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3화] 톱니가 시간을 씹고 까마귀가 길을 덮을 때

쇠가 쇠를 물어뜯는 소리가 어둠 너머에서 계속 들려왔다.

알루카드는 난간 끝에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톱니가 맞물릴 때마다 벽속 깊은 곳에서 작은 떨림이 올라왔고, 그 떨림은 Walk Armor의 금속 표면을 아주 낮게 긁고 지나갔다. 성의 다른 방들이 숨을 쉬거나, 물을 흘리거나, 죽은 자의 목구멍으로 신음했다면 이곳은 달랐다. 이곳은 씹었다. 시간을 잘게 부수어 다시 돌벽 사이로 밀어 넣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오른손을 검자루에 얹었다. Gladius의 손잡이는 손에 익은 굳은살을 알아보듯 가만히 놓여 있었다. 망토 안쪽, 더 깊은 어둠에는 Mormegil이 있었다. 검은 칼날은 아직 뽑히지 않았는데도 주변의 빛을 조금씩 덜어 가는 듯했다. 알루카드는 그 무게를 의식하고도 꺼내지 않았다. 까마귀 울음이 섞인 바람, 녹슨 톱니, 높은 낙하가 기다리는 장소에서는 손목이 먼저 반응해야 한다. 무거운 검은 결정적인 순간에만 부를 것이다.

그는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Olrox의 방으로 이어지던 향수와 포도주의 냄새는 여기까지 따라오지 못했다. 대신 기름과 오래된 먼지, 돌가루와 새 배설물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바람은 차고 얇았다. 창문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틈들이 벽마다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밤이 들어왔다. 별빛은 보이지 않았다. 성의 바깥은 분명 하늘이어야 했지만, 이 높이에서는 하늘조차 벽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까마귀 한 마리가 톱니 위에 앉아 있었다.

알루카드가 한 걸음 내딛자 새는 고개를 틀었다. 부리는 검고, 눈은 너무 또렷했다. 보통 새가 아니다. 성의 새들은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의 경계를 잘 지키지 않는다. 그가 손목을 조금 움직이자 까마귀는 먼저 날아올랐다. 날개가 펼쳐지는 소리는 작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던 다른 소리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열 마리. 스무 마리.

어둠 속에서 검은 날개들이 떨어져 나왔다.

알루카드는 몸을 낮췄다. 첫 번째 까마귀는 얼굴을 노리지 않았다. 눈앞을 스치며 시야를 잘랐다. 두 번째가 그 아래로 파고들어 목을 향했다.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옆으로 반 걸음 미끄러졌다. 발밑에는 금속 발판이 있었다. 발판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아래의 톱니와 일정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Gladius가 짧게 번쩍였다.

깃털이 잘리고, 검은 먼지가 흩어졌다. 살아 있는 피는 나오지 않았다. 까마귀의 몸은 찢어진 천 조각처럼 풀리다가 금세 어둠에 섞였다. 그러나 나머지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알루카드를 공격하기보다 움직이는 발판과 톱니 사이로 그를 밀어 넣으려 했다. 날개가 얼굴 앞을 가리고, 부리가 손목을 스치고, 발톱이 망토 끝을 잡아당겼다.

성은 적을 보낼 때 늘 장소와 함께 보낸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첫 발판이 벽 끝에 닿기 전에 뛰었다. 발끝이 금속 가장자리를 떠나는 순간 아래에서 톱니가 올라왔다. 거대한 이빨들이 서로 맞물리며 돌가루를 털어 냈다. 닿으면 살이 갈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뼈가 소리를 낼 것이다. 그는 첫 도약으로 낮은 발판에 닿고, Leap Stone의 두 번째 박자로 그 위를 넘어 더 높은 난간에 손을 걸었다. 망토가 뒤에서 길게 휘었고, 까마귀 한 마리가 그 천을 부리로 물었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몸을 끌어올리며 왼손으로 망토를 접었다. 천이 부리에서 빠져나오자 까마귀가 균형을 잃었다. 그 짧은 흔들림에 검끝이 올라갔다. 새는 소리 없이 둘로 갈라졌다.

위쪽 통로는 더 좁았다.

