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소설 26화] 어머니의 마지막 말

중앙 시계는 열세 번째 종이 끝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바늘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가리키며 천천히 한 바퀴 더 돌았다. 검은 대리석 벽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수직 통로가 드러났다. 위와 아래가 뒤집힌 성의 중심에서 계단은 천장 쪽으로 이어졌고, 끝에는 아무 문양도 없는 둥근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알루카드가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다섯 유해가 몸 안쪽으로 끌렸다.

Ring은 다른 네 개의 박동을 묶었다. Rib은 갈비뼈를 따라 자리 잡으려 했고, Heart는 그의 심장과 같은 박자로 뛰려 했다. Tooth는 턱과 손가락에 힘을 채웠으며, 어두운 병 속 Eye는 닫아 둔 시선으로도 문 너머를 보려 했다.

그는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

왼쪽 어깨의 상처는 더 이상 제대로 피를 밀어내지 못했다. 천은 검게 굳었고 팔은 몸 옆에 무겁게 늘어졌다. 갑옷은 양쪽 어깨와 한쪽 옆판을 잃었으며, 등판은 안쪽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무거운 칼 한 자루만이 손에 남아 있었다.

그 모습으로도 유해는 그를 계속 위로 밀었다.

알루카드는 오른손으로 안주머니를 눌렀다.

“내가 걷는다.”

낮은 말이 계단의 빈 공간에 흩어졌다.

그는 다시 올라갔다.

둥근 문 앞에 서자 다섯 유해가 동시에 뛰었다. 문에는 자물쇠도 손잡이도 없었다. 그러나 박동이 세 번 겹치자 검은 돌 한가운데에서 붉은 선이 갈라졌다. 선은 갈비뼈와 눈, 이빨과 심장, 반지의 모양으로 퍼진 뒤 안쪽으로 꺼졌다.

문이 열렸다.

방은 성의 다른 어느 곳보다 단정했다. 검은 대리석 바닥에는 먼지도 피도 없었고, 벽을 따라 놓인 촛불은 불꽃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중앙에는 둥근 제단이 있었으며, 그 위로 여섯 개의 녹색 구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떠 있었다.

구체 사이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샤프트는 알루카드의 상처와 칼을 차례로 보고 미소 지었다.

“여기까지 올 줄 알았다. 주인의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해내야지.”

알루카드는 제단 앞에서 멈췄다.

“리히터를 조종한 자.”

“그렇다. 성스러운 힘으로 악을 쓰러뜨리는 자들이 서로를 겨누게 하면, 가장 강한 사냥꾼도 스스로 사라진다. 그 벨몬트는 다른 누구도 꺾을 수 없었으니 왕좌에 앉혀 위협에서 치워 두었지.”

“실패했다.”

샤프트의 미소가 조금 넓어졌다. “그런가?”

대답과 함께 여섯 구체가 동시에 움직였다.

두 개는 천장으로 올라가 붉은 불을 품었고, 두 개는 바닥 가까이 내려와 빠르게 튕기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개는 알루카드의 양옆으로 벌어져 서로를 향해 푸른 전류를 뻗었다.

첫 번개가 방을 가로질렀다.

알루카드는 몸을 낮추었으나 바닥을 튕긴 구체 하나가 옆구리를 때렸다. 반대편 벽으로 튄 구체가 즉시 되돌아와 등판을 쳤다. 그는 앞으로 넘어지며 검을 세웠다. 머리 위의 붉은 구체들이 벽을 향해 날아가 충돌했다.

불꽃이 십자 모양으로 솟았다.

바닥과 벽을 따라 네 방향의 불기둥이 뻗어 왔다. 알루카드는 빈 공간을 찾지 않았다. 불기둥이 교차하기 전 몸을 안개로 풀어 중심을 통과했다. 다시 몸을 이루자 양옆의 구체가 위치를 바꾸며 번개를 만들었다.

