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2화] 피의 분수와 잔을 내려놓은 흡혈귀

손끝이 먼저 사라졌다.

알루카드는 Long Library 깊은 곳, 오래전에 돌아서야 했던 그 창살 앞에 서 있었다. 촘촘한 쇠줄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고, 그 너머의 방은 책 냄새보다 더 얇은 밤 냄새를 품고 있었다. 예전에는 몸이 지나갈 수 없는 간격이었다. 검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망토 끝조차 걸릴 듯한 틈. 성은 그때 길을 보여 주고도 몸을 돌리게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숨을 멈추지 않았다. Form of Mist의 감각은 이제 완전히 낯설지 않았다. 뼈와 살의 경계를 늦추는 일, 옷과 검과 그림자까지 한순간 느슨하게 풀어 놓는 일. 너무 오래 머물면 몸 안의 힘이 빠져나가지만, 이 창살을 통과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왼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흐려졌다. 장갑의 검은 가죽이 연기처럼 풀렸고, 손목과 팔꿈치, 어깨가 차례로 형태를 잃었다.

쇠창살의 냉기가 몸 전체를 통과했다.

살이 찢기지 않았다. 금속이 옷감을 잡아당기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이라는 윤곽이 아주 얇은 천처럼 찢어졌다가, 창살 너머에서 다시 맞물렸다. 알루카드는 한쪽 무릎을 살짝 굽히며 몸을 되찾았다.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무게가 돌아왔다. 검도, 망토도, Walk Armor의 낮은 압박도 다시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손을 쥐었다 폈다.

손가락은 손가락이었다. 그러나 창살은 이제 뒤에 있었다.

작은 방 안쪽에는 푸른 어둠이 떠 있었다. 불꽃처럼 흔들리지만 빛을 내지 않았고, 보석처럼 맺혀 있지만 단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접힌 날개의 형상을 잠시 만들었다가, 다시 둥근 그림자로 돌아갔다. 책장 사이에서 숨죽인 박쥐들이 한꺼번에 귀를 세운 듯한 감각이 방 안에 번졌다.

알루카드는 손을 뻗었다.

유물은 손바닥에 닿기 전에 먼저 그의 그림자를 건드렸다. 바닥에 길게 놓여 있던 그림자의 끝이 가늘게 갈라졌다. 그 갈라짐은 불쾌하지 않았다. 몸이 더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칙으로 접히는 감각이었다. 어깨뼈 사이가 순간적으로 뜨거워지고, 목덜미의 피부가 차갑게 당겨졌다. 시야가 낮아졌다가 높아지는 듯했고, 소리가 눈보다 먼저 방의 크기를 알려 왔다.

Soul of Bat.

이름은 날갯짓처럼 몸 안쪽에서 퍼졌다.

알루카드는 벽을 짚었다. 새 힘이 들어오는 순간은 늘 조용하지 않다. Jewel of Open은 문을 알아보게 했고, Leap Stone은 공중의 두 번째 박자를 알려 주었다. Holy Symbol은 물의 적의를 밀어냈고, Form of Mist는 몸의 경계를 풀었다. 이번 것은 더 오래된 감각이었다. 밤하늘을 아래에서 바라보는 몸이 아니라, 밤하늘 속에서 방향을 고르는 몸.

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음 순간, 그의 몸이 접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없었다. 살이 줄어드는 고통도 없었다. 다만 망토의 검은 면이 먼저 넓어졌다가, 두 장의 날개처럼 좁아졌다. 팔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각도로 접혔다. 검의 무게는 그와 함께 희미해졌고, Walk Armor의 금속성 압박도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의 발이 닿던 바닥이 멀어졌다. 책상 다리와 촛대, 떨어진 책장의 모서리가 갑자기 지나치게 커 보였다.

천장 가까이의 먼지가 선명했다.

알루카드는 날갯짓했다.

처음은 매끄럽지 않았다. 몸이 가볍다는 사실을 늦게 믿은 탓에, 그는 벽 가까이로 기울었다. 날개 끝이 책장 모서리를 스쳤고, 마른 종이 몇 장이 흩어졌다. 그는 바로 자세를 낮추었다. 박쥐의 몸은 인간의 팔처럼 힘으로 방향을 고르지 않는다. 공기의 얇은 틈을 읽고, 아주 작은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가 다시 거두어야 했다.

두 번째 날갯짓은 더 나았다.

