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4화] 어머니의 목소리를 훔친 꿈

꽃 냄새가 물비린내 속에서 썩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젖은 돌기둥 위에 내려섰다. 부츠 밑창이 미끄러지기 전에 발목을 낮추었고, 망토 끝은 물에 닿기 직전 왼손으로 거두었다. Underground Caverns의 공기는 한 번 지나온 곳인데도 새로웠다. 물은 예전처럼 어둡고 차가웠으나, 이제 그 차가움은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Holy Symbol이 몸 안쪽에서 낮은 빛처럼 가라앉아 있었고, 물살은 발목을 잡기보다 주변으로 갈라졌다.

위쪽 성의 톱니 소리는 여기까지 내려오며 죽었다. 대신 동굴의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물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 바닥 아래 빈 공간을 타고 올라오는 낮은 울림이 있었다. 성은 높은 곳에서 시간을 씹고, 낮은 곳에서 기억을 불린다. 알루카드는 그 둘 사이를 지나왔다.

그는 오른손을 Gladius의 손잡이에 얹었다.

Clock Tower에서 남은 상처들이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Karasuman의 깃털이 긁고 간 어깨는 망토가 스칠 때마다 짧게 달아올랐고, Walk Armor의 찢긴 표면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슴 쪽으로 둔한 울림을 돌려보냈다. 생명의 빛은 숨을 이어 주었지만, 상처가 있었던 사실까지 지우지는 않았다. 알루카드는 그것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몸이 기억하는 통증은 때로 지도보다 정확하다.

동굴의 수직 통로가 아래로 열렸다.

예전에는 떨어지는 길이었다. 지금은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는 난간 끝에 서서 아래를 보았다. 물 위로 좁은 기둥들이 솟아 있었고, 그 사이로 Spear Guard들이 느리게 순찰하고 있었다. 창끝이 물에 비칠 때마다 은색 선이 흔들렸다. 그들은 위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성의 병사들은 대개 자신에게 주어진 높이만 지킨다. 그러나 알루카드가 발을 떼는 순간, 가장 가까운 병사가 고개를 들었다.

창이 날아왔다.

던진 것이 아니라 찔러 올린 것이었다. 긴 창대가 아래에서 위로 뻗으며 그의 낙하선을 재었다. 알루카드는 공중에서 몸을 접었다. 인간의 어깨가 작아지고, 망토가 날개로 바뀌었다. Soul of Bat가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창끝은 그가 있던 자리를 지나 허공을 찔렀고, 박쥐의 작은 몸은 창대 옆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그는 병사의 등 뒤에서 인간으로 돌아왔다.

Gladius가 짧게 나갔다. 목 뒤, 투구 아래의 연결부. 창병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두 번째 Spear Guard가 몸을 돌렸다. 알루카드는 그가 창을 뒤로 당기는 시간을 보았다. 긴 무기는 거리를 차지하지만, 회수하는 순간에는 주인을 묶는다. 그는 한 걸음 안쪽으로 들어갔다. 창날이 옆구리를 스치기 전에 검끝이 팔꿈치 안쪽을 끊었다. 금속과 뼈가 함께 흔들렸고, 창은 물속으로 떨어졌다.

세 번째는 물 건너편에 있었다.

그 병사는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창끝을 낮추고 기다렸다. 알루카드는 뛰어넘지 않았다. 좁은 돌기둥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깊이가 있었다. 그는 박쥐의 몸으로 낮게 날아갔다. 물살이 날개 밑을 밀어 올렸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힘이었다. 물 위의 공기는 벽 옆의 공기보다 무겁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습기는 날갯짓을 늦춘다.

창병이 찔렀다.

알루카드는 Fire of Bat를 아주 짧게 토했다. 불덩이는 곧게 날지 않았다. 습기를 먹으며 흔들렸고, 병사의 투구 옆을 스쳤다. 그래도 충분했다. 적의 시야가 한순간 불꽃에 묶였다. 그 사이 알루카드는 인간으로 돌아와 돌기둥 위에 발을 얹고, 두 번째 도약으로 적의 머리 위를 넘었다. 뒤에서 내려친 Gladius가 투구를 갈랐다.

물은 곧 다시 조용해졌다.