벽면에는 둥근 톱니들이 박혀 있었다. 어떤 것은 멈춰 있었고, 어떤 것은 느리게 돌았다. 완전히 장식은 아니었다. 알루카드는 한 톱니 앞에서 멈췄다. 금속의 표면에는 오래된 칼자국이 많았다. 누군가, 혹은 여러 누군가가 이 장치를 때려 본 흔적이었다. 그는 귀를 기울였다. 아래쪽의 큰 톱니와 이 작은 톱니는 같은 박자로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것은 둔한 소리만 내며 헛돌고 있었다.

그는 검등으로 톱니를 쳤다.

텅.

둔하고 낮은 소리. 아직 아니다.

한 번 더.

텅.

세 번째.

소리가 달라졌다.

맑고 얇은 금속음이 벽속으로 들어갔다. 가까운 곳이 아니라 아주 먼 곳에서, 잠겨 있던 것이 조금 움직이는 소리가 돌아왔다. 알루카드는 검을 내렸다. 톱니는 계속 돌았다. 겉으로는 바뀐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 성에서 길은 흔히 눈보다 귀에 먼저 열린다. Echo of Bat가 귀 안쪽에서 아주 작게 반응했다. 소리가 벽속을 지나가는 방향이 보였다. 아니,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박쥐의 몸으로 접혔다.

Soul of Bat는 이제 처음처럼 몸을 흔들지 않았다. 그래도 완전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인간의 어깨와 손가락을 밤의 작은 몸으로 바꾸는 순간, 언제나 아주 얇은 불안이 지나갔다. 그는 날개를 한 번 폈다. 돌벽이 가까웠고, 기계의 열기가 위쪽으로 올라왔다. 날개는 뜨거운 공기를 오래 붙잡지 않는다. 너무 세게 치면 위로 튀고, 너무 약하면 톱니의 바람에 밀린다.

그는 낮게 날았다.

Clock Tower의 기둥 복도를 지나 Karasuman에게 향하는 Alucard - PortForward
Clock Tower의 기둥 복도를 지나 Karasuman에게 향하는 Alucard - PortForward

좁은 수직 샤프트 안에는 Medusa Head들이 떠다녔다. 머리만 남은 것들이 일정한 곡선을 그리며 다가왔다. 뱀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작은 금속음처럼 흔들렸고, 눈은 돌처럼 차가웠다. 그들은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움직임이 직선이 아니었다. 위아래로 파도처럼 흔들리며, 날고 있는 몸의 예측을 늦췄다.

알루카드는 첫 번째를 피했다. 두 번째는 너무 가까웠다. 박쥐의 몸으로는 검을 쓸 수 없다. 그는 짧게 인간으로 돌아왔다. 발밑에는 발판이 없었다. 낙하가 시작되는 순간 Gladius가 뽑혔다. 칼날이 Medusa Head의 뱀 머리칼을 가르고, 얼굴의 가운데를 지나갔다. 다음 순간 그는 다시 박쥐가 되었다. 낙하의 힘을 날개로 받자 어깨뼈 사이가 뻐근하게 당겼다.

위쪽 오른편, 작은 방에서 붉은 빛이 흔들렸다.

그는 그쪽으로 들어갔다. 방은 낮고 비어 있었다. 바닥에는 먼지가 쌓였고, 중앙에는 작은 유물이 떠 있었다. 그것은 불꽃처럼 보였지만 태우지 않았다. 가까이 갈수록 날개 안쪽이 뜨거워졌다. 박쥐의 몸은 본능적으로 물러나려 했다. 알루카드는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와 손을 뻗었다.

Fire of Bat.

불은 손바닥을 태우지 않고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어깨뼈 사이, 방금까지 날개가 있던 자리가 뜨겁게 열렸다가 닫혔다. 밤의 몸 안에 불의 길이 하나 생겼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박쥐는 어둠으로 방향을 찾고, 불은 어둠을 밀어낸다. 서로 맞지 않는 두 성질이 한 몸 안에서 잠시 부딪쳤다.

알루카드는 눈을 감지 않았다.

힘은 길을 열지만, 매번 대가를 요구한다. 물속을 지나기 위해 몸은 물의 적의를 견뎌야 했고, 안개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계를 풀어야 했다. 박쥐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무게를 잠시 잊어야 했다. 이제 밤의 몸은 불까지 품어야 한다. 그는 손을 쥐었다 폈다. 손가락 끝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그러나 방 안의 촛불이 그의 숨에 맞춰 조금 더 길게 흔들렸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Clock Tower는 기다렸다는 듯 소리를 키웠다.