그는 방을 한 바퀴 돌았다. 소리가 달랐다. 발소리 대신 아주 짧은 파문들이 귀 안쪽에서 벽을 그렸다. 촛불의 열, 책장의 빈틈, 창살 너머로 흐르는 차가운 길. 보는 것보다 먼저 듣는 세계. 그러나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어둠이 너무 깊어지면 이 감각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어떤 방은 눈과 날개를 모두 속인다. 언젠가 그런 방이 기다리고 있음을 그는 이미 Catacombs의 가시 통로에서 보았다.

그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게가 어깨와 무릎으로 내려앉았다. 잠깐인데도 힘이 빠졌다. 새 힘은 언제나 길을 열면서 동시에 경고한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러나 더 멀리 간 몸도 결국 다시 피로해진다.

알루카드는 창살 너머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안개가 아니라 박쥐의 몸으로 잠깐 떠올라 낮은 틈을 지나왔다. 두 방식은 서로 달랐다. 안개는 붙잡히지 않는 몸이고, 박쥐는 붙잡히기 전에 방향을 바꾸는 몸이다. 성은 둘 다 요구할 것이다.

Long Library의 책들이 조용히 그를 지켜보았다.

노인의 방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동전 소리도,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도 없었다. 그러나 알루카드는 문을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은 거래의 방이 아니라 상층의 방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시체의 방을 떠난 뒤 처음 들려온 잔이 내려앉는 소리. 오래된 향수와 피에 섞인 포도주의 냄새. 그것은 무덤도, 폐광도, 짐승의 굴도 아니었다.

귀족의 방.

그는 장서고를 빠져나왔다.

성은 올라갈수록 더 환해지지 않았다. 아래의 묘지는 어둠으로 위협했고, 위의 복도는 빛으로 속였다. Marble Gallery의 대리석은 여전히 차갑게 번들거렸고, 중앙 시계방의 높은 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톱니가 느리게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알루카드는 잠시 그곳을 지났다. 예전에 Leap Stone을 얻기 전에는 닿지 않던 높이, Jewel of Open을 얻기 전에는 열리지 않던 푸른 문, Form of Mist를 얻기 전에는 철창에 막히던 틈이 모두 몸 안에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길은 더 이상 바닥 위에만 있지 않았다.

그는 시계방의 왼쪽 높은 통로를 따라 Olrox’s Quarters로 향했다. 예전에는 그 구역의 입구만 밟고 돌아서야 했다. 높이 열린 수직 공간, 천장에 뚫린 구멍,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던 검은 샤프트. 이제 그는 인간의 발로 가능한 곳까지 오른 뒤, 망토를 접듯 몸을 접었다.

날개가 펼쳐졌다.

Long Library에서 Soul of Bat를 얻는 Alucard - PortForward
Long Library에서 Soul of Bat를 얻는 Alucard - PortForward

이번에는 벽에 부딪히지 않았다. 그는 긴 수직 통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한 번의 날갯짓마다 벽면의 촛대가 아래로 내려갔다. 유리병이 놓인 좁은 난간, 오래된 약 냄새가 나는 작은 방, 부서진 장식 사이에 숨은 항아리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직 손에 익지 않은 비행은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너무 빨리 오르면 천장을 늦게 보고, 너무 느리게 오르면 날개가 피로를 먼저 배운다.

그는 중간 난간에 내려앉아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복도에는 Hammer와 Blade가 서 있었다.

두 거인은 서로 다른 무기를 든 채, 같은 침묵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나는 거대한 망치를 바닥에 늘어뜨리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긴 칼날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들의 갑옷은 장식이 아니라 무게였다. 걸을 때마다 금속이 속으로 울렸다. 알루카드가 발을 내딛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망치가 먼저 왔다.

바닥을 찍는 공격은 맞히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돌을 흔들어 다음 회피를 늦추려는 힘. 알루카드는 망치가 내려오기 직전 뒤로 뛰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면 Blade의 긴 칼날이 기다린다. 그는 앞으로 들어갔다. 망치 자루와 팔 사이의 좁은 공간, 거대한 적이 자기 힘을 회수하기 전 생기는 둔한 틈. Gladius가 그 틈으로 들어갔다.