샤프트는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제단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며 손가락으로 구체의 박자만 바꾸었다. 불꽃이 꺼지기도 전에 튕기는 두 구체가 바닥과 천장을 오갔고, 번개의 선이 알루카드의 퇴로를 잘랐다. 여섯 개는 독립된 무기가 아니었다. 두 개씩 짝을 이루지만, 샤프트의 손짓 하나로 역할을 바꾸었다.

알루카드는 사제를 향해 곧장 베었다.

칼끝이 닿기 직전 두 구체가 사이에 끼어들었다. 금속 같은 충격이 손목을 울렸고, 다른 한 쌍이 뒤에서 불꽃을 만들었다. 그는 샤프트를 공격하는 동안 구체의 위치를 잃었다. 불기둥이 오른쪽 다리와 갑옷 옆을 태웠다.

샤프트가 웃었다.

“네 안의 피가 이미 답하고 있다. 네가 모아 온 것은 무기가 아니다. 문이다.”

다섯 유해의 박동이 제단과 맞물렸다.

알루카드는 가슴 안쪽이 잡아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Heart가 천을 뚫고 나오려 했고, Eye의 병이 허리에서 제단 쪽으로 흔들렸다. 그가 한 걸음 물러나자 구체들이 다시 포위했다.

샤프트는 그가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유해가 제단의 박자에 완전히 맞춰질 때까지 시간을 벌고 있었다.

Black Marble Gallery에서 정체를 드러낸 Shaft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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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카드는 검을 낮추었다.

다음 불꽃 구체가 벽으로 날아갔다. 그는 충돌 지점을 보지 않고 샤프트의 손을 보았다. 오른손 검지가 내려가자 불꽃은 십자로 퍼졌다. 왼손이 접히자 튕기는 구체의 각도가 좁아졌다. 두 손이 마주 보자 번개의 짝이 서로 평행을 이루었다.

구체가 아니라 지휘하는 손을 끊어야 했다.

그러나 샤프트에게 다가가면 여섯 구체가 몸을 막는다.

알루카드는 불기둥 하나를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불꽃이 남아 있는 갑옷 옆판을 삼켰다. 금속이 달아오르고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그는 고통에 몸을 비트는 대신 그 불꽃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구체들은 이미 다음 위치로 움직였다.

샤프트가 예상한 회피 방향과 반대였다.

알루카드는 타는 옆판의 끈을 검끝으로 잘랐다. 붉게 달아오른 금속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며 튕기는 구체 하나의 궤도를 바꿨다. 구체가 예상보다 일찍 벽에 부딪혀 번개를 만들던 짝 사이로 들어갔다.

세 구체가 충돌했다.

푸른 전류가 제단 가까이에서 폭발했다. 샤프트의 몸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그 틈에 안개로 변해 남은 구체 사이를 통과했다. 제단 위에서 몸을 되찾으며 검을 짧게 찔렀다.

샤프트의 옆구리에서 피가 났다.

노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여섯 구체가 일제히 붉어지며 방 전체를 튕겼다. 질서가 무너진 대신 속도가 빨라졌다. 하나가 어깨를, 하나가 무릎을, 또 하나가 금 간 안경을 때렸다. 렌즈가 완전히 깨져 바닥에 흩어졌다.

알루카드는 눈을 가리지 않았다.

Eye의 병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그 안의 시선이 모든 구체의 궤적을 강제로 보여 주었다. 너무 많은 가능성이 한꺼번에 겹쳐 머리가 갈라질 듯 아팠다. 어느 길로도 피할 수 있었고, 어느 길에서도 죽을 수 있었다.

그는 가장 안전한 길을 고르지 않았다.

샤프트까지 가장 짧은 길을 골랐다.

첫 구체는 검등으로 흘렸다. 두 번째는 어깨를 내주고 지나갔다. 세 번째가 무릎을 노릴 때 안개로 반 박자만 몸을 풀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네 번째가 뒤에서 올 때 제단 기둥을 발로 차 몸을 회전시켰다.