톱니들은 이전보다 더 가까이 느껴졌다. 어디서나 돌았다. 벽 안에서, 천장 속에서, 발밑에서. 알루카드는 몇 개의 작은 톱니를 더 찾아냈다. 둔한 소리가 맑은 소리로 바뀔 때까지 검등으로 쳤다. 때로는 Harpy가 그 위에서 내려왔다. 여인의 얼굴을 흉내 낸 날개 달린 적은 공중에서 웃으며 발톱을 폈다. 그 웃음은 아름답지 않았다. 너무 얇고,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

첫 번째 Harpy는 발판 위의 공간을 막았다.

알루카드는 뛰어올랐다. Harpy는 그가 공중에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개가 크게 펼쳐지고, 발톱이 아래로 휘었다. 그는 그 공격을 늦게 읽었다. 발톱이 Walk Armor의 어깨를 긁고 지나갔다. 금속 표면에 긴 선이 남았다. 몸은 깊이 다치지 않았지만, 자세가 틀어졌다.

아래에는 톱니가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벽의 작은 돌출부를 잡았다. 손끝이 미끄러졌다. 먼지와 기름이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Harpy가 다시 내려왔다. 알루카드는 벽에 매달린 채 검을 들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놓았다. 떨어지는 순간, 박쥐의 몸으로 접혔다. Harpy의 발톱은 빈 공기를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작은 검은 몸이 Harpy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알루카드는 아주 짧게 불을 뱉었다. 새로 얻은 힘은 거칠었다. 불덩이는 곧게 나가지 않고 살짝 흔들리며 날아갔다. 그래도 충분했다. Harpy의 날개 끝이 불에 닿았다. 깃털이 타는 냄새가 퍼졌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균형을 잃는 순간, 알루카드는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다. 떨어지며 Gladius를 아래로 세웠다.

칼날이 어깨와 가슴 사이를 갈랐다.

Harpy는 발판 위로 떨어졌다가, 발판이 벽 안으로 들어가며 아래로 사라졌다. 비명은 톱니 소리에 먹혔다.

알루카드는 착지한 뒤 한쪽 무릎을 낮췄다. 새 힘을 쓴 뒤에는 언제나 숨이 반 박자 늦게 돌아왔다. 그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피는 묻지 않았다. 다만 입 안쪽에 재 맛이 남아 있었다.

더 깊이 들어가자 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사처럼 보였다. 긴 검을 들고 어둠 속에 서 있는 Sword Lord. 갑옷은 낡았으나 자세는 무너지지 않았다. 성이 만든 병사들 중 어떤 것은 동작 하나만 오래 기억한다. 이들은 검을 드는 법을 기억했고, 죽은 뒤에도 그 기억을 버리지 못했다. 알루카드가 다가가자 첫 번째 Sword Lord가 검끝을 낮췄다.

찌르기가 왔다.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길었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틀어 피하고, Gladius로 팔의 관절을 베었다. 갑옷이 갈라지고, 안쪽의 빈 어둠이 흔들렸다. 그는 두 번째 베기로 목을 노렸다. Sword Lord의 투구가 떨어졌다. 몸이 무너졌다.

그런데 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손이 사라졌는데도 검이 공중에 남았다. 칼자루 주변으로 희미한 그림자가 감기더니, 그것은 독립된 적처럼 몸을 세웠다. Vandal Sword. 주인이 사라진 뒤에도 휘두르는 의지만 남은 칼. 알루카드는 뒤늦게 한 걸음 물러났다. 검은 손목 없이도 방향을 바꿨다. 첫 베기는 그의 가슴을 향했다. Walk Armor가 칼날을 밀어냈지만 충격이 갈비뼈에 닿았다.

그는 그제야 Mormegil의 손잡이를 잡았다.

검은 칼날이 나왔다. 빛이 줄었다. 방 안의 촛불들이 갑자기 짧아진 것처럼 보였다. Vandal Sword는 망설이지 않았다. 생명 없는 무기에게 공포는 없다. 그것이 오히려 문제였다. 밀어붙이면 물러나지 않고, 속이면 놀라지 않는다. 칼은 칼답게 들어오고, 칼답게 베려 한다.

알루카드는 정면에서 받지 않았다.

Mormegil의 무게는 손목을 늦춘다. 대신 한 번 닿으면 깊게 먹는다. 그는 Vandal Sword가 옆으로 베는 순간 반 걸음 안쪽으로 들어갔다. 칼날이 망토 끝을 스쳤다. 다음 순간 Mormegil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검은 검이 떠 있는 칼의 중심을 눌렀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쳤으나 맑은 소리가 나지 않았다. 빛이 삼켜지는 듯한 둔한 파열음.

