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3화] 까마귀가 시간을 가리는 곳

쇠가 쇠를 씹는 소리가 난간 아래의 어둠에서 쉬지 않고 올라왔다.

알루카드는 벽 안쪽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흉갑을 얇게 긁는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성의 다른 구역이 물을 흘리거나 죽은 자의 목구멍으로 숨을 쉬었다면, Clock Tower는 모든 순간을 이빨 사이에 넣고 잘게 부수고 있었다. 서로 다른 크기의 톱니들이 어긋난 박자로 맞물릴 때마다 돌가루와 오래된 기름 냄새가 찬 바람에 섞였다.

Olrox의 방을 채웠던 향수와 포도주의 기운은 여기까지 따라오지 못했다. 벽마다 창문이라 부르기 어려운 틈이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들어온 밤은 별도 구름도 보여 주지 않은 채 기계 사이의 또 다른 벽처럼 눌려 있었다. 알루카드는 한 손을 허리에 둔 채, 움직이는 발판과 그 아래 맞물린 거대한 이빨들의 속도를 먼저 눈에 담았다.

톱니 위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고개를 틀었다. 지나치게 또렷한 눈이 그의 손목을 좇았고, 새가 날개를 펴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수십 마리도 동시에 몸을 떼었다. 첫 번째 무리는 얼굴 앞을 스쳐 시야를 자르고, 낮게 파고든 다음 무리는 목과 손을 노렸다. 공격의 목적은 살을 뜯는 데만 있지 않았다. 새들은 부리와 발톱으로 조금씩 방향을 밀어, 침입자의 발을 움직이는 금속판 가장자리로 몰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옆으로 반 걸음 미끄러졌다. 손에 익은 짧은 날이 검은 깃털 사이를 가르자 피 대신 먼지 같은 어둠이 흩어졌다. 죽은 새의 몸은 바닥에 닿기 전에 찢어진 천처럼 풀렸지만, 나머지는 망설이지 않고 빈자리를 채웠다.

첫 발판이 벽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그는 금속 가장자리를 박차고 낮은 판으로 건너갔다. 아래에서 거대한 톱니가 솟아오르며 서로의 이빨을 맞물렸다. 첫 도약으로 그 위를 피하고, 허공의 두 번째 박자를 밟아 높은 난간에 손을 걸었을 때 까마귀 한 마리가 망토 끝을 물었다. 그는 돌아보는 대신 왼손으로 천을 접어 당겼다. 부리에서 빠져나간 망토가 몸 가까이 감기는 동안, 올라간 칼끝이 균형을 잃은 새를 조용히 갈랐다.

위쪽 통로의 벽에는 작은 톱니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멈춘 것도 있었고 헛도는 것도 있었으며, 표면에는 오래된 타격 자국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알루카드는 가장 가까운 톱니를 검등으로 가볍게 쳤다. 둔한 울림이 두 번 벽에 먹혔고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맑고 얇은 금속음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아주 먼 곳에서 잠겨 있던 장치 하나가 움직였다.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없었지만 Echo of Bat가 귀 안쪽에서 반응하며 소리가 지나간 빈 통로를 그렸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벽 속의 다른 장치들을 찾아 박자를 맞췄다. 이 성의 길은 때때로 눈보다 귀에 먼저 열렸다.

통로가 끊긴 곳에서 알루카드는 작은 밤의 몸으로 접혔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기계의 열기는 날개를 예상보다 크게 들어 올렸고, 톱니가 밀어낸 바람은 반대편 벽으로 몸을 떠밀었다. 힘으로 버티면 오히려 궤도가 벌어졌다. 그는 뜨거운 상승류와 차가운 외풍이 만나는 얇은 경계를 골라 낮게 날았다.

Clock Tower의 기둥 복도를 지나 Karasuman에게 향하는 Alucard - PortForward
Clock Tower의 기둥 복도를 지나 Karasuman에게 향하는 Alucard - PortForward

수직 샤프트 안에는 머리만 남은 괴물들이 물결 같은 궤도로 떠다녔다. 뱀으로 뒤엉킨 머리카락이 금속을 긁는 듯한 소리를 냈고, 돌처럼 차가운 눈이 작은 날개의 움직임을 좇았다. 첫 번째는 아래로 흘려보냈지만 두 번째가 예상보다 깊이 휘어 들어왔다. 박쥐의 몸으로는 검을 쓸 수 없었다.