금속 안쪽에서 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Hammer가 무릎을 꿇는 순간, Blade가 찔렀다. 알루카드는 Leap Stone의 박자로 공중에 올랐다. 첫 도약, 두 번째 도약. 칼끝이 그의 발밑을 지나가며 벽의 초상화를 찢었다. 그는 착지하면서 Blade의 어깨 뒤로 내려섰고, 검을 짧게 찔러 갑옷의 연결부를 끊었다. 거인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두 적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쓰러진 뒤에도 복도는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전투의 냄새보다 더 진한 향수 냄새를 품고 있었다. 피를 가리기 위해 향을 뿌린 곳. 아니, 피 냄새까지 향으로 삼는 곳. 알루카드는 Mormegil의 손잡이를 한 번 만졌다. 검은 검은 빛을 내지 않았다. 그것은 빛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했다.

조금 더 가자 공간이 갑자기 열렸다.

넓은 뜰 같은 방이었다. 천장은 높고, 뒤쪽 창문은 밤하늘을 길게 잘라 들였다. 중앙에는 분수가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천사상이 물동이를 기울이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맑은 물이 조용히 고여 있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알루카드가 몇 걸음 더 다가가자, 물 밑에서 어두운 색이 번졌다.

붉은색.

처음엔 천천히, 그 다음엔 숨을 들이쉬듯 빠르게. 맑은 물이 안쪽에서부터 피처럼 변해 갔다. 분수의 물줄기는 여전히 부드럽게 떨어졌으나, 바닥에 닿을 때 나는 소리는 물소리보다 더 무거워졌다. 천사상의 얼굴은 깨끗했고, 그 깨끗함 때문에 더 불길했다. 손끝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물이 날개 아래로 얇은 선을 만들었다.

알루카드는 분수 앞에서 멈추었다.

피 냄새는 아니었다. 진짜 피보다 더 오래된 모방. 살아 있는 자의 체온이 빠진 붉은 액체. 이 성은 때때로 상징과 시체를 구분하지 않는다. 신성한 형상은 물을 흘리고, 물은 피를 흉내 내며, 그 옆을 지나는 자는 어느 쪽이 더 모독인지 묻게 된다.

위쪽 왼편의 문이 그를 기다렸다.

그는 분수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뒤쪽에서 붉은 물이 계속 떨어졌다. 일정한 간격. 잔이 식탁에 닿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 소리를 따라가자, 복도는 좁아졌고 벽의 장식은 더 섬세해졌다. 부서진 성의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의 장식은 아직 누군가가 닦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초상화의 금박은 벗겨지지 않았고, 창틀의 먼지는 얇았다. 버려진 방이 아니라 기다리는 방이었다.

노란 문 앞에서 알루카드는 멈췄다.

안쪽에서는 아무런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문을 밀었다.

긴 식탁이 방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양쪽으로 놓인 의자들은 빈 얼굴처럼 등받이를 세우고 있었다. 촛대의 불꽃은 낮게 탔다. 창문은 길고 높았으며,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성인과 천사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색유리의 얼굴들은 빛을 받아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그들은 방 안에서 곧 벌어질 일을 이미 오래전부터 보고 있었던 듯했다.

식탁 끝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급히 일어나지 않았다. 놀란 기색도 없었다. 긴 의복은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고, 손가락은 잔의 목을 아주 가볍게 감싸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으나 썩어 있지 않았다. 눈은 살아 있는 사람의 눈보다 더 고요했다. 알루카드를 보는 시선에는 경계보다 먼저 예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예의는 손님을 맞는 것이 아니라 사냥감을 식탁 위에 올리기 전의 순서에 가까웠다.

반대편 끝에는 빈 의자가 있었다.

초대.

알루카드는 앉지 않았다.

그는 식탁 옆으로 걸었다. 발소리가 길게 뻗었다가 촛불 사이에서 사라졌다. 남자는 잔을 내려놓았다. 아주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시체의 방을 뒤로한 뒤 상층 어둠을 통해 내려온 바로 그 소리였다. 알루카드는 손을 Gladius가 아니라 Mormegil 쪽으로 옮겼다. 이 방의 공기는 빛보다 그림자에 가까웠고, 방 주인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칼날이 뽑혔다.

그 순간 남자가 사라졌다.

의자는 그대로였다. 잔도 그대로였다. 다만 앉아 있던 몸만, 촛불이 한 번 흔들리는 사이 방의 다른 쪽으로 옮겨 가 있었다. 알루카드는 몸을 돌리기 전에 발밑의 공기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바닥 아래에서 검은 기둥들이 솟아올랐다.

비명 같은 그림자였다.