까마귀 날개를 펼친 Karasuman과 마주 선 Alucard - PortForward
까마귀 날개를 펼친 Karasuman과 마주 선 Alucard - PortForward

Vandal Sword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Mormegil을 다시 거두었다. 이 검은 좋은 대답이지만, 모든 질문에 꺼내면 안 된다. 어둠을 베는 검이 아니라, 어둠으로 베는 검이다. 손에 오래 들고 있으면 방의 그림자보다 자신의 그림자가 더 먼저 깊어진다.

통로 끝에는 흔들리는 추가 있었다.

거대한 쇠추들이 천장에서 내려와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로 좁은 길이 이어졌다. 추는 일정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뒤쪽의 톱니 소리와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눈으로 보면 건널 수 있을 것 같다가, 귀로 들으면 한 박자가 모자라다. 알루카드는 잠시 서서 그 어긋남을 들었다. Echo of Bat가 귀 안쪽에서 원을 만들었다. 소리의 반사가 쇠추의 궤적을 그렸다.

그는 뛰었다.

첫 번째 추는 등 뒤를 지나갔다. 두 번째는 앞에서 돌아왔다. 그는 발을 멈추지 않고 몸을 낮췄다. 쇠추가 머리 위를 지나며 머리카락 몇 가닥을 흔들었다. 세 번째는 너무 늦게 왔다. 아니, 늦게 오는 척했다. 그 반대쪽 벽에서 작은 Medusa Head가 떠올라 시야를 가렸다. 알루카드는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러면 추에 늦는다. 그는 몸을 박쥐로 접어 Medusa Head 아래를 지나갔고, 다음 순간 인간으로 돌아와 발판을 밟았다.

추가 뒤에서 벽을 쳤다.

돌가루가 비처럼 떨어졌다.

그 비 속에서 문이 보였다. 낮고 어두운 문. 그 너머로 바람이 들어왔고, 바람 속에는 까마귀 냄새가 짙게 섞여 있었다. 앞선 통로에서 들리던 울음소리와 달랐다. 이곳의 까마귀들은 흩어진 무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는 군대처럼 조용했다.

알루카드는 문 앞에서 멈췄다.

손목을 돌렸다. Gladius의 무게가 돌아왔다. 왼손에는 방패가 없었다. Granfaloon의 방에 남겨 둔 찌그러진 금속 대신, 지금 그의 왼손은 비어 있었다. 빈손은 불안하지만 빠르다. 그는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 펴고 문을 밀었다.

방은 높았다.

천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고, 양쪽 벽에는 오래된 기계 장치와 부서진 장식이 서로 얽혀 있었다. 바닥은 넓지 않았다. 중앙으로 갈수록 약간 낮아졌고, 양쪽 끝에는 깨진 난간이 있었다. 난간 너머는 깊었다. 아래에서 톱니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올라왔다. 이 방에서 밀리면 벽에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톱니가 기다리는 어둠으로 떨어질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침묵이 더 불길했다.

알루카드가 중앙으로 들어섰을 때, 천장 쪽에서 깃털 하나가 떨어졌다. 검은 깃털이었다. 바닥에 닿기도 전에 그것은 날카로운 금속 조각처럼 방향을 바꾸었다. 알루카드는 몸을 틀었다. 깃털은 그의 뺨을 스치며 지나가 뒤쪽 벽에 박혔다. 돌에 얇은 금이 생겼다.

위에서 날개가 펼쳐졌다.

Karasuman은 천장 가까운 어둠에서 내려왔다. 까마귀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귀족적이고, 악마라고 부르기엔 새의 습성이 너무 뚜렷했다. 검은 깃털 사이로 금빛 장식이 번쩍였고, 긴 팔은 날개와 팔의 중간처럼 보였다. 얼굴은 새의 부리와 인간의 조롱이 섞인 형태였다. 그가 내려앉자 방 안의 까마귀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들었다.

첫 공격은 몸이 아니었다.

명령이었다.

Karasuman이 한쪽 팔을 들어 올리자 벽과 천장, 난간 아래에서 까마귀들이 솟구쳤다. 그들은 무질서하게 날지 않았다. 먼저 둥글게 모였다. 검은 원이 그의 몸 주변에서 빠르게 돌았다. 알루카드는 그 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새들이 완전히 흩어지기 전에 중심을 치면 된다.