무거운 칼이 샤프트의 가슴을 비스듬히 갈랐다.

노인이 뒤로 물러났으나 쓰러지지 않았다. 두 손을 들어 남은 구체를 한데 모았다. 붉은 불과 푸른 번개, 검은 충격이 제단 위에서 하나의 덩어리로 뭉쳤다.

알루카드는 검을 세웠다.

빛이 터졌다.

충격이 방의 촛불을 모두 껐다. 검은 대리석이 갈라지고 벽 일부가 무너졌다. 알루카드는 바닥에 무릎을 댄 채 밀려났다. 오른손의 감각이 사라졌고 칼끝은 돌에 깊이 박혀 있었다.

샤프트는 제단 중앙에 서 있었다.

사제복은 찢어지고 가슴의 상처에서 검은 피가 흘렀다. 여섯 구체 가운데 세 개는 깨졌고, 나머지는 빛을 잃어 바닥 가까이 떠 있었다.

“약한 인간의 피를 버리면,” 그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너는 이 세계를 다시 만들 자가 될 수 있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았다. “그 피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는 흔들리는 다리를 바로 세우고 마지막 거리를 걸었다.

샤프트가 남은 구체를 날렸지만 힘은 이전과 달랐다. 알루카드는 하나를 피하고, 하나를 칼로 갈랐다. 마지막 하나는 가슴을 때렸다. 몸이 흔들렸으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칼날이 사제의 몸을 관통했다.

샤프트의 입에서 짧은 숨이 빠져나왔다. 그는 검을 붙든 채 웃었다.

“불을 가까이한 자는 타는 법이지. 하지만 문은 열렸다.”

제단 아래에서 붉은 빛이 솟았다.

다섯 유해가 천과 병과 금속을 찢고 밖으로 끌려 나왔다. Ring, Rib, Heart, Tooth, Eye가 알루카드와 샤프트 사이의 허공에 떠올랐다. 그는 손을 뻗었으나 유해들은 이미 제단의 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샤프트의 몸이 검은 불꽃에 휩싸였다.

“백작이 이 부패한 세계를 혼돈의 불로 씻을 것이다.”

불꽃은 그의 웃음과 몸을 함께 삼켰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고 유해를 향해 달렸지만 제단 중앙의 공간이 검게 꺼졌다. 바닥도 벽도 아닌 깊은 구멍이 열렸다.

그 안에서 거대한 심장 소리가 났다.

한 번의 박동에 방이 무너졌다.

전기 광선을 펼치는 Shaft와 싸우는 Alucard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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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카드는 아래로 떨어졌다. 검은 바람이 몸을 휘감았고, 다섯 유해가 그보다 먼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박쥐로 변해 낙하를 멈추려 했으나 공간 자체가 날개를 아래로 끌었다.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끝없는 어둠 한가운데 붉은 왕좌만이 떠 있었다. 왕좌 앞에 검은 형체가 서 있었다. 긴 머리와 높은 깃, 오래된 귀족의 자세. 알루카드가 가장 오래 피하려 했던 얼굴이 천천히 그를 향했다.

“아들아.”

드라큘라의 목소리는 유해 속에서 들리던 기억보다 분명했다.

“오랜만이구나.”

알루카드는 칼을 내리지 않았다.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이곳을 나가게 둘 수 없습니다.”

드라큘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전히 인간의 편에 서는가. 그들이 네 어머니에게 한 일을 잊었느냐?”

알루카드의 왼손이 잠깐 떨렸다. 처형대의 불빛과 어머니의 목소리가 지나갔다. 그는 칼자루를 다시 잡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손을 그대로 두었다.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복수를 택하지도 않습니다.”

“아직도 같은 어리석음을 말하는구나. 약한 인간의 부분을 버려라. 내 곁에 서서 이 세계를 다시 만들자.”

알루카드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다시 막겠습니다.”

드라큘라의 몸 뒤에서 검은 망토가 펼쳐졌다.

