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 트리거 소설 2화] 빛이 길을 잃은 자리

마르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사람들이 둘러선 천년제 달리기 경주장 - ArrPeeGeeZ
사람들이 둘러선 천년제 달리기 경주장 - ArrPeeGeeZ

누군가 들고 가던 꽃다발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고, 아이들이 굴리던 둥근 나무테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크로노는 붙잡힌 손목을 따라가며 두 번이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작 앞서 달리는 소녀는 뒤를 돌아볼 때마다 미안하다는 표정보다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지?”

크로노가 종탑 너머를 가리켰다.

푸른 섬광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광장 가장 안쪽에서 루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에게 뒤로 물러나 달라는 말과, 아버지에게 그 손잡이는 건드리지 말라고 외치는 말이 거의 동시에 이어졌다.

마르는 그 소리를 듣고 달리던 속도를 늦췄다.

“네 친구라 했지?”

크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도 저렇게 큰 소리로 말해?”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는 웃음을 터뜨렸다.

시연장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앞에는 사탕을 파는 작은 가판대가 있었다. 붉고 노란 설탕 조각들이 긴 막대 끝에 꽂혀 햇빛을 받았다. 마르의 시선이 그쪽으로 붙들렸다. 조금 전까지 루카의 발명품을 보겠다고 사람들을 헤치던 발걸음이 너무 자연스럽게 멈췄다.

천년제의 종 치기 놀이에 도전하는 크로노 - ArrPeeGeeZ
천년제의 종 치기 놀이에 도전하는 크로노 - ArrPeeGeeZ

“잠깐만.”

그녀는 크로노의 손목을 놓고 진열대 앞으로 다가갔다.

상인은 손가락만 한 종 모양 사탕을 들어 보였다.

“천년제 한정이야. 리네의 종을 본떠 만들었지. 오늘이 지나면 못 먹는다네.”

“내일도 똑같이 팔 것 같은데요.”

마르가 말하자 상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일은 천년제 기념품이 되지.”

마르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딸기즙을 넣었다는 붉은 사탕과 꿀을 굳혔다는 황금빛 사탕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상인에게 맛의 차이를 세 번이나 물었다. 뒤에 선 손님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크로노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시연장을 살폈다.

높은 나무 단 위에 둥근 금속 장치 두 개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각각의 장치에는 사람이 누울 만한 평평한 판이 놓였고, 그 둘을 잇는 전선과 관이 바닥을 어지럽게 가로질렀다. 루카의 아버지 타반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루카는 커다란 고글을 이마에 올려 쓴 채 계기판의 바늘을 두드렸다.

루카가 천년제에 설치한 두 대의 순간이동 장치 - ArrPeeGeeZ
루카가 천년제에 설치한 두 대의 순간이동 장치 - ArrPeeGeeZ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붉은 머리는 쉽게 눈에 띄었다. 루카의 눈이 크로노에게 닿자 기다렸다는 듯 손이 올라갔다. 그러나 바로 옆에 선 마르를 발견한 순간, 손은 허공에서 멎었다.

루카는 안경을 밀어 올렸다.

크로노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새로운 기계의 내부를 처음 열어 보았을 때나, 예상하지 못한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짓는 얼굴이었다.

“골랐어.”

마르가 황금빛 사탕을 받아 들고 돌아왔다.

상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붉은 것이 더 인기 있다고 설득했지만, 그녀는 꿀 냄새가 나는 쪽을 택했다. 사탕 끝을 한 번 맛본 뒤 눈을 조금 크게 뜨는 모습으로 보아 선택은 성공한 듯했다.

“왜?”

마르가 크로노의 시선을 따라 시연장을 보았다.

루카는 여전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이 루카구나.”

크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보고 있는데?”

그는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르는 사탕을 든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던 소녀답지 않게 자세를 바로잡았다가, 곧 그런 자신이 우스운 듯 어깨를 풀었다.

“가자.”

계단 위로 올라가자 타반이 두 팔을 벌려 사람들을 맞았다.

“여러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위대한 발명 앞에서 기다림이란 결국 역사의 일부가 되는 법이지요!”