그는 검을 털었다. 물방울과 어두운 피가 함께 떨어졌다. 동굴 벽의 이끼는 그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른쪽 위, 예전에는 닿지 못했던 틈이 있었다.

두 개의 돌벽 사이에 놓인 좁은 입구. 인간의 도약만으로는 모자라고, 안개로는 방향을 잡기 어려운 곳. 지금은 날아갈 수 있었다. 알루카드는 잠시 그 입구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통로 끝에서 바람 속에 섞여 오던 꽃 냄새가 바로 그곳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지하 동굴에서 날 수 없는 향이었다. 물과 돌, 녹과 비늘 사이에 남을 수 없는 냄새.

말라 눌린 꽃.

책갈피 사이에서 오래된 손이 꺼낸 것 같은 향.

그는 날개를 펼쳤다.

수직 통로를 가로지르는 동안, 아래에서 Fish Head 하나가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 뼈만 남은 물고기의 머리가 입을 벌리고 불을 뿜었다. 불은 수면 위를 낮게 스치며 지나왔다. 알루카드는 날개를 접어 아래로 떨어졌다가, 불길이 지나간 뒤 다시 올라갔다. 물과 불이 함께 있는 곳에서는 어느 쪽도 믿을 수 없다. Fish Head는 두 번째로 솟구치려 했지만, 그는 이미 입구 가까이에 있었다.

좁은 방 안쪽은 이상할 만큼 건조했다.

문턱을 넘자 물소리가 한 겹 뒤로 밀렸다. 바닥은 젖어 있지 않았고, 벽의 돌도 차갑기는 했으나 이끼가 없었다. 누군가 이곳만 따로 잘라 성의 다른 곳에서 옮겨 놓은 듯했다. 촛불도 없고, 적도 없었다. 방 중앙에는 관이 놓여 있었다.

붉은 빛의 방에 놓인 관과 닮았다.

그러나 붉은 빛이 없었다. 회복의 따뜻함도 없었다. 관 뚜껑은 열려 있었고, 안쪽에는 어둠이 누워 있었다. 알루카드는 문 앞에서 멈췄다. 꿈은 대개 이런 식으로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꿈은 눈꺼풀 뒤에서 스스로 생기고, 지나간 것들을 뒤섞어 가짜 길을 만든다. 그런데 이 관은 꿈을 방처럼 마련해 두었다. 들어오라고, 누우라고, 스스로 눈을 감으라고.

그는 관 가까이 다가갔다.

꽃 냄새가 더 짙어졌다. 물에 불린 꽃이 아니라, 병상 옆에 놓였던 꽃. 차가운 손가락 사이에 잠깐 닿았다가, 다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남은 꽃. 알루카드는 관 안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은 바닥이 없었다. 빛을 비추면 깊이를 알 수 있는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라보는 자의 안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어둠이었다.

그는 검을 뽑지 않았다.

검으로 벨 수 있는 관이라면 성은 이렇게 조용히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

알루카드는 관 안으로 들어갔다. 등과 어깨가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 Walk Armor가 돌에 부딪혀 낮게 울렸다. 그는 두 손을 몸 옆에 두었다. Gladius의 손잡이가 손가락 가까이에 있었다. Mormegil의 무게는 망토 아래에서 말없이 기다렸다.

관 뚜껑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둠이 내려왔다.

악몽으로 이어지는 뒤틀린 저장실에 들어선 Alucard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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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곧 그것이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눈 안쪽에서 번지는 것임을 알았다. 돌벽이 멀어지고, 물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가 바닥에 닿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알루카드는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가 폐로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아주 오래전의 열기가 목 안쪽에 닿았다.

연기.

나무가 타는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

그는 눈을 떴다.

하늘은 낮았다. 아니, 하늘이 아니라 검은 연기가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불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불의 색을 하고 있었다. 돌바닥에는 진흙과 재가 섞여 있었고, 사람들의 발자국이 서로를 짓밟으며 한 방향으로 몰려 있었다. 벽 너머에서 종이 울렸다. 종소리는 기도처럼 시작해 심판처럼 끝났다.

알루카드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몸이 무거웠다. Walk Armor의 무게가 아니었다. 꿈속에서 몸은 제 주인을 늦게 알아본다. 손가락이 움직이고, 무릎이 따라왔고, 망토는 한 박자 뒤에 그의 어깨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알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광장 중앙에 나무 기둥이 서 있었다. 그 기둥에 한 여인이 묶여 있었다.

