 사이에 있을 수 없는 말라붙은 꽃 향기가 그곳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박쥐가 된 그는 수직 통로를 가로질렀다. 아래에서 뼈만 남은 물고기 머리가 수면을 깨고 불을 뿜었으나, 날개를 접어 짧게 낙하한 뒤 불길이 지나가자 다시 올라갔다. 좁은 입구를 넘는 순간 물소리는 한 겹의 벽 뒤로 밀려났다.

안쪽 방은 기이할 만큼 건조했다. 바닥에 이끼도 습기도 없었고 중앙에는 뚜껑이 열린 관 하나만 놓여 있었다. 안식처의 붉은 빛도, 상처를 덮어 주는 따뜻함도 없었다. 관 안의 어둠은 빛으로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그림자가 아니라, 바라보는 자의 시선을 자기 기억 쪽으로 돌려세우는 구멍처럼 보였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지 않았다. 베어 열 수 있는 함정이라면 성이 이토록 조용히 숨겨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관 안으로 들어가 차가운 바닥에 등을 댔다. 흉갑이 돌과 부딪혀 낮게 울렸고, 한 손 가까이에 검자루가 놓였다.

뚜껑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 안쪽부터 어둠이 번졌다. 돌벽이 멀어지고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가 바닥에 닿기까지의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들이마신 공기 대신 오래전의 연기와 타는 나무 냄새가 목을 긁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검은 연기가 하늘을 낮게 덮고 있었다. 불길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모든 것이 붉었고, 진흙과 재가 섞인 광장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한 방향으로 짓밟혀 있었다. 벽 너머의 종은 기도처럼 시작해 심판처럼 끝나는 소리를 반복했다.

악몽으로 이어지는 뒤틀린 저장실에 들어선 Alucard - PortForward
악몽으로 이어지는 뒤틀린 저장실에 들어선 Alucard - PortForward

꿈속의 몸은 제 주인을 늦게 알아보았다. 손가락과 무릎이 차례로 움직이고 망토가 마지막에 어깨로 돌아왔을 때, 알루카드는 광장 중앙의 나무 기둥을 보았다. 그곳에 한 여인이 묶여 있었다.

리사.

이름은 입술보다 먼저 가슴을 때렸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로 이루어진 군중이 길을 막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완전한 얼굴이 없었다. 연기 속에 흐려진 얼굴마다 비난하는 입만 선명했다. 두려움을 정의로 바꾸어 외치는 수많은 입 사이를 알루카드는 어깨로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안개도 날개도 부를 수 없었다. 꿈은 그에게 오직 늦은 인간의 걸음만 허락했다.

리사는 불빛 속에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공포는 있었으나 그 눈을 낮추지는 못했다. 알루카드는 너무 오래전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걸음을 멈췄다. 성 안의 어떤 어둠보다 또렷하게 남아 있던 눈이 그를 찾아냈다.

“아드리안.”

목소리가 닿자 군중과 종소리, 연기가 잠시 멀어졌다. 기둥 아래의 장작에는 작은 불씨만 붙어 있었고, 곧 더 큰 불길이 올라올 터였다. 리사는 광장의 잔혹함을 거짓말로 만들 만큼 부드럽게 그에게 들으라고 말했다.

“사람들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알루카드는 숨을 멈췄다. 인간이 저지른 일 때문에 그들 모두를 저주하지 말라는 부탁, 아버지의 분노가 세상을 삼키기 전에 남겨진 마지막 문. 피와 불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고 기억에 남은 말이었다.

그런데 불빛이 흔들리자 목소리의 울림도 함께 비틀렸다. Echo of Bat가 몸 안에서 미세하게 떨었다. 넓은 광장에서 나온 말이 좁은 방의 벽을 맞고 돌아오는 것처럼 들렸고, 불은 아직 낮은데 열기는 등 뒤에서 왔다. 꿈은 장면과 얼굴을 흉내 냈지만 공간의 깊이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리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그들을 해치고, 네게 준 고통을 돌려주어라.”