“아버지, 아직 시작하지 마세요.”

루카가 계기판 아래에서 말했다.

“역사는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단다.”

“그러다 폭발하면 역사책에서 한 줄은 얻겠죠.”

타반은 관중 쪽을 향한 웃음을 유지한 채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만큼은 그 단어를 쓰지 않기로 했잖니.”

크로노가 가까이 다가가자 루카는 공구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늦었어.”

그녀는 크로노에게 말하면서도 마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안 늦었어.”

크로노가 짧게 대답했다.

루카의 눈썹이 올라갔다. 크로노가 먼저 말을 꺼낸 것보다 그 옆에 누군가를 데려온 사실이 더 놀라운 듯했다.

마르가 사탕을 등 뒤로 감추며 먼저 인사했다.

“안녕. 나는 마르야.”

“루카.”

루카는 짧게 답하고 크로노를 보았다.

그가 두 사람이 부딪쳐 만났다는 뜻으로 손을 한 번 맞부딪치듯 움직이자, 루카는 잘못 이해했다는 듯 입을 벌렸다. 크로노가 고개를 저으며 광장 쪽을 가리키고 다시 마르를 가리킨 뒤에야 표정이 풀렸다.

“아, 말 그대로 부딪쳤다고.”

“무슨 뜻으로 생각했는데?” 마르가 묻자 루카는 “별 뜻 아니야”라고 서둘러 답하며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타반이 헛기침을 했다.

“마침 잘 왔다, 크로노. 세기의 발명에는 세기의 첫 피험자가 필요하거든.”

루카가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피험자가 아니라 시연자예요. 그리고 위험하지 않아요.”

“물론이지. 이론상으로는.”

그 말을 위험이 없다는 보증으로 받아들인 듯 마르의 눈이 빛났다. “무슨 장치야?”

루카는 누군가 그 질문을 해 주기만 기다렸던 사람처럼 곧장 설명을 시작했다. 두 받침대 사이에 짧은 거리의 전송장을 만들어 물체를 한쪽에서 분해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옮긴다는 이야기였다. 타반은 중간중간 ‘순간 이동’이라는 훨씬 알아듣기 쉬운 말을 넣었고, 루카는 그 표현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며 정정했다.

크로노는 설명을 절반쯤 듣다가 왼쪽 받침대에 올라섰다.

루카가 말을 멈췄다.

“준비됐어?”

그는 발밑의 금속판을 내려다보았다. 구리선 여러 가닥이 판 아래로 이어져 있었고, 장치 안쪽에는 푸른 결정 조각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 가까이 서자 공기에서 비 온 뒤의 냄새가 났다.

크로노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카는 고글을 내렸다.

“움직이지 마. 눈은 감아도 되고.”

“겁먹을 것 없네!”

타반이 관중을 향해 외쳤다.

루카는 손잡이를 잡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가 저렇게 말할수록 더 무섭다는 건 알아.”

크로노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장치가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닥 아래에서 벌레가 우는 듯한 진동이었다. 곧 금속 고리를 따라 푸른 불꽃이 달렸고, 양쪽 받침대 사이의 공기가 얇게 떨렸다. 관중의 소리가 멀어졌다. 크로노는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몸을 둘러싼 공간이 갑자기 무게를 잃는 느낌을 받았다.

눈앞이 푸르게 뒤집혔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고 느낀 순간, 오른쪽 받침대의 금속판이 장화 밑창을 받쳤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한 박자 늦게 터졌다.

크로노는 팔과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머리카락 끝이 정전기로 조금 들떠 있을 뿐이었다.

루카는 고글을 벗어 올리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던 사람치고는 안도감이 분명했다.

“봤지?”

그녀가 관중을 향해 말했다.

“계산대로야.”

타반은 마치 자신이 전부 해낸 것처럼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가르디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동안 마르는 오른쪽 받침대로 다가왔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크로노가 내려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장치와 크로노를 번갈아 보았다. 사탕은 어느새 다 먹었는지 막대만 남아 있었다.

“나도 해 볼래.”