그것들은 실제 기둥이 아니라, 바닥의 어둠이 위로 찢겨 올라오는 형상이었다. 알루카드는 뒤늦게 뛰었다. 첫 기둥은 피했지만, 두 번째가 Walk Armor의 옆구리를 스쳤다. 금속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가, 곧 뜨겁게 떨렸다. 그는 식탁 위에 올라서며 몸의 균형을 잡았다. 의자 몇 개가 뒤로 넘어졌다.

Olrox는 방 반대편 공중에 떠 있었다.

Olrox의 방에서 시작되는 흡혈귀 전투 - PortForward
Olrox의 방에서 시작되는 흡혈귀 전투 - PortForward

그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손끝에서 푸른 해골들이 태어났다. 해골들은 불꽃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마법이 죽음의 모양을 빌린 것처럼 보였다. 눈구멍 속에 작은 빛이 있었고, 턱은 소리 없이 벌어졌다. 그것들은 알루카드를 향해 곧장 날아오지 않았다. 천천히 원을 그리며 따라붙었다. 피하면 쫓고, 멈추면 좁혀 오는 공격.

그와 동시에 보랏빛 박쥐들이 소매 안쪽에서 쏟아졌다.

박쥐들은 자연의 박쥐처럼 날지 않았다. 날갯짓보다 주문에 매달려 움직였다. 너무 곧고, 너무 일정했다. 알루카드는 식탁 위를 달렸다. 해골 하나가 앞을 막자 Mormegil로 베었다. 검은 칼날이 푸른 빛을 삼켰지만, 곧 둔하게 멈췄다. 마치 같은 어둠끼리 서로를 알아보고도, 깊게 베어 내지는 못하는 느낌.

실수였다.

그는 Olrox의 첫 번째 모습을 잘못 읽었다. 이 흡혈귀의 마법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으로 몸을 두르고 있었다. Mormegil의 무게가 손목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알루카드는 검을 거두고 Gladius를 뽑았다. 짧고 익숙한 칼날. 화려하지 않지만, 거리와 박자를 속이지 않는 무기.

Olrox가 손을 들었다.

보라색 섬광이 손끝에서 뻗었다. 알루카드는 식탁 아래로 몸을 낮췄다. 섬광이 촛대를 날려 버렸다. 불꽃이 천 위로 떨어졌고, 흰 식탁보에 작은 불이 붙었다. 그러나 불길이 번지기도 전에 푸른 해골 하나가 그 불을 지나오며 색을 잃었다. 마법과 불이 서로를 먹는 냄새가 났다.

알루카드는 식탁 아래에서 나와 왼쪽으로 뛰었다.

Olrox는 가까이 붙으면 사라졌다. 멀어지면 소환했다. 방 중앙에 서 있으면 바닥의 그림자 기둥이 올라왔고, 벽 가까이로 몰리면 박쥐들이 퇴로를 막았다. 반복은 빠르지 않았으나 우아했다. 사냥을 서두르지 않는 자의 방식. 그는 손님에게 시간을 주듯 공격했고, 그 시간마다 방은 조금씩 Olrox의 쪽으로 기울었다.

알루카드는 첫 번째 해골을 베고, 두 번째는 몸을 낮춰 피했다. 세 번째가 뒤에서 턱을 벌렸다. 그는 Leap Stone으로 공중에 올라 촛대 위를 넘었다. 그러나 Olrox는 이미 그 위치를 보고 있었다. 바닥에서 어둠의 기둥이 아니라, 공중으로 향하는 보랏빛 파문이 날아왔다. 알루카드는 피하지 못했다. 충격이 가슴을 때렸다. Walk Armor가 울렸고, 그는 식탁 위로 떨어졌다.

접시가 깨졌다.

오래전부터 비어 있던 접시였다. 깨질 때 난 소리만은 살아 있는 식사의 것처럼 선명했다. 알루카드는 곧장 몸을 굴렸다. Olrox가 그가 쓰러진 자리에 다시 기둥을 올렸다. 식탁이 아래에서 찢기며 나무 조각이 튀었다. 그는 조각 사이로 손을 뻗어 촛대를 잡았다. 무기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몸을 끌어당겨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박쥐 떼가 지나갔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Gladius를 짧게 휘둘렀다. 박쥐 몇 마리가 검날에 닿아 보랏빛 먼지로 풀렸다. 해골 하나가 오른쪽에서 붙었다. 알루카드는 검끝으로 눈구멍을 찔렀다. 빛이 터지며 손등을 태웠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Olrox는 또 사라지려 했다.