장작은 타오르는 순서를 건너뛰어 갑자기 붉게 솟았고, 조금 전까지 여인을 죽이려던 군중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신도처럼 고요해졌다. 알루카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으나 광장의 모든 얼굴이 동시에 그를 향했다.

Lisa의 모습을 내세운 악몽과 마주한 Alucard - PortForward
Lisa의 모습을 내세운 악몽과 마주한 Alucard - PortForward

“어머니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손이 검자루에 닿는 순간 소리들이 목을 잃었다. 종은 흔들려도 울리지 않았고, 불은 움직여도 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리사의 얼굴에서 온기가 천천히 빠져나가고, 입가에는 다른 존재의 조롱이 드러났다.

“아직도 그 여자의 말에 묶여 있느냐.”

목소리의 첫 음절은 리사와 같았으나 끝에는 비단 위를 기어가는 손톱 같은 마찰음이 섞였다. 알루카드가 칼을 뽑자 광장이 무너졌다. 군중은 재가 되고 기둥은 길게 늘어났으며, 밧줄은 검은 뱀처럼 풀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여인의 몸을 덮은 드레스가 찢어지고 그 아래에서 박쥐 날개와 발톱, 길게 휘어진 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Succubus는 리사의 얼굴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눈의 선과 입술의 곡선, 목소리의 첫 부분을 일부러 남겨 두었다. 사랑받은 기억을 무기로 쓰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훔친 모습이었다.

관의 어둠이 펼쳐진 전장은 넓지 않았다. 중앙에는 기둥의 그림자가 남고 양쪽의 불길이 낮은 벽을 이루었다. Succubus는 내려오지 않은 채 손바닥에서 붉은 심장 모양의 빛들을 떼어 냈다. 빛은 빠르지 않았지만 피할수록 방향을 바꾸며 회피선을 좇았다.

첫 번째를 옆으로 보낸 알루카드는 두 번째를 늦게 베었다. 갈라진 빛은 사라지지 않고 손등에서 터졌고, 뜨거운 통증보다 먼저 속삭임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미워하라. 기억하라. 돌려주어라. 이 꿈의 공격은 살을 베는 대신 상처가 향하는 방향을 바꾸려 했다.

Succubus가 웃으며 내려와 얼굴을 할퀴었다. 칼날과 발톱이 만났지만 금속음 대신 유리를 긁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힘으로 밀지 않고 팔을 걸어 몸을 가까이 붙였다. 순간적으로 리사의 향기가 나자 알루카드의 손목이 반 박자 늦었고, 기다리던 꼬리가 옆구리의 갑옷을 후려쳤다. 충격은 금속을 지나 꿈속의 살까지 파고들었다.

불길 가까이 밀린 그는 망토 끝이 타기 전에 몸을 돌려 거리를 벌렸다. 가까이 들어가면 훔친 얼굴이 손목을 늦추고, 멀리 남으면 붉은 빛이 기억의 틈으로 들어왔다. 좁은 바닥 위에서 Succubus는 높이를 차지한 채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만 골라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펼치자 몸이 셋으로 갈라졌다. 같은 얼굴과 날개, 웃음을 가진 형상들이 서로 다른 높이에 떠올랐다. 중앙의 것이 다시 “아드리안”이라 부르는 동안 왼쪽이 낮게 발톱을 휘둘렀다. 알루카드가 검으로 막자 형체는 칼날을 그대로 통과했고, 오른쪽에서 날아온 붉은 빛이 어깨를 스쳤다. 네가 늦었고, 지키지 못했고, 침묵했다는 속삭임이 상처를 파고들었다.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중앙을 보았다. 두 환영은 공격이 맞은 뒤에도 웃음을 이어 갔지만, 진짜는 다음 주문을 준비하느라 입술의 움직임을 멈췄다. 알루카드가 곧장 달려들자 Succubus의 눈이 처음으로 좁아졌다.