루카는 손을 멈추고 마르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장치인데?”

“그래서 해 보는 거지.” 마르는 이미 왼쪽 받침대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있었다.

마르는 이미 왼쪽 받침대에 한 발을 올리고 있었다.

타반은 새로운 지원자를 반기며 손짓했지만, 루카는 계기판의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바늘은 모두 정상 범위에 있었다. 방금 전송에서 남은 열도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금속 장신구가 있으면 벗는 게 좋아.”

루카가 말했다.

마르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목가로 올라갔다. 옷깃 아래의 펜던트를 만진 뒤 잠시 머뭇거렸다.

“이건 벗고 싶지 않은데.”

“작은 목걸이 정도라면…….”

루카는 사슬과 장치 사이의 거리를 눈으로 가늠했다.

“괜찮을 거야.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만 해.”

마르는 펜던트를 옷 안쪽으로 더 깊이 넣었다. 그러고는 크로노를 돌아보며 웃었다.

“반대쪽에서 기다려 줘.”

크로노는 오른쪽 받침대 옆으로 이동했다.

마르가 금속판 한가운데 섰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지만, 장치의 고리가 양옆에서 솟아 있는 모습을 가까이 보자 손가락이 잠시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크로노가 받침대 가장자리로 한 걸음 다가가자 그녀는 손을 놓고 턱을 들었다.

“준비됐어.”

루카가 손잡이를 당겼다.

낮은 진동이 다시 바닥을 훑었다.

푸른 불꽃이 장치의 고리를 따라 올라갔다. 처음에는 크로노가 탔을 때와 같았다. 공기가 떨리고, 마르의 머리카락이 전류에 반응해 조금씩 떠올랐다.

그때 옷깃 아래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마르가 고개를 숙였다.

“뭐지?”

펜던트의 푸른 보석이 천을 뚫고 보일 만큼 밝아지고 있었다.

루카는 즉시 손잡이를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계기판의 바늘이 한꺼번에 끝까지 치솟았다. 장치의 소리가 낮은 울림에서 날카로운 비명으로 변했다.

“아버지, 전원을 끊어요!”

타반이 옆의 차단기를 내렸다.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 받침대 사이의 빈 공간에 가느다란 금이 생겼다. 처음에는 햇빛 속에 검은 실 한 가닥이 걸린 듯 보였다. 금은 위아래로 벌어지며 타원형의 구멍이 되었다. 그 안에는 광장의 반대편도, 장치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푸른빛과 검은 어둠이 물처럼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바람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닥의 종이와 마른 풀잎이 들려 올라갔다. 관중석 앞줄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타반은 양팔을 벌려 사람들을 막았고, 루카는 계기판을 붙든 채 수치를 읽으려 했다.

마르가 받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그러나 목에 걸린 펜던트가 구멍 쪽으로 당겨졌다. 사슬이 팽팽하게 뻗으며 그녀의 몸을 돌려세웠다.

“크로노!”

그가 손을 뻗었다.

마르도 팔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손끝이 닿기 직전, 구멍에서 강한 빛이 터졌다. 크로노는 눈을 감지 않았다. 마르의 얼굴이 푸른빛 속에서 일그러지고, 붉은 조끼가 바람에 뒤집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손이 시야에서 미끄러졌다.

몸 전체가 들어 올려진 뒤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순간이동 장치 사이에 열린 푸른 소용돌이 문으로 마르가 빨려 들어가는 장면 - PANDA Chronicle Plus
순간이동 장치 사이에 열린 문으로 마르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 PANDA Chronicle Plus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펜던트였다.

사슬이 목에서 풀리며 공중에 떠올랐다가 금속판 위로 떨어졌다. 맑은 소리가 한 번 울렸다.

그와 동시에 구멍이 닫혔다.

광장에 있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했다.

장치에서는 희미한 연기만 올라왔다. 바닥을 구르던 사탕 막대가 금속판에 부딪쳐 멈췄다. 조금 전까지 환호하던 사람들은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크로노는 받침대 위로 올라갔다.