이번에는 따라갔다.

흡혈귀가 사라지기 전, 촛불이 먼저 한 방향으로 눕는다. 공기 속의 향수 냄새가 아주 짧게 이동한다. 알루카드는 눈보다 코와 피부를 믿었다. Olrox의 몸이 방 오른쪽에 다시 생기는 순간, 그는 이미 그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웠다. Gladius가 처음으로 Olrox의 옷자락이 아니라 살에 닿았다.

창백한 손등이 갈라졌다.

Olrox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예의가 사라졌다.

그는 뒤로 떠오르며 손을 펼쳤다. 바닥 전체가 낮게 울렸다. 그림자 기둥들이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로 올라왔다. 알루카드는 그 사이의 틈을 보았다. 완전한 벽처럼 보이지만, 기둥과 기둥 사이에 아주 좁은 빈 공간이 있다. 그는 그쪽으로 들어갔다. 망토 끝이 어둠에 스쳐 얼어붙듯 굳었지만, 몸은 빠져나갔다. 해골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기둥에 부딪혀 부서졌다.

Olrox가 보랏빛 섬광을 쐈다.

알루카드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검을 세워 섬광의 중심을 흘렸다. 충격이 손목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왔다. 손가락이 저렸다. 그러나 빛의 방향이 반 박자 틀어졌다. 그 반 박자 안에서 알루카드는 들어갔다. 첫 베기는 팔. 두 번째는 가슴. 세 번째는 목 아래.

Gladius가 창백한 살을 갈랐다.

Olrox가 뒤로 물러났다. 피가 나왔다. 붉지 않았다. 너무 어두웠다. 마치 오래된 포도주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방 끝으로 내려앉았다. 촛불들이 동시에 낮아졌다. 박쥐도, 해골도, 그림자 기둥도 잠시 사라졌다.

알루카드는 검을 낮게 들었다.

끝이 아니었다.

Olrox의 어깨가 이상하게 부풀었다. 고요했던 얼굴이 안쪽에서 찢어졌다. 옷감이 먼저 터지고, 그 아래에서 인간의 형태가 더 이상 인간을 감당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길어지고, 팔은 굵어졌으며, 등뼈가 위로 솟았다. 입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벌어졌다. 창백한 피부 아래에서 녹색의 비늘 같은 살이 밀려 나왔다. 식탁 끝의 의자가 뒤로 밀려 넘어졌고, 스테인드글라스의 성인들이 깨진 빛 속에서 흔들렸다.

괴물이 일어섰다.

거대한 초록빛 도마뱀 같은 형상. 그러나 짐승이라고 부르기엔 눈 안쪽에 너무 오래된 지성이 남아 있었다. Olrox는 더 이상 공중을 우아하게 떠다니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으로 방의 절반을 덮었다.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돌이 울렸다. 긴 팔이 식탁을 후려쳤다. 나무가 한 번에 부서졌다. 접시와 촛대, 의자 조각들이 방 안을 날았다.

첫 공격은 주먹이었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피했다. 주먹은 그가 있던 자리를 지나 바닥을 쳤고, 충격이 발목을 흔들었다. 그는 바로 들어가 몸통을 베었다. Gladius의 칼날이 비늘 위를 지나갔다. 상처는 났지만 얕았다. 괴물의 몸통은 넓고 단단했다. 깊이 들어가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Olrox의 머리가 내려왔다. 입이 벌어졌다. 불꽃이 아니라 빛이 먼저 나왔다. 흰 선이 바닥을 훑었다. 알루카드는 그 선을 피하려 했지만, 빛은 그 자체로 그를 태우지 않았다. 다음 순간, 빛이 닿은 바닥이 폭발했다. 불길이 뒤늦게 솟구쳤다. 그는 폭발의 시간을 잘못 읽었다. 몸이 뒤로 밀려나고, Walk Armor의 다리 부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바닥을 굴렀다.

거대한 녹색 괴물로 변한 Olrox - PortForward
거대한 녹색 괴물로 변한 Olrox - PortForward

불길이 망토 끝을 물었다. 알루카드는 손으로 쳐내지 않고 몸을 한 번 더 굴려 껐다. 손을 쓰면 손가락이 늦어진다. 괴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긴 팔이 내려와 그를 찍으려 했다. 그는 박쥐의 몸으로 접혔다.

이번에는 선택이 아니라 반사였다.