붉은 날개를 펼친 Succubus와 싸우는 Alucard - PortForward
붉은 날개를 펼친 Succubus와 싸우는 Alucard - PortForward

그녀가 높이 떠오르는 것을 따라 두 번 도약했으나 꿈은 허공의 두 번째 발판을 조금 늦게 돌려주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붉은 빛들이 쏟아지자 그는 몸을 안개로 풀었다. 속삭임은 흩어진 형체를 붙잡지 못했지만, 자신을 흔드는 장소에서 경계를 잃는 힘을 쓰는 것은 위험했다. 몸이 돌아오는 순간 발밑이 사라진 듯한 공포가 스치고, 인간의 무게가 아래로 떨어졌다.

Succubus가 위에서 발톱을 세워 내려왔다. 알루카드는 빛을 삼키는 무거운 검을 뽑아 가슴 앞에 비스듬히 세웠다. 발톱이 검면에 닿자 방의 불빛이 짧아지고, 악마가 훔쳐 입은 얼굴의 가장자리도 함께 흐려졌다. 어둠이 그녀를 깊이 베지는 못했으나 리사의 잔상을 걷어 내는 순간은 만들었다.

착지한 알루카드는 칼날의 무게를 이용해 아래에서 위로 크게 그었다. 허벅지와 날개 끝이 갈라지고 보랏빛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 안에서 광장의 군중이 잃었던 얼굴들이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Succubus는 이를 드러내며 더 이상 리사의 목소리를 쓰지 않았다.

날개가 크게 펼쳐지자 양쪽 불길이 솟고 바닥의 돌무늬 대신 광장의 재가 발목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다시 셋으로 갈라져 오른쪽에서 발톱을 휘두르고 중앙에서 붉은 빛을 던졌으며 왼쪽의 꼬리로 바닥을 쳤다. 모양과 통증만으로는 진짜를 가려낼 수 없었다.

알루카드는 눈보다 귀를 열었다. 환영은 형태를 만들 수 있어도 공기를 누르는 무게까지 똑같이 만들지는 못한다. 오른쪽 발톱에는 갑옷을 긁는 소리가 있었으나 발이 재를 밀지 않았고, 중앙의 빛은 터졌지만 손끝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없었다. 왼쪽의 꼬리 뒤에서는 재가 너무 늦게 움직였다.

진짜는 세 형상 어디에도 없었다. 환영들이 시선을 묶는 동안 Succubus는 머리 위의 어둠에서 발톱을 세우고 내려오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위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쓰지 않고 앞으로 뛰었다. 발톱이 방금 전 목이 있던 자리를 찢는 사이 빠른 칼로 바꾸어 몸을 돌렸고, 칼끝이 악마의 옆구리에 들어갔다.

빌린 음색이 없는 비명이 터졌다. 그는 깊이 밀어 붙잡히는 대신 곧바로 날을 빼서 날개 관절을 다시 갈랐다. Succubus가 재를 짚고 튀어 오르자 조롱이 지워진 얼굴에는 분노만 남았다.

수십 개의 붉은 빛이 방 전체에 생겨 서로 다른 높이에서 박동했다. 첫 파동이 공기를 밀고, 두 번째가 어깨의 상처를 열었다. 세 번째가 오기 전에 알루카드는 박쥐가 되어 빛 사이의 가느다란 흐름으로 들어갔다. 인간의 눈에는 벽처럼 보이던 공격도 작은 날개에는 틈과 방향을 가진 공기로 느껴졌다.

빛들이 날개 끝을 스치며 인간을 미워하고 피를 피로 갚으라는 목소리를 흘렸다. 그는 그 속삭임을 지나 Succubus에게 작은 불덩어리를 뱉었다. 악마는 손을 펼쳐 불을 가르려 했고, 그 순간 불 뒤에서 인간의 형체와 무게가 되돌아왔다.