리사.

그 이름은 소리보다 먼저 몸을 때렸다. 알루카드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군중의 어깨들이 앞을 막았다. 남자들, 여자들, 어린아이들. 얼굴들은 불빛과 연기 속에서 흐려져 있었다. 누구도 완전한 얼굴을 갖지 못했다. 꿈은 죄책감 없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입만 가지고 있었다. 외치는 입. 비난하는 입. 두려움을 정의로 바꾸어 내뱉는 입.

알루카드는 그 사이를 밀고 나아갔다.

누군가의 어깨가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 그는 손을 뻗어 밀어냈다. 몸은 안개가 되지 않았다. 박쥐가 되지도 않았다. 꿈은 힘을 빌려 주지 않았다. 아니, 힘을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 그는 다시 인간의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한 걸음마다 연기가 목을 긁었다.

리사는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불빛에 닿아 있었다. 공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포가 그녀를 낮추지는 못했다. 알루카드는 그 눈을 보자마자 발을 멈췄다. 너무 오래전의 눈이었다. 성의 모든 어둠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 있던 눈. 그 눈은 아들을 찾고 있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리사의 입술이 움직였다.

“아드리안.”

군중의 소리가 한순간 멀어졌다. 종소리도, 연기도, 발밑의 재도 멀어졌다. 알루카드는 앞으로 더 다가갔다. 기둥 아래의 장작에는 아직 불이 완전히 붙지 않았다. 작은 불씨들이 나무껍질을 핥고 있었고, 곧 더 큰 불길이 올라올 것이다.

“들어라.”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무 부드러워서, 이 광장의 잔혹함이 잠깐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알루카드는 숨을 멈췄다.

그 말은 그가 기억하는 말이었다. 피와 불과 종소리 사이에서도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던 말.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는 부탁. 그들이 한 짓 때문에 그들을 모두 저주하지 말라는 마지막 억제. 드라큘라의 분노가 세계를 삼키기 전, 리사가 남긴 작은 문.

그러나 꿈의 불빛이 흔들렸다.

리사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나갔다. 군중의 소리는 다시 가까워졌고, 종소리는 낮게 비틀렸다. 알루카드는 그것을 들었다. 소리의 반사가 이상했다. Echo of Bat가 몸 안 깊은 곳에서 아주 작게 떨렸다. 광장은 넓은데, 목소리는 좁은 방에서 돌아오는 것처럼 울렸다. 불길이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열기가 뒤에서 왔다. 꿈은 장면을 흉내 냈지만, 공간을 잊고 있었다.

리사가 다시 말했다.

“그들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알루카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군중의 입들이 웃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벌어졌다.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그들이 리사를 죽이고 있었는데도, 이제 그들은 그녀의 말을 기다리는 신도처럼 고요해졌다. 불길이 갑자기 커졌다. 장작은 타오르는 순서를 건너뛰고, 이미 오래 타고 있던 것처럼 붉게 솟았다.

리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들을 해쳐라. 그들에게 고통을 돌려주어라.”

알루카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Lisa의 모습을 내세운 악몽과 마주한 Alucard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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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꿈 전체가 그것을 알아차렸다. 군중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수십 개의 흐린 얼굴들이 그를 보았다. 리사의 눈도 그를 보았다. 그 눈은 여전히 리사의 눈처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잔인했다.

알루카드는 손을 검자루에 얹었다.

“어머니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광장의 소리가 멎었다.

정확히는, 소리가 목을 잃었다. 입들은 벌어져 있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종은 흔들리는데 울리지 않았고, 불길은 움직이는데 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리사의 얼굴에서 부드러움이 아주 천천히 벗겨졌다. 피부가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표정이 먼저 죽었다. 눈에 있던 온기가 사라지고, 입가에 낯선 곡선이 생겼다.

“아직도 그 여자의 말에 묶여 있느냐.”

목소리는 리사의 것이었으나, 끝이 달랐다. 비단 위를 기어가는 날카로운 손톱 같은 소리.

알루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Gladius가 뽑혔다.

그 순간 광장이 무너졌다.

