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12화] 잔을 내려놓은 자의 방

쇠창살 사이로 내민 손끝이 연기처럼 흐려졌다.

알루카드는 Long Library 깊숙한 곳, 이전에는 몸을 돌려야 했던 좁은 격자 앞에 서 있었다. 그때의 창살은 검도 어깨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건너편의 푸른 빛만 보여 준 채 길을 닫았다. 이제 그는 손목에서 힘을 뺀 뒤 살과 뼈의 경계를 천천히 풀었다. 장갑의 검은 가죽이 먼저 윤곽을 잃고, 팔과 어깨가 차가운 안개로 이어지자 쇠의 냉기가 몸 가운데를 아무 상처 없이 통과했다.

창살 너머에서 다시 형태를 얻는 순간 무게가 한꺼번에 돌아왔다. 무릎이 아주 조금 꺾였고, 흉갑 안쪽에서 낮은 금속음이 울렸다. 그는 손가락을 쥐었다 펴며 관절이 제자리를 찾았는지 확인했다. 뒤에는 여전히 촘촘한 쇠줄이 서 있었으나, 오래 막혀 있던 길은 더 이상 벽이 아니었다.

작은 방의 중앙에는 푸른 어둠이 떠 있었다. 불꽃처럼 흔들리면서도 주위를 밝히지 않았고, 가까이 다가가면 둥근 빛이 잠시 접힌 날개로 보였다. 알루카드가 손을 내밀자 유물은 피부보다 먼저 바닥의 그림자를 건드렸다. 길게 누운 검은 형상이 둘로 갈라지며 날개를 폈고, 그와 동시에 어깨뼈 사이로 뜨거운 맥박이 퍼졌다.

Soul of Bat.

이름은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밤의 공기가 몸 안에서 스스로 기억을 되찾듯, 새로운 감각과 함께 떠올랐다. 알루카드는 벽을 짚고 호흡을 고르게 했다. Jewel of Open은 닫힌 문을 알아보게 했고, Leap Stone은 공중에 숨은 두 번째 발판을 가르쳐 주었다. 안개는 붙잡힐 몸을 잠시 없앴다. 지금 들어온 힘은 그 모든 것과 달랐다. 땅을 떠나는 능력보다, 어둠 속에서 어느 방향이 위인지 스스로 정하는 본능에 가까웠다.

그가 숨을 내쉬자 망토가 등 뒤로 크게 번졌다가 두 장의 날개로 접혔다. 팔과 다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작은 몸 안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허리에 있던 무게도 그림자 속에 감춰졌다. 바닥이 갑자기 멀어지면서 책상 다리와 촛대가 탑처럼 커 보였다.

첫 날갯짓은 지나치게 강했다. 작은 몸이 벽 쪽으로 쏠리고 날개 끝이 책장 모서리를 스치자, 말라붙은 종이들이 놀란 새처럼 흩어졌다. 그는 억지로 몸을 세우지 않고 공기의 흐름을 따라 반원을 그렸다. 인간의 팔은 힘으로 방향을 바꾸지만, 이 몸은 날개 아래 생기는 얇은 압력의 차이를 읽어야 했다. 두 번째 선회에서는 천장 가까이 쌓인 먼지를 건드리지 않았고, 세 번째에는 창살 앞에서 속도를 죽인 채 한 자리에 떠 있을 수 있었다.

눈보다 먼저 방의 윤곽이 들렸다. 날갯짓이 만든 미세한 파문이 돌벽과 책장, 쇠격자에 닿았다가 서로 다른 간격으로 돌아왔다. 아직 완전한 지도는 아니었다. 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는 파문을 더 멀리 보낼 다른 감각이 필요했다. Catacombs에서 보았던 가시의 어둠이 기억 속에서 낮게 긁혔다.

알루카드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어깨를 한 번 움직였다. 짧은 비행이었는데도 피로가 날개가 있던 자리에 남았다. 새로운 힘은 닫힌 길을 열어 주었지만, 성은 언제나 그 힘을 쓰는 몸의 한계를 함께 시험했다.

Long Library에서 Soul of Bat를 얻는 Alucard - PortForward
Long Library에서 Soul of Bat를 얻는 Alucard - PortForward

장서고를 빠져나오자 오래된 종이와 가죽 표지의 냄새 뒤로 다른 향이 스며들었다. 지하묘지에서 처음 맡았던, 피에 포도주를 섞고 그 위에 향수를 덮은 냄새였다. 무덤도 폐광도 짐승의 굴도 아닌 곳에서 오래 머문 자의 취향. 알루카드는 그 향을 따라 Marble Gallery의 높은 통로로 향했다.