주먹이 바닥을 부수는 순간, 작은 검은 몸이 충격파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새 힘은 아직 완전히 그의 것이 아니었다. 뜨거운 공기가 날개를 흔들었고, 방향이 크게 틀어졌다. Olrox의 두 번째 팔이 공중을 긁었다. 발톱 끝이 날개 가까이를 스쳤다. 알루카드는 바로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다. 너무 오래 날면 잡힌다. 이 방의 공기는 넓지만, 괴물의 팔은 그 넓이를 빠르게 지운다.

그는 무너진 식탁 조각 뒤로 착지했다.

Olrox가 입을 다시 벌렸다. 이번엔 빛이 아니라 불덩어리들이 나왔다. 처음 몇 개는 느렸다. 바닥을 따라 둔하게 튀며 굴러왔다. 알루카드는 그 사이를 지나갔다. 그러나 괴물이 상처 입은 몸을 낮추자, 불덩어리의 속도가 달라졌다. 작은 태양처럼 연달아 뿜어져 나와 방 중앙을 휩쓸었다. 깨진 식탁 조각들이 타올랐다.

알루카드는 위로 뛰었다.

첫 도약으로 불덩어리 하나를 넘고, 두 번째 도약으로 괴물의 어깨 높이에 닿았다. 그는 머리를 노렸지만, Olrox가 고개를 돌렸다. 칼날은 턱 아래를 스쳤을 뿐이었다. 괴물의 팔이 옆에서 날아왔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그는 왼팔로 충격을 받았다. Walk Armor가 울렸다. 몸이 벽 가까이로 날아가 부딪혔다.

숨이 끊겼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그는 Mormegil 쪽으로 손이 갔다. 더 무거운 검. 깊은 상처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잡이에 닿자마자 그는 멈췄다. 무게가 문제였다. 이 형태의 Olrox는 느리지만, 공격의 면적이 넓다. 무거운 검을 한 번 휘두르는 동안 바닥은 또 터질 것이고, 불덩어리는 퇴로를 닫을 것이다.

그는 Gladius를 그대로 쥐었다.

짧은 검으로는 몸통을 가를 수 없다. 그렇다면 몸통을 치지 않으면 된다.

Olrox의 빛은 입에서 시작된다. 빛이 바닥을 훑은 뒤, 폭발은 한 박자 늦게 온다. 불덩어리는 목이 깊게 움직인 뒤 나온다. 주먹은 발보다 먼저 어깨가 움직인다. 머리는 공격 직후 낮아진다. 그때가 가장 가깝다. 그 짧은 순간에만 눈과 목, 입 안쪽이 열린다.

알루카드는 방 중앙으로 나왔다.

도망치지 않았다.

Olrox는 그를 향해 입을 벌렸다. 흰 빛이 바닥을 긁었다. 알루카드는 빛을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빛 자체는 상처가 아니다. 폭발이 오는 위치를 읽어야 한다. 그는 빛이 지나간 자국의 끝을 보고 왼쪽으로 반 걸음 옮겼다. 첫 폭발이 뒤에서 솟았다. 두 번째가 오른쪽에서 터졌다. 세 번째가 앞쪽을 막았다. 그는 그 사이의 뜨거운 공기를 뚫고 달렸다.

괴물의 머리가 낮아졌다.

그는 뛰었다. 첫 도약. 괴물의 턱이 눈앞에 왔다. 두 번째 도약. 공중에서 몸이 한 번 더 솟았다. Olrox가 고개를 들며 불덩어리를 뿜으려 했다. 알루카드는 인간의 몸을 잠깐 박쥐로 접었다. 불덩어리 첫 줄이 그의 아래를 지나갔다. 날개 끝이 타는 냄새가 났다. 그는 바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검이 내려갔다.

Gladius는 Olrox의 오른쪽 눈 위를 갈랐다. 괴물이 포효했다. 포효는 불이 아니라 피와 열기를 밀어냈다. 알루카드는 그 반동에 뒤로 밀려났지만, 손을 뻗어 괴물의 비늘 사이를 잡았다. 손바닥이 미끄러졌다.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손톱이 살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는 매달린 채 두 번째로 찔렀다.

목 아래.

괴물이 몸을 흔들었다. 벽과 천장이 번갈아 보였다. 알루카드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어깨를 낮췄다. Olrox가 팔을 들어 자신에게 붙은 그를 긁어내려 했다. 발톱이 닿기 직전, 알루카드는 몸을 놓았다. 아래로 떨어지며 안개가 되었다. 발톱은 빈 연기를 찢었고, 그는 괴물의 팔 아래에서 다시 몸을 모았다.