그 판단은 조금 빨랐다.

까마귀들은 방어막이 아니었다. 칼끝이 그 원에 닿기 전, 새들이 일제히 바깥으로 터졌다. 깃털과 부리와 발톱이 칼날의 거리 안쪽으로 쏟아졌다. 알루카드는 얼굴을 가렸지만 늦었다. 발톱 하나가 손등을 찢었고, 다른 하나가 망토를 잡아당겼다. 시야가 검게 덮였다. Karasuman의 본체는 그 틈에 위로 떠올랐다.

다음 순간, 깃털들이 칼이 되어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바닥을 굴렀다. 첫 줄은 피했다. 두 번째 줄이 Walk Armor의 허벅지 부분을 때렸다. 금속 표면에 검은 깃털이 박혔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상처는 얕았지만 움직임이 끊겼다. 그는 한쪽 손으로 바닥을 짚고 바로 일어섰다. Karasuman은 방 오른쪽 위에 떠 있었다. 날개를 천천히 치며, 다음 무리를 부르고 있었다.

반복은 분명했다.

까마귀를 모은다. 흩뿌린다. 그 사이 깃털 칼날을 떨어뜨린다. 가까이 붙으면 위로 빠지고, 멀어지면 무리를 보낸다. Karasuman의 몸은 큰 편이지만 공중에 오래 머문다. 바닥의 전장은 좁고, 위쪽 공간은 그의 것이다.

알루카드는 숨을 낮췄다.

공중을 빼앗아야 한다.

Clock Tower 구석에서 공격을 받는 Karasuman - PortForward
Clock Tower 구석에서 공격을 받는 Karasuman - PortForward

그는 박쥐가 되었다. 하지만 높이 치솟지 않았다. Karasuman은 날개 달린 적이다. 단순히 높이 따라가면 그가 더 익숙한 곳에서 싸우게 된다. 알루카드는 바닥 가까이 낮게 날며 방 중앙을 가로질렀다. 까마귀 떼가 내려왔다. 그는 작은 몸으로 그 사이를 통과했다. 날개 끝이 몇 번 긁혔다. 통증은 인간의 팔과 다른 곳에서 왔다.

Karasuman이 몸을 낮췄다.

그는 알루카드가 박쥐로 접근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긴 팔이 옆으로 휘어졌다. 깃털이 창처럼 세워졌다. 알루카드는 바로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박쥐의 몸으로 짧게 위로 튀어, 그 팔의 궤적을 넘었다. 그리고 불을 뱉었다.

새로 얻은 Fire of Bat가 어둠 속에서 터졌다.

불덩이는 Karasuman의 가슴을 정면으로 때리지는 못했다. 그는 날개를 접어 옆으로 비틀었다. 그러나 불은 까마귀의 무리를 갈랐다. 몇 마리가 타오르며 떨어졌다. 그 순간 Karasuman의 왼쪽이 비었다. 알루카드는 인간으로 돌아오며 첫 도약을 밟았다. Leap Stone의 두 번째 박자가 공중에 열렸다. 그는 그 박자를 딛고 Karasuman의 아래까지 올라갔다.

Gladius가 날개 밑을 베었다.

검은 깃털이 쏟아졌다. Karasuman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방 전체의 까마귀들이 울었다. 그 울음이 벽을 때리고 돌아와 귀를 찔렀다. 알루카드는 착지하려 했으나, 소리가 방향을 흐렸다. 바닥이 한순간 늦게 보였다. 착지 지점이 난간 쪽으로 밀렸다.

그는 발을 딛자마자 뒤로 물러났다.

한 발만 더 나갔으면 아래였다.

Karasuman의 패턴이 바뀌었다.

그는 더 이상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짧게 내려와 깃털 창을 뿌리고, 다시 위로 떠올랐다. 까마귀들은 원을 만들지 않고 방 한쪽에 모였다가 한 줄의 검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알루카드는 첫 파도를 뛰어넘었다. 두 번째 파도는 낮게 왔다. 그는 착지하자마자 몸을 숙였다. 부리들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세 번째 파도는 위와 아래가 동시에 닫히듯 왔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그는 Form of Mist를 썼다.