군중이 재처럼 흩어지고, 기둥이 길게 늘어났다. 불길은 위로 올라가는 대신 옆으로 퍼졌고, 하늘의 연기는 천장처럼 내려앉았다. 리사를 묶고 있던 밧줄이 검은 뱀처럼 풀렸다. 여인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드레스의 윤곽이 찢어지고, 그 아래에서 박쥐의 날개와 날카로운 발톱, 길게 휘어진 꼬리의 그림자가 생겼다.

그녀가 웃었다.

이제 리사의 얼굴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Succubus는 그 잔상을 일부러 남겨 두었다. 눈의 선, 입술의 곡선, 목소리의 첫 음절. 사랑받은 기억을 상처로 쓰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알루카드는 검끝을 낮췄다.

꿈의 광장은 이제 방이 되었다. 벽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는 거짓 안식처의 돌무늬가 희미하게 떠 있었다. 관의 어둠이 전장으로 펼쳐진 것이다. 공간은 넓지 않았다. 중앙에는 기둥의 그림자가 남아 있고, 양쪽에는 불길이 낮은 벽처럼 흔들렸다. 위쪽은 열려 있었지만, 그 높이도 꿈이 허락한 만큼뿐이었다.

Succubus가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내려오지 않았다. 공중에서 몸을 비틀고, 손끝을 알루카드에게 향했다. 붉은 심장 모양의 빛들이 손바닥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것들은 불덩이처럼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그러나 방향을 바꾸며 다가왔다. 피하면 따라오고, 베면 둘로 갈라질 것 같은 빛. 알루카드는 첫 번째를 옆으로 피했다. 두 번째가 그의 회피선을 읽고 낮게 휘어 들어왔다.

그는 늦게 베었다.

칼날이 붉은 빛을 갈랐다. 빛은 사라지지 않고 손등에서 터졌다. 뜨거운 통증보다 먼저, 머릿속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어왔다. 미워하라. 기억하라. 잊지 말라. 그는 이를 악물었다. 꿈의 공격은 살만 노리지 않는다. 상처의 방향을 바꾸려 한다.

Succubus가 웃으며 내려왔다.

발톱이 얼굴을 향했다. 알루카드는 검을 위로 세웠다. 발톱과 Gladius가 맞부딪쳤다. 금속음이 나지 않았다. 손톱이 유리처럼 긁히는 소리. 그녀는 힘으로 밀지 않았다. 팔을 걸고 몸을 가까이 붙였다. 리사의 향이 아주 짧게 났다. 알루카드의 손목이 반 박자 늦었다.

그 반 박자를 Succubus는 놓치지 않았다.

꼬리가 옆구리를 쳤다.

Walk Armor가 충격을 받았지만, 꿈속의 충격은 갑옷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왔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밀려나 불길 가까이까지 갔다. 불은 진짜 열을 냈다. 그러나 그 열기 속에는 광장의 냄새가 있었다. 그는 바로 물러섰다. 등 뒤의 불길이 망토 끝을 핥았고, 천이 검게 그을렸다.

첫 판단은 틀렸다.

그녀를 리사의 잔상에서 떼어 내려고 가까이 들어가면, 오히려 그 잔상이 손목을 늦춘다. 멀리서 버티면 붉은 빛들이 기억의 틈을 파고든다. 이 전장은 좁고, 그녀는 위에서 내려와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만 찌른다. 알루카드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꿈속에서도 숨은 필요했다. 필요하지 않더라도, 몸이 그렇게 믿어야 했다.

Succubus가 손을 펼쳤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이 셋으로 갈라졌다. 같은 얼굴, 같은 날개, 같은 웃음. 세 명의 Succubus가 공중에서 서로 다른 높이에 떠 있었다. 오른쪽의 것이 손을 들었고, 왼쪽의 것이 꼬리를 흔들었으며, 중앙의 것이 알루카드를 내려다보았다.

“아드리안.”

중앙의 목소리였다.

알루카드의 눈꺼풀이 아주 조금 떨렸다.