바닥이 뜨거웠다.

Olrox가 입을 벌렸다. 이번엔 가까웠다. 빛이 그를 향해 바로 내려왔다. 피할 공간이 거의 없었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들어갔다. 너무 가까운 곳. 빛이 바닥을 훑기 전에, 입 안쪽의 어둠이 보이는 거리. 알루카드는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왼손의 감각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필요했다.

빛이 모였다.

그는 찔렀다.

검끝이 입 안쪽을 뚫고 들어갔다. 빛이 터지지 못한 채 흔들렸다. Olrox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알루카드는 검을 빼지 않고 몸을 옆으로 틀었다. 칼날이 입 안쪽에서 목을 가르며 지나갔다. 괴물의 포효가 한순간 막혔다. 막힌 소리는 더 끔찍했다. 나오지 못한 비명이 몸 전체를 흔들었다.

Olrox가 뒤로 물러났다.

그의 거대한 발이 부서진 식탁을 밟았다. 나무가 으스러지고, 촛대가 마지막 불꽃을 튀겼다. 알루카드는 따라갔다.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았다. 괴물은 다시 빛을 쓰려 했다. 그러나 입 안쪽의 상처 때문에 빛이 한쪽으로 새었다. 바닥의 폭발도 어긋났다. 불길은 알루카드의 뒤쪽에서 솟았다.

그는 그 열을 등에 업고 뛰었다.

첫 베기는 턱 밑. 두 번째는 목의 같은 자리. 세 번째는 더 깊었다. Gladius가 짧은 탓에 그는 거의 괴물의 가슴에 몸을 붙여야 했다. Olrox의 팔이 그를 감싸듯 내려왔다. 잡히면 끝이다. 알루카드는 Leap Stone의 힘으로 몸을 위로 밀었다. 팔이 허공을 닫는 순간, 그는 그 위를 넘었다.

공중에서 다시 박쥐가 되었다.

한 박자.

날개가 괴물의 머리 위를 스쳤다. 다음 순간 인간으로 돌아오며 검을 아래로 세웠다. 그는 떨어지는 힘을 모두 칼끝에 실었다. Gladius가 Olrox의 정수리 가까운 비늘을 뚫고 들어갔다. 칼날은 뼈에 걸렸다. 알루카드는 놓지 않았다. 무릎이 괴물의 머리 위에 닿았고, 손목이 꺾일 듯 흔들렸다.

Olrox 전투 뒤 Echo of Bat를 얻는 공간 - PortForward
Olrox 전투 뒤 Echo of Bat를 얻는 공간 - PortForward

그는 검자루를 끝까지 밀었다.

뼈가 갈라졌다.

Olrox가 방 전체를 흔드는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는 귀족의 목소리도, 괴물의 포효도 아니었다. 긴 세월 동안 몸 안에 숨겨 두었던 굴욕이 한꺼번에 바깥으로 밀려나는 소리였다. 그는 앞으로 두 걸음 걸었다. 세 번째 걸음에서 무릎이 꺾였다.

알루카드는 뒤로 뛰어내렸다.

Olrox의 거대한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먼저 녹색 살이 갈라졌다. 껍질처럼 벗겨져 아래로 떨어졌다. 그 안에서 해골이 드러났다. 거대한 뼈대가 아직 움직였다. 살이 사라졌는데도, 그것은 두 걸음 더 알루카드를 향해 걸어왔다. 입은 없었지만, 턱뼈가 열렸다 닫혔다. 증오가 살보다 오래 남은 것처럼.

방 천장에서 빛이 내려왔다.

성스러운 빛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차갑고, 악마의 불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고요했다. 그것은 Olrox의 해골을 위로 끌어올렸다. 뼈들이 하나씩 분리되었다. 손가락, 팔, 갈비뼈, 척추. 위로 빨려 올라가며 부서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개골이 알루카드를 내려다보는 듯했다. 눈구멍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그 빈 곳이 아직도 예의를 흉내 내고 있었다.

빛이 사라졌다.

뼈도 사라졌다.