몸이 흐려졌다. 까마귀들이 그가 있던 자리를 통과했다. 발톱과 부리가 안개를 붙잡지 못하고 허공을 찢었다. 그러나 짧은 안개 뒤, 몸이 돌아오는 순간 무릎이 조금 꺾였다. 힘이 빠졌다. Karasuman은 그것을 보았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음 깃털 칼날들이 곧장 그 지점을 향해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굴러 피하지 않았다.

굴러가면 난간이다. 그는 손목의 통증을 무시하고 검을 세웠다. 첫 깃털은 검면으로 흘렸다. 두 번째는 어깨를 스쳤다. 세 번째는 왼손으로 잡지 않고 몸을 틀어 지나가게 했다. 깃털 칼날이 바닥에 박히는 순간, 그 주변의 돌이 아주 작게 깨졌다. 단순한 깃털이 아니다. 이 적은 자신의 무리를 무기로, 깃털을 칼로, 울음을 방향으로 쓴다.

빈틈은 명령 뒤에 있었다.

Karasuman이 까마귀를 부를 때, 날개는 크게 벌어진다. 그때 가슴과 목 아래가 열린다. 그러나 그 순간에 가까이 들어가면 까마귀의 폭발을 맞는다. 그렇다면 부르는 순간이 아니라, 부른 직후. 새들이 흩어지고 본체가 다음 높이로 올라가기 전, 날개가 다시 접히는 아주 짧은 사이.

알루카드는 방 중앙에 섰다.

Karasuman이 다시 팔을 들었다. 까마귀들이 천장과 벽에서 모여들었다. 검은 원이 만들어졌다. 알루카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첫 실수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원이 충분히 커졌다. Karasuman의 깃털들이 떨렸다.

흩어진다.

그 순간 알루카드는 앞으로 달리지 않았다. 위로 뛰었다.

까마귀들이 바깥으로 터지는 아래쪽을 지나, 그는 Leap Stone의 두 번째 박자로 원의 위를 넘었다. 날개들이 발밑을 찢고 지나갔다. 몇 마리는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 늦었다. Karasuman의 날개가 아직 완전히 접히지 않은 순간이었다. 알루카드는 공중에서 Mormegil을 뽑았다.

검은 칼날이 내려왔다.

첫 베기는 어깨. 두 번째는 날개뼈. 세 번째는 목 아래였다. Mormegil은 깃털과 살을 함께 삼켰다. Karasuman이 몸을 뒤틀었다. 검은 피가 아니라, 어두운 먼지와 금빛 장식 조각이 흩어졌다. 그는 알루카드를 밀어내기 위해 날개를 크게 쳤다. 바람이 방 중앙을 휩쓸었다. 알루카드의 몸이 뒤로 밀렸다.

아래는 난간.

그는 공중에서 박쥐가 되었다. 바람을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고 옆으로 흘렸다. 작은 몸은 벽 가까이까지 밀렸다가, 거기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발이 벽면의 좁은 돌출부를 밟았다. 오래 버틸 수 없는 자리였다. Karasuman은 상처 입은 날개를 끌어올리며 마지막 무리를 불렀다.

이번에는 까마귀가 많지 않았다.

대신 남은 까마귀들이 서로 겹쳤다. 하나의 커다란 검은 창처럼 뭉치더니, 알루카드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왔다. 처음 보는 공격이었다. Karasuman이 약해질수록 무리는 더 단순해지고 더 거칠어졌다. 넓게 압박하던 공격이 한 점을 뚫는 형태로 변했다.

푸른 빛 속에서 무너지는 Karasuman - PortForward
푸른 빛 속에서 무너지는 Karasuman - PortForward

알루카드는 그 창을 바라보았다.

피하려면 오른쪽. 그러나 오른쪽은 벽이고, 박쥐로 변해 빠져나가기엔 시작이 늦었다. 안개가 되면 통과할 수 있겠지만, 직후 Karasuman의 본체가 내려오면 몸이 돌아오는 순간을 찔릴 것이다.

그는 Mormegil을 거두고 Gladius를 뽑았다.

짧은 검. 빠른 검.

까마귀 창이 다가왔다. 검은 부리와 깃털과 발톱이 하나의 점처럼 모였다. 알루카드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 너무 일찍 베면 무리가 갈라져 양쪽에서 물고, 너무 늦으면 가슴이 뚫린다. 숨 하나. 반 숨. 날개의 냄새가 코앞에 닿았다.

그는 검을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 올렸다.