왼쪽이 그 틈에 움직였다. 발톱이 낮게 들어왔다. 알루카드는 검을 돌려 막았다. 그러나 발톱은 그의 칼날을 통과했다. 환영. 동시에 오른쪽에서 붉은 빛이 날아왔다. 그는 몸을 낮췄지만, 빛은 어깨를 스쳤다. 다시 속삭임이 들어왔다. 네가 지키지 못했다. 네가 늦었다. 네가 침묵했다.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중앙의 Succubus가 웃음을 멈췄다. 진짜는 웃음을 오래 끌지 않는다. 공격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순간, 환영은 연기를 계속하고 진짜는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알루카드는 그 차이를 보았다. 그는 중앙으로 곧장 달렸다.

붉은 날개를 펼친 Succubus와 싸우는 Alucard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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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ubus의 눈이 처음으로 좁아졌다.

그녀는 위로 떠올랐다. 알루카드는 Leap Stone의 힘으로 첫 도약을 하고, 공중에서 두 번째 박자를 밟았다. 그러나 꿈은 그 박자를 조금 늦게 돌려주었다. 발밑의 허공이 흔들렸다. Succubus가 손을 내렸다. 붉은 심장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쏟아졌다.

피할 곳이 없었다.

알루카드는 Form of Mist를 썼다.

몸이 흐려지며 빛들이 안개를 통과했다. 속삭임은 닿지 못했다. 그러나 꿈속의 안개는 현실보다 더 위험했다. 자신을 잃는 힘을, 자신을 흔드는 장소에서 쓰는 일. 몸이 돌아오는 순간, 잠깐 발밑이 사라졌다. 알루카드는 낙하했다. Succubus가 그 위에서 웃으며 내려왔다.

발톱이 가슴을 노렸다.

알루카드는 Mormegil을 뽑았다.

검은 칼날이 꿈의 불빛을 삼켰다. 방 전체가 한순간 어두워졌다. Succubus의 발톱이 검면에 닿자, 그녀의 웃음이 끊겼다. Mormegil은 그녀를 깊게 베지 못했다. 이 꿈의 주인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이 빛을 삼키는 순간, 리사의 잔상도 함께 흐려졌다. 그녀가 훔쳐 입고 있던 얼굴의 가장자리가 무너졌다.

알루카드는 그 순간을 붙잡았다.

착지와 동시에 몸을 낮추고, Mormegil의 무게를 이용해 아래에서 위로 베었다. 칼날은 Succubus의 허벅지 아래를 스치고 날개 끝을 갈랐다.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검은 피가 아니라 보랏빛 안개가 흘렀다. 그 안개 속에서 작은 얼굴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군중의 얼굴. 광장에서 사라졌던 입들.

Succubus가 이를 드러냈다.

이제 그녀는 리사의 목소리를 버렸다.

날개가 크게 펼쳐졌고, 방의 양쪽 불길이 동시에 높아졌다. 바닥의 돌무늬가 흔들리며 사라지고, 대신 광장의 재가 발목까지 차올랐다. 전장이 변했다. 발이 깊게 빠지지는 않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재가 흩어져 시야를 가렸다. Succubus는 그 재 속으로 내려와 다시 셋으로 갈라졌다.

이번에는 환영들이 공격했다.

오른쪽이 발톱을 휘둘렀고, 중앙이 붉은 빛을 던졌으며, 왼쪽이 꼬리로 바닥을 쳤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바로 보이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첫 공격을 막지 않았다. 오른쪽 발톱은 Walk Armor의 어깨를 긁고 지나갔다. 통증이 있었다. 진짜일 수도 있었다. 중앙의 붉은 빛은 바닥에 닿자마자 터져 재를 높이 올렸다. 왼쪽의 꼬리는 소리 없이 지나갔다.

소리.

알루카드는 귀를 열었다. Echo of Bat는 꿈속에서도 완전히 침묵하지 않았다. 환영은 모양을 만들 수 있지만, 공간을 누르는 무게까지 똑같이 만들지는 못한다. 오른쪽이 지나간 자리에는 발톱 소리가 있었다. 중앙의 빛은 터졌지만, 손끝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없었다. 왼쪽은 소리가 없었으나, 재가 아주 조금 늦게 움직였다.

진짜는 위였다.

Succubus는 셋 중 하나가 아니었다. 세 환영이 시선을 묶는 동안, 그녀는 천장 없는 어둠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위를 보지 않고 앞으로 뛰었다. 그녀의 발톱이 조금 전 그의 목이 있던 자리를 찢었다. 그는 몸을 돌리며 Gladius를 뽑았다. Mormegil의 무게로는 늦다. 빠른 검이 필요했다.