알루카드는 허공에서 인간으로 돌아왔다. 무게가 생기며 곧바로 낙하가 시작되었고, 그 짧은 순간 뽑힌 칼이 뱀 머리카락과 얼굴을 한 번에 갈랐다. 바닥 없는 어둠이 발밑을 당기기 전에 다시 날개를 얻자 낙하의 힘이 어깨뼈 사이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오른쪽의 작은 방에서 붉은 빛이 흔들렸다. 그 안에 떠 있는 불꽃은 주위를 태우지 않았지만, 가까이 갈수록 날개 안쪽을 달궜다. 알루카드는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서 손을 내밀었다. Fire of Bat가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자 밤의 몸이 있던 자리에 뜨거운 길 하나가 열렸다.

어둠으로 방향을 찾는 몸과 어둠을 밀어내는 불은 쉽게 어울리지 않았다. 두 성질이 어깨 뒤에서 잠시 부딪치자 방의 촛불이 그의 호흡에 맞춰 길게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손가락 끝에 아무 상처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다시 기계의 소음 속으로 나왔다.

벽에 박힌 톱니들을 더 찾아 울림을 바꾸는 동안 Harpy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왔다. 사람의 얼굴을 흉내 낸 날개 달린 적은 발판 위의 공간을 차지한 채 웃었고, 알루카드가 뛰어오르는 순간을 기다려 발톱을 아래로 굽혔다. 첫 공격을 늦게 읽은 탓에 어깨의 금속 표면이 길게 긁혔다. 자세가 틀어지며 발이 허공으로 밀렸고, 아래에서는 맞물린 이빨들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벽의 작은 돌출부를 붙잡았다. 기름과 먼지 때문에 손끝이 미끄러지는 사이 Harpy가 다시 내려오자, 버티려 하지 않고 스스로 몸을 놓았다. 추락하던 형체가 박쥐로 접히면서 발톱은 빈 공기를 움켜쥐었다. 작은 몸은 도망치는 대신 적의 아래로 파고들어 처음으로 불을 뱉었다.

새 힘은 곧게 나가지 못하고 흔들렸으나, 날개 끝을 태우기에는 충분했다. 깃털 냄새와 비명이 퍼지고 Harpy의 몸이 기울자 알루카드는 인간의 무게를 되찾으며 아래로 날을 세웠다. 어깨와 가슴 사이가 갈라진 적은 움직이는 발판에 떨어졌다가 판이 벽 안으로 들어가면서 톱니 소리 속으로 사라졌다.

착지한 뒤 숨은 반 박자 늦게 돌아왔다. 입 안에는 피 대신 재 맛이 남았다. 그는 길게 호흡하지 않고 다음 발판의 속도를 확인한 뒤 앞으로 나아갔다.

더 깊은 통로에는 긴 검을 든 Sword Lord들이 서 있었다. 낡은 갑옷 안에 몸이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생전에 익힌 찌르기의 거리를 죽은 뒤에도 잊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첫 번째 공격을 옆으로 흘리고 팔꿈치의 연결부와 목을 이어 베었다. 투구와 몸이 차례로 무너졌는데도 손에 들려 있던 무기만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까마귀 날개를 펼친 Karasuman과 마주 선 Alucard - PortForward
까마귀 날개를 펼친 Karasuman과 마주 선 Alucard - PortForward

칼자루 주위에 희미한 그림자가 감기더니, 주인을 잃은 날이 스스로 방향을 바꿔 그의 가슴을 노렸다. 손목도 눈도 없는 무기는 속임수에 놀라지 않았고, 밀어붙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더 무거운 검을 꺼냈으나 정면으로 부딪치지는 않았다. 떠 있는 날이 옆으로 지나가는 순간 반 걸음 안으로 파고들어 중심을 위에서 눌렀다.

두 금속이 만났지만 맑은 소리는 나지 않았다. 빛을 삼키는 검 아래에서 둔한 파열음이 일고, Vandal Sword는 바닥에 떨어져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곧바로 무거운 칼날을 거두었다. 강한 답이라 해도 모든 질문에 반복하면 손목과 판단부터 느려지는 법이었다.

통로 끝에서는 거대한 쇠추들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뒤쪽 톱니와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 눈으로는 건널 수 있을 듯하다가도 귀로 들으면 늘 한 순간이 모자랐다. 알루카드는 파문이 그리는 궤적을 들은 뒤 첫 번째 추의 뒤를 따라 뛰었다. 두 번째가 머리카락을 흔들며 지나갔고, 늦게 오는 척하던 세 번째 앞에서는 Medusa Head 하나가 떠올라 시야를 가렸다.

적을 베기 위해 멈추면 쇳덩이가 돌아온다. 그는 작은 날개로 머리 아래를 빠져나간 뒤 반대편 발판 위에서 인간의 모습을 되찾았다. 바로 뒤에서 추가 벽을 때렸고, 돌가루가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낮은 문 하나가 드러났다.