칼날이 까마귀 창의 중심을 갈랐다. 무리가 둘로 쪼개졌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검은 물결이 지나갔다. 발톱 몇 개가 팔과 어깨를 긁었지만, 중심은 열렸다. 그 틈 너머에서 Karasuman이 내려오고 있었다. 본체가 직접 끝내려는 움직임. 상처 입은 날개 때문에 속도가 조금 느렸다.

그 느림이 전부였다.

알루카드는 벽을 박찼다. 첫 도약. 그리고 공중의 두 번째 박자. 그는 Karasuman의 내려오는 궤적을 정면으로 맞았다. 깃털 창이 그의 옆구리를 향해 뻗었다. 알루카드는 몸을 비틀어 깊이를 줄였다. 깃털 끝이 Walk Armor에 박혔다.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Gladius가 먼저 닿았다.

칼끝은 Karasuman의 가슴 아래, 금빛 장식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갔다. 알루카드는 손목을 꺾지 않았다. 몸 전체를 밀었다. Karasuman의 하강과 자신의 도약이 한 점에서 부딪혔다. 칼날이 더 깊이 들어갔다.

Karasuman의 울음이 끊겼다.

까마귀들도 동시에 조용해졌다.

두 몸은 거의 함께 떨어졌다. 알루카드는 착지하며 검을 뽑고 옆으로 굴렀다. Karasuman은 방 중앙에 무릎부터 떨어졌다. 날개가 한 번 크게 펼쳐졌다가, 힘을 잃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검은 깃털들이 천천히 떨어졌다. 이번에는 칼날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그냥 깃털이었다. 죽은 새의 몸에서 떨어지는 가벼운 것들.

Karasuman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었다.

눈 안쪽에 남아 있던 조롱은 사라지고, 아주 짧은 공허만 남았다. 그는 부리처럼 굳은 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몸이 안쪽에서부터 무너졌다. 깃털이 먼저 먼지가 되었고, 금빛 장식들이 바닥에 떨어져 작은 소리를 냈다. 그 뒤로 살과 뼈의 윤곽이 어둠에 녹았다.

방은 넓어졌다.

적이 사라져서가 아니었다. 방 전체를 채우던 명령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까마귀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몇 마리는 천장 가까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도 날지 않았다. 주인이 죽은 무리는 잠깐 새가 된다. 그리고 곧 성의 어둠으로 돌아간다.

중앙에 생명의 빛이 떠올랐다.

알루카드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폐가 깊어지고, 상처의 열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나 피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손등의 긁힌 자국, 어깨의 긴 상처, Walk Armor의 찢긴 표면은 그대로였다. 보상은 전투를 없던 일로 만들지 않는다. 다만 다음 방까지 걸어갈 만큼의 숨을 더 준다.

왼쪽 문이 낮게 열렸다.

문 너머에서는 톱니 소리가 훨씬 작았다. 대신 멀리서 바람이 들어왔다. Castle Keep으로 이어지는 높은 공기. 그러나 그 바람 속에는 또 다른 냄새가 아주 얇게 섞여 있었다. 피도 향수도 아니었다. 꽃. 오래전에 꺾여 책갈피 사이에 눌린 꽃의 냄새. 살아 있는 정원이 아니라 기억 속에 남은 방의 냄새.

알루카드는 문턱을 넘기 전, 뒤를 돌아보았다.

Clock Tower는 다시 자기 소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톱니가 맞물리고, 추가 흔들리고, 벽속 장치들이 서로를 밀었다. 방금 죽은 까마귀의 군주는 이미 이 장소의 한 부품처럼 조용해졌다. 성은 패배한 자를 오래 애도하지 않는다. 다만 그 흔적을 벽의 얼룩이나 바닥의 흠집으로 남긴다.

그는 검을 닦아 넣었다.

Mormegil은 다시 망토 안쪽에서 빛을 삼켰고, Gladius는 손에 남은 까마귀의 떨림을 천천히 잃었다. Soul of Bat는 어깨뼈 사이에 낮게 가라앉았고, Echo of Bat는 여전히 벽속의 빈 공간을 더듬고 있었다. Fire of Bat는 그 아래, 작은 불씨처럼 남아 있었다.

알루카드는 열린 문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까마귀 깃털 하나가 늦게 떨어졌다. 바닥에 닿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쪽, 아직 닿지 않은 성의 어딘가에서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 같은 것이 스쳤다. 부르는 소리인지, 꿈이 먼저 새어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꽃 냄새는 점점 선명해졌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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