마르가 서 있던 자리에는 펜던트만 놓여 있었다. 그는 몸을 숙여 그것을 집었다. 아침에 잔디 위에서 주웠을 때와 달리 보석은 뜨거웠다. 손바닥 안에서 맥박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모두 내려가 주세요.”

루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타반이 관중을 향해 더 크게 외쳤다.

“시연은 중단입니다! 위험하니 광장 아래로 이동해 주십시오!”

사람들은 서로를 밀치며 계단을 내려갔다. 누군가는 마르가 장치 안에서 사라졌다고 말했고, 다른 누군가는 폭발이었다고 주장했다. 몇몇은 크로노를 돌아보았지만 타반이 시야를 막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시연장에는 타버린 냄새와 부서진 나무 울타리만 남았다.

루카는 양쪽 받침대를 오가며 전선을 확인했다. 손이 빠르게 움직였지만, 무엇을 찾는지는 자신도 모르는 듯했다. 전원은 끊겨 있었고 푸른 결정은 모두 식어 있었다.

“전송장이 아니었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적어도 우리가 만든 건 아니야.”

타반은 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루카.”

“잠깐만요.”

루카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지만 돌아보지도 않았다.

크로노는 펜던트를 들어 보였다.

보석 안쪽에서 아주 약한 빛이 돌고 있었다.

루카가 그것을 보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펜던트를 손대지 않고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이게 반응을 일으켰어.”

크로노는 닫혀 버린 공간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디로 갔지?”

루카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닫혀 버린 공간을 바라보았다. 푸른 구멍이 있던 자리에는 햇빛만 내려앉아 있었다.

“어디인지는 몰라.”

그 말 뒤에 이어질 수많은 가능성을 삼킨 뒤, 루카는 입술을 굳혔다.

“하지만 흔적은 남았어. 같은 조건을 만들면 다시 열 수 있을지도 몰라.”

타반이 고개를 저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잖니.”

“그래서 알아내야 해요.”

“사람을 또 들여보낼 수는 없다.”

루카의 시선이 크로노에게 향했다.

그는 이미 왼쪽 받침대 한가운데 서 있었다.

타반이 한 걸음 다가왔다.

“크로노, 내려오너라.”

크로노는 펜던트를 손에 감아 쥐었다.

마르가 마지막으로 내민 손이 떠올랐다. 닿을 수 있었던 거리는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거리를 그대로 남겨 두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루카는 그의 얼굴을 오래 보았다.

“갈 거지.”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크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반은 두 사람 사이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 사람의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돌아올 방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루카는 허리춤에서 작은 금속 장치를 꺼냈다. 여러 개의 바늘과 수정판이 달린, 손바닥보다 조금 큰 기계였다.

“방금 열린 공간의 파동을 기록했어. 완전하지는 않지만 다시 찾는 데 쓸 수 있어.”

그녀는 전선을 연결하고 계기판 아래의 덮개를 열었다. 타반도 결국 반대편으로 가 차단기를 붙잡았다.

“펜던트를 장치 중심에 둬.”

크로노는 손바닥을 펼쳤다.

푸른 보석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루카가 숨을 들이켰다.

“어디에 닿을지 몰라. 도착하자마자 주변부터 확인해. 마르를 찾더라도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내가 뒤따라갈 방법을 만들 때까지—”

크로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카는 남은 말을 멈췄다. 자신이 알고 있는 안전 수칙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듯했다.

“꼭 찾아.”

크로노가 펜던트를 들어 올렸다.

전류가 흐르자 보석이 다시 빛났다. 두 장치 사이의 공기가 움푹 들어갔다.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끌어당겼고, 검은 틈이 푸른 가장자리를 두른 채 벌어졌다.

이번에는 두려움이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있었다.

바닥도 하늘도 없는 곳으로 발을 내딛는 일은 용기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 마르가 이미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몸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크로노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루카와 타반을 한 번 돌아본 뒤 구멍 안으로 몸을 던졌다.

빛이 모든 방향에서 몰려왔다.

광장의 종소리가 길게 늘어나며 끊어졌다.

그리고 천 년의 아침이 그의 뒤에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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