천이 아니었다. 망토는 양쪽으로 벌어지며 거대한 발톱과 세 개의 괴물 머리, 살과 뼈가 뒤엉킨 거체로 변했다. 드라큘라의 상반신은 그 중심의 왕좌처럼 솟아 있었고, 양손은 방의 절반을 덮을 만큼 커졌다.

첫 발톱이 내려왔다.

알루카드는 옆으로 뛰었다. 두 번째가 퇴로를 쓸고, 세 번째와 네 번째가 번갈아 바닥을 긁었다. 거대한 손가락 사이에서 검은 바람이 일었다. 그는 손목 아래로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망토의 살을 갈랐지만 상처는 곧 어둠으로 메워졌다.

드라큘라가 한 손을 들었다.

허공에서 거대한 까마귀 형상의 마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날개를 펴기도 전에 두 손 사이에서 으깨졌다. 검은 피와 깃털이 빛으로 변해 드라큘라의 가슴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직도 다른 존재의 죽음으로 힘을 채우십니까.”

알루카드의 말에 답하지 않고, 드라큘라는 몸을 어둠 뒤로 물렸다. 거리가 갑자기 멀어졌다. 가슴 앞에 거대한 에너지 구체가 모였다.

Eye가 그 빛의 중심을 보여 주었다.

알루카드는 눈을 감지 않았다. 이번에는 유해가 몸 밖, 아버지의 형상 안에 있었다. 그것이 보여 주는 것은 아버지의 공격과 함께, 자신이 맞아 쓰러지는 수십 개의 장면이었다.

그는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구체가 발사되는 순간 안개가 되어 옆으로 흘렀다. 빛이 어둠의 바닥을 가르며 지나갔다. 안개가 풀리자 세 개의 괴물 머리가 차례로 튀어나왔다. 첫 머리는 이빨로, 두 번째는 뿔로, 세 번째는 불타는 혀로 공격했다.

알루카드는 첫 머리 아래를 굴렀다. 두 번째의 뿔을 검등으로 흘렸고, 세 번째가 입을 벌릴 때 칼을 깊이 넣었다. 머리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세 머리가 뒤로 모여 삼각형을 만들었다.

그 사이에서 빛의 조각들이 태어났다. 투명한 삼각형 네 개가 서로 겹치며 날아왔다. 첫 조각은 위에서, 두 번째는 아래에서, 나머지는 회전하며 양옆을 막았다.

알루카드는 박쥐로 올라가려다 멈췄다. 위쪽 조각이 날개를 노리고 있었다. 그는 사람의 몸으로 낮게 달려 첫 조각 아래를 통과하고, 두 번째를 뛰어넘은 뒤, 세 번째와 네 번째가 교차하는 순간 몸을 안개로 풀었다.

그러나 안개가 풀릴 자리에 발톱이 기다렸다.

거대한 손이 옆구리를 쳤다. 몸이 어둠 속을 날아 왕좌의 잔해에 부딪혔다. 검이 손에서 빠졌다.

드라큘라의 웃음이 낮게 울렸다.

알루카드는 일어나려 했지만 왼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른쪽 다리도 전격과 충격으로 떨렸다. 다섯 유해는 아버지의 몸에서 완전한 박자로 뛰고 있었다. Ring이 망토와 손과 머리의 움직임을 연결하고, Rib이 거체를 지탱하며, Heart가 어둠의 상처를 메웠다. Tooth는 발톱과 이빨의 힘이 되었고, Eye는 알루카드가 움직이기 전에 그 위치를 읽었다.

자신이 모아 온 모든 것이 아버지의 몸을 완성하고 있었다.

알루카드는 바닥의 검을 보았다.

아버지의 Eye는 그가 검을 집으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발톱이 먼저 움직였다.

거대한 어둠의 모습으로 되살아난 Dracula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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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검으로 가지 않았다.