중앙 시계방을 지날 때 보이지 않는 톱니가 천장 안쪽에서 느리게 맞물렸다. 과거에는 닿지 않던 난간과 열리지 않던 푸른 문, 몸을 거절하던 격자가 이제 서로 다른 길로 이어져 보였다. 성의 통로는 바닥 위에만 놓여 있지 않았다. 능력이 늘어날수록 성이 작아지는 대신, 지금껏 숨겨 왔던 층을 하나씩 펼쳐 보이고 있었다.

Olrox’s Quarters의 수직 통로는 어둠을 우물처럼 끌어안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난간 끝에서 몸을 접어 박쥐가 된 뒤, 벽에 붙은 촛대와 작은 방들을 천천히 지나 올랐다. 유리병 속의 마른 약초, 금이 간 항아리,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걸린 초상화가 날개 아래로 내려갔다. 서둘러 오르면 천장을 늦게 보았고, 지나치게 속도를 죽이면 날개가 먼저 무거워졌다. 그는 중간 난간을 발견하자 곧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발끝부터 조용히 착지했다.

복도 양쪽에서 Hammer와 Blade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하나는 머리만 한 쇳덩이를 긴 자루 끝에 매달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키를 넘는 날을 어깨에 걸친 채 길목을 막았다. 두 거인은 서로의 공격을 기다리는 대신 같은 순간에 움직였다. 망치는 바닥을 부숴 발을 흔들고, 긴 날은 뒤로 물러날 공간을 지우려 했다.

알루카드는 낙하하는 쇳덩이를 보며 앞으로 파고들었다. 충격이 바닥을 통해 발목까지 올라오기 전에 자루와 겨드랑이 사이의 틈으로 어깨를 밀어 넣고, 갑옷 연결부를 짧게 갈랐다. 거대한 몸이 한쪽 무릎을 꿇자 반대편의 찌르기가 그의 등을 노렸다. 첫 도약으로 망치 든 적의 어깨를 밟고, 허공에서 다시 몸을 밀어 올린 그는 길게 뻗은 날 위를 넘어 공격자의 뒤에 내려섰다. 회수되지 못한 칼이 벽의 초상화를 찢는 동안, 돌아온 일격은 목덜미의 얇은 금속 틈을 끊었다.

두 갑옷이 차례로 쓰러지면서 복도에 남은 향이 더욱 짙어졌다. 피를 감추기 위해 뿌린 냄새가 아니라, 피까지 방의 장식으로 삼은 자가 고른 향이었다. 알루카드는 칼날에 묻은 검은 액체를 망토 안쪽의 천으로 닦고 더 넓은 공간으로 나아갔다.

뜰처럼 열린 방 중앙에 대리석 분수가 서 있었다. 날개를 접은 천사상이 물동이를 기울였고, 처음에는 맑아 보이던 물이 알루카드가 다가가자 밑바닥부터 어두워졌다. 붉은 기운은 천천히 번지다가 어느 순간 숨을 들이쉬듯 수면 전체를 삼켰다. 천사의 손끝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바닥에 닿을 때마다 젖은 천을 돌에 내려놓는 듯 무거운 소리를 냈다.

그는 분수 가장자리에서 손을 대지 않고 냄새만 살폈다. 살아 있는 피의 철 냄새와 체온은 없었다. 오래전에 죽은 액체가 피의 색만 기억하고 있었다. 성은 신성한 형상과 모독을 한 자리에 세워 놓은 뒤, 지나가는 이가 어느 쪽을 먼저 보게 되는지 기다렸다.

계단 위의 문은 닦아 놓은 금박과 얇은 먼지 사이에서 조용히 빛났다. 그 안쪽 복도는 성의 다른 곳보다 온전했다. 액자 모서리는 깨지지 않았고, 창틀에는 누군가 손가락으로 훑은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버려진 구역이 아니라 주인이 아직 손님을 기다리는 방이었다.

노란 문을 밀자 긴 식탁과 촛대, 비어 있는 의자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성인들은 색유리를 통과한 달빛 속에서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식탁 끝에는 창백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침입자를 보고도 몸을 세우지 않았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잔의 목을 감싼 채 알루카드가 다가오는 시간을 온전히 내주었다.