알루카드는 낙하하며 칼자루를 양손으로 잡았다. 뒤늦게 위험을 알아본 Succubus는 다시 리사의 눈과 떨리는 입술을 만들려 했다. 어머니가 부르던 이름 한 음절이 완성되기 전, 그는 멈추지 않고 가슴 아래를 꿰뚫었다.

붉은 빛이 일제히 꺼지고 광장의 재가 내려앉았다. Succubus는 가슴을 관통한 칼날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손가락은 아름다운 여인의 것을 흉내 내다가 관절마다 검게 갈라졌다.

“어떻게….”

Succubus 전투 뒤 Gold Ring이 남은 방 - PortForward
Succubus 전투 뒤 Gold Ring이 남은 방 - PortForward

그제야 나온 목소리는 온전히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알루카드는 이미 충분히 깊이 들어간 칼을 더 밀지 않았다.

“그 이름을 네 입에 올리지 마라.”

칼날이 빠져나오자 날개가 먼저 재로 바뀌고 꼬리가 연기처럼 풀렸다. 마지막까지 남은 얼굴은 리사도 악마도 아닌 무너진 가면이었다. 그것이 바닥에 닿기 전에 흩어지는 순간, 꽃 냄새가 잠깐 짙어졌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꿈의 침묵 속에서 알루카드는 손의 떨림을 감추지 않았다. 그것을 보아야 할 적은 이미 죽었고, 훔쳐 쓰였던 목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광장의 불과 기둥, 군중이 차례로 사라진 뒤에도 리사의 마지막 말이 다시 들릴 것 같았으나 아무 소리도 남지 않았다.

그것이 옳았다. 그녀의 말은 오래전에 끝났으며, 꿈속의 악마가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알루카드가 눈을 뜨자 Underground Caverns의 물방울 하나가 평소의 속도로 바닥에 닿았다. 그는 관 안에서 몸을 일으켜 망토 끝의 그을음을 살폈다. 꿈에서 생긴 흔적인지 이전 전투에서 남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고, 굳이 구분하려 하지도 않았다.

관 옆의 어둠 한가운데 작은 금빛 원이 떠 있었다. 안쪽에 가느다란 문양이 둘러진 Gold Ring은 촛불이나 물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손바닥 위로 내려앉은 반지는 보상이라기보다 아직 모르는 장치가 잠시 맡긴 열쇠처럼 차가웠다.

그가 방을 나서자 꽃 향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젖은 돌과 오래된 물의 냄새만 남아 있었다. 꿈은 방을 빌려 썼고, 패배하자 동굴에 돌려주었다. 그러나 성이 한 번 사용한 장소와 약한 순간을 완전히 버리는 법은 없었다.

수면에서 Fish Head가 다시 솟아 불을 토했다. 알루카드는 몸을 틀어 벽에서 불꽃이 흩어지는 것을 지나친 뒤, 박쥐가 되어 물 위를 낮게 날았다. 꿈에서 막 돌아온 몸은 지나치게 가벼웠고, 그 가벼움에 취하지 않도록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첫 돌기둥에 내려선 그는 왼손을 펴 반지의 차가움을 느꼈다. Gold Ring 하나만으로는 Marble Gallery의 시계방이 품은 장치를 열 수 없었다. 성은 답을 두 개의 원으로 나누어 숨겨 놓았고, 다른 하나는 아직 가시가 서로 몸을 문지르는 어둠 너머에 있었다.

물 위로 솟은 다음 불길을 두 번의 도약으로 넘은 알루카드는 젖은 벽에 손을 걸었다. 위쪽 통로에서 내려오는 바람에는 더 이상 꽃 냄새가 없었다. 대신 멀리서 수많은 금속 끝이 서로 스치는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품 안의 차가운 반지를 한 번 확인한 뒤, 아직 열리지 않은 가시 통로를 향해 올라갔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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