반대쪽으로 굴러 발톱 아래를 빠져나갔다. 드라큘라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Eye는 가능한 움직임을 보지만, 이유 없는 선택까지 알지는 못했다. 알루카드는 비어 있는 손으로 거체의 손가락을 붙잡고 올라갔다.

Tooth가 깃든 힘이 손가락 관절에서 밀려왔다.

그는 그 힘으로 손을 부수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의 망토 조직을 찢어 발판을 만들었다. 드라큘라가 손을 흔들자 몸이 떨어질 듯 흔들렸다. 알루카드는 안개로 변해 손등을 통과하고, 다시 몸을 이루며 팔 위를 달렸다.

세 머리가 공격했다.

그는 첫 머리의 이빨을 피해 목 위로 뛰고, 두 번째 뿔을 밟아 높이를 얻었다. 세 번째 입에서 불이 나오기 전 박쥐로 변해 드라큘라의 본체 가까이 날았다.

드라큘라가 직접 손을 뻗었다.

알루카드는 날개를 접고 추락했다. 손이 머리 위에서 닫혔다. 그는 떨어지며 사람의 몸으로 돌아와 바닥에 박힌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Eye가 따라잡기 전에 잡았다.

검을 뽑는 순간 발톱이 내려왔다. 알루카드는 피하지 않고 칼을 세웠다. 충격이 오른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왔다. 무거운 칼날이 휘어질 듯 떨렸으나 부러지지 않았다.

그는 발톱을 밀어내지 않았다.

힘을 옆으로 흘려 손가락을 바닥에 박히게 했다. 그 위를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드라큘라의 가슴이 눈앞에 있었다.

다섯 유해가 그 안에서 빛났다.

알루카드는 칼을 Heart에 찌르지 않았다. Heart는 독과 저주를 밀어내며 수차례 그의 몸을 살렸다. Rib도, Ring도, Tooth도, Eye도 아버지의 일부였지만 동시에 그가 여기까지 오며 짊어진 위험과 선택의 증거였다.

그는 유해를 파괴하는 대신 그들을 묶은 중심을 베었다.

검은 선 하나가 다섯 유해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샤프트의 의식이 만든 매듭이었다. 칼날이 그 선을 가르자 박동이 서로 어긋났다.

드라큘라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Rib이 거체를 붙들지 못하고, Heart가 상처를 메우는 박자를 잃었다. Eye가 보여 주는 미래들이 겹쳐 흐려졌다. Tooth의 힘이 발톱과 이빨 사이에서 충돌했다.

알루카드는 떨어지며 망토 조직을 연달아 베었다.

발톱이 다시 휘둘러졌으나 이전보다 늦었다. 세 머리가 삼각형을 만들었지만 빛의 조각들은 서로 부딪혀 깨졌다. 드라큘라는 어둠 뒤로 물러나 거대한 구체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빛이 완성되기 전에 알루카드가 닿았다.

박쥐로 어둠을 가르고, 안개로 첫 충격을 통과한 뒤, 사람의 몸으로 돌아와 칼을 양손으로 잡았다. 왼손은 감각이 거의 없었지만 마지막 방향을 붙들었다.

칼날이 드라큘라의 가슴을 꿰뚫었다.

거대한 망토가 멈췄다.

발톱과 괴물 머리들이 검은 재가 되어 무너졌다. 왕좌의 형상도, 거체를 채우던 어둠도 하나씩 꺼졌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칼에 찔린 한 남자의 몸이었다.

알루카드는 검을 뽑고 한 걸음 물러났다.

“돌아가십시오. 더는 어머니의 영혼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드라큘라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어째서냐. 어째서 내가 또 패한 것이냐.”

“사랑할 능력을 버린 순간부터 이미 패했습니다.”

드라큘라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 조롱인지 자책인지 알 수 없었다.

“세상을 얻고도 영혼을 잃으면 무엇이 남겠느냐는 말인가.”

알루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드라큘라가 고개를 들었다. 왕의 눈이 아니라, 오래전 한 여자의 남편이었던 사람의 눈이었다.