Olrox의 방에서 시작되는 흡혈귀 전투 - PortForward
Olrox의 방에서 시작되는 흡혈귀 전투 - PortForward

반대쪽 끝의 빈 의자는 지나치게 정확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알루카드는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식탁 옆으로 걸었다. 방의 주인은 그가 손잡이에 손을 얹는 것을 지켜보다가 잔을 내려놓았다. 지하에서부터 희미하게 이어져 온 소리가 마침내 바로 앞에서 완성되었다.

칼날이 검집을 벗어나는 순간, 의자에 앉아 있던 몸이 사라졌다.

촛불이 한쪽으로 눕고 향수 냄새가 뒤로 이동했다. 알루카드는 돌아서려 했으나 발밑의 공기가 먼저 차가워졌다. 바닥에 눌려 있던 그림자가 비명처럼 솟구쳐 흉갑 옆을 스쳤고, 얼어붙는 감각 뒤로 뜨거운 통증이 따라왔다. 그는 식탁 위로 올라서며 두 번째 기둥을 피했다.

Olrox는 방 반대편 허공에 떠 있었다. 소매 끝에서 태어난 푸른 해골들이 넓은 원을 그리며 다가왔고, 그 사이로 보랏빛 박쥐가 직선에 가까운 궤도로 쏟아졌다. 해골들은 빠르지 않았지만 피할수록 원을 좁혔고, 박쥐들은 그 원의 빈틈을 가로막았다. 알루카드는 식탁을 달리며 첫 해골을 어둠을 머금은 칼로 쳐 냈다.

빛은 갈라지지 않고 칼날에 달라붙었다. 손목을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둔한 저항이 생겼고, 그 짧은 지체 사이 보랏빛 날개들이 망토를 뜯었다. 이곳의 주인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같은 성질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그가 기다린 방식이었다.

알루카드는 무거운 칼을 거두고 손에 익은 짧은 검을 들었다. 고유한 이름보다 길이와 무게가 먼저 느껴지는, 손목의 박자를 거짓말하지 않는 무기였다. Olrox가 손을 펴자 보라색 섬광이 식탁 위 촛대를 날려 버렸다. 흰 천에 불이 붙었고, 푸른 해골 하나가 그 위를 통과하며 불꽃과 함께 색을 잃었다.

가까이 가면 흡혈귀는 사라졌고 거리를 벌리면 소환물이 늘어났다. 방 중앙에서는 그림자 기둥이 바닥을 찢었으며, 벽 쪽으로 물러나면 박쥐가 퇴로를 막았다. 공격은 서두르지 않았으나 빈틈도 주지 않았다. Olrox는 식사를 오래 즐기듯 침입자가 지치는 시간을 방 전체에 나누어 놓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해골의 눈구멍을 찔러 터뜨린 뒤 두 번째 도약으로 촛대 위를 넘었다. 공중으로 올라간 몸을 보랏빛 파문이 정확히 때렸고, 흉갑이 종처럼 울리면서 그는 식탁 위로 추락했다. 접시들이 살아 있는 식사의 기억처럼 선명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몸을 굴리자 바로 뒤에서 어둠의 기둥이 올라와 식탁을 세로로 갈랐다.

부러진 나무와 떨어진 불꽃 사이에서 그는 시선을 낮췄다. Olrox가 사라질 때마다 촛불이 먼저 눕고, 향수 냄새는 새로 나타날 자리로 반 박자 일찍 흘렀다. 다음 순간 방 오른쪽의 공기가 팽팽해지자 알루카드는 형체가 생기기를 기다리지 않고 달렸다. 짧은 칼끝이 창백한 손등을 갈랐고, 오래 유지되던 예의가 흡혈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벗겨졌다.

Olrox가 양팔을 벌리자 바닥 전체에서 그림자 기둥이 여러 줄로 솟았다. 완전한 벽처럼 보였지만 기둥 사이에는 사람 하나가 몸을 틀어 지날 만큼의 간격이 있었다. 알루카드는 망토 자락을 일부 내주고 그 틈으로 들어갔다. 뒤따르던 해골들이 어둠에 부딪쳐 터지자, 푸른 파편이 기둥의 윤곽을 잠시 드러냈다.