문 너머의 공기에는 흩어진 새 떼가 아니라 명령을 기다리는 군대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알루카드는 빈 왼손을 한 번 접었다 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투실은 천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고, 양쪽 벽의 기계 장치와 부서진 장식이 한 몸처럼 얽혀 있었다. 중앙으로 갈수록 바닥이 낮아졌으며, 깨진 난간 너머에서는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곳에서 밀리면 벽에 부딪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알루카드가 중앙에 다다랐을 때 검은 깃털 하나가 천장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닿기 직전 금속 조각처럼 방향을 바꾼 그것은 그의 뺨을 스치고 벽에 박혀 얇은 금을 냈다. 이어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며 Karasuman이 어둠에서 내려왔다.

까마귀와 인간의 형상을 뒤섞은 몸에는 금빛 장식이 남아 있었고, 부리를 닮은 얼굴에는 오만한 조롱이 걸려 있었다. 그가 팔을 들어 올리자 벽과 천장, 난간 아래에 숨어 있던 까마귀들이 일제히 솟아 검은 원을 만들었다. 알루카드는 무리가 흩어지기 전에 중심을 치려 달려들었다.

판단은 빨랐지만 틀렸다. 까마귀들은 주인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었다. 칼끝이 닿기 전 원 전체가 바깥으로 폭발하면서 부리와 발톱이 무기의 거리 안쪽을 메웠다. 손등이 찢기고 망토가 뒤로 당겨지는 사이 Karasuman은 위로 떠올랐으며, 그의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들이 칼날처럼 몸을 세웠다.

첫 줄을 굴러 피했으나 두 번째가 허벅지의 갑옷에 박혔다. 움직임이 끊기는 순간에도 알루카드는 바닥을 짚고 일어나 적이 다음 무리를 부르는 위치를 확인했다. 까마귀를 둥글게 모은 뒤 바깥으로 터뜨리고, 가려진 시야 위로 깃털을 떨어뜨린다. 가까이 붙으면 높은 곳으로 빠지고, 거리를 두면 무리로 퇴로를 좁힌다. 좁은 바닥은 침입자의 것이지만 넓은 공중은 처음부터 Karasuman의 전장이었다.

Clock Tower 구석에서 공격을 받는 Karasuman - PortForward
Clock Tower 구석에서 공격을 받는 Karasuman - PortForward

알루카드는 그 공중을 정면으로 빼앗으려 하지 않았다. 박쥐가 되어 바닥 가까이 방을 가로지르자 까마귀 떼가 검은 물결처럼 내려왔다. 작은 몸은 새들 사이의 틈을 통과했고, 몇 개의 발톱이 날개 끝을 긁었다. Karasuman은 바로 그 접근을 기다렸다는 듯 몸을 낮추어 긴 팔의 깃털을 창처럼 세웠다.

알루카드는 위로 짧게 솟아 팔의 궤적을 넘으며 불을 뱉었다. 불덩어리는 본체를 비껴갔지만 왼쪽에 모여 있던 까마귀들을 갈랐다. 무리가 타오르며 생긴 빈 공간으로 인간의 몸을 되찾은 그는 두 번의 도약을 이어 적의 아래까지 올라가 날개 밑을 베었다.

검은 깃털이 쏟아지고 방 안의 모든 까마귀가 한꺼번에 울었다. 벽을 때리고 돌아온 소리가 방향을 흐리면서 착지 지점이 난간 쪽으로 밀렸다. 알루카드는 발끝이 닿자마자 뒤로 물러났다. 한 걸음만 더 나갔다면 톱니가 있는 어둠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상처 입은 Karasuman은 공격의 형태를 바꾸었다. 한곳에서 무리를 모으지 않고 짧게 내려와 깃털 창을 뿌린 뒤 다시 높이 떠올랐다. 까마귀들은 방 한쪽에 겹쳐졌다가 한 줄의 파도처럼 밀려왔다. 첫 파도는 뛰어넘고 두 번째 아래로 몸을 낮췄지만, 세 번째는 위와 아래를 동시에 닫았다.

알루카드는 안개가 되어 그 사이를 통과했다. 부리와 발톱은 흩어진 형체를 붙들지 못했으나, 몸이 돌아온 순간 무릎이 꺾이며 힘이 빠졌다. Karasuman은 그 짧은 약화를 놓치지 않고 깃털 칼날을 같은 지점에 집중시켰다.

굴러 피하면 난간이었다. 그는 선 채로 첫 칼날을 검면에서 흘리고, 두 번째에는 어깨의 천을 조금 내주었다. 세 번째는 몸을 틀어 옆으로 보냈다. 바닥에 박힌 깃털 주위로 돌이 갈라지는 것을 보며, 알루카드는 공격보다 명령하는 순간을 다시 생각했다.