“리사는 마지막에 무엇이라 했느냐.”

알루카드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도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던 목소리. 함께 살 수 없다면 해치지 말라던 부탁. 그들의 삶은 이미 충분히 고되다고 말하던 사람. 죽음 앞에서도 남편을 향한 사랑을 거두지 않았던 어머니.

그는 그 말을 아버지에게 전했다.

Dracula와의 마지막 전투가 끝나는 순간 - Port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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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의 얼굴에서 마지막 힘이 빠져나갔다.

“리사… 용서해 다오.”

그의 몸이 빛의 재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드라큘라는 사라져 가는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잘 가거라, 아들아.”

알루카드는 검을 내리고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버지.”

드라큘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다섯 유해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누구의 몸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Ring은 깨지고, Rib은 먼지가 되었으며, Heart는 마지막 한 번 뛰고 멈췄다. Tooth는 금이 가 부서졌고, Eye는 빛을 잃은 평범한 눈처럼 감겼다.

성의 연결이 끊어졌다.

어둠의 방 위에서 거대한 균열음이 났다. 천장과 바닥의 구분이 무너지고, 역성의 탑과 정성의 첨탑이 동시에 갈라졌다. 알루카드는 칼을 허리에 기대고 무너지는 통로를 달렸다. 박쥐와 안개를 번갈아 사용해 낙석과 불길 사이를 통과했다. 마지막 문을 나설 때 등 뒤에서 중앙 시계가 산산이 부서졌다.

새벽빛이 숲과 호수를 덮고 있었다.

성은 두 개의 그림자가 서로를 삼키듯 접혀 들어갔다. 거대한 탑이 안개 속으로 무너지며 끝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호숫가에는 리히터와 마리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아가 먼저 달려오다 알루카드의 상처를 보고 걸음을 늦췄다. 리히터는 채찍을 허리에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샤프트는?”

“자신이 부른 힘에 삼켜졌다.” 알루카드의 대답이 끝나자 리히터의 손이 채찍 위에서 굳었다.

“미안하군. 나 때문에 자네가 아버지와 다시 싸워야 했어.”

알루카드는 무너진 성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나에게도 끝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리히터가 그의 빈 어깨와 피로 굳은 옷을 바라보았다.

“고통스러웠겠지.”

“그렇다.” 알루카드는 무너진 성의 잔영을 바라보다 잠시 뒤 말을 이었다.

“악이 이기는 데 필요한 것은,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뿐이다.”

리히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서 침묵하던 마리아가 알루카드를 향해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지?”

알루카드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Tooth가 사라진 뒤에도 손가락에는 부수려던 힘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Heart가 멈췄는데도 가슴 한쪽에서는 아버지의 박동이 메아리쳤다. 저주받은 피는 사라지지 않았다.

“내 피는 이 세계에 머물기엔 위험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편이 낫다.”

마리아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리히터에게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작별이다.”

그는 숲을 향해 걸었다.

망토도 없고, 양쪽 어깨판도 없었다. 칼 한 자루와 닫히지 않은 상처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걸음은 역성으로 들어갈 때보다 가벼웠다. 다섯 유해가 더는 몸을 밀지 않았고, 어느 시선도 앞길을 대신 보지 않았다.

뒤에서 리히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리아,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겠나?”

잠깐의 침묵 뒤에 발소리가 하나 더 숲으로 들어왔다.

“그가 내 삶에서 사라지게 둘 수는 없어.”

리히터는 막지 않았다.

알루카드는 돌아보지 않았다. 마리아의 발소리는 아직 멀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새벽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길게 내려왔고, 호수 위에는 성이 있던 자리의 안개만 남아 천천히 흩어졌다.

숲 깊은 곳에서 새 한 마리가 울었다.

그 소리는 종도, 채찍도, 죽은 자의 날개도 아니었다.

밤이 끝난 뒤 처음 들리는 살아 있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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