보랏빛 섬광이 정면에서 쏘아졌다. 그는 검면으로 힘을 받지 않고 칼끝을 비스듬히 세워 중심을 흘렸다. 충격이 손가락과 어깨를 저리게 했지만 빛의 방향이 옆으로 빗나갔다. 그 반 박자 동안 거리를 지운 그는 팔과 가슴, 목 아래를 짧은 호흡으로 이어 베었다. 상처에서 흐른 것은 선명한 피가 아니라 오래된 포도주처럼 검붉은 액체였다.

거대한 녹색 괴물로 변한 Olrox - PortForward
거대한 녹색 괴물로 변한 Olrox - PortForward

흡혈귀가 방 끝에 내려앉자 촛불들이 동시에 낮아졌고, 해골과 박쥐도 허공에서 녹아내렸다. 그러나 알루카드는 무기를 거두지 않았다. Olrox의 어깨가 의복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부풀고, 창백한 얼굴이 안쪽의 더 큰 형체를 견디지 못해 찢어지고 있었다.

녹색 비늘이 살을 밀어내고 팔과 턱이 길어졌다. 식탁 끝의 의자가 넘어지고, 스테인드글라스의 성인들이 괴물의 등 뒤에서 산산이 갈라졌다. 귀족의 말끔한 몸을 벗어 던진 것은 거대한 도마뱀을 닮았으나, 눈 깊은 곳에는 방금 전의 오만한 지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첫 주먹이 바닥을 때리자 돌판이 들리고 발목이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충격이 끝나기 전에 옆구리로 들어가 비늘을 갈랐지만 상처는 얕았다. 곧 괴물의 입에서 흰 선이 바닥을 훑었다. 빛 자체를 피하려던 순간, 한 박자 늦게 그 자리가 폭발했다. 뜨거운 공기가 몸을 들어 올렸고, 등과 허벅지의 갑옷이 불에 달아올랐다.

그는 바닥을 두 번 굴러 망토 끝의 불을 끈 뒤, 내려오는 발톱을 피해 작은 박쥐로 몸을 접었다. 충격파 위로 떠오른 날개가 열기에 크게 흔들렸다. 괴물의 두 번째 팔이 방의 공중을 통째로 긁었고, 발톱이 날개 끝을 스치기 직전 그는 인간의 무게를 되찾아 무너진 식탁 뒤에 착지했다.

이번에는 입에서 불덩어리들이 나왔다. 처음에는 바닥을 둔하게 튀었으나 상처 입은 괴물이 몸을 낮추자 속도와 간격이 달라졌다. 작은 태양들이 연달아 방 중앙을 훑고, 부서진 가구가 장작처럼 타올랐다. 알루카드는 두 번의 도약으로 불길 위를 넘으며 머리를 노렸지만, 돌아온 팔에 왼쪽 어깨를 맞아 벽까지 밀려났다.

숨이 끊긴 채 돌벽을 짚었을 때 손은 더 무거운 무기를 찾으려 했다. 그는 손잡이에 닿기 전에 멈췄다. 깊은 상처 하나를 내기 위해 긴 박자를 쓰면 이 방에서는 퇴로가 먼저 사라진다. 짧은 칼로 넓은 몸통을 가르기 어렵다면, 몸통을 치지 않으면 되었다.

입에서 나오는 흰 선은 폭발보다 먼저 바닥을 표시했다. 불덩어리 전에는 목이 깊게 수축했고, 주먹을 쓰기 전에는 발보다 어깨가 먼저 돌아갔다. 무엇보다 공격을 마친 직후 머리가 낮아지며 눈과 목, 입 안쪽이 잠깐 열린다. 알루카드는 그 짧은 시간을 얻기 위해 방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Olrox가 입을 벌리자 흰 빛이 바닥을 긁었다. 그는 빛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 끝이 닿은 지점을 보았다. 첫 폭발을 등 뒤로 흘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의 뜨거운 틈을 가로질렀다. 괴물의 턱이 낮아지는 순간 첫 도약으로 가슴 높이까지 올라간 뒤 허공을 한 번 더 밟았다.

불덩어리가 목 안에서 밝아졌다. 알루카드는 공중에서 작은 날개로 접혀 첫 줄을 아래로 흘려보냈고, 곧바로 인간의 몸을 되찾으며 오른쪽 눈을 가로질러 베었다. 포효가 피와 열기를 밀어냈다. 그는 비늘 사이에 손가락을 박아 몸을 붙든 채 목 아래를 한 번 더 찔렀고, 발톱이 등을 덮치기 직전에 아래로 몸을 놓아 안개가 되었다.