까마귀를 부를 때 Karasuman의 날개는 크게 벌어져 가슴과 목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때 들어가면 처음처럼 폭발하는 무리를 맞는다. 빈틈은 새들이 흩어진 직후, 본체가 다음 높이로 올라가기 위해 날개를 접는 찰나에 있었다.

알루카드는 방 중앙에 서서 첫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기다렸다. Karasuman이 팔을 들자 천장과 벽에서 까마귀들이 모여 검은 원을 만들었다. 원이 충분히 부풀어 바깥으로 터지는 순간, 그는 앞으로 달리는 대신 두 번의 도약으로 그 위를 넘었다. 날개와 부리가 발밑에서 서로 뒤엉켰고, 방향을 바꾸려는 몇 마리는 이미 늦었다.

Karasuman의 날개가 아직 접히지 않은 틈으로 어둠을 머금은 무거운 칼날이 내려갔다. 어깨와 날개뼈, 목 아래가 하나의 궤적으로 갈라졌다. 적이 날개를 크게 쳐 몸을 밀어내자 알루카드는 작은 박쥐로 바뀌어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옆으로 흘렸다. 벽 가까이 밀려난 뒤 좁은 돌출부에서 인간의 발을 되찾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는 자리였다.

푸른 빛 속에서 무너지는 Karasuman - PortForward
푸른 빛 속에서 무너지는 Karasuman - PortForward

Karasuman은 남은 까마귀들을 서로 겹쳐 하나의 거대한 창으로 만들었다. 약해질수록 넓게 압박하던 지배는 한 점을 뚫는 거친 공격으로 바뀌었다. 오른쪽은 벽에 막혔고 변신으로 피하기에는 시작이 늦었다. 안개로 통과하면 몸이 돌아오는 자리를 본체가 덮칠 터였다.

알루카드는 무거운 검을 거두고 빠른 칼을 다시 들었다. 부리와 깃털, 발톱이 하나의 검은 점으로 다가오는 동안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너무 일찍 치면 무리가 양쪽으로 갈라져 다시 물고, 너무 늦으면 가슴이 뚫린다. 날개 냄새가 얼굴에 닿는 거리에서 그는 아래로부터 짧은 호를 그렸다.

까마귀 창이 중심부터 둘로 갈라져 양옆을 스쳤다. 팔과 어깨에 몇 줄의 상처가 생겼으나 가운데 길은 열렸다. 그 너머에서 Karasuman이 상처 입은 날개를 끌며 직접 내려오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벽을 박차고 허공의 두 번째 발판까지 이어 밟았다. 깃털 창 하나가 옆구리의 금속을 찢었지만 몸을 비트는 데 그쳤다. 서로 반대되는 하강과 도약이 한 점에서 만나는 순간, 짧은 칼끝이 금빛 장식 아래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갔다. 그는 손목으로 찌르지 않고 온몸의 전진을 실어 날을 더 깊이 밀었다.

Karasuman의 울음이 끊기자 방을 채웠던 까마귀들도 동시에 조용해졌다. 두 몸이 거의 함께 떨어졌고, 알루카드는 착지하며 옆으로 굴러 칼을 뽑았다. 적은 중앙에 무릎부터 부딪친 뒤 날개를 한 번 크게 펼쳤다. 그 뒤로 떨어진 깃털들은 더 이상 돌을 가르는 무기가 아니라 죽은 새에게서 빠지는 가벼운 흔적일 뿐이었다.

부리를 닮은 입이 마지막으로 열렸으나 아무 명령도 나오지 않았다. 깃털이 먼저 먼지가 되고 금빛 장식이 바닥에 작은 소리를 남긴 뒤, 살과 뼈의 윤곽도 어둠에 녹았다. 주인을 잃은 까마귀 몇 마리는 천장 가까이 머물다가 흩어졌다. 명령이 사라진 짧은 동안만 그들은 다시 새가 되었다.

중앙에 떠오른 생명의 빛이 상처의 열을 가라앉히고 숨을 조금 길게 만들었다. 찢어진 갑옷과 손등의 상처는 그대로였지만 다음 방까지 걸을 힘은 돌아왔다. 왼쪽 문이 열리며 톱니 소리가 옅어지고 높은 곳의 찬 바람이 들어왔다.

그 바람에는 오래전에 꺾어 책갈피 사이에 눌러 둔 꽃의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살아 있는 정원의 향이 아니라, 누군가 잃어버린 방을 기억하며 만든 냄새였다.

알루카드는 무기를 닦아 거둔 뒤 열린 문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검은 깃털 하나가 늦게 떨어졌으나 바닥에 닿는 소리는 톱니에 삼켜졌다. 앞쪽에서는 아주 부드러운 여인의 목소리가 이름 없는 꿈의 경계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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