칼끝이 Succubus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이번 비명에는 빌린 목소리가 없었다. 얇고 높은 악마의 소리였다. 환영들이 동시에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검을 깊게 밀지 않았다. 깊게 밀면 붙잡힌다. 그는 바로 빼고, 두 번째로 날개 관절을 베었다. Succubus가 바닥에 떨어졌다가 손으로 재를 짚고 튀어 올랐다.

그녀의 표정에서 조롱이 사라졌다.

분노가 남았다.

붉은 빛들이 한꺼번에 생겼다. 이번에는 천천히 따라오는 빛이 아니라, 방 전체를 채우는 작은 심장들이었다. 수십 개의 빛이 서로 다른 높이에서 박동했다. 한 번 박동할 때마다 공기가 밀렸다. 알루카드는 첫 파동을 몸을 낮춰 견뎠다. 두 번째 파동에서 어깨의 상처가 다시 열렸다. 세 번째가 오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그는 박쥐가 되었다.

작은 몸은 빛 사이의 틈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의 눈에는 벽처럼 보이는 공격도, 날개로 보면 공기의 흐름 사이에 길이 있었다. 그는 낮게 날았다. 첫 빛은 위로, 두 번째는 아래로, 세 번째는 몸을 접어 통과했다. 붉은 속삭임들이 날개 끝을 스치며 흘렀다. 미워하라. 갚아라. 피는 피로.

알루카드는 Fire of Bat를 뱉었다.

불은 꿈속에서 더 어두웠다. 검붉은 불덩이가 Succubus를 향해 흔들리며 날아갔다. 그녀는 피하려 하지 않았다. 손을 펼쳐 불을 가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알루카드는 인간으로 돌아왔다. 불은 미끼였다. 그는 불 뒤에서 낙하하며 Gladius를 양손으로 쥐었다.

Succubus가 늦게 보았다.

그녀는 다시 리사의 얼굴을 만들려 했다. 눈의 선이 부드러워지고, 입술이 떨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어머니를 부르는 이름 하나를 훔쳐 내려는 순간.

알루카드는 멈추지 않았다.

칼날이 가슴 아래를 꿰뚫었다.

Succubus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붉은 빛들이 일제히 꺼졌다. 불길도 낮아졌다. 광장의 재가 바닥으로 내려앉고, 군중의 흐린 얼굴들이 벽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알루카드의 검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손가락은 아름다운 여인의 손처럼 보이려 했으나, 관절마다 검은 갈라짐이 생겼다.

“어떻게…”

목소리는 이제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Succubus 전투 뒤 Gold Ring이 남은 방 - PortForward
Succubus 전투 뒤 Gold Ring이 남은 방 - PortForward

알루카드는 칼을 더 밀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깊었다.

Succubus는 숨을 토하듯 웃었다. 웃음은 중간에서 피처럼 끊겼다. 그녀의 눈에 아주 늦은 깨달음이 스쳤다. 누구의 꿈을 건드렸는지, 누구의 상처를 장식처럼 꺼내 들었는지. 그러나 깨달음은 용서받기에는 너무 늦게 온다.

알루카드가 낮게 말했다.

“그 이름을 네 입에 올리지 마라.”

그는 검을 뽑았다.

Succubus의 몸이 뒤로 무너졌다. 날개가 먼저 재로 바뀌고, 꼬리가 검은 연기처럼 풀렸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얼굴이었다. 리사의 얼굴도, 악마의 얼굴도 아닌 무너진 가면. 그것은 바닥에 닿기 전에 흩어졌다. 방 안에 남아 있던 꽃 냄새가 한순간 짙어졌다가, 곧 사라졌다.

침묵이 왔다.

꿈의 침묵은 현실의 침묵보다 더 무겁다. 아무 소리도 없는데, 들리지 않는 말들이 주변에 남아 있는 듯했다. 알루카드는 검끝을 내렸다.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는 그 떨림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감추어야 할 상대는 이미 사라졌다.

광장의 불빛이 꺼졌다.

관의 어둠이 다시 내려왔다. 이번에는 삼키는 어둠이 아니라 물러나는 어둠이었다. 바닥이 사라지고, 재가 사라지고, 기둥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리사의 목소리가 남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옳았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꿈속의 악마가 새로 만들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알루카드는 눈을 떴다.