방 안에는 부서진 식탁과 깨진 유리, 그을린 바닥만 남았다. 촛불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남은 하나가 아주 작게 떨며 벽에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알루카드는 검을 내렸다. 손목은 저렸고, 어깨에는 괴물의 발톱이 남긴 얕은 상처가 있었다. Walk Armor는 곳곳이 그을렸지만 아직 몸을 붙들고 있었다.

방 중앙에 작은 빛이 떠올랐다.

생명의 그릇 같은 빛. 알루카드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몸 안의 피가 한 번 깊게 움직였고, 숨이 조금 더 길어졌다. 그러나 방의 향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피와 포도주와 오래된 천의 냄새. 주인이 사라져도 방은 그의 취향을 쉽게 버리지 않았다.

식탁 끝에 있던 잔은 깨지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그 잔을 잠시 보았다.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잔 안쪽의 어둠은 다른 곳보다 깊어 보였다. 그는 손을 뻗지 않았다. 이 성에서 비어 있는 잔은 때때로 가득 찬 잔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방의 왼쪽 위에서 바람이 내려왔다.

전투 전에는 보이지 않던 길이었다. 아니, 보였더라도 닿지 않았을 길. 알루카드는 잠시 검을 닦아 넣고, 몸을 접었다. 박쥐의 형태가 다시 그를 감쌌다. 부서진 식탁 위를 낮게 지나, 그는 방의 높은 왼쪽 통로로 올라갔다. 방금 전투에서 얻은 피로가 날갯짓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길은 분명했다.

작은 방이 있었다.

그 안에는 아무 장식도 없었다. 방의 중앙에 떠 있는 유물 하나만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모양은 뚜렷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귀처럼 보였다. 다음 순간에는 파문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알루카드의 귀 안쪽이 먼저 반응했다. 아주 낮은 소리. 들린다기보다, 뼈와 공기 사이를 건드리는 진동.

Echo of Bat.

그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손을 뻗었다.

유물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자, 방의 벽들이 잠깐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눈으로 보는 선이 아니었다. 소리가 닿아 돌아오는 거리. 돌의 두께, 천장의 높이, 바닥 아래 빈 공간. 그는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 숨이 벽에 닿아 돌아오는 듯했다. 박쥐의 몸이 가진 어두운 지도에, 이제 파문이 더해졌다.

알루카드는 Catacombs의 가시 통로를 떠올렸다.

보이지 않던 칼날들. 너무 깊어 검끝도 닿지 않을 듯했던 어둠. Form of Mist만으로는 도박이었던 길. 이제 그곳은 여전히 위험하겠지만, 완전히 침묵하는 어둠은 아닐 것이다. 소리는 벽을 말하게 한다. 칼날도, 틈도, 막힌 천장도. 성이 눈을 빼앗는 곳에서 귀는 다른 지도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돌아가지 않았다.

Olrox의 방을 나서자, 큰 방의 붉은 분수 소리가 다시 들렸다. 피처럼 변한 물은 아직 떨어지고 있었다. 주인이 죽었어도 붉은색은 바로 맑아지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분수 앞을 지나며 멈추지 않았다. 천사상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붉은 물은 손끝에서 바닥으로 흘렀다.

그는 긴 수직 통로를 지나 상층으로 올랐다.

비행은 조금 더 몸에 익었다. 그러나 날개가 생겼다고 해서 성의 높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위쪽에 더 많은 문이 보였다. 닿을 수 없어서 무시하던 난간들, 천장 가까이의 갈라진 틈, 바깥 공기가 드나드는 높은 창. 능력이 늘어날수록 성은 좁아지지 않는다. 더 많은 숨겨진 얼굴을 돌려 보일 뿐이다.

어느 난간에 내려섰을 때, 멀리서 금속 톱니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아주 규칙적이었다. 기도의 종소리도, 식탁의 잔 소리도 아니었다. 더 차갑고, 더 집요한 소리. 시간 자체를 잘게 씹는 듯한 움직임. 그 사이로 까마귀의 울음 같은 것이 스쳤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높은 곳에서 여러 검은 날개가 동시에 방향을 바꾸는 소리.

알루카드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망토 안쪽에서 Mormegil은 여전히 빛을 삼키고 있었고, Gladius는 방금 전투의 열을 조금씩 잃고 있었다. Soul of Bat는 어깨뼈 사이에서 희미하게 박동했고, Echo of Bat는 귀 안쪽 깊은 곳에 보이지 않는 원을 그렸다.

성의 위쪽에서 다시 톱니가 맞물렸다.

그 소리를 따라, 어둠 속의 까마귀들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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