괴물의 팔은 빈 연기를 찢었다. 바닥에서 다시 모인 알루카드 앞에 Olrox의 입이 너무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흰 빛이 목구멍 깊은 곳에 맺히는 동안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양손으로 자루를 잡고 한 걸음 더 들어가 입 안쪽을 찔렀다. 터지지 못한 빛이 상처 사이로 새고, 비틀어 뽑은 칼날이 혀 아래에서 목까지 긴 자국을 남겼다.

Olrox 전투 뒤 Echo of Bat를 얻는 공간 - PortForward
Olrox 전투 뒤 Echo of Bat를 얻는 공간 - PortForward

Olrox가 뒤로 비틀거리며 부서진 식탁을 밟았다. 다시 모은 빛은 찢어진 입 한쪽으로 흘러 바닥의 엉뚱한 지점을 폭발시켰다. 알루카드는 그 열을 등에 업고 턱 밑의 같은 상처를 연속해서 넓혔다. 괴물의 두 팔이 그를 가두려는 순간 두 번째 도약으로 위를 벗어나, 공중에서 한 번 더 작은 몸으로 선회했다.

머리 위에서 인간의 무게를 되찾은 그는 떨어지는 힘을 칼끝에 실었다. 날이 정수리의 비늘과 뼈를 뚫다 걸렸으나 손을 놓지 않았다. 두 무릎이 괴물의 머리에 닿고 손목이 꺾일 만큼 흔들리는 가운데, 그는 자루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갈라지는 뼈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진 뒤에야 비명이 터졌다. 귀족의 목소리도 짐승의 포효도 아닌, 오랜 세월 숨겨 둔 굴욕이 한꺼번에 새는 소리였다. 거대한 몸은 두 걸음을 더 옮기고 무릎부터 무너졌다.

알루카드가 뒤로 뛰어내리자 녹색 살이 껍질처럼 갈라져 떨어졌다. 살 아래에서 드러난 거대한 해골은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두 걸음 더 다가왔다. 입이 없는 턱뼈가 열리고 닫혔으나, 천장에서 내려온 차가운 빛이 손가락뼈부터 척추까지 하나씩 떼어 위로 끌어올렸다. 마지막에 남은 두개골은 빈 눈구멍으로 끝까지 예의를 흉내 내다가 희게 부서졌다.

방에는 그을린 돌과 깨진 유리, 반으로 갈라진 식탁만 남았다. 대부분의 촛불이 꺼진 가운데 식탁 끝의 잔 하나는 깨지지 않았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빈 곳의 어둠이 방의 어느 그림자보다 깊어 보였다. 알루카드는 손을 뻗지 않고 칼날을 닦아 거두었다.

전투 전에는 닿지 않던 높은 통로에서 바람이 내려왔다. 그는 다시 날개를 얻어 부서진 가구 위를 지나 작은 방으로 올라갔다. 중앙에 떠 있는 유물은 귀의 윤곽처럼 보였다가 물결의 파문으로 바뀌었다. 손바닥에 스며드는 순간, 벽과 바닥이 눈이 아닌 소리의 거리로 나타났다.

Echo of Bat의 진동이 귀 안쪽 깊은 곳에서 원을 그렸다. 아주 작게 내쉰 숨조차 돌의 두께와 천장의 높이, 바닥 아래 빈 공간을 건드리고 돌아왔다. 이제 눈을 빼앗긴 곳에서도 칼날과 틈은 완전히 침묵하지 못할 것이다.

큰 방으로 돌아오자 붉은 분수는 주인의 죽음과 무관하게 계속 흘렀다. 알루카드는 천사상 아래를 지나 수직 통로를 올랐다. 비행은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으나, 닿을 수 없어서 보지 못했던 문과 균열이 새로 나타나는 만큼 성의 높이도 더 깊어졌다.

어느 난간에 인간의 발로 내려섰을 때, 멀리서 쇠가 쇠를 물어뜯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시간 자체를 잘게 씹는 듯한 톱니의 움직임 사이로 수많은 까마귀가 한꺼번에 날개를 접는 소리가 섞였다.

알루카드는 어깨뼈 사이에 남은 날개의 맥박과 귀 안쪽의 보이지 않는 파문을 느끼며 그 방향으로 걸었다. 뒤에서는 깨지지 않은 잔이 주인 없는 식탁 끝에 남았고, 앞쪽 어둠에서는 검은 깃털 하나가 바람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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