그는 관 안에 누워 있었다. Underground Caverns의 물소리가 다시 들렸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돌바닥에 닿았다. 이번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Walk Armor가 관 가장자리에 부딪혀 낮게 울렸다. 망토에는 재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망토 끝의 그을음은 그대로였다. 꿈에서 탄 것인지, 이전 전투에서 탄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방 안쪽이 붉게 빛났다.

안식처의 빛이 아니었다. 관 옆, 거짓 안식처처럼 보였던 공간의 중앙에 작은 금빛 원이 떠 있었다. 그것은 촛불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물방울의 소리에도, 알루카드가 숨을 내쉬는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금속은 차갑게 빛났고, 안쪽에는 아주 가느다란 문양이 둘러져 있었다.

Gold Ring.

이름은 동전 소리처럼 몸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 조용했다. 잠긴 장치 안에서 톱니 하나가 제자리를 찾는 느낌. 알루카드는 손을 뻗었다. 반지는 손바닥 위에 내려앉기 전에 잠깐 공중에서 멈춘 듯했다. 마치 이 물건이 그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어떤 문을 열기 위해 잠시 맡겨지는 열쇠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는 반지를 쥐었다.

차가웠다.

그 차가움은 꿈의 관보다 작았지만 더 분명했다. 알루카드는 손가락 사이에서 반지를 굴려 보았다. 금은 빛을 품고 있었으나 따뜻하지 않았다. 성의 물건들은 자주 그렇다. 길을 열어 주면서도 그 길이 어디로 가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는 반지를 챙기고 관 밖으로 나왔다.

방은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은 조용함은 아니었다. 꽃 냄새가 사라진 자리에는 젖은 돌과 오래된 물의 냄새만 남아 있었다. 동굴은 다시 동굴이었다. 꿈은 방을 빌려 썼고, 패배하자 방을 돌려주었다.

알루카드는 문턱에서 한 번 뒤돌아보았다.

관은 비어 있었다. 뚜껑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어둠은 더 이상 깊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정말 비어 있다고 믿지 않았다. 성은 한 번 쓴 장소를 버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마지막 말, 누군가의 약한 순간은 돌 틈에 오래 남는다.

그는 밖으로 나갔다.

물소리가 커졌다. 아래쪽 통로에서는 Fish Head가 다시 수면을 깨고 올라왔다. 불덩이가 어둠을 가르며 날아왔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몸을 틀었다. 불은 벽을 맞히고 흩어졌다. 그는 박쥐로 변해 물 위를 낮게 날았다. 날개 밑에서 차가운 공기가 갈라졌다. 꿈에서 돌아온 몸은 잠깐 더 가벼웠고, 그 가벼움은 위험했다. 그는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첫 번째 돌기둥에 내려섰다.

두 번째 기둥으로 건너가기 전, 그는 왼손을 폈다. 손바닥 안쪽에 Gold Ring의 차가움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반지 하나. Silver Ring은 아직 없다. 두 개의 원이 맞물려야 열리는 장치가 있을 것이다. Marble Gallery의 시계방, 중앙에서 늘 시간이 어긋나던 그 방. 성은 오래전부터 답을 두 조각으로 나누어 숨겨 놓았다.

그리고 아직 가시 통로가 남아 있었다.

Catacombs에서 등지고 돌아섰던 검은 길. Form of Mist만으로는 지나갈 수 없었던 날카로운 어둠. 그곳에서 금속이 서로를 긁던 소리가 떠올랐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가 가까워졌다.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갈 길은 아니었다. 성은 한 번 물러난 자에게 같은 문을 더 쉽게 열어 주지 않는다.

알루카드는 검을 고쳐 잡았다.

물 위로 또 하나의 불이 솟았다. 그는 뛰었다. 첫 도약으로 불길을 넘고, 두 번째 박자로 젖은 돌벽에 손을 걸었다. 위쪽 통로에서 차가운 바람이 내려왔다. 그 바람 속에는 꽃 냄새가 없었다. 대신 아주 희미한 금속음이 있었다. 멀리, 아직 닿지 않은 가시들이 서로 몸을 문지르는 소리.

알루카드는 그 